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렌타인데이까지 수급할 수 있는 코인의 평균치(혹은 최대치)를 일괄지급한다던가...? 일단 스탯은 맞춰놔야 레이스 참가도 할 수 있고 할테니까 아니면 신입 한정으로 일상이나 인&콜 제시/반응시 코인을 일정량 더 준다던가 이 경우 [신입]이란 트레잇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유지할지도 정해놔야겠군...
엄청나다는 반응이 돌아오자 사미다레가 작게 웃었다. 쑥스러운 것 같기도, 조금은 자랑스러운 것도 같은 웃음소리다. 정성을 잔뜩 담아 만든 게 맞으니 그럴 수밖에. 꼬리가 두어 번 크게 흔들린다.
"메이도, 선물 고마워. 잘 먹을게."
선물은 집에 돌아가서 풀어야겠다 생각 중이기에 아직 포장은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바보 같은 우마무스메……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고. 알게 되더라도 그리 폭탄 같은 재료까진 아니니 다 먹겠지만서도. 사미다레는 저 역시 오른손을 내밀어 메이사의 손을 맞잡았다. 강하지 않은 힘으로 굳게 맞잡히는 두 손. 사실, 사미다레는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레이스를 좋아하느냐 하면 조금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자극에 민감한 기질과 무한한 경쟁 체제는 짝이 잘 맞는 관계가 아니니까. 1착을 노리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내가 더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타인의 꿈을 좌절시키는 일이 늘 조금은 두렵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다.
"응. 나 말고 다른 우마무스메한테 지면 안 돼."
그렇게 청춘과 스포츠 정신 넘치는 대화 한창 하고 있었으나…….
"아, 아저씨… 하남자, 쿠, 쿠소……?"
사미다레의 기준으로 너무 심한 모욕에 입이 떡 벌어진다. 못 이기면 큰일이다! 이와시 캔, 사실은 트레이너님의 명예를 건 대리 결투장이었던 거야……?
"어, 어른한테 그런 말 하면 못 써……."
사미다레는 버벅거리다 이렇다 할 말 찾지 못하고, 뻔한 꾸중 같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내기라고 했으니 상호 협의는 됐겠지만서도.
"에~ 그치만 재밌잖아?? 뭐, 어차피 내가 이길테니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내가 이와시캔에서 사-미나 나니와한테 지면 그냥 하또라고 불러야하니까."
그러니까 뭐, 그때까지는 슈뢰딩거의 쿠소닝겐이란걸로. 사-미의 꾸중 같은 뻔한 말을 히죽 웃으면서 흘려넘긴다. 뭐 정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면...
"아니면 사-미가 날 이겨서 저지하면 되잖아? 할 수 있다면 말이지~"
레이스에서 날 이기면 하또의 명예도 지키고, 삼관 중 1관까지 차지할 수 있다. 그렇다. 사-미가 정말로 하또를 이것저것 수식어가 붙은 쿠소닝겐이라고 부르길 원치 않는다면 지금으로써는 그 방법 뿐이다. 아, 물론... 가능하다면 말이지? 나.. 조금은 강해졌다고? 가볍게 쥐고 악수를 나누던 손을 슬그머니 뗀다. ...이제 다음에 마주치는 건 경기장에서겠지.
".....내기가 없었어도, 최선을 다해서 달릴거야. 달리는 건 즐거우니까."
레이스를, 중앙을 목표로 할 지 어떨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달리는 건 좋지만 레이스를 좋아한다고 묻는다면, 글쎄, 그것 역시 모르겠다. 일단은 달리는 게 즐거우니까, 달린다. 그 정도로 해둘까.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상경주에 나가도 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장난으로 시작한 일로 인해 사람들이 다쳤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직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지만, 받아준다는 사람에게 계속해서 같은 말 꺼내는 것도 실례겠지. 사미다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 사실 방금 긴장해 있던 것도달려서그런게아니라찔려서그런거였고요거짓말해서죄송합니다. 이야옹이를내치기엔제마음이너무약했던거겠죠하지만보고있자니자꾸만가슴이뭉클해지고안쓰러워서그만……!"
긴장이 한계에 달하게 되자 모르던 재능이라도 깨우쳤나 보다. 속사포처럼 내뱉으면서도 조금도 말 더듬지 않고 즉석으로 우다다 쏘아낸다. 제 말도 다이고의 말도 한 귀로 들어가 한 귀로 나오는 무아지경의 경지를 헤매다, 조금 늦게 다이고가 뭐라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 민망해졌다. 설레발이잖아! 민망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빨개진 얼굴 마른세수하듯 박박 문지른다. 그러다 손바닥 안에 푹 파묻힌 고개 살짝 들어, 눈만 빼꼼 내밀고 슬쩍 묻는다. 얼굴은 인간이었다면 귀까지 빨개졌을 정도로 여직 새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