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평소랑 다르다. 평소랑 다르게 단호하게 들리는 말에 몸이 움찔했다. 우, 우우.. 평소에는 안 그랬잖아. 뭐냐고 진짜. 두려움에 불만을 두어방울 탄 듯한 감정이 입을 바짝 마르게 한다. 그리고 단호한데다 사실 그 자체라서 딱히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겠어.
"......엑, 그, 그건... 으...."
옥상에서 있던 일을 들었냐는 질문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 아마 표정도, 당황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그게, 듣고 자시고 그 사건의 당사자거든요... 근데 지금 분위기를 봐선? 그런 말을 하면 당장 우마그린이 날 두동강 낼 것 같아. 그냥 다급하게 고개를 푹 숙이고-귀도 푹 숙이고서 손만 꼼지락꼼지락. ....그냥 내려갈까? 아니 근데 이미 들켰으니까 조용히 내려가는 것도 이제 불가능할텐데.
"...그치만 안 죽었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역으로 쎄게 나가보자. 그리고 무슨 살인 현장인 것처럼 말하는데, 솔직히 안 죽었잖아. 내가 직접 차서 알아! 죽을정도로 차진 않았어! 좀... 기절하긴 했지만... 어쨌든 살아는 있으니까 괜찮은 거 아냐?
/(대충 벽에 이마를 박고 있는 마주) 씁... 근데 이쪽이 좀 더 힘조절 모르는 망아지 느?낌이라 괜찮..을까... 우마그린.. 이런 망아지라도 버리지 말아줘..(????)
당황한 게 빤히 보이지만 정확히 뭣 때문에 당황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단순히 옥상에 오르다가 마주쳐서 당황한 건지. 아니면 다른 게 있는 건지, 일단 구슬려서 내려보내자... 하고 생각하던 찰나.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 귀를 의심했다. 그런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듯, 눈썹 한 쪽이 치켜올라간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메이사?"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긴 하고, 조금 버릇없어 보일 때가 있긴 해도... 최대한 아이들과 허물 없이 지내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근본적인 차이라는 게 존재했기 때문에... 그 나잇대의 여자아이의 감정을 100%이해하는 게 불가능한 다이고는 더 말을 잇는 대신 입가를 손으로 가리곤 시선을 내리깔았다.
문 닫기 전까지 한 시간 밖에 안 남았다니. 그 말을 듣고서 마미레는 진짜냐는 듯,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보다가, 체념하며 긴 한숨을 내쉰다. 책상 위 펼쳐져 있는 교과서며, 노트며, 적혀있는 내용 하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은 것인데. 정말 책을 베고 자다 일어나면 그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또 자버렸으니 이번 중간고사는 망했구나, 하며 멍하니 생각을 하던 마미레는 미즈호의 물음에 한 박자 늦게 반응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깨워줘서 고마워."
그러며 펼쳐둔 책을 다시 내려다본다. 낙제라도 피하기 위해서라면 벼락치기라도 해야 할 판이었기에. 마미레는 자리를 뜨지 않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는 듯 하나, 마음대로 되진 않는지. 당신에게 들린 만큼 긴 한숨을 또 내쉰다.
뭐라고 한 거냐는 물음에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아무리 나라도 두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기엔 좀 마음이 아프달까. 좀 뭔가 나쁜 일을 했다는 자각은 아주 살짝 있기는 하니까... 근데 상대방이 먼저 도발했으니까 그쪽이 더 잘못한거 아닌지... 온갖 생각만 되풀이하던 머리를 백지로 만들어버린건 낮지만 분명하게 들리는 두 음절이었다.
"윽...!"
등골이 오싹하다는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은 감각이 덮친다. 위험해. 도망가야한다. 하지만 어디로? 여긴 옥상이야. 아무리 나라도 이대로 그냥 뛰어내리면 진짜 크게 다친다. 그렇다고 천천히 펜스를 넘어 벽타기로 도망친다고? 아무리 힘에서 밀리는 히또미미라지만, 우마그린이 그대로 날 보내줄리는 없다 잡거나 뭐 다른 사람들을 부르거나 아무튼 뭔가 하겠지? 어? 그럼 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지??? 뒤에서 따라잡히는 감각은 싫어, 하지만 이렇게 정면에서 무언가와 대치한다는 감각도 정말, 무섭고...싫다. 거기에, 평소에는 어떤 말을 해도 웃으면서 받아주던 상대가 처음으로 보여주는 낯선 얼굴이, 낯선 목소리가... ....무섭다.
"그, 그치만....." "상대가 먼저... 도발해서.. 무심코 해버린걸...... 내, 내가 하긴 했지만 원인 제공은 저쪽이고......"
더듬더듬, 어떻게든 말을 꺼내보지만... 이걸 믿어줄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사실인데. 저쪽이 더 잘못한거라고!
윽, 하는 소리가 들리자 조금 너무 무거웠나 싶어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으나. 이어서 들려오는 말에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 솔직히 말하면 믿어주고는 싶었으나.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누가 원인을 제공했느냐가 아니었다, 잘못했다간 정말 큰 일로 번질 문제였다. 물론 지금도 전혀 작은 사안은 아니지만. 여전히 입가를 가린 채 메이사가 아니라 다른 장소, 정확히는 발 밑만 빤히 쳐다보던 다이고는, 조금 답답한 듯 셔츠의 목 부분을 잡아당겼다.
"...지난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잖아, 이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야."
진심으로, 지난 일을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다 나았고, 메이사 본인도 미안해하면서 장소를 옮길 때마다 도와줬으니까. 그래서 결국 내 쪽에서 잘못한 게 있어서 일이 났거니 하고 넘어갔건만. 다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면서 메이사를 쳐다보았다.
"혹시, 평소에도 힘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 거야?"
지금까지 전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만큼, 이런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답답했다. 혹시 상처 받지나 않을까. 그러면서도, 발이 나가는 건 악벽이라고 볼 수도 있는 만큼, 나중에 더 큰 일이 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해결하고 싶기도 했다.
음 귀여워. 메스가키는 귀엽지. 아무한테나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 좋아. 난 분명히 메스가키가 메가스키가 되려는 걸 보고 싶어서 객석에 앉았는데 반대가 되고 있어 크아악 비정기적으로 찾아올수도 아닐수도 있는 오늘의 산문입니다.
비를 맞으며 춤을 춘다는 건 알고 보면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을지도 몰라요. 비에 젖으면 춥고, 추우면 감기에 걸려버릴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내게 빗속에서 당신과 춤을 출 기회가 있다면. 당신이 내게 함께 춤춰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당신에게 손을 내밀겠죠. 결국 당신이 비에 젖어서 체온이 떨어지고, 결국 다음 날 기침을 하면서 이불 속에 누워 있더라도 당신의 손에 내 온기가 남아있길 바라면서.
온기를 잊지 않고 일어서게 된다면. 그 때는 내가 당신에게 손을 내밀며 말하게 해 주세요.
수업이 끝나고 트레이닝 시간까지 지나, 모두가 떠난 한적한 교실. 사미다레는 홀로 빈 교실 안에서 두꺼운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동안 팀 부실에서 공부를 하나 싶더니 오늘은 웬일로 교실을 쓰고 있다. 부실은 편안하고 사람이 적어 편하다는 점에선 좋지만…… 역시 제노쨩이 너무 귀여워서 집중이 안 되지 뭔가. 그래서 오늘은 도중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미안, 제노쨩. 소홀한 건 오늘만이야. 다녀와서 간식 많이 줄 테니까……!) 이제 와 도서관에 가니 이미 자리는 만석이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찾은 교실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다만 너무 고요한 게 흠이라면 흠이랄 수는 있겠다. 길어진 해는 조금 늦어가는 시간에도 밝게 드리우지만, 학생들이 떠나 적막한 복도와 교실은 왠지 모를 으슥한 감상을 가져다 주어서…….
쫄보 특: 혼자서 잘 있다가 갑자기 무서운 상상함.
사미다레는 의식의 흐름에 섞여 돌연 펼쳐지는 공상을 막을 수 없었다. 한 번 그리 의식하고 나니 주변에 대한 불안한 기분은 점점 더해진다. 어, 자, 잠깐. 그러고 보니 왠지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그런 느낌 없었는데. 아니. 처음부터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 아니, 이것도 아니다. 그냥 착각일수도 있지 않은가. 사미다레는 책에 박혀 있던 시선을 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려 했다. 돌아가는 고개가 어째 삐걱거리고 있다. 고개 돌리는 와중에도 <공포영화의 클리셰: 돌아보면 그 자리에 귀신이 얼굴 들이대고 있음> 따위의 생각들을 떠올리고 있었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