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솔직하게 기쁘다. 타인에게 쓸모를 인정받는 건 좋은 일이니까. 가족 바깥의 인원, 그것도 접해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어쩐지 내가 제대로 세상에 녹아든다는 기분을 주니까, 그건 나에게 정말 절실한 인정이었다. 서툴게나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건 그 덕분이었다.
"그... 다행이네요. 입맛에 맞으셨단 거죠? 뭐 좀 짰거나, 너무 달다 싶으면 말하시고. 아, 그리고..."
히다이는 시라기의 트레이너 파일을 열람했다. 팀을 결성하기 전이었다만. 나름 비슷한 또래의 동성 트레이너라는 흔치 않은 인간이어서 친구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찾아봤을 때 시라기 다이고는 본인보다 연하였으니까.
"우리 말 놓을까?"
"직장 동료라곤 해도 보니까 우리 그, 3살밖에 차이 안 나서. 내가 좀 더 연상이기도 하고... 늘 다나까로 말할 수도 없잖아요. 밥도 같이 먹는 거면은 좀 더 편하게 말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가. 형이라고 불러도 되고, 아니면 그냥 이름 불러도 되고..."
도무지 모르겠다는 말에,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대답했다.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겠어. 삶을 살아가는 오답 노트가 있었으면 좋겠어. 확실한 근거로,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하는게 정답이라는걸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어. 레이스에서 졌을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 지, 우울할땐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와야 하는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도. 그리고,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너한테는?"
떨쳐진 팔. 하지만 다시, 당장에라도 붙잡으려는듯. 네가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전력으로 뛰어서 널 반드시 잡아내고야 말겠다는듯. 그게 안된다면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면서라도, 창피를 겪어서라도 널 말리겠다는듯. 네 눈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내지 않을거야. 평생 후회할테니까.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무리 널 때리고 싶고, 미워해도, 스스로를 상처입히려는 사람을 가만히 두고 볼 순 없어."
왜, 그러면 안되기라도 해? 나도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상처입히는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수많은 모순과 자기혐오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과 말들로 점철되어 있더라도. 어리광을 부리면 안되는거야? 상처받는 널 가만히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행동하면 안되기라도 하는거야? 그렇지 않잖아.
"상관없지 않아. 내 꿈때문이 아니야. 나한테, 혹은 다른 사람에게 튈 불똥 때문이 아니야."
"...네가 걱정된다고."
내가 바란건 이런 결말이 아니었어.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상처받기 두려우니까. 남에게 상처를 준다는게 얼마나 아픈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가만히 내버려진다는게, 길바닥에 버려지는 쓰레기같이 홀로 남는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사실은 우리가 상냥하기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기에, 이렇게 행동한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관없어.
"내말이 말이제... 허락하기 전에 내랑 이야기하므는 덧나나... 하아. 쩔수 없제. 이미 된거..."
표정이 굳어있다가, 이내 씁쓸히 웃고 만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딴에는 잘 하려고 했겠지만... 자신으로써는 한다 하더라도 먼저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물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뛰는게 토레나가 아니라 나잖아. 그런 기대는 오히려 독이라고.
"... 내 동생들이 너무 거서 먹으므는 내나 어무이가 해주는 밥을 안 묵게 되이께 그러는기라... 너무 맛이 좋아사서 그러는기제. 미안테이..."
정말, 고맙긴 하다. 하지만... 이웃이라 하더라도, 빚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돈에 쪼들려서 살아 온 것이 자신의 일생 전부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그 호의를 순진한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말, 정말 그렇게 마음 써주는 것은 고맙지만... 혹여, 그것을 권리로 알고 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철이 들어야 온건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착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를 이야기기에.
"... 물론, 내도 쉽게 져 줄 생각은 없으야... 하지마는... 생각할게 많아지는구마... 진짜, 이야기는 고맙지마는... 하아."
예전에는, 이 밤색머리 우마무스메에게도 꿈이 있긴 했다. 하지만... 병약함과, 신체적인 한계로, 그 꿈은, 계속 작아졌다. 삼관 우마무스메에서, 중앙 우마무스메로. 중앙 우마무스메에서 지방 우마무스메로. 그리고...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 족한 우마무스메로.
... 사카나 삼관은, 예전에 꿈 꿔왔던 빛바랜 꿈을, 조금이나마 충족하고 싶었기에 등록을 한 것이였다.
웃는다! 다행이다, 이건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그런가... 맛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니라 도시락을 싸오겠다는 걸 사양해서 그런 거였군, 오늘 또 하나 배웠다. 다이고의 경험치가 1 증가하였다!
"맞슴다, 간도 적당하고, 풍미도 있고..."
고갤 끄덕이면서 맛이 좋았다는 것을 재차 어필하던 다이고는 잠시 말을 흐리는 히다이의 모습에 이번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싶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에 들려온 것은 말을 놓을까? 라는 물음. 그리고 대답하기도 전에 이어지는 변명(?) 비슷한 부연설명에 다이고는 말없이 귀를 기울였다. 직장 동료긴 하지만 나이차가 많지도 않고, 히다이 쪽이 연상이라서 다나까로 말하는 게 불편하다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한데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면 밥도 같이 먹을 테니 좀 더 편하게 지내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런 말.
>>333 나니와쨩... 와따시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wwwwwwwwwwwwwwwwwwwww 와따시의 뇌내망상은 하핫 레이니쨩~ 에비후레 타베루? 모오~ 쇼가나이나~www 였지만 미쳐버릴것같은www 전 어장을 보시면 미쳐말라가는 와따시를 볼 수 있는 wwwww 하지만 너무 즐거운wwww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