츠나센 신문부에서 운영하는 설문조사 상자. 학원 뒷문 근처의 가로등에 부착되어 있다. 몇 년 전 신문부가 우정 동아리를 인수합병한 이후 우체통의 기능도 합해져서, 익명으로 편지나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투서함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장난스러운 뜬소문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와 영원히 비밀로 하고 싶은 애타는 마음까지도 작은 쪽지에 써서 뚜껑에 나 있는 가느다란 틈에 집어넣고 싶어진다.
츠나센 학원의 코앞에는 드넓은 동해와 쓰가루해협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트레센의 큰나무 구멍처럼 속마음이나 억누를 수 없는 마음을 털어놓기 위한 장소는 없어도 될 듯하다. 당장 교문을 뛰쳐나가서 바다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해풍이 작은 글자를 뒤덮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 주니까. 하지만 어떻게든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면 상당수가 앙케이트 박스를 거쳐 그 사람의 귀로 흘러들어 간다...
【봄 피리어드】 2턴: 9/18~10/1
벚꽃이 떨어지고 한층 더 파릇한 새싹 기운이 츠나지의 산자락에 깃들었습니다. 등교길을 따라 피어 있는 들꽃들을 보며, 앞날의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는 나날을 보내 보아요.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9/23), 우니상(9/30)
【중간고사】 9/18~9/24 (situplay>1596953107>1)
첫 번째 교내 시험, 「중간고사」가 9월 18일 월요일부터 9월 24일 일요일까지 진행됩니다. 충분히 공부해서 대비하고 좋은 성적을 얻으면, 보상과 함께 의외의 선물을 얻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링크】
이곳은 도서관. 교실도 해변가도 하야나미도 트랙도 아닌 이곳에 내가 있는 이유는 별 거 아니다. 시험을 미리 봐서-그것도 꽤 괜찮은 점수가 나왔다-여유있는 지금, 아직도 시험공부에 매달린 불쌍한 말딸들을 기만하기 위해서다. 물론 거짓말이다. 농담도 못하나? 마사바가 친절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줬던 이와시캔 위닝 라이브가 너무 처참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좀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이론부터 공부할 생각이었다. 어.. 중간에 다른 책으로 빠지지만 않으면?
하지만 책장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다가 나니와를 보니 그 생각이 홀랑 날아가버렸다. 뭐야 뭐야~? 무슨 일~?
"요~ 나니와~ 무슨 일이야~"
물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일부러 물어본 건, 그냥, 재밌으니까. 딱 봐도 높은 곳에 있는 거 못 꺼내고 있는거지?
사미다레는 괜히 민망해져서 공부하던 자리에 다시 앉았다. 고양이는 코우에게 맡기고 필기노트를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정신이 없는 와중 읽힐 리가 있나. 얼마 안 가서 다시 코우와 제노쨩을 향해 돌아 앉는다. 손은 제 두 뺨 살살 문지르고 있다. 이런 행동을 코우는 자주 봤을 것이다. 부끄러울 때 으레 하는 행동이라.
"어엇, 그, 그래도 되나요……?"
최대한 부족한 점 없이 키우자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실의 환경 상 필연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에 고양이를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양심 상 단번에 기뻐하며 승낙하지는 않았지만 무슨 생각 하는지는 뻔히 보였으리라. 그야 꼬리가 팔랑거리고 있으니 티가 안 날려야 안 날 수가 없다. 그러다 꼬리질 뚝 멈춘다. 사미다레는 무언갈 생각하는지 잠시 진중한 표정이 되더니, 이내 비장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키득거리면서, 네게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역시 작은 건 신경쓰이겠지만... 그래도, 각자의 매력이 있는거니까. 앞으로 더 클지도 모르고? 네가 무슨 불안을 가지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응, 잘 해결되지 않을까. 네가 내게 용기를 준 것 처럼. 그런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괜히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며. 조금 더 네 머리를 쓰다듬는것으로 대답했다.
"응, 아까 이야기해줬잖아? 옷 위에 쓱 입어도 괜찮다고."
그러다 빤히 널 쳐다보고...
"정말 갈아입은거야? 그 말은..."
"오늘, 나와 함께 밤새 파자마 파티를 하겠다는 뜻?!?!"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장난스레 이야기했다. 전에 하던 파자마 파티를 이어서 하는건가! 그것도 단 둘이서! 아주 두근거리는, 소녀의 꿈 같은 시츄에이션이잖아~ 뭐, 안된다고 하면 어쩔수 없는거지만... 괜히 널 더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이야기하며. 네가 귀엽다는 얘기에 뺨이 새빨갛게 물들자, 나도 조금은 뺨을 붉게 물들였고.
"너무 귀여워..."
너를 꼭 끌어안아주려는듯 두 팔을 벌린 채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좋아, 그러면!"
나는 천천히 TV에 게임기를 연결해서, 게임을 켰다. 빠바밤, 하는 시작 BGM과 함께, TV에서는 다양한 우마무스메들이 나와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우마리오 파티, 그것은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닌... 무려 '마음껏 달려보자!' 라는 취지의 무시무시하게 즐거운 게임인 것이었다! 한 명씩 가상의 우마무스메 캐릭터를 선택하여, 도심지를 배경으로 골까지 10km를 달려가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무려 전력으로 상대를 방해하는것이 가능한 게임이었다. 달리면서 부딪히기, 폭탄 던지기, 인법 사용하기 등등 각종 아이템과 콤-보 기술을 쓰면서 달려나가는, 전략 액션 스포츠 레이싱 게임인것이었다!
코우는 꼬리를 휘적대는 사미다레를 가만 보다가, 제노사이드 커터를 안아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놀잇감이 없어서 녀석이 부실에서 심심하게 있으면 아이들이 또 걱정할테고, 그러면 트레이닝이든 공부든 집중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니까, 딱히 고양이만을 위한 건 아니다. 아무튼 그럼(?)
"필요한 거 있으면 청구서 달아놔도 돼." "너무 과하게 사지는 말고."
혹시 몰라 당부해둔다. 부실이 부실의 역할을 해야지, 그냥 고양이 방이 되어버리면 안되니까. ...별로 상관없나?
확실히, 앞에 사서쌤이 있으니... 목소리를 줄여서 어쨌든 내가 쪼금 더 크다는 사실을 어필한다. 아무튼 위에 책을 꺼낼 수 있냐는 말이지? 고개를 들어 책을 본다. 그리고 포기했다. 응. 무리.
"당연히— 꺼낼 수 있을리가 없잖아. 딱 봐도 안 닿게 생겼고. 이런 것도 모르다니 나니와 혹시 바보~?"
당당하게 '당연히 무리다!'라고 말하고서, 한번 사서쌤 눈치를 쓱 보고, 다시 나니와를 본다. 사다리를 의자로 쓰는 뻔뻔한 학생을 걷어차고(?) 사다리를 가져와서 써도 되겠지만... 우마그린한테 혼난지 얼마 안 됐고, 발차기는 그만두자. 그리고 실행하는 순간 큰 소리가 나니까 사서쌤이 우릴 잡아죽이려고 할 거 같고.
"으음... 그럼 어쩔 수 없네." "나니와 너 키가... 몇이었지? 대충 135? 나는 141이니까 우리 둘을 합치면 적어도 276이 될거야." "그러면 못 꺼낼 책은 더 이상 없지. 그러니까... 합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