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48074> [반상L] 딜레마의 배심원 -재판장 3- :: 196

캡틴 ◆B..eEWGcm.

2023-09-11 13:56:21 - 2023-09-15 23:27:04

0 캡틴 ◆B..eEWGcm. (3lTBShcD1U)

2023-09-11 (모두 수고..) 13:56:21

'딜레마의 배심원'의 캐입스레입니다.

※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이전 재판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25066
휴게실(잡담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7
시트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09080

웹박수: https://forms.gle/tjUf9r21RCNonJqA7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94%9C%EB%A0%88%EB%A7%88%EC%9D%98%20%EB%B0%B0%EC%8B%AC%EC%9B%90

146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15:43

"... 저, 마사와 같이 해외여행... 갈거니까... 언젠가... 1년, 2년 정도 지나고 나서... 한번 만날수 있다면... 만나는건, 어떨까요...?"

볼을 긁적인다.

"... 아, 이건... 마사에게 물어보는게 먼전가... 마사... 마사?"

147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18:42

"여행은 아니고 유학이야."

마사는 간단하게 말하고 대답하지 않는다.

무표정이다.

148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19:58

>147

"... 으, 우... 그... 난, 학교... 안 가고 싶은, 데..."

149 박권태 (d19ItI/PcY)

2023-09-12 (FIRE!) 23:23:45

>>139 세이카
그러냐. 그럼 됐어. 아저씨는 그런 거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전화번호를 알아도 보낼 수 있나 그거? 지금 알려줄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네...
(권태는 사마엘의 책상으로 설렁설렁 걸어간다. 종이와 펜을 찾으려는 듯 하다.)


>>140 옥사나
...... (눈을 한껏 찌푸린 게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듯한...) ... 아는 거 많아서 좋겠네, 의사 나으리. 근데 그거 아나? 한국에는 장유유서라는 게 있어서 웃어른을 놀리면 크게 혼난다...!

150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26:57

>>148 "고등교육은 꼭 마쳐야 한다구. 이렇게 되었으니 세이카도 영어를 공부해야 해!!"

꽤 단호하게 말한다.

151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27:11

>>149 "아, 네, 그렇게 알고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다. 뭇내, 좋은 듯 하다.

152 옥사나 하네즈카 (96oVR4x1io)

2023-09-12 (FIRE!) 23:27:34

"유학인가요."

마사씨의 말에 조금 그렇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뭐 세이카씨도 이제부터는 살아가야 하니까요. 스스로 나아갈 수 있어야해요. 학교는 꼭 다니는게 좋답니다."


>>149 권태

"그런. 그건 저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푸흣 하고 웃으면서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권태씨는 이제부터 무얼 하실건가요?"

153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27:39

스크린을 바라본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이제 사라진 사마엘의 자리를 본다.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책의 끝 페이지에 도달한 느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만족스러운 엔딩을 기대했건만, 그 종이 뒷면에는 백지 밖에 없는 느낌?

...

스스로 채워야 하는 건가.

세이카가 만지작거린 귀걸이에 손을 댄다. 마음 속의 종이에 펜을 가져다대고 생각한다.

해야하는것, 하고 싶은 것, 생각도 못해 보았던것. 그것이 하나가 되어 마음속에서 어른거린다.

버킷리스트 같은 것은, 만들어 본적도, 만들 엄두를 낸 적도 없지만, 그 만큼, 막상 선택지가 도래하니... 무엇보다고 절박한 소망이 작은 가슴을 채운다. 그 앞의 발걸음은, 흑발의 아이의 모양을 가지고.

멍하니, 귀걸이를 만지고 있다가 생각한다.

그 아이를 만나면?

생각한 질문, 생각한 반응, 생각한 발걸음,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지는 오래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까. 멍한 머리 속에서 단어의 조합이 떠오르다 만다. 몇몇 단어는 보다 오래 그 윤각을 새긴다. 귀걸의 모양을 따라 꾸욱, 손마디를 누르면, 그 기하학적인 문양이 지문에 새겨지는 것처럼. 신앙의 그 특직정인 장식은, 제제의 기억보다 오래 그녀와 함께한 존재였다.

아마, 그 아이, 이 문양을 다시 보게된다면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

씨앗에 물을 주면 꽃을 피우는 자연의 원리처럼, 그 생각또한 손쉽게 행동으로 번역이 된다.

구석에서 제제는 아무 말도, 전조도 없이, 그 두 귀걸이에 손을 댔다. 아무리 어릴때부터 써와 익숙해져도, 귀걸이가 무겁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국에 이것 또한, 제제 그 스스로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 자체로 죄악은 아니였던 것이다. 자기자신을 속일 이유가 이제 없어진 소녀는, 귀걸이를 잡아 당겼다.

피가 튀겼다.

쨍그랑.

제제를 평생 속박한 그 두 금붙이는, 아무 저항없이 땅에 떨어져 소음을 자아냈다. 스스로의 육신을 제외하면, 결국 그 것을 그 자리에 강제하는 것은 없었다. 놀랍게도, 제제가 그것에 손을 데었다해서 천지가 개벽하는 것은 없었고, 지진이 땅을 가르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결국에 그저, 아무 힘도 자아도 주관도 없는 하나의 쇳덩이에 불과하였으나.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 고통과 손을 따르는 흔적의 핏줄기가 확실히 그 대가가 있음을 견고히 주장했으니. 뜯겨나간 살점은 다시 돌아오지 ㅇ낳을것이고, 제제의 양 귀에는 영원히 뜯겨나간 자국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결국, 고통을 동반하는 법이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제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 한숨의 의미는 스스로도 잘 몰랐으나, 아마 안도감이라고 생각했다.

154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30:10

>>153 ".ㅇ, 에...!?"

"의사, 의사...! 옥사나씨...!!!"

155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32:33

>>143 세이카

"만들 수 있는겐가?! 맙소사..."

문명이 허락된 제제의 동공이 떨린다...
처음 맛보는 도파민의 피카추에 중독되지 않기를.

>>145 옥사나

푸흐, 하고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그러면, 뭐,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와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에, 혼자는 확실히 힘들거 같기도 하고...
가벼운 생각이다. 아마 마음은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글쎄."

여러 장소가 떠오른다.

'집'이라던가.

16세의 인생을 함께한 그 곳. 나의 사랑하는 자들이 잠든 그곳.

하지만 돌아가도 되는지는 잘 모르기에, 그저 흐리게 웃는다.

"그대는?"

156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34:46

살인자들끼리 연락해도 세간에서 좋은 시선은 받지 못할 터이다.

세이카는 그것을 알고 있는 걸까.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보이는 세이카를 조금 불만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용서하지 않는다는 표가 나온 이상 누군지 서로 캐게 될지도 모른다.

거기다 세이카는 먼 발을 양보한 번외라 치더라도 마사를 동정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더 생겨나면 솔직히 그녀 자신에게는 좋을 게 없다.

"난 돌아갈게.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

마사는 냉랭하게 등을 돌린다.

157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3:36:36

>>153 >>155
무슨 일이 터질 것 같기는 했지만 이런 식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아픈가요 제제씨."

의외로 담담한 기분입니다.
아이가 나아간 것에 기뻐해야할까요.
제제씨에게 다가가 곧바로 응급처치를 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소독, 지혈. 봉합수술을 하려면 의무실까지는 가야하니까요. 여기서는 응급처치만을 행했습니다.

"글쎄요. 우선 지금 당장은 의무실이겠네요."

갈 곳은 이미 정해져있다면서 불평을 하듯이 소리를 내었습니다.
곧바로 제제씨를 부축하며 의무실로 향하려 합니다.

"그 다음은... 글쎄요. 우크라이나는 어떨까요."

158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41:55

>>154 세이카

시선을 끌거라고는 진심으로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대단한 행동력 납셨다.

"아아, 괜찮다네."

>>156 마사

"잠시만. 그대."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이라는 생각에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조금 후에 찾아가겠네."

기다려줄 의향, 있는가?

>>157 옥사나

"으음, 미안하군. 이렇게 신경 쓰게 할 줄은..."

눈가를 찡그리며 옥사나의 손길을 허락한다.

"아, 물론 아프긴 하네만. 문제 될 것은 없네."

고개를 도리질하지만, 결국 의무실로 끌려가는 듯하다.

"?! 꽤, 음, 멀군... 이유는 있는가?"

자신이 찾는 아이는 미국에 있지 않을까, 하고 연상한다.

...아니면, 생각보다 먼저 만날지도 모르지. 그 아이도 이 것을 지켜보고 있다면. 나를 찾으러 와준다면.

옅은 가능성의 이야기지만.

159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45:04

>>158 불려진 것에 놀란 듯 제제를 돌아본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지만 결국 말하지 않고 돌아간다.

제제가 말한 것은 통보에 가깝다고 이해한 모양이다.

160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3:49:18

>>158 제제

"어머니의 고향이라서요. 묘지도 거기에 있답니다. 집에서 나설때는, 부모님께 인사해야죠."

게다가 지금은 일본 국적이지만 여러모로 쓰기 불편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능하면 익숙한 나라가 좋겠어요.

"그리고 바깥에서는 만에하나 이런 일을 벌일거라면 제대로 말하고 해주세요. 오히려 여기보다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161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0:08

【 엔딩을 시작합니다. 모든 역극을 멈춰주세요. 】

162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0:54



いずれ来る寂滅 自ずと判明する判決に泣いて
メーデー メーデー って子供みたいに泣きじゃくる無邪気な愛で...


“여어. 사마엘.”

노랫소리 들려오는 어두운 재판장으로 포르르 날아오는 뱁새 한 마리. 하얗고 작은 새는 사마엘의 책상 앞에 내려앉는다.
상사가 찾아오자 잠깐의 휴식이 끝났다. 읽고 있던 태블릿을 내리며 사마엘이 뱁새를 노려본다.

“...... 미카엘, 할 일도 많으면서 또 농땡이 부리십니까?”

163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2:15

“농땡이라니 너무한데. 나는 그저 재판이 잘 끝났나 살펴보려고 온 것 뿐이라고.”
“최종 판결 보고서는 이미 전송됐을 텐데요?”

인간과 유사한 몸뚱이를 가진 존재는 저 작은 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세 쌍의 날개로 덮힌 안구가 샐쭉해진다.

“사마엘 너도 알듯이 이 표본은 다른 표본과는 구별되는 특수한 시스템이 적용되었잖나. 이 곳에 걸고 있는 기대가 특히 커. 그러니 여기의 담당자한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만...”
“후... 귀찮게.”
“너무 대놓고 귀찮아하는 거 아닌가?”

샐쭉하게 노려보는 사마엘을 따라 뱁새도 눈을 가늘게 뜨고 흐흐 웃는다.

“심통난 걸 보아하니 전원 무죄 판결인가?”
“......”
“정답이군.”

고개를 홱 돌리는 사마엘. 아랑곳하지 않고 뱁새가 책상 위에서 알짱거린다.

“죄인을 못 죽여서 짜증 많이 난 건 알겠다만, 그러고 있지 말고 이야기라도 해보게. 응? 죄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왔나? 이제부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 같나? 응?”
“...... 귀찮게.”
“귀찮다는 말만 두 번 하지 말고.”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 사마엘이었지만, 들고 있던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뱁새도 같이 볼 수 있도록.

164 제제 르 귄 (qkLM3iOlDI)

2023-09-13 (水) 00:04:05

>>159

...

후에, 마사의 문에 콩콩, 소리가 난다.

>>160

"아하."

그것또한 예상 못했다는 듯이 눈을 깜박인다.

...아니, 아예 옥사나같은 어른에게 어머니란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새로웠던게 아닐까.

한번, 자신도 묘지를 찾아서 가는 상상을 한다. 어머니, 아버지를 포함한 자신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자들이 잠든 곳, 모두.

원하지 않는 다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찾아갈 용기는 없기에, 그 마음은 치워둔다. 무엇보다, 거기에 있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육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의미 있는 생명, 주관, 삶, 영혼같은 것은 스스로의 손으로 꺼버렸으니. 그럼으로 그 마음은 일단 삼켜두고,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인다.

"그 건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네만."

웃으면서 너덜한 귀에 손짓을 한다. 이제 딱히 떼버릴 귀걸이도 없으니, 라며. 나름의 농담일까.

165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6:35

“첫 번째 죄수는... 박권태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하지 않는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자신의 딸, 예담이가 좋은 부모 밑으로 입양되길 원한다.” “

“소원이 이루어지지는 못 했으니 죄인의 자식이 그 방에서 나오게 될 일은 없겠군요. 죄인이 딸을 만나러 갈지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배심원들은 그를 용서해주었지만 그의 딸은 과연 죄인을 용서해줄지. 그 이전에 죄인이 딸의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지. ... 가끔은 모호하게 남기는 것도 즐겁겠죠.”

166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9:19

“두 번째 죄수는... 시미즈 마사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세이카와 함께 해외에 나가 살기위한 행정적인 절차나 금전적인 도움 등을 처리해주세요.” “

“행정 처리와 금전적 지원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해외에 나가는 정도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죄인이 과연 그 ‘수단을 가리지 않는’ 수단을 계속 사용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소원으로 바랐던 것만큼 풍족한 여행은 되지 못 하겠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즐기리라 예상해봅니다.”

167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1:01

“세 번째 죄수는 미나미노하라 세이카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언젠가, 다들 행복하게 재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 소원이 왔을 때부터 딴죽 걸고 싶었는데, 이건 오히려 소원이 이룰 수 있는 조건에서 실행이 불가능한 소원 아닙니까? 누구 하나 죽어야지만 소원을 이뤄드릴 수 있는데요. ‘죽은 사람 빼고 다들 행복하게 재회하기를’이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오히려 소원을 이룰 수 없게 된 지금이 이 소원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겠군요. 아무쪼록 바라는 소원을 위해 힘내보시길 바랍니다.”

168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3:09

“네 번째 죄수는 옥사나 하네즈카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범행 이전과 같은 삶을 살고싶다. 면허의 복구를 비롯 계좌압류해제등의 사회생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

“개인적인 감상으로 ‘감히?’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만 힘내서 참았습니다. 미카엘, 기특한 저를 칭찬해도 좋습니다. 아무튼... 소원을 이룰 수 없게 되었으니 의사 면허는 물론이고 쌓아온 부도 되찾기 힘들 터. 무너진 모래성을 다시 쌓아나가야 할 상황이 되었겠군요. 그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죄인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모래성이 지어질 확률이 조금 더 높지 않겠습니까.”

169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5:02

“마지막 죄수는 제제 르 귄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하지 않는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그 흑발의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은 모든지 들어준다. 소원권을 넘기는 일이 되려나? 하하...” “

“심상 독백에서 자주 나왔던 죄인의 미련이로군요. 들어드리기 어려운 소원은 아니었지만 결국 밀그램 측에서 도와주진 못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남은 건 죄인 스스로 이 아이를 찾아가는 것. 막이 끝난 뒤의 배우는 또 어떤 극을 펼쳐나갈지 참으로 궁금하지만... 구경할 수 없다는 게 슬프군요. 그렇게 생각하자면 판사석이 최고의 객석이긴 했습니다.”

170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7:02

I heard you don't have the right to hurt me like the others 'Cause we're way too similar
We're gunners in the rain. We decide which shot gets fired...


“언제 봐도 넌 참 취향이 이상해. 죄인이 고통받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

태블릿의 노랫소리보다 저 잔소리가 더 시끄럽다. 짧은 발표가 끝난 태블릿을 사마엘이 다시 제 품으로 가져온다.

“원래라면 전원, 즉결처형을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죄인이었습니다. 그런 죄인들을 모두 무죄로 풀어줘야 하는 간수장사형인의 입장도 생각해주시죠. 높으신 분들의 뜻만 아니었어도 이런 촌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아직도 밀그램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게냐?”
“살인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당연한 법칙 아닙니까.”

미카엘이 사마엘을 응시한다.

“이건 그 ‘절대적인 법칙’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텐데?”
“이 곳에 모인 죄인은 전원 살인이라는 극악의 죄를 저질렀다. 그런 인간들이 외치는 유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하고 명백한 순수한 악일 것이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가려내기 위해 똑같은 범죄자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죄인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죠. 이들의 무고함은 저지른 죄가 없기 때문입니까?”

“이 곳의 판결이 밀그램 시스템의 구조가 가진 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우연히 발생한 극단치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참고로 지금은 모든 표본을 아울러 통계분석이 37% 쯤 진행된 참이야.”
“빠른 건지 느린 건지.”

질린다는 표정으로 사마엘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와 동시에, 사마엘의 시야가 점점 가물거리기 시작한다.

“뭐어, 결과가 궁금하다면 다음에 일어났을 때 살펴보도록 하게. 네가 다시 일어날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밀그램 시스템의 테스트 가동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겠지.”

“그럼, 사마엘.”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부디 좋은 꿈 꾸게나.”

── 하얀 새의 인사를 들으며 사마엘은 눈을 감는다.

171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9:13

 
最後の夜には 嘘が消えて 綺麗な世界に―――
でも望んでいた次の朝は平然と来て 人は笑いながら肩を落とした......

 

172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20:24

자정, 감옥의 정문이 열렸다.
얼마만에 맞아보는 바깥바람일까. 바닷가의 밤공기가 폐부 가득 들이찬다.
우리는 구속복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몸에 둘렀다. 모래사장을 밟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저 멀리에 프로펠러가 세차게 돌아가는 헬기가 보인다.
저걸 타면, 우리는 우리가 살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전과 같은... 하지만 이전과는 분명 많은 게 달라졌을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

173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22:00

이대로 끝내도 괜찮은 걸까?
용서와 용서치 않음의 경계를, 무죄와 유죄의 경계를, ‘싫어’와 ‘OK’의 경계선을, 우리 마음대로 정한 채 끝내도 괜찮은 걸까.

이 뒤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걸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는 잘못된 것들 투성이인 원죄를 갚아나갈 가능성과 능력을 품고 있으니까.
그러니 분명, 우리는 웃을 수 있다.

174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23:12

【 Ending. 선택으로 말미암은 미래를 향한 믿음 】

175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0:32:38

>>164 "...네."

침대 위, 외국어 서적과 여행용 책, 유학 관련 책과 종이들이 캐리어 안에 쌓여있다. 퍼즐은 돌려준 건지 보이지 않는다.

마사는 동선을 정리해놓은 종이를 들고 있다가 제제를 맞는다.

176 제제 르 귄 - 애프터를 위한 난입레스 (qkLM3iOlDI)

2023-09-13 (水) 00:32:53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해, 아예 아무런 감정도 없어보인다.)

(지나치게 긴 시간이었고,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었다.)

(헬기를 향해 시선을 던지다, 사박, 사박, 울리는 소리에 상념을 끝낸다. 모래위에 흩어지는 당신의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대 아닌가."

(그 말을 얘기하는 눈매는 부드럽다.)

177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0:35:23

>>176 "...제제."

옷은, 그저 교복차림이였다.긴 치마, 리본. 하지만 학교 문양이 들어갈 자리에는 실밥만이 잔재해 있었다.

당신을 다시금 안아온다.

178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0:35:55

>>175

"그대."

문이 열리자, 제제가 작은 미소를 머금어 인사한다. 처치가 끝난 두 귀에는 새하얀 거즈가 붙여있어,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마사의 방안에 발을 들이밀며, 신기한듯이 둘러본다. 캐리어를 내놓아 정리중인 상태임에요 불구하고, 그 방의 단정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왜 그대가 본좌의 방에 그리 말이 많았는 지를 알겠어..."

허탈한 듯이 얘기하다, 마사의 캐리어에 시선을 둔다.

"준비 할 것이 많아보이는 군, 그대."

179 제제 르 귄 - 세이카 (qkLM3iOlDI)

2023-09-13 (水) 00:38:06

>>177

"우왓..."

이것 또한 예상치 못해, 다가오는 온기에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만다.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뒤로 내딛으나, 가까스로 세이카에게 팔을 둘러서자 다시 바로 설 수 있다.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 웃는다.

"그래. ...나의 친구."

눈가를 접히듯이 휘고, 작게 속삭인다.

"기분이 어떠한가?"

180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0:38:28

>>178 인사에도 그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귀는 좀 괜찮나요?"

지금까지 봐왔던 마사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세이카도 포함해서 각자의 생활반경에는 들르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종이를 보고 있다. 생각하다가 펜으로 무언가를 고치기도 한다.

181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0:42:08

>>179 제제

당신을 끌어안는 팔은 살짝 강하다.

"제제..."

조용히 중얼거린다.

"아직, 무섭고, 불안해..."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 진짜, 진짜로, 연락해야해...? 휴대폰 살 돈, 보낼거니까..."

... 불안하다. 이렇게 해도, 언젠가는 싫어할 것 같아서.

"제제, 죽지 말아야 해... 꼭, 살아야 해... 살아서... 후에, 정말 정말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나, 만나러 와줘..."

눈물이 살짝 나온다. 이별은 싫다.

182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0:50:38

>>180
끄덕, 깊은 대답 없이 귀를 확인하는 말에 고갯짓으로 답한다. 귀에 관한 부분은 스스로가 그리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기에 나온 행동이다.

"...신기하지. 신의 그릇이란 이리 쉽게 상처 입힐수 있는 것이었어."

나름의 농담이었을까, 가벼운 어투로 말하고, 다시 입을 다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나가 마사의 앞의 바닥에 앉아, 그대로 그녀를 지켜본다. 펜을 들고, 그 가장자리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본다. 마사에게는 그 무행동이 신경에 거슬릴 수도 있다.

다시 입을 여는 것은, 그러면서 한 참이 지나서야 내는 말이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묻는 그것은, 지나치게 맑아, 아무런 주관도 담기지 않은 수동적인 어투다.

"...괴로운가?"

어떤 얘기를 하는 지는, 마사또한 알고 있으라 생각하고 있다. 잠시 멈추었다, 재차 묻는다.

"원망하는가?"

183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0:54:19

>>182 "신의 그릇으로 불릴 뿐이지 알맹이는 인간이니까요."

말하는 것은 그게 전부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제제가 앞에 앉아있는 것을 흘끗 보고서도 종이를 읽기를 그치지 않는다. 이미 외워버릴 정도로 보았던 것이지만.

"무엇을요?"

시치미를 떼는 것인지 어떤지 알 수 없다.

"제제 르 귄 씨가 말하는 게 무엇이든 간에 괴롭거나 원망스럽다는 기분은 느끼고 있지 않지만요."

그제야 팔짱을 끼고서 제제를 내려다본다. 의외로 편히 앉으라며 의자나 침대를 내주지 않는다.

184 제제 르 귄 - 세이카 (qkLM3iOlDI)

2023-09-13 (水) 00:57:40

>>181

푸흐... 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난다. 세이카의 등을 작은 손이 토닥인다.

"나는, 그대가 괜찮으거라 믿어. 지금은 아니라도, 후에서는."

그대에게는 그러한 미래가, 그 가능성이 있으니, 라며 속삭인다. 제제는 기뻤다. 환희의 고통이 심장을 휩쓸었다.

연락은 잊지 않아. 아마 만나는 것이 마지막은 아닐 수도 있고. 제제는 인생의 첫 친구의 두 눈을 제 눈에 마주 담았다.

"말 없이 떠나는 일은 없을거야."

제제가 더 작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그녀는 손을 드렁, 살포시 세이카의 머리위에 손을 얹었다. 부드럽게, 제제의 고운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어루어 만진다.

" - 나의 친구, 세이카야."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그 목소리로 불려지는 세이카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름이 만드는 속박도 있지만, 그 반대도 존재한다는 것일까? 이름이 없어 빼앗긴 자는, 그 이름을 돌려 받음으로서 목소리 또한 돌려받는다. 제제가 그러했다. 타인의 이름을 입에 담아, 인간의 자유에 가까워진다.

약간 자유로워진 것만 같은 느낌을 만끽하며, 제제는 웃어 보였다.

185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1:04:25

>>183

"진짜 그대들이 하는 말이 옳은 것일까? 알맹이가 인간이라도 껍데기는 여태껏 하나의 그릇일뿐이었는데."

진실이 어땠든, 그러한 나의 과거는 나를 평생 따라다녀, 이미 나의 일부가 되어있지.

눈길을 옆으로 보낸다. 시선은 딱히 마사를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흩는 종이에 시선을 겹친다. 그 동선지에 자신은 없다는 것을 알아도.

"기뻐 보이지도 않지."

담담히 얘기하며, 흘긋, 시선을 올린다. 그 둘의 눈길이, 그 허공에서 마주한다. 그 눈싸움 같은 그것을 유지하다, 제제가 먼저 눈을 아래로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자의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제제는 바닥에 앉은 자세를 조금 고쳤다. 오래 앉으리라는 직감일까. 개이치는 않는다. 조금 고심하다, 다시 입을 연다.

"다른 결과를 두려워하던 것 치고는."

186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1:08:05

>>185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스스로 고민해보도록 하세요. 앞으로 시간은 많을 테니까요."

기뻐보이지 않는다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다. 둘의 시선이 맞선다.

"죽지 않게 되었다고 두 손을 들고 춤추면서 기뻐하는 건 저와는 안 맞아서요."

마사는 차갑게 말한다. 자세를 고친 것을 깨달은 듯하다.

"찾아오신 용건이 무엇인가요?"

빨리 얘기를 끝내고 마저 정리할 생각인가 보다. 정리가 그렇게 중요한지 아니면 얘기를 하고싶지 않은지는 알 수 없다.

187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1:13:57

>>184

토닥이는 손이 따뜻해, 눈물을 흘리고 만다.

"난, 두려워... 무서워... 정말, 괜찮은걸까...? 내가, 이 밖을 나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하고, 불안하고, 불안해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약속해야해... 나, 싫어지면, 꼭 이야기해야해..."

절박한 중얼거림이였다.

그리고.

"...! 한, 한번만,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자신의 이름이. 제제에게 불렸다.

... 그것이, 또 마음을 찡하게 해서. 그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안아오는 팔이, 조금 더 강해지며, 떨려온다.

"제제, 제제, 제제... 정말, 정말 고마워... 날, 친구라 생각해줘서..."

188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1:19:15

>>186

"...그런가."

짧게 대답한다. 별로 기뻐보이는 인상은 아니다. 시간이 많다는 말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그 가능성의 공포부터 느낀다.

그래도 사실, 예전부터 들어온 말이긴하다. 이곳에 왔을 때 부터, 특히 눈 앞의 소녀로부터. 스스로 판단해야하는 주관이라니 그보다 끔찍한게 있을까.

제제 또한 미래의 연명에 두 손을 들고 기뻐할 성정은 아니기에.

"화내는 것은 맞고?"

그럼에도 물어본다. 괜히 괴롭히는 기분이라 미안함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가 본인을 쾌뚫어본 느낌에, 그 머쓱함을 그대로 담은 미소를 그려본다.

"하하.. 그리 성네지는 말게."

작게, 중얼거리듯이 얘기한다. 마사가 이 대화를 서둘러 끝내고 싶은 것은 훤히 보이지만, 부러 모른 척 한다.

"글쎄. 칭찬 받으러 온 것일 수도 있지.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그대가 원한대로 나는 죽지 않아고, 내가 말한대로 나는 그대가 꽤... 싫지 않아서. 그럴수도.

189 제제 르 귄 - 세이카 (qkLM3iOlDI)

2023-09-13 (水) 01:22:58

>>187

"그 답은, 내게서 와서는 안돼."

의외로 제제의 말은 단호하다. 그 답은, 그 결론은 그대들에게 배운 것이니.

스스로 생각해, 스스로 판단하는 주관. 인간의 특권인 그 주관. 쓰지 않으면 아깝지 않은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풋, 하고 웃는다.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라, 그 생각 자체가 우습다 느껴지지만...

"...그래."

나 또한 영원히 같은 존재는 아닐테니.

사람이란 그러니.

"읏... 제촉하지 말게...."

세이카가 눈을 빛내자, 그대로 부끄러워졌는지, 소매를 들어 얼굴 하관을 가린다. 홍조를 숨기고 시선조차 피해버리는 게 영락없다.

190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1:24:10

>>188 "화를 낸다니요. 지금 저는 아주 차분해요. 그 어느 때보다도요."

말투는 차갑지만 확실히 분노라 불릴 정도로 흥분한 것 같지는 않다.

"...제제 르 귄 씨도 다음을 위해서 옥사나 씨와 준비해야 할 게 있을 텐데요?"

넌지시 그렇게 말해본다. 그러다가도 픽 웃는다.

"잘 됐네요. 제제 르 귄 씨가 죽지 않은 것이요."

그렇게 가느다란 미소를 입에 건 채로 이어간다.

"하지만 정은 빨리 떼는 게 좋을 거예요. 그동안 즐거웠어요. 이건 진심이에요. 제제 르 귄 씨."

잊고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가까운 친구였던 소년을 죽여버린 소녀다. 자신을 위해 정을 떼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이고, 그에 꽤 능숙한 것이다.

191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1:36:16

>>188 제제

"대답을, 바란건 아냐... 그냥... 질문이 계속 나와... 무서워서..."

조용히 이야기한다. 안긴 몸이 계속 떨려온다.

"어른이, 되어야한다는걸까..."

당신에게 질문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묻는 것이였다. 불안정한 그 소녀는, 이제서야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였다.

"... 고마워, 제제... 약속이야... 꼭, 연락하고... 시시콜콜한거라도 괜찮으니까... 나 연락 계속 할거니까..."

당신에게 너무, 달라붙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온기가 좋아서. 너무, 좋아서.

"...좋아해, 좋아해, 제제... 정말, 정말 좋아..."

그 부끄러워 하는 모습도 좋다. 따뜻한 미소도 좋다. 그렇기에, 당신이 제대로 행복해질수 있으면 좋겠다.

"우정이라는건. 진짜 우정이라는 건, 이렇게나 좋았던 거였구나..."

너무나도. 너무나도 따스해서.

192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1:42:02

>>190 //이것만... 올리고... 진짜 잔다.....

"그러한가."

딱히 흥분했는지, 라는 점은 아니었다만. 본좌가 잘못 읽은 것 일수도 있지, 라며 어깨를 으쓱인다. 이어지는 말에 조금 어벙벙해지지만.

"....그런가? 뭘 준비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어서..."

그 속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진실이다. 옷가지나, 그럴 듯한 소지품 하나 없기도 해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다가도, 마사의 말에 조금은 기쁜듯이 웃어보인다.

"그 점은 어쩔수 없네. 본좌는 태생부터 이러한 생물이니."

조금은 억울한 듯, 투정부리는 듯, 장난스런 말이 나온다. 거짓은 아니었다. 정을 떼는 것이란 제제에게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 신으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정에 대해 본다면, 마사의 대칭점에 선 다른 형태의 짐승이라 볼 수 있다제제의 살인 또한, 덧없는 정을 놓지 못하기에 저지른 최악.

그런 제제이기에, 이런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염치없이 부탁이라고 할까, 제안을 하고 싶네만."

슬슬 서두를 뜨면서, 잠시 멈칫한다. 일부러 마사와 단 둘이 얘기하고 싶은 이유는 여러있었고, 이것은 그 중 하나인 이유일 뿐이다. 다음 이어지는 말을 마사가 얼마큼 예상 했는 지는 모르겠다.

"본좌의 장례식은, 그대에게 맡겨도 괜찮을까?"

그대는 꼼꼼하고, 상냥한 구석이 있으니 말일세.

본좌의 침대 정리를 도운 것처럼.

말을 끝마치면, 싱글벙글 웃으며 답을 기다린다. 그 두 눈에는 조금의 기대감이 서려있다.

193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1:45:34

>>192 "옥사나 씨에게 물어보면 가르쳐 줄 거예요. 그쪽도 만만치 않게 꼼꼼해 보이니까요."

남의 일이라는 듯 거리를 두는 투다.

"그럼 실망하거나 상처받으시겠네요. 그런 부분은 제가 책임질 수 없어요."

하지만 장례식에 대해 듣고서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방금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여전히 죽을 생각인 건가요?"

// 잘자!!!

194 제제 르 귄 (x5F886o3ts)

2023-09-15 (불탄다..!) 17:14:29

>>191 세이카

"...그러게.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겠지..."

그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살아와, 유의미한 차이점이란 애초에 없다고 오만하게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그 경계선의 의미는 생각보다 큰 듯 했다. 적어도 바깥의 세상에선, 그 답을 찾을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세이카를 둘러싸는 팔에 힘을 더 한다. 꽈악, 안아서, 그 작은 온기를 만끽한다.

기쁜 듯이, 부끄러운 듯이 얼굴에 홍조가 핀다.

"...나도, 그대를... 세이카를, 꽤... 좋아하는 거 같아."

속삭이듯, 말을 간간히 내뱉자 얼굴이 달아오른다. 사랑한다느니, 애정한다느니 얘기는 쉽게 꺼냈는 데도, 친구라는 작은 명칭에 별거아닌게 부끄러워진다.

"그러니, 연락하는 것은 걱정말어. 스마트폰이라던가, 배워볼터니."

새로운 것을 베우는 것은... 기실, 언제나 즐거웠으니까, 라며 쿡쿡 웃는다.

기나 긴 포옹 후, 그디어 그 팔을 풀어 한 발자국 멀어진다. 세이카를 바라보는 얼굴은 부드럽게 웃고 있다.

"그래. 또 보는 거야. 나의 친구, 세이카."

>>193 마사

"그럴수도. 하지만 그런 점은, 애초에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 점이지. 안그래?"

뭐, 신이 아니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나? 라며 일부러 짖굳게 빈정거리지만, 이내 한숨같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질한다.

"...미안하네. 그대가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듯이 얘기하니, 조금 심술부려 보았어."

입을 굳게 다물게 마사를 지긋이 바라본다.

"하지만 진심으로 답하자면... 모르겠어. 내가 죽을 생각인지, 아니면 살 생각인지도."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어 떠난다. 아이를 찾고 싶은 것은 그 불확실함을 확실히 하기 위한 욕심일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대가 같은 생각이라면, 일단 단기적으로 마나, 한번 삶을 경험해볼 생각이야."

나는 견해를 넒혀야 한다 그대가 말하지 않았나, 하며 부드럽게 얘기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일어서, 다리를 곱게 핀다.

"기실, 장례식 얘기는 완전한 농이라고는 할수 없지만... 그외에도, 그대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 왔어."

"운동이라던가. 물놀이라던가. 누군가와 함께 잠드는 경험도... 모두 나에게는 처음이었고, 그대는 그 모든 것을 성심껏 내게 가르치려 노력했지. 내가 그리 좋은 학생은 아니어도."

그 외에도 가르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필요없는 것은 없다던가, 같은, 그런 낮간지러운 일은 입밖에 내지 않지만.

"그래서..."

꾸벅, 고개를 숙인다.

"고마워. 마사."

195 제제 르 귄 extra - Epilogue (x5F886o3ts)

2023-09-15 (불탄다..!) 23:26:36


https://youtu.be/q3x5VXeGBXM
♪ Jack Stauber - New Normal ♪

Sunrise아침 노을. It's time시간이 됐어. It's time시간이 됐어. Step out into the New Normal새로운 평범으로 발걸음을 내디뎌.
Embrace the day with your new shape네 새로운 형태와 함께 하루를 받아들이렴
Goodbye to those who cannot join us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Their voices are still heard in every word that we say우리의 모든 한마디에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
As we blend into New Normal우리가 새로운 평범에 섞이면서 말이야
Familiar path익숙한 길, Different place다른 장소
You donned yesterday's smile to decorate your new face너는 네 새로운 얼굴을 장식하기 위해 어제의 미소를 걸쳤지
...


(수려한 글씨로 당신을 위한 편지가 도달하였다.)

<After Act: Epilogue.>

친애하는 XX에게.

안녕하신가? 글이라도, 이렇게 그대의 이름을 칭할 수 있으니 기분이 묘하군. 물론 이제는 타인을 명칭으로 지칭하는 것이 퍽 익숙해졌으나, 그대의 이름은 다른 일이니까.

어디부터 시작할까? 일단, 이렇게 서면으로 근황을 전하게 되어 미안하네. 물론 아직도 그대의 번호는 가지고 있어. 저번처럼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한 것은 아니야. (지금은 무엇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먼 곳, 낯선 곳에서 다니는 것도 조금은 익숙해졌으니.) 하지만 그저, 이런 시간이 지나도 손가락 타자보다는 글을 써내리는 편이 편해서 말이게.

익숙해졌다 해서 편해진 것은 아니지. 그렇지 않나?

이 편지를 받은 그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밖의 사람은 서면이 아닌 전자문자가 익숙하니, 이 편지를 들추어 보는 것은 막상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일 수도 있겠군. 아니, 애초에 이런 친필을 받아보는 것도 처음일 수도 있어. 하지만 편지를 멀리 보내는 것은 나도 처음이라 피차일반이야 . 첫 경험을 함께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

그대 또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있을까? 아니면 낯익은 공간에서 그리운 사람과 함께 있을까.

익숙한 길을 걸어 다른 장소에 도달했을 수도 있지. 세상에 변화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계절이 바뀌고 나뭇잎이 붉게 물들듯이, 나의 작은 상자 밖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나아가고 있었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마주하고, 그로 인해 변화가 찾아와. 그런 일은 언제나 고통을 오랜 친구 마냥 동반하고 오나, 그 또한 하나의 성장통이라 보니, 기껍지는 않다 해도 받아들일 수는 있게 되었네.

그렇게 우리 모두 씁쓸한 해돋이를 매일 새로운 사람으로서 질리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거겠지.

서두가 길었군.

나는 내일, '그 아이'를 만나게 된다네.

그래, 혹여 기억하나? 나의 심상독백의 살아있는 망령, 그 '흑발의 아이' 말일세.

그래. 내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손에 쥐게 된 계기.

공교롭게도, 내가 17살의 생일을 마주하는 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군. 철창 넘어, 어둠 넘어, 화면 넘어도 아닌, 동등한 공간에서, 동등한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어.

솔직히, 마음이 복잡해 무슨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군.

지금까지 좇아온 목표가 앞에 있는 일차적인 공포감이 있어. 하지만 그 외에도 말이야, 그 아이는 내게,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결국 어쩔 수 없다고 생각돼.

바깥세상의 주민이었고, 사랑의 피해자였으며, 동시에 나의 세계에 금을 낸 주범이기도 해.

가장 놀랐던 건... 그 아이를 찾고 있던 동시에, 그 아이도 나를 찾고 있던 것이었어. 이름도 모르던 자를 찾는 데에 성공한 것은 그 뿐이야.

하지만 동시에, 어째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면... 글쎄.

나도, 그 아이도, 결국엔 망설이고 두려워했던 거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그렇기에 마주 보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하는 지 모르겠어. 너는 무슨 말부터 할까? 웃을까, 화를 낼까? 너는 그날 나를 보았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 내 마음에 뿌리를 내렸어. 너에게도 그러하지 않을까? 나는 너의 존재를, 내 마음의 기억을 마주 할 준비가 되어있나?

...어쩌다 가까워져도, 그런 상념에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딛기 망설여,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하던 나날들이야.

하지만 우리 둘 다 용기를 내어야 할 날이 오지. 그렇기에 이런 기적이 일어난 거라 생각해.

아마 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 아이와 아주,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게 아주 많아. 그 아이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이 있다면 그 또한 성실히 대답해야지.

그리고 길고 길 이야기가 끝나면,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 물어 볼 생각이야.

애정하는 그대,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몰라. 내가 무슨 존재인지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는 무엇인지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 간의 경험 만으로 쉽게 답해 질 의문이 아니었어. 그들 모두 각자 각색의 답을 향해 턱짓하였지만, 납득도 그 이해도 나만의 숙제였으니.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간단한 질문에 답도 못하는 머저리로서 나아가.

하지만 그대들이 힘써서 내게 무엇이 틀린 길인지 알려주었으니, 옳은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온전히 나의 일이자 책임이겠지.

그 과정에 얼마나 헤매더라도 - 그대의 존재와, 그대와의 기억이 나에게 힘이 돼.

답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힘이 필요한 일이니.

그리운 그대, 나는 기실 아직도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어. 언제든지 무릎을 꿇어 주저앉아 모든 것을 놓아 웅크리고 싶어 해.

이전에는 '신의 그릇'에 맞지 않은 일이기에 꾹 참은 충동이야. 하지만 지금은... 글쎄, 그대들에게 미안해서 라도 버텨내고 있어. 그대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랑했던 자들에게.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이 편지를 쓴 이유는, 그런 연유야 - 내가 더 이상 그 아이를 외면하고 도망칠 수 없도록. 흠, 이용당한 느낌인가? 심심찮은 사과를 표하지.

이곳에선 곧 해가 뜨는군. 그대가 있는 곳은 어떨까. 시차라는 것 또한 익숙지 않은 것이야. 그대가 편지를 뜯어볼 시간을 생각하면 더욱 복잡해지지, 안 그래?

뭐, 실로 긴 시간이었지만 - 그리하여 나는 나의 끝맺음, 혹은 새로운 길의 시작을 향해 달려 나간다네.

그대는 어떨까? 그대 또한, 어떠한 변화를 마주해야 했을까? 폭력적인 변화는 강제하는 면이 있으니, 아무리 피해도 다가오게 되더군.

후후.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일이야.

그러면, 여기서 편지를 끝마치지. 슬슬 손이 아려오기도 하고. 그래도 굳은살이 생기는 모습은 나름 마음에 든다네.

그러하면, 우리가 다시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만날 수 있길. 아니면, 안식의 어둠 속에서라도.

With the kindest regards - (가장 상냥한 안부를 전하며 - )

Yours sincerely, (그대의 진실된 벗으로부터.)
Jejé Le 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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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 사박.

새하얀 눈에 나의 발자국이 새겨진다. 이제는 눈에 익은 그 모습은 아직도 너무나도 새로워, 작은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한다.

후우, 내뱉는 숨에는 하얀 김이 서려 안개처럼 사라진다.

몇 걸음 너머에 작은 인영이 서 있다.

그 아이가 서 있다.

아니, 아직도 아이기는 할까?

그 아이는 빈말로도 제제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 제제의 백금발 머리칼과 달리, 그 아이는 흑발을 고수하였다. 제제는 여전히 키가 작았으나 아이는 마지막 본 후로부터도 키가 훌쩍 커져, 이제는 제제보다 몇 뼘이나 컸다.

하지만 지금 보면,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다. 아니, 닮아지게 된 것일 수도.

마지막 보았던 긴 머리와 달리, 그 아이의 머리칼은 단정한 단발로 잘려져 있었다. 그와 반대로 제제의 머리카락은 길어져, 이제는 어깨는 훌쩍 넘은 길이로 찰랑거렸다. 그 아이의 몸에는 이미 나은 흉터의 흔적만이 보였다. 제제의 몸 또한, 이제는 생활의 자자한 생채기가 생겼고, 조금 거칠어 진 손에는 약간의 굳은 살이 생겼다. 그 둘은 넝마도, 화사한 예복도 아닌, 편안한 코트를 입고 있었다. 옷은 그 둘 모두의 몸에 잘 맞아, 너무 끼지도, 옷에 파묻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제 혈색이 도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 실로는 제제와 비슷한 나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 둘은 서서, 서로를 마주했다. 눈과 흐린 하늘의 새하얀 풍경에서, 그 둘의 존재는 너무나도 자극적인 색채의 존재였다.

처음 발하는 것은 아이였다.

"찾기 더럽게 힘드네."

그 아이가 처음 말을 건 적은 처음이라, 제제는 푸핫, 하고 웃었다.

"그대 또한 그리했고."

아이는 그 얼굴을 팍 구겼다.

"그 기분 나쁜 말투도 여전하고."

"입에 익어버려서 말이지."

우리 둘 다 그 시간이 아예 없다고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으니.

"근데 찾기 더럽게 힘들었던 건 사실이야. 찾고 있는 걸 알면 짱 박혀있지, 우크라이나는 또 왜 간 거냐?"

"동행인이, 함께 가자더군."

제제는 웃었다.

"...그리고, 그대도 나를 찾고 있으리라는 몰랐지."

대화의 내용만 보면, 그저 오랜만에 마주한 악우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아이도, 제제의 손도 떨리고 있는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 아이의 거친 말투도, 더 끈적하게 제제의 혀에서 떠나지 않는 말투도,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이 두려움과 경각심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그 둘의 눈에 호의 같은 애틋한 감정 같은 건 없었다. 그럴 용기도 염치도 이유도 없었다.

제제가, 조용히 물었다.

"왜 나를 찾은 건가?"

아이는 침묵했다. 아이에게도, 그 이유는 복잡하였고, 하나로 줄이기 힘들었다. 앞에 만나면 금방 나오리라 생각했던 명쾌한 답은 어디에도 없어, 아이는 여전히 복잡한 마음을 지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그래, 그뿐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마주해 할 일은 그것이다.

일방적으로 말을 전하거나, 억지로 박제하는 게 아닌. 그러기에 제제 또한, 홀리듯이 답한다.

"나도."

이름을 알고 싶었다. 소원을 알고 싶었다. 그 시간이 어땠는지. 그 후로 어떻게 지냈는지. 내 죄에 대해 무슨 생각인지. 나를 원망하는지.

내가 죽기를 원하는지.

"응. 알아."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래성의 꼭대기에서 갇힌 아이, 그 아래에서 숨이 짓눌려지던 아이, 그 둘이 동등한 눈밭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일단, 새롭게 자기소개부터 할까. 너, 내 이름도 몰랐다매?"

소녀는 아이의 웃는 얼굴을 처음으로 보았다. 햇살 아래 부나 끼는 흑발의 뒷모습 - 그와 대칭점에 서 있는 흐린 하늘 아래 화사한 미소는 똑같이 소녀의 시선을 앗아갔다.

"일단, 너부터."

"....나부터?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하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야. 그것도 모르냐?"

푸핫, 제제는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래, 그대 말이... 네 말이 맞아."

제제는 눈앞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성장하였고, 제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의 문을 열어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제제와, 이제 그 아이를 찾고 찾아져 마주 보고 서있는 제제는 다른 인물인 거다. 제제는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재촉하나 없이, 제제의 답을 기다렸다.

"나는 - "

==== "내 이름은 제제 르 귄". 완. ====

196 제제 르 귄 extra - Epilogue (x5F886o3ts)

2023-09-15 (불탄다..!) 23:27:04

(17살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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