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트레이닝을 하기 위해 나는 체육복 차림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날씨도 괜찮았고, 발목의 부상도 거의 다 나았다. 사흘뒤 있을 미승리전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달리기 위해 연습에 박차를 가할 타이밍이었다. 이번엔 반드시 일착을 해 낼거야. 그리고, 날 믿어준 트레이너의 기대에 부흥해야지. 내가 잘못 봤다, 네 달리기는 형편없다- 따위의 말을 듣는건 죽어도 싫어. 물론 트레이너가 그런 말을 하진 않겠지만, 글쎄... 앞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어쩌면 나를 싫어하고 있을수도. 아니, 아니다. 또 부정적인 생각에 잡아먹혀선 안돼. 느긋하게 심호흡을 하고, 우선은 달릴까. 언그레이와 같은 레이스에서, 라이벌로써도 뛰어야 하니까... 느릿하게 숨을 내뱉었다. 이 정도 부담이 딱 좋아. 그러지 않고서야, 레이스에서 치고 나갔을때- 뒤에서 쫓아오는 압박을 견딜 수 없잖아? 내 주법과는 맞지 않지만... 거리가 짧으면 주법을 바꾸는것도 고려해봐야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억지로라도 녀석의 체력을 빼앗아서, 내가 이긴다.
마침내 트랙에 거의 다다랐을 때, 나는 꺅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뛰고 있나? 친구들이 응원이라도 온건가, 아니면 단순히 쉬고 있는걸까. 별 생각없이 바라본 그곳에는.... 갸루들 사이에 네가 파묻혀있었다. 정말이지, 뭘 하고 있는거야. 너와 시선이 맞고, 네가 날 빤히 바라본다. 입을 벙긋거리면서 꺼내달라고 말하자, 나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가. 짧게 한숨을 뱉고는 천천히 네게로 다가가- 네 손목을 부드럽게 잡으려고 했다.
"한참 찾았네, 레이니 양."
옅은 미소를 입가에 띄웠고, 다른 갸루무스메들을 바라보고는.
"미안, 나랑 선약이 있어서. 데이트 하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먼저 가볼게?"
부드럽게 웃으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마치고는. 너를 바라보면서 가자? 하고 입으로 얘기했다. 네가 나를 따라온다면,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444 www와따시도 원래 커피 좋아했는데 최근 장염으로 입원한 후로 커피만 마시면 배가 너무 아픈wwwwwwwwwwww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끊을수 없음 -> 피곤함 + 카페인 안받음 -> 컨디션 하락 -> 너무 피곤해서 끊을 수 없음 무한의 악순환 딜레마에 빠져버린wwwwwwwwwww
모, 모모쨩이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불러버린다고? 나는 당황을 금치 못하고 귀를 파닥거렸다. 마사바 이후로 모모쨩이라고 불리는건 진짜 오랜만인데.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불린건 어릴적 이후로 처음인걸... 아니 그야 내가 모모쨩이라고 적어주긴 했지만? 그거는 어디까지나 장난이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를 줄은 몰랐는걸.... 고기 뷔페에 우리를 초대한 트레이너의 기분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뺨을 조금 붉게 물들이고는, 네게 작은 소리로 '다른 사람들 앞에선 유키무라나, 적어도 모모카라고 불러줄래..?' 속삭이며.
네가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빠져나가나 했더니. 이번엔 갸루무스메들이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연애 이야기나, 데이트 이야기로 들뜬걸까. 이야기를 잘못 선정했다. 꺅꺅거리면서 자와자와한 분위기길래, 어렴풋이 메이크업이니, 어딜 같이 가자느니 하는 얘기가 들려온 것 같아서. 만화에서 보면 이럴때 구해주는건 '내 여자친구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같은 대사가 정석이잖아? 친구끼리 놀러갈 때 데이트라고 하는것도 갸루무스메들의 공식 단어, 그런 느낌 아니었어? 아, 이래서 친구가 많아야 하는걸까...
"그냥, 친구끼리 놀러가는 데이트. 갑자기 나타나서 미안해, 중요한 선약이라."
조금만 이해해줄래? 라고 덧붙이면서. 짧지만, 딱딱한 말투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미리 약속한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듯 이야기하며.
"응, 미안. 좋아하는 사람도 따로 있어서, 딱히 흥미 없네. 화장도 아직은, 아껴두고 싶고."
부드럽게 웃으며, 나긋한 톤으로 대답했다. 익숙하게 둘러대는것같은 말투지만, 글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아닌지는 그녀만 알겠지. 어쩐지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너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453 wwwww진짜 신기했던ww 갑자기 신기한거 보여준다면서 콜라좀 삼키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던wwwwwww 릿카주 이제 출근길 나서시는?ww 간바레 간바레인.... 피곤한데 커피도 못 드신다니 걱정되는ww 하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으니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한wwwwwwww
“그럼 어쩔 수 없지😓” “진-심 어쩔 수 없네🥲” “아쉽💦 아메쨩! 머리삔은 가져도 괜찮~” “내일 또 만나🥰”
유키무라의 단호한 태도에, 새로운 핫 이슈를 예상했던 갸루무스메들의 기세는 꺾이고 말았다. 살았다! 라는 안도감과는 별개로,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유키무라의 변명이 신경쓰이는건, 둘째 치고. 유키무라가 잡지 않은 팔을 들어, 레이니・왈츠는 손을 흔들어 갸루무스메들에게 인사를 해 보였다.
“살았다... 고마워, 모모카.”
어느정도 갸루무스메들과 거리가 벌어지자. 레이니는 유키무라・모모카에게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이야기한다. 유레카쨩이 앞머리에 꽃아준 딸기장식 머리삔은, 녹색의 머리카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부드럽게 웃으면서, 가볍게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들었다. 세간에선 갸루무스메라니, 불량 학생이지 않은가?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딱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는 양아치들도, 사람을 괴롭히거나, 돈을 빼앗는다거나, 약한 사람에게 싫어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으니. 그야, 한번뿐인 학창 시절이지 않은가? JK무스메, 같은 낯간지러운 말로, 친구 관계에 고민하고, 사랑에 끙끙거리고, 주먹다짐을 하며 우정을 쌓기도 하고, 때론 자신만의 고민으로 울적해 하다가.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웃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데에... 양키무스메니, 갸루무스메니 하는건 상관없었다.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는건 스스로면 충분했으니까. 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남의 친구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서, 함부로 평가내리는 행위가 싫어서일까.
"그렇게 싫은 눈치도 아니었으면서."
부드럽게 웃으며 얘기했다. 친구들 아냐? 친해보이던걸, 같은 말을 덧붙이며. 네가 내 이름을 서스럼없이 부르자, 조금 부끄러워서, 붉어진 뺨을 긁적였다. 이름 불리는게 얼마만이더라. 그러다 문득 네 앞머리에 꽃힌, 딸기장식 머리핀을 보면서 작게 웃었다.
많이 힘드시군요 레이니주... 저도 잠 부족하거나? 주기적으로 마감칠거 있어서 한숨도 못자고 일할때가 가끔 있는데 그러면 졸립진 않은데 뭔가 자잘한 실수가 엄청 늘어나고 그럽디다... 약간 판단도 잘 안되고 그 상태에서 다단계나 사이비종교 만나면 냅다 발들여서 인생 망칠거같고(?)
잠깐 눈이 마주쳤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흠칫 떨고는 시선을 내려버리는 메이사의 머리를 쳐다보고 있자니 '힘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는 듯 다소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 기억 대로라면 평소에 이렇게가지 말을 더듬은 적은 없었는데.
"......"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때도 일부러 노리고 걷어찬 느낌은 아니었지. 정확히는 휘두른 다리에 자신의 다리가 교차되는 지점에 있었다...에 가까웠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라서, 물론 그렇게 심한 상해를 입힐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나한테 잘못했다고 할 게 아니잖아, 메이사."
어디까지나 여기서 메이사가 다이고에게 잘못했다고 해야 할 말은 옥상에 무단으로 올라온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지난 번 다리 부상 정도겠지만 그건 더 이상 꺼내고 싶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다친 당사자에게 해야 하는 거야. 메이사의 발 밑에 눈물이 떨어져 자국이 생기자, 다이고는 말없이 자신의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곤 메이사 앞에 몸을 숙여 앉았다.
"자, 울지 말고..."
또 손수건 안 챙겨왔네. 손수건을 평소에 쓰질 않으니 도저히 챙겨다닐 만큼 버릇이 들질 않는다고 속으로 자신을 다그친 다이고는 메이사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진정시켜 보려고 했다.
“아무리 친해도 소개팅에 같이 나가는건 싫-어. 나 같은거,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될게 뻔하고.”
나, 머리도 짧고(라고 하지만, 츠나지에 막 내려왔을때 처럼 짧지는 않다. 미용실에 딱히 갈 필요성을 못느껴서, 대충 앞머리만 미용에 관심있는 갸루 친구들에게 잘라달라고 부탁한 머리카락은 이제는 단발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길이다.), 말수도 적고, 표정도 무뚝뚝하고, 귀엽지도 않잖아. 이상한 남자가 아닌 이상, 쳐다보지도 않을걸. 같은, 평범한 소녀가 할 법한 투덜거림이 조금은 길게 이어진다.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다고 했으면서, 말이다.
“확실히. 시험에, 레이스 준비까지 겹쳤으니까.”
확실히, 피곤하겠구나. 하고, 레이니・왈츠는 손을 머리카락 위로 올려 머리핀을 뺐다. 음, 귀엽다고는 하지만, 역시, 부끄럽다.
“...페이스 조절에 도움만 된다면, 응. 괜찮은데.”
진심인지, 농담인지, 가늠하는 시간이, 잠깐 있었다. 레이니는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