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그렇게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룸메이트의 대상경주일. 아하, OP전 1착보다 1착이 되면 더 더 멋있어보이겠죠~. 조금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이쪽은 트리플 반다나를 노리고 있고 말입니다.
응원용 폼폼도 넉넉하게 만들었고, 응원판도 만들었고. 옷은!!! …어쩔 수 없이 제 것 하나. 트레이너는 싫다고 했달까, 그닥 익숙지 않아보여서. 그래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중앙에선 팬 감사제 때 응원단이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간 적은 없었지만 어느 정도 안무는 외고 있었고.
"…어라리~?"
다들 저마다 응원할 녀석들이 있는건가~. 주변을 둘러보다 힐끗거리는 당신을 발견. 음? 으음?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던 그는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갔다.
여담으로, 사미다레의 랩 실력 다이스 수치는 상당히 높았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래퍼의 자질이 있었다고 하더라……. 여하간 고양이를 데려온 일에 관해 추궁할 의도는 아닌 듯하니, 몰려들던 부끄러움의 끄트머리엔 안도가 따라들었다. 머리 끝까지 치솟은 긴장이 한순간에 내려가자 몸이 급속도로 식는다. 과연 다이고의 말대로 감기는 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아, 안 될 이유는, 없으니까요……."
집도 아니고 팀 부실에 데리고 있는 걸 보면 안 된다 하기도 무엇하지 않나. 사미다레는 민망한 마음 잊기 위해 몸 돌리고 후다닥―그러나 조용한 걸음으로― 고양이가 잠든 상자 쪽으로 걸어갔다. 도중에 한 번 뒤돌아 다이고에게 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닥에 놓인 상자 쪽으로 몸을 숙이고, 미리 덮어 둔 담요를 조심히 들추자…….
그곳에는 고양이가, 엥. 왜 없지?
"으에?"
사미다레는 졸지에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분명, 분명 문 열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자고 있었는데! 예상 외의 사태가 일어나자 겨우 찾았던 평정이 또 흔들린다. 사미다레는 시선을 달달 흔들며 슬그머니 다이고를 돌아보았다.
"바, 바, 방금까지, 여, 여기 있었는데…… 없어요……."
한편 다이고는, 언제부턴가 등 뒤로부터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는 중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웬 고양이 하나가 다이고의 옷에 발톱을 박고 등반 중인 듯한 감각이라든지……. 눈치 못 챘을 수도 있지만.
앗, 무섭게 생겼지만 의외로 착한 녀석일지도. 하지만 정말로 무섭게 생겼다. 그래도 일단 위기는 넘겼나... 하며, 안심과 함께 일어서려던 차에.
들어올려져 버렸습니다?!
서른 두 살 선생이 한참 연하인 여고생에게 겨드랑이를 잡혀서 고양이처럼 들어올려졌습니다?
"에"
멍청한 소리를 내며 아래를 확인해보자, 까마득하게 높은(기분탓) 곳이다. 발이 대롱대롱 꼴사납게 매달려있다. 이런 부유감은 난생 처음이랄까, 나름 저 건장하진 않아도 성인 남성인데, 제 몸무게를 고양이 들듯 들어올리는 겁니까. 우마무스메들은 정말 괴물인가. 나, 나 이런 기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저, 저기."
발이 떠있어! 우마무스메님께서 나를 승천시킬 거야! 착지하면 무릎에 부담이 가버린다...!
고양이를 보여주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조용히, 그러나 재빠르게 상자 쪽으로 걸어가며 손짓하는 사미다레의 뒤를 따라가다가. 상자에 덮힌 담요를 들추면서 보인 광경에 사미다레가 내뱉는 감탄사에 따라 소리를 낸다.
"아 있었는데?"
아뇨 없어요 라는 말이 나와야 할 것 같은 질문을 건네던 다이고는 이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럼 어디에 간 거지? 하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뒷덜미 쪽이 묵직해진 감각에 고갤 돌려본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자신의 몸 뒷면을 볼 수 없는 동물,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볼 수가 없다...
"저기, 내 뒤에 뭐 있는 것 같은데... 좀 봐줄래?"
하필이면 목발을 짚은 상태라서 몸을 돌리기도 힘들다. 그러는 와중에도 천천히 다이고라는 산을 등반하는 무언가는 어느새 목 뒤쪽 즈음까지 올라왔으니, 평소라면 수직에 가까운 상태여서 어려웠겠지만 목발을 짚은 관계로 살짝 앞으로 완만하게 휘어 있는 등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와, 너무 바라보았나. 레이니・왈츠는 저스트 러브 미가 다가오자 눈에 띄게 흠칫, 하는 반응을 보였다.
“오늘 룸메이트가... 출전해서요.”
룸메이트 말고, 팀원도 있지만. 응원할 사람을 단 하나만 뽑는다면, 당연히 스트라토다. 스트라토・엑세서가 깔끔하게, 경기를 클리어하길, 그리고, 이적 절차 또한, 원하는 대로, 원활히 처리 될 수 있기를. 물론, 룸메이트를 어쩌면, 추후에 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조금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짧은 순갼 동안 고양이를 잃어버린 건 아닌지 온갖 걱청 다 스쳐 갔다. 그럼에도 완전히 겁 먹지 않은 것은 그 고양이는 원래 이 학원에서 살던 아이이니 어디로 가 있을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이 갔기 때문이고, 둘째는 오래지 않아 들린 다이고의 말 때문이었다. 사미다레는 시선을 위로 올려 다이고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딱 정확한 타이밍에 다이고의 어깨 위로 뿅 튀어나온 보들보들한 고양이 정수리가!
"언제 거기에……! 아니, 아, 아프진 않으세요?"
사미다레는 벌떡 일어나 서둘러 다이고의 등 뒤로 돌아갔다. 이제는 멋대로 다이고의 머리 위까지 노리려는 듯한 고양이를 어떻게든 주무르고 쓰다듬어서 달래었다. 흐물흐물해진 고양이를 조심스레 떼어내 제 품에 옮기며, 사미다레는 다이고에게 재차 사과 인사 건네었다.
"자꾸 장난으로 사람을 긁어서……. 그, 긁힌 덴 없으신가요?"
고양이는 자리잡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느새 편안한 자세로 안겨 있었다. 마음에 들어하던 자리에서 떼어내 안고 있어도 가만히 있는 걸 봐선 정말 순하긴 한 모양이다. 게시판에 걸린 사진과 똑 닮은 삼색 고양이가 눈 가늘게 뜬 채로 골골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