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모르겠다는 말에,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대답했다.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어. 삶을 살아가는 오답 노트가 있었으면 좋겠어. 확실한 근거로,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하는게 정답이라는걸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어. 레이스에서 졌을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 지, 우울할땐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와야 하는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도. 그리고,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너한테는?"
떨쳐진 팔. 하지만 다시, 당장에라도 붙잡으려는듯. 네가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전력으로 뛰어서 널 반드시 잡아내고야 말겠다는듯. 그게 안된다면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면서라도, 창피를 겪어서라도 널 말리겠다는듯. 네 눈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내지 않을거야. 평생 후회할테니까.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무리 널 때리고 싶고, 미워해도, 스스로를 상처입히려는 사람을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어."
왜, 그러면 안되기라도 해? 나도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상처입히는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수많은 모순과 자기혐오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과 말들로 점철되어 있더라도. 어리광을 부리면 안되는거야? 상처받는 널 가만히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행동하면 안되기라도 하는거야? 그렇지 않잖아.
"상관없지 않아. 내 꿈때문이 아니야. 나한테, 혹은 다른 사람에게 튈 불똥 때문이 아니야."
"...네가 걱정된다고."
내가 바란건 이런 결말이 아니었어.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상처받기 두려우니까. 남에게 상처를 준다는게 얼마나 아픈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가만히 내버려진다는게, 길바닥에 버려지는 쓰레기같이 홀로 남는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사실은 우리가 상냥하기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기에, 이렇게 행동한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어.
"내말이 말이제... 허락하기 전에 내랑 이야기하므는 덧나나... 하아. 쩔수 없제. 이미 된거..."
표정이 굳어있다가, 이내 씁쓸히 웃고 만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딴에는 잘 하려고 했겠지만... 자신으로써는 한다 하더라도 먼저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물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뛰는게 토레나가 아니라 나잖아. 그런 기대는 오히려 독이라고.
"... 내 동생들이 너무 거서 먹으므는 내나 어무이가 해주는 밥을 안 묵게 되이께 그러는기라... 너무 맛이 좋아사서 그러는기제. 미안테이..."
정말, 고맙긴 하다. 하지만... 이웃이라 하더라도, 빚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돈에 쪼들려서 살아 온 것이 자신의 일생 전부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그 호의를 순진한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말, 정말 그렇게 마음 써주는 것은 고맙지만... 혹여, 그것을 권리로 알고 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철이 들어야 온건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착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를 이야기기에.
"... 물론, 내도 쉽게 져 줄 생각은 없으야... 하지마는... 생각할게 많아지는구마... 진짜, 이야기는 고맙지마는... 하아."
예전에는, 이 밤색머리 우마무스메에게도 꿈이 있긴 했다. 하지만... 병약함과, 신체적인 한계로, 그 꿈은, 계속 작아졌다. 삼관 우마무스메에서, 중앙 우마무스메로. 중앙 우마무스메에서 지방 우마무스메로. 그리고...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 족한 우마무스메로.
... 사카나 삼관은, 예전에 꿈 꿔왔던 빛바랜 꿈을, 조금이나마 충족하고 싶었기에 등록을 한 것이였다.
웃는다! 다행이다, 이건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그런가... 맛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도시락을 싸오겠다는 걸 사양해서 그런 거였군, 오늘 또 하나 배웠다. 다이고의 경험치가 1 증가하였다!
"맞슴다, 간도 적당하고, 풍미도 있고..."
고갤 끄덕이면서 맛이 좋았다는 것을 재차 어필하던 다이고는 잠시 말을 흐리는 히다이의 모습에 이번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싶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에 들려온 것은 말을 놓을까? 라는 물음. 그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이어지는 변명(?) 비슷한 부연설명에 다이고는 말없이 귀를 기울였다. 직장 동료긴 하지만 나이차가 많지도 않고, 히다이 쪽이 연상이라서 다나까로 말하는 게 불편하다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한데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면 밥도 같이 먹을 테니 좀 더 편하게 지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런 말.
>>333 나니와쨩... 와따시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wwwwwwwwwwwwwwwwwwwww 와따시의 뇌내망상은 하핫 레이니쨩~ 에비후레 타베루? 모오~ 쇼가나이나~www 였지만 미쳐버릴것같은www 전 어장을 보시면 미쳐말라가는 와따시를 볼 수 있는 wwwww 하지만 너무 즐거운wwwwwww
우리집 밥이 너무 맛있어서 애들이 거기만 갈라고 한다 → 그럼 집에서도 하야나미의 맛을 느낄 수 있게 가르쳐주면? → 와 집밥도 잘 먹고 하야나미에도 자주 먹으러 올 수 있겠지(?)라는 단순한 사고에서 나온 말인데. 듣고보니 어째 '너네집 요리 개못해❤️'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살짝 당황했다. 아,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
"앗, 아니. 나니와네 집이 요리를 못한다는게 아니라! 하야나미랑 비슷한 맛을 낼 수 있게 되면 애들도 그렇게 막 가리진 않을 것 같고.. 우리집 야채볶음 같은 레시피도 있으니까 그, 재료도 그렇게 많이 타지 않을 것 같고?? 아무튼 그, 나도 일단 어느 정도는 할 줄 아니까." "필요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정 필요하다고 하면?? 내가 가서 가르쳐줄 순 있는데?? 레시피같은거."
음식점이 레시피를 그렇게 막 뿌려도 돼?라고 말한다면, 뭐 딱히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레시피를 뿌려도 해먹을 사람만 해먹지 대부분은 귀찮다고 우리집으로 먹으러 올테니까. 아무튼 다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다시 삼관 이야기로 돌아간다.
순간 멈칫하고 멍하니 당신을 본 것은 자신의 잘못은 아니리라. 아니, 거기서 패드립을 박아버리시면...(?) 아니, 그게 아니지. 그래도... 사실 그 재료 부터가 다르단 말이지... 어무이가 요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숙주나물과 간장만으로 얼마나 맛있게 하시는데...
...하지만 역시 아이들이 그것에 물려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아하하... 하하... 잠만. 잠만..."
조금 어지러웠기에. 아니, 그런 소리를 정면으로 들으면 아무리 멘탈이 강해도 흔들릴 거야...
"... 그러므는 좋기는 허겠구만... 헌디 싼 야채로 부탁하꾸마..."
야채도 비싼 녀석은 비싸더라. 그, 뭐더라. 아스파라거스...? 그건 얼마나 비싸던지.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당신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