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단거리라 해도 1200 미터는 단거리와 마일의 경계선에 있고, 그렇다는 것은 스태미나의 보존이 단거리 중에서는 가장 의미 있는 것이라는 뜻도 된다. 당신의 옆을 따라 달리며, 당신을 집중 마크하는 듯하다. 추입이라 보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노트에서 지켜본 상 메이사도 추입. 그럼에도, 여기서 위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은 전의 모래사장때 한번 치고 나갔던 적이 있어서 경꼐를 하는 것일까. 재미있네.
바로 뒤에서, 당신을 지켜보며 밤색머리의 우마무스메는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이것은, 슬립스트림. 아마도 자신이 추입이라는 강점을 포기하면서 사용할, 전법이다. 현재 달리고 있는 전법은 선행. 물론 이것은 사람이 부족해서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것이 추입이 아니라는 점은 둘다 알 것이다. 자, 어떻게 나올래, 메이사? 너는 계속 도주를 할 수 있을까? 이 느낌은, 은근히 익숙하지 않을거야. 나도 한번 해 본 적이 있으니까.
안에 들어서자, 자신을 반기는 영업 미소와 함께 접대용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은 미식가도 아닐뿐더러, 요리사도 아니기에 가게의 분위기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마리야는 첫 입장에서부터 좋은 인상을 받은 듯 보인다.
"괜찮습니다."
OK라는 의미로 고개를 같이 끄덕이곤, 마리야는 천천히 카운터석으로 앉는다. 추천 메뉴는 스태미너 정식...사시사철 맛있다는 건, 애초에 이 메뉴가 간판 메뉴라는 뜻인걸까.
"혹시 양이 어느정도인가요."
스태미너 정식을 가리키며, 양에 대한 질문을 한다. 묻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가끔씩 메뉴가 인간의 기준이 아닌, 우마무스메의 기준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곤 한다. 자신도 그것때매 살짝 곤란을 껶었던 적이 있던지라 음식을 남기는 사태를 조심하기 위해서 묻는 것. //우마무스메 기준 1인분은...안된다...!
스트라토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 기분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니,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 것을 보면 오히려 좋을지도) 그래도, 다음 해에는 조금 더 신경써서 챙겨주리라. 꼭 스트라토 몫의 초코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초코라도. 레이니・왈츠는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아, 그러고보니, 다른 분들에게도 나눠주셨나요. 찰렌타인 시즌도 오늘로 끝이니, 제가 거의 마지막이겠지만.”
이쪽으로 말하자면... 미스 니시카타에겐 주지 못했다. 초콜릿이 처치곤란이라고 하였기에. 언그레이와 원더에게는, 줄 타이밍을 놓쳤다. 겨우겨우 건네준 것은 메이사와, 다이고 정도일까.
바짝 따라붙는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뒤에 바짝 따라붙은 이 발소리가, 뒤에서 오는 이 압박감이... ....역시 생각보다 견디기 어려운데... 당장이라도 뒤로 빠져서 추입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 블러핑이고 자시고 아무 의미도 없이 스태미나 낭비만 하게 되니까... 입술을 꽉 깨문다. 어떻게든 버티자. 뒤로 갈 수 없다면, 앞으로 더 나아가서 거리를 벌리면 돼!!
"하하... 진짜.... 대체 이런 걸 어떻게 하는거야!"
도주랑 선행인 애들은 이런 걸 어떻게 견디는거야??? 비법이 있다면 좀 배우고 싶다. 배우기도 전에 이 레이스는 끝나버리겠지만... 울퉁불퉁한 땅에 넘어지지 않게 신경도 곤두서는데, 거기에 뒤에서 압박감과 초조감까지... ....더 가속을 해보지만 이걸로 뿌리칠 수 있을지,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음~ 일반인을 위한 보통, 곱배기, 특곱배기가 있고요. 우마무스메 전용 보통, 곱배기, 특곱배기, 특특특곱배기가 있습니다."
맨 마지막은 아직 아무도 주문하지 않았지만, 사실 특특특특특특곱배기도 가능은 하거든요? 추가요금이 좀 붙지만 아무튼 파파한테 말하면 뚝딱 해준단 말씀. 그나저나... 양을 물어본다는 건... 이 사람 히토미미지만 많이 먹는 쪽인가? 많이 나오는 쪽이 좋은걸까? 하아, 어쩔 수 없네. 히토미미 메뉴에 우마무스메 기준 곱배기 서비스는 또레나랑 우마그린한테만 해주는 서비스지만...
"뭐어, 보통으로 시켜도 많이 드립니다~"
배고픈 자가 있다면 먹여서 보내야지. 특별히 서비스 해주기로 할까. 이미 이 손님이 뭘 시키든 우마무스메 기준 곱배기 서비스를 해주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자, 그래서 주문은??
당신의 그 말에 멈칫했다가, 낯을 찡그리고서 비교적 커져 화난듯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그런 예의 하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일까. 눈치 보인다는 당신의 말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남의 눈치 살피면 마음만 상해." 나지막한 어조로 말한다. 어느 정도 남의 시선을 살필 수는 있으나, 그것이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 마미레의 생각이었다. 여기저기 눈 치보며 따지기 시작하면 그것은 끝이 없을 테니까. 언제까지나 남들의 시선에 모든 걸 다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었으니. 강요할 것도 아니라, 더 말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었다. 마미레는 슬쩍 당신을 곁눈질하다 입을 다문다. 그저 레그 프레스가 문제였다는 당신의 말에 마미레는 약간 심란한 표정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린다. 고민하며 생각하다가, 태연하나 조금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먼저 앉을 테니 내 무릎 위에 앉아서 해볼래?"
그러면서 무릎을 굽혀 레그 프레스의 의자 부분을 살피는 것이, 진담은 아니고 의자를 앞으로 당기며 각도를 올릴 수 있는지 살펴보려는 것 같다.
주방에 그렇게 말하긴 하지만, 금새 쪼르르 주방에 들어간다. 요리를 시작하려는 파파에게 귀엣말로 '곱배기 서비스 부탁해~'하고 전한 후 다시 카운터로 나왔다. 그리고 묘하게 뿌듯한 얼굴로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을 보자- 어이쿠, 저쪽도 나를 보고 있었다. 눈과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어.
"...?"
뭐가 묻었나? 무슨 일이지? 살짝 시선을 내려서 옷을 보지만 딱히 뭔가 묻은 것 같지는 않은데. 우리, 일단 음식점이라 청결엔 신경쓰고 있고.... 아, 아니면 그건가. 츠나지에는 트레이너가 많다. 그것도 그냥 수트 차려입고 트레이너 배지를 단 트레이너가 아니라 그냥 저기 어선에서 그물 끌어올리는 머리 벗겨진 아저씨(단골이다)도 트레이너 자격증이 있고, 저쪽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할배도 소싯적에 트레이너였다. 그냥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일곱은 트레이너 자격증이 있거나, 준비중인 사람이다. 음, 그래. 저기 구석에서 죽을 상으로 돈카츠 먹고 있는 사람도 시험 준비중일걸 아마...
그리고- 그런 자격증을 가진 트레이너들, 혹은 예비 트레이너들은 오가는 우마무스메들을 뚫어져라 보거나, 관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드물지만 진짜 길거리 캐스팅처럼 스카우트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러니까, 눈 앞의 이 손님도 그런 것이 아닐까? 라고 합리적인 추론을 해본다.
초조해, 초조하다. 아무리 도망쳐도 따라붙는다.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뒤에 있다니. 생각만해도 버거운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었다. 뛰어서 나는 것과는 다른 땀이 이마를 적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도망친다, 도망친다. 이제와서 후방 각질로 빠지려고 해도, 이제는 틈이 전혀 없어서——
"—?!"
발소리가, 기척이 멀어진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상대방의 스태미나가 다한 것인지, 내가 무의식중에 가속을 한 것인지... 아니.. 속도는 똑같아. 그러면 저쪽이 먼저 나가떨어졌다는 걸까. 다소 신경은 쓰이지만, 아까처럼 몰아붙이는 압박감은 덜하다. 이대로라면, 갈 수 있다!!
"하하... 다행이다...."
초조함에 살짝 떨리던 다리도 이제는 나아졌다. 다시 땅을 박차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익숙하지 않은 위치더라도, 어차피 단거리야.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달리면...
//나니와 눈에 흙들어간게 다행이라고 하는 것 아님 절대 아님./..ㅠㅠㅠㅠ쓰고나니 이상하잖아 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