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 "잘 맞춰주었어요. 메이사 양. 그럼 이 문제만 맞추시면 다랑어 푸딩을 먹으러 가는 것으로 하지요. "
스피드 트레이닝을 하기에는 레이스를 치른지 얼마 되지 않아 메이사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침착하게 문제를 읽던 미즈호는 다른 참고서 중 하나의 페이지를 넘겨 다음 페이지를 펼쳐보였다. 이번에는..... 물리 과목이다.
"자, 이 네모난 작은 물체가 왼쪽과 같이 내려갔을 때의 가속도의 크기는 a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두번째 그림과 같이 윗방향으로 힘을 가했을 때 작은 물체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할 때의 가속도의 크기는 a'라고 한답니다. 왼쪽은 운동방향이 내려가는 방향이고, 오른쪽은 올라가는 방향인게 보이지요? " "이 a'는 다음 중 어떤 식으로 공식을 표시해야 할까요, 메이사 양? "
"에, 내가 애도 아니고 먹을걸로 살살 꼬득이면 넘어갈리 없잖아. 담당 우마무메 너무 얕보는거 아니야?"
마사바는 입을 삐쭉 내밀면서 손에 쥔 펜으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펜돌리기나 하고 있다. 헤헤 펜돌리기 재밌다. 아 공부하다 보니까 꼬리 위치도 좀 신경쓰이는 것 같기도 하고 몸도 찌뿌둥하고 이거 앉아서는 못 있겠는데. 그 자리에서 일어난 마사바는 스트레칭을 한다. 유연하다! 강하다 마사바!
직음 당장 마사바애 생각 <나는 미즈호를 조종할 수 있다> 마사바는 쇼트 케이크를 가져오는 미즈호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다가 키시싯 웃고는 아주 아주 아주 천천천천히 케이크를 먹었다. 핥아먹는게 더 빠를듯. 그러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수학 공부 하지 말자! 라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아주아주 천천히 케이크를 먹고 있는 마사바의 모습을 보며, 미즈호는 깊은 한숨을 쉬며 자신 역시 케이크를 먹으려 하였다. 어째 공부를 하려고 모인 것인데 마사바 씨의 페이스에 휘말리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미즈호는 불굴의 트레이너, 이런 방해에 굴하지 않는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이것을 다 먹는 대로 바로 공부에 들어가는 거에요. 마사바 씨. 아시겠지요? "
무려 생략될 정도의 설명을 스트레이트로 눈 앞에서 들은 내 반응은 어땠냐고? 그야 당연히 이랬다.
"그러니까 이런 문자는 소리내서 읽는 것만으로도 이계의 존재를 불러낼 수 있지만 다행히도 인간과 우마무스메의 발성기관으로는 본래의 발음이 아닌 유사한 소음밖에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소리내어 읽어도 이계의 존재가 강림하는 경우는 없다는 거지?" "아~ 완벽하게 이해했어."
이해 못했다. 애초에 그냥 멍소리를 늘어놨을 뿐이지만 어쩌면 이쪽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지식이 아닌?지?
"아카미노카미 오오토로누시님을 향한 내 신앙이 부족해서 틀렸군... 내일부터 노스트라다무스메랑 다시 다과회라도 열어야겠는걸."
대답이 따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불안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은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거나... 지쳐서 그런 거겠지. 여전히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은 트레이너인 걸까, 시작이 덜컹거렸기 때문에 여전히 길 앞에서 덜컹거리는 걸까. 지나온 길에 후회는 하지 않지만, 그 때 조금만 더 빨리, 네가 울기 전에 이야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째서일까.
"...그렇구나."
역시 가벼운 싸움이 아니었다. 잘 끝맺었다고 생각했지만 레이니, 그 아이의 입을 통해 들은 그 과정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서 어째서 말하기를 망설였는지, 몸에 힘이 풀릴 정도로 반응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구나, 하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감상 외에 다른 말을 내놓기가 어려웠다. 조금이지만 무서웠다. 정말 큰일이 날 뻔 했구나. 그 아이라면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사람의 상상력이란 가끔은 고삐가 풀리곤 하는 것이어서.
"다행이다."
고르고 골라 내뱉은 말은 다행이다 한 마디. 그러나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마음속에는 진실로 다행이라는 감정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지금 네가 여기 내 품에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야."
힘없이 앞으로 기우는 레이니・왈츠를 품으로 받아내며, 다이고는 무심코 레이니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움찔 하고 위치를 바꿔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하하... 나도 쉽게 안 바뀌네..."
그렇게 진정될 때까지, 아니면 몸에 조금 힘이 돌아올 때까지 그렇게 서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가만히 레이니를 안아주었다.
완전히 보장해주지는 않는 말.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그저 허락이었던 건지, 망설이기 이전에 말문이 터져버렸다.
"하하... 씁,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
그리고 늘상 하듯이 횡설수설하며 그간의 이야기를 했다.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걸맞지 않게 무거운 아령을 든다는 소문이 퍼져서 나를 추궁하러 왔고, 그 와중 포옹이 있었던 거나 (솔직히 좀... 얼버무렸다 이 부분은.) 그 소문이 또 와전되어 나와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위험한 사이라는 우마무스메들의 가십이 야나기하라 트레이너의 귀에 들어갔고, 우리는 초면부터 앙숙처럼 싸우게 됐단 것.
이후에도 서로 사과와 화해라는 이상적인 루트를 밟지 못하고 싸움박질 직전에 끝나버렸다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내가 좀 티배깅을 하기야 했지만은, 나도 초면부터 다짜고짜 소문가지고 사실인 것처럼 추궁하니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 하여튼, 약간 억울한 면이 있는 거라고."
이런 추한 자기변호가 약간 있긴 했지만. 결론은 이거였다.
"근데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뚝. 한바탕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서, 이런 거 가지고 울기까지 한단 게 쪽팔려서 빠르게 닦았다.
"아, 진짜... 뭐 이런 거 가지고 왜 이러지. 아니다 마, 잊어줘라. 다 큰 사내가 쪽팔리게 이러고 있네. 진짜 골때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