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월 모일 몇 시 경에 옥상에 무단침입하여, 담배를 피우고 있던 히다이 유우가 트레이너를 만나 대화하던 도중 히다이 트레이너의 도발에 넘어가 그만 히다이 트레이너의 머리를 발로 차버리고 말았습니다. 해당 행위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먼저 도발한 쪽이 더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히다이 트레이너는 아저씨 냄새도 나고 학교에서 술냄새 담배냄새도 풍기고 다니고 금연구역인데 자꾸 담배도 피우니까—
"아 진짜아! 대체 어떻게 써야하는거냐고오오...."
이렇게 쓰면 퇴짜맞겠지 또. 절반 정도가 글자로 덮인 반성문(예정)을 노려보다가 그냥 종이를 구겨버린다. 모처럼 시험도 끝났고, 학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이 반성문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물론 어느 정도는 자업자득이라 뭐라 불평도 못하겠네. 반성문으로 끝나게 된 건 진짜 감사하긴 한데, 솔직히 이거 나만 잘못한 것도 아니니까.. 반성문을 쓰는데 어째 점점 중간부터 반성문이 아니라 고발문마냥 몬다이도 잘못했다는 식으로 쓰게 되어버린다. 빨리 쓰고 집에 가고 싶은데, 아 진짜 짜증나....!
"이익— ...후우.. 아니... 안돼...."
늘 그랬던 것처럼, 짜증과 분노에 몸을 맡기고 책상이든 의자든 뭐든 발로 걷어차-려다가 멈칫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호되게 혼난 후라서 역시 좀 그렇다고 할까. 대신 머리를 좀 거칠게 긁으면서 다시 의자에 앉아, 종이를 또 노려보며 펜을 든다.
"...다시는 사람을 발로 차지 않겠습니다.. ...아니, 그래도 나중에 또 차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이건 안 적는게 나은가...."
반?성하고 있는게 맞다 진짜로. 아무튼 그렇게 조용한 빈 교실에서 한참 반성문과 씨름을 하는 중이다. 교실 문이 열려서,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시험도 끝난 시기, 방과후의 복도는 조용하다. 어째선지 징징대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교실 한 곳만을 제외하곤 말이다. 코우는 순찰 겸 복도를 거닐다, 정체불명의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다가간다. 그곳엔, 빈 교실에 앉아 씩씩대고 있는 메이사가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쓰는 중인.
"메이사 양, 하교 안 해?"
코우는 교실 안으로 걸어들어가, 그녀에게 물어본다. 시험이 끝났으니 공부하는 건 아닐텐데... 그러더니 메이사가 쓰고 있는 종이를 슬쩍 들여다보려 하고.
"윽?! 아, 아니 좀 할 게 있어서 남아있는 거라고 할까, 하, 하또랑은 별로 상관없어!"
엥? 하또가 왜 여기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하또가 교실에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었어! 다급하게 쓰던 반성문 위로 몸을 덮어서 가려본다. 그, 그게. 하또한테 들키면 쪽팔리잖아. 하지만 다급하게 가리느라 까먹었는데, 아까 구겨서 던진 종이는 그대로 발치에 남겨진채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주워서 치우려고 하면 몸을 일으켜야 하고, 그럼 지금 쓰고 있는 반성문을 들켜버려. 차라리 하또가 저 아래에 굴러다니는 반성문(이었던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대화로 유도하는 쪽이 낫지 않나? 오, 나 좀 똑똑한듯?
"그, 그, 그보다 하또는 여기 무슨 일로...? 트레이닝 예정이라던가 없어?"
여기 말고 트레이닝하러 가야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을 꺼냈는데 제발 여기로 넘어가줘. 발치를 굴러다니는 종이따위 신경쓰지 말고! 진짜로 별 거 아니니까!
"엑, 그, 너, 너무 자만하는거 아니야!? 나니와가 1착했다고?? 내가 금방 앞질러버릴텐데에~? 빨리 트레이닝하는게 좋을걸~?"
일부러 도발을 섞어서 유도해보지만, 이미 틀린 것 같다. 하또가 벌써 종이뭉치를 집어들었어! 악! 아악!! 당황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곧바로 종이뭉치를 뺏으려고 시도했다.
"악! 안돼!!! 보면 안돼!! 이리 줘! 내 거야!!! 멋대로 읽지 마!"
슬프게도 하또와 나의 신장차이는 꽤 나는 편이니까, 높이 치켜들면 진짜로 뺏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만약에 진짜로 펼쳐서 읽기라도 한다면.... 으아악! 안돼!! 이, 이, 이 사태를 막으려면 하또의 정강이를 차는 수밖에 없어! ...아니 하지만 사람을 함부로 차면 안 된다고 혼났는데, 윽, 으윽....
"우우우..."
또! 또 발차기를 못하게 됐어! 결국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지듯 의자에 앉는다. 그래. 읽어라 읽어. 젠장.
도서관엔 공부하는 녀석들 뿐이다. 기숙사로 돌아가면 공부를 해야 한다. 트레이너실에 가면 트레이너가 쪽지시험을 내주겠지. 그런 저스트 러브 미가 찾은 최적의 장소는, 모두가 떠나간 교실이었다. 그리하여 오답노트 -란 이름의 낙서들-를 정리하던 와중, 갑자기 열리는 문에 귀를 기울인다. 으레 시험기간이면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빈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이 하나 둘 있기 마련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면, 학구열에 불타오르는 녀석들에게 페이스를 빼앗기는 느낌이고, 기숙사에서도 쉽게 딴짓하지는 못하는 기분. 그렇지만 교실에 남아 공부하는 아이들은 한 둘이라서, 이 정도는 괜찮았다. 여차하면 땡땡이 제의를 줘도 이래저래 휘둘리기 쉬운 아이라면, 더욱이 좋다. 시험기간에 누가 공부만 하랬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근데, 저 아이. 자세히 보니 동지 쨩이다. 이쪽을 인식하지 못한 건지, 눈길이 닿지 않았지만 짧게 집중하는 당신의 모습에 슬그머니 당신의 뒤로 향한다. 그때 갑자기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당신에, 이쪽도 놀라기는 했다. 따로 옮긴단 얘기도 안 했고, 팀 시노비 소속인 만큼 -아마 피리카 트레이너의 움직임을 따라한 것 같다.- 눈치채지 못하게 스윽 뒤로 왔는데! 그리하여, 삐걱이는 고개로 당신이 뒤를 돌아보았을 적에는, 생글생글 웃는 저스트 러브 미가 있었을 것이었다.
"안녕~ 동지 쨩, 뭔가 삐걱삐걱이네요? 조금 로봇같았을지도~! 그 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