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진담으로 받아들일까 걱정했는데, 메이사는 어련히 농담으로 들어준 듯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메이사가 안도의 한숨 조그마하게 내쉰 건 눈치채지 못하고……. 초콜릿 주고 싶다는 말은 꺼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선물을 주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가 고민이자 관건이다. 머릿속으로 말 고르는 사이 메이사의 선물이 더 빨랐다. 사미다레는 선물을 받아들자마자 그것으로 눈 아래까지의 얼굴을 다 가리고 꼬리를 펄럭펄럭 흔들었다. 민감한 기질은 기뻐도 떨리고 싫어도 긴장하기에,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자 그런 것이다. '특별히'라는 말이 조금 기쁘기도 했고. 사미다레는 눈만 빼꼼 내민 채로 숫접게 웃어 보이곤, 뒤돌아 등 돌린 채 자신이 챙겨 온 가방을 열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잠깐 들려오더니 이윽고 나온 것은…….
"이, 이와시 캔의 라이벌로서, 진심 도전이야……!"
벽돌……? 아니, 투명한 비닐 재질 너머로 보이는 부분을 잘 보니 초콜릿이다. 하지만 얼핏 벽돌로 착각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두께의……. 물건의 정체는 모양틀로 굳힌 알록달록한 초콜릿 장식들과 건과일, 크런치칩, 마시멜로,식용 펄, 슈가 파우더, 기타 데코레이션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바크초콜릿이었다. 특히 가운데에는 반구형의 퐁당 초콜릿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고, 그 표면에 초콜릿 펜으로 그린 「결투」라는 글자가 해서체로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아기자기한 곰돌이 하트 별모양 장식과 어우러져서 상당히 괴리감이 느껴지지만 말이다. '바크'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초콜릿 판을 10겹은 되어 보이게 덧붙여 벽돌로 착각할 만치나 두툼하기까지 했다. 각각의 판 사이사이에는 잘게 부순 오레오 쿠키와 잼과 크림까지……. 이 이상의 묘사는 생략해도 되리라. 그런 흉악하고 무시무시한 물건을 내밀며, 사미다레는 여전히 메이사의 앞에서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최근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어떤 트레이너에 관한 소문이었는데, 바벨을 덤벨처럼 들어올린다거나, 악력이 100 얼마라던가, 괴물이라던가, 변장한 우마무스메라던가... 아무튼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소문의 주인공이 니시카타 트레이너였다고.
어쩐지 이름없는 모브말딸 몇이 제 주변에서 유난히도 수군대더라니... 「야나기하라 트레이너, 목숨이 위험한 거 아닐까」 「그래도 저 사람 앞에선 '괴물'이 얌전해진다던데」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괴물'이 날뛰면 야나기하라 트레이너를 고기방패로 내세우면 되겠다」 등등 물론 소문이든, 수군거림이든, 대꾸할 가치도 없다 생각하고 그냥 넘겼었다.
그리고 그 뜬소문의 절정이 지금, 코우의 눈 앞에 있었다. 뭔가 엄청 길게 쓰여있긴 한데, 결국은 소문의 주인공을 돌려까는 내용이었다. 발 없는 말(word)이 천리 간다더니, 요즘 아이들 참 무섭다. 코우는 대자보 앞에 쪼그려앉아, 종이에 「105」와 「169」가 적힌 부분만 찢어낸다. 이런다고 해서 소문이 갑자기 사그라들진 않겠지만?
순간 벽돌을 받은 줄 알았다. 엄청난 두께다. 포장 너머로 보이는 그 초콜릿은 누가봐도 진심 도전장... 아니, 결투장 초콜릿이었다. 아니, 적혀있잖아. 불빛이 적어서 눈을 한껏 찌푸리고 봐야했지만 확실히 적혀있다. 결 투 라고 말이다.
"와, 와아. 엄청나다...."
결투라는 글자랑 여기 장식들이 엄청난 괴리감을 만들어내고 있어. 그리고 두께만 봐도 한 입으로 하루 필요 칼로리와 당수치를 전부 뛰어넘어버릴듯한 위용이다. 이걸 내밀고 있는 당사자가 얼굴을 수줍게 붉히고 있다는 점도 만만찮게 괴리감을 자아내고 있구나. 뭔가.. 굉장히 굉장해.
"고마워, 사-미. 이 도전장, 잘 받았다!"
가방에 들어가나? ...오,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네. 가방에 초콜릿을 넣고 사미를 향해 똑바로 선다. 이 정도의 도전장이라면, 받는 쪽도 성의를 보여야 하는 법. 그러니까~
"이와시캔, 절대 지지 않을거니까. 1착은 나야."
오른손을 내민다. 라이벌로서, 같은 레이스에 출주해 1착을 노리는 입장으로서, 공정하고 당당한, 부끄럼 한 점 없는 경기를 하겠다는 각오를 담은 악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뭐, 사실 진심 도전장 안 받았어도 절대 안 졌을테지만. 사실 쿠... 아니, 하또랑 내기를 했거든. 내가 이기면 '아저씨 냄새나는 하남자 쿠소닝겐'이라고 부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