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48074> [반상L] 딜레마의 배심원 -재판장 3- :: 196

캡틴 ◆B..eEWGcm.

2023-09-11 13:56:21 - 2023-09-15 23:27:04

0 캡틴 ◆B..eEWGcm. (3lTBShcD1U)

2023-09-11 (모두 수고..) 13:56:21

'딜레마의 배심원'의 캐입스레입니다.

※ 이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일상과 이벤트는 이 곳에서.
※ 수위 규정 내의 범죄 행위와 묘사를 허용합니다.
이전 재판장: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25066
휴게실(잡담방):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12077
시트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09080

웹박수: https://forms.gle/tjUf9r21RCNonJqA7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94%9C%EB%A0%88%EB%A7%88%EC%9D%98%20%EB%B0%B0%EC%8B%AC%EC%9B%90

1 시미즈 마사 (QGDAphmr6M)

2023-09-11 (모두 수고..) 23:51:13

situplay>1596925066>1001 여전히 문은 굳게 닫힌 채 아무런 응답이 없다.

마사는 이불 속에서 자세를 바꾸어 조금 바스락거리지만 그런 소리가 문 밖까지 전달될 리 만무하다.

.....밖에서 오너가 절규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조용하다. 처참할 정도로.

2 세이카 (KSbtJfhRb2)

2023-09-11 (모두 수고..) 23:57:42

>>1

마음이, 실시간으로 깨지는 느낌이 든다.

세이카의 마음은, 사소한 갈등 하나만으로도 공황 발작을 일으킬 만큼, 너무나도 연약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전의 두 심문에도 나오지 못한 것이였다. 심문을 제대로 해내지도 못할 만큼.

"...마, 사..."

그렇게, 조용히 울다가. 밤새 울다가.

방문 앞에 무릎을 꿇고 울다가. 이내 기력이 다해 기절해버리고 마는 그녀였다.

3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0:03:00

situplay>1596925066>921 세이카

"스스로.... 찾는것은. 너무나도 힘들 일이구만.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것을 매일 겪는 것일까? 하하."

농담으로 빚어내지만, 말 자체에는 불안이라는 이름의 뼈다귀가 있다.

"어떠한 고통은... 뭐라고 할까. 필요로 한 것이야."

있던 곳에는 그 모든 고통이든 피하는 것을 미덕으로 두었다. 그러해서 반대로 여기서 깨달은 것이 있다.

"개척에는... 그리고 변화에는 고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니."

이전에 운동으로 고생했던 때 했던 말이 이렇게 재등장 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세이카의 눈을 깊이 들여다본다.

".....나는... 그대를 응원하고 싶어."

중얼거리듯이, 속삭이듯이. 마주쳐오는 눈에는 신념의 쨍한 빛이 아닌, 솔직하게 가라앉은, 그럼에도 그리도 싫어하는 희망을 담고 있다.

"그대가 부르는 노래는, 필시 아름다울거야."

그대의 목소리에는, 다정한 류의 힘이 있으니. 들어보고 싶다, 하고, 이런 내가 생각하게 만드니.

그리고 조용히, 가만히, 손을 내어준다. 이태껏 익숙한 것처럼 강요되는 손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세이카의 손이 닿기를 기다린다.

그 인내심의 끝은, 부드럽게 맞닿는 온기다.

4 제제 르 귄 - 마사 (PEa3insG2c)

2023-09-12 (FIRE!) 00:03:18

situplay>1596925066>922 마사

부드럽게, 바람이 하늘에 구름을 수놓듯이, 하나의 미소가 제제의 얼굴위에 피어오른다.

"그래."

쿡쿡.

"시미즈 마사지, 그대는."

마사는 알까? 그녀의 이름을 말한 것은 처음이다. 아니, 여기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은 것은 처음 아닐까? 비록 지칭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변화를 담은 것은 제제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절로 눈가가 휘어진다.

"싫다기 보단?"

마사가 몸부림치자 고개를 한 쪽으로 갸웃거린다. 표정은 보이지 않아도, 말투를 보아 그리 질색하는 것은 아닌 거 같네만? 윤곽정도는 보여 마사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게 되어버린다.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원해 이런 즐거움을 동반하는 것일까? 떼잉... 하는 섭섭한 소리?를 내지만, 그래도 졌다는 양 약간 꼬무락, 떨어진다. 야악간만.

"흐응. 그래, 그래. 일단 알겠네."

그러니 머리는 그리 잡지 말게나. 어여쁜게 상하면 큰일이니, 하며 손을 내밀어, 어둠속에 머리를 부여잡는 마사의 손을 톡톡 친다. 같은 긴 머리를 가진 적은 없지만, 관리가 필요한 것이라 들었기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가?? 내, 평생 그대 만큼 흥미로운 사람은 처음 봤네만."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사람 인 것도 한 몾하고, 라면서 진심으로 믿기지 않는 다는 투를 쓴다. 본인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로.

그래도 되물음에 조금 당황한다.

"...왜라니? ....으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가?"

5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0:03:35

situplay>1596925066>998 세이카

귀걸이를 한참 만지작거리다, 다가오는 발걸음소리에 흠칫, 몸을 곤두세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심상의 깊은 곳이 억지로 주출당하지 않은 듯, 그녀를 향해 웃어보인다.

"그대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면, 추줄에 관한 스트레스는 아마 제제가 가장 덜 받고 있을테다. 마음 속 안쪽까지 다듬어져 '보이는'데에는 익숙하니. 그래서 본인의 심상독백 속의 자신 또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테다. 밖을 향해 말을 걸고, 비웃고, 계속해서 반응을 확인한다.

현실의 관객을 향해. 우리를 향해.

거기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겠지?

불쾌하게도.

"무슨 일인가?"

이런 속내를 감추며, 손을 다시 내려 뒷짐을 지고선, 세이카가 가까이 올때까지 기다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발걸음을 스스로 떼기에는 힘이 잘 안 들어가서.

6 시미즈 마사 (c6wMDAlX.6)

2023-09-12 (FIRE!) 00:07:06

>>2 아침이 밝았다. 길고 긴 밤이었다. 밤새 마사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세이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했지만 귀를 막아도 한계는 있었고 마침내 잦아들었지만 그 이후에도 한동안 잠들지 못했다.

짧은 잠을 자고서 마사는 깨어났다. 몇 시간이나 잤는지 알 수 없지만 무척 피곤하다. 목이 말라 문을 열고 나가려 했을 때 무언가 눈에 보였다. 세이카였다.

"세이...."

깜짝 놀란 마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얼른 세이카의 맥을 짚어본다. 다행히... 뛰고 있다.

"세이카. 세이카."

흔들어 깨워본다. 걱정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7 시미즈 마사 (c6wMDAlX.6)

2023-09-12 (FIRE!) 00:14:25

>>4 제제의 음성으로 그대가 아닌 마사로 불리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마사는 놀라 잠깐 굳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래요. 시미즈 마사니까!"

자신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어어어어여쁘다니..... 물론!!! 제 머릿결은 좋고 아름답지만!!!"

마사는 뜨거움이 얼굴에 몰려옴을 느낀다. 손으로 잡고있던 머리카락을 놓고서

"제제 르 귄 씨는 정말 배워야할 게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그런 칭찬을 하면 반칙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마사는 조금, 아주 조금 거리가 벌려진 것에 일단은 만족하기로 한다.

"제제 르 귄 씨가 좁게 살아왔다는 뜻이 아닐까요?"

존경스럽다는 것은 좋다. 대단하다는 것 또한 좋다. 하지만 흥미롭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당연하죠. 사형을 당하고 싶기라도 한 건가요?"

마사가 눈썹을 화난 모양으로 만들고 묻는다.

8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0:16:54

>>3 제제

"... 그러게요... 너무. 너무나도, 힘들어요. 하지만... 해나가야겠죠."

"...하지만...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소중해진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마사. 권태아저씨. 옥사나씨. 당신까지. 너무 소중해졌다.

"... 저도, 당신을 응원하고 싶어요. 소녀로써의... 제제로써의 당신을. 응원하고 싶어요. 그렇기에... 힘내봐요, 친구."

...잠시 조용해지더니, 당신이 이야기하기에. 조용히 불러본다. 아무 반주가 없이. 잠시, 이어폰을 벗어두고.

이내 불러보려 한다.


'하늘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그건 별이라고 네가 알려 주었어'

'마치 그건 우리들처럼 붙어 있어서'

'그걸 울면서 또 웃으면서 이어가'


베텔기우스.

https://youtu.be/rNiD3CMe1Qo (0.75배속)

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0:23:24

>>6 마사

울다 지쳐, 기절한 그녀의 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보았다면, 문앞에 무릎을 꿇은 채, 이마는 문에 맞닿아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지탱하던 문이 움직이자, 그 문이 열리는 방향을 향해 쓰러졌을 것이다.

"...으... 으우..."

흔들리자, 깨어나지만, 당신을 보자, 역시 조금의 두려움이 새어나온다.

"마사... 나... 싫어...?"

목소리는, 아예 쉬고 갈라져 있었다.

10 시미즈 마사 (c6wMDAlX.6)

2023-09-12 (FIRE!) 00:25:20

>>9 깨어난 세이카를 보자 내심 안도한다.

"세이카. 괜찮아? 여기서 언제부터 있던 거야?!?"

처음 하는 말이 나 싫냐는 거냐니.

"무슨 그런..... 몸은 괜찮아? 열 같은 건 없고?"

명확한 대답 없이 이마를 짚어보려 한다.

11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0:28:11

>>5 제제-심문후

"... 너무... 힘들어서... 친구로써... 조금... 안고 싶어서요..."

마사는, 그런 반응을 보였다.

권태 아저씨는, 계속 우울해 했다.

옥사나씨는... 그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다 이야기했다.

... 그렇기에... 무서웠다.

당신을 천천히, 안으려 했다.

"...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 들려오는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 심문으로 인해, 정신은 너무나도 불안정해져있었다.

12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0:30:23

>>10

초점이 망가져 있고, 안경에는 기스가 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당신을 보고, 울고 있었다.

"나... 나 싫으면... 그냥, 돈만 주고... 떨어져, 있을께... 나, 사형 당하면... 내 전 재산... 줄게..."

"나도. 나도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 내가, 결정하는게, 아닌걸..."

머리에, 열은 나고 있었다. 맥박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손발은, 살짝 차가웠다.

13 시미즈 마사 (c6wMDAlX.6)

2023-09-12 (FIRE!) 00:32:43

>>12 "바보야!!! 그런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마사는 큰소리를 낸 뒤 세이카의 손목을 잡아서 자기 방으로 데려가려 한다. 순순히 끌려왔다면 자신의 침대에 눕혔을 것이다.

"기다리고 있어. 한숨 자도 괜찮고.... 약 가지고 올게."

해열제가 좋으려나. 아니면 감기약.... 마사는 서둘러 의무실로 향한다.

14 제제 르 귄 - 마사 (PEa3insG2c)

2023-09-12 (FIRE!) 00:32:52

>>7 마사

제제의 눈이, 기쁘게 휘어진다. 그게 온전한 그녀의 마음이기에.

"오, 잘 알고 있구먼."

알고 있으면 어찌 그러한가. 애껴주고 소중히 해야지, 하며 가볍게 타박한다. 정말 당연한 일을 새삼스레 말하듯하는 제제이기에, 마사의 반응을 그다지 이해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신 마사가 머리카락을 놓자 만족한듯이 뿌듯함을 내보이지만, 이어지는 말에 물음표로 가득찬다.

"으응???? 이, 일단 알겠...네???"

틀린 말은 아니네만, 이 맥락에서??? 어리둥절하다. 그래도 마사의 영문모를 반응도 나름 즐거웠는지, 그리 억울한 눈치까지는 아니다.

"끄응... 그대가 너무 넒게 살았을수도 있지..."

내 아무리 좁게 살았어도, 그대 같은 인간이 흔하지는 않을 거라는 정도는 안다네, 하고 부루퉁하게 반박한다. 인간군행에 대해서는 나름 전문가라고 자만하는 제제로서 나름 확신을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그래, 처음부터 제제의 사상에 따르지 않는다 고하는 점이라던가. 스스로의 길을 찾아나서는 모습은 역시 , 두번 다시 보지는 못할 매력이 존재했다.

"...그리고, 뭐, 본좌의 세상이 좁다해도, 그런 내 세상 속에선 그대가 많이 흥미로운 게 맞아."

계속 지켜보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궁금해지고, 끝내 그 속내를 알아가 이해하고 싶은 게 흥미지, 뭐. 제제는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그거야 말로 당연한게 아닌가?"

화난 모양의 눈썹은 어두워 보지 못한다. 물론, 본다해도 제제가 본인의 가벼운 말투를 고치는 일은 아마 없을 테다.

"옳은 일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끝까지 주관해야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나?"

15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0:38:25

>>13 마사

"... 으우..."

큰 소리가 나자, 움찔한다. 하지만. 진심인걸. 첫 친구라는 건. 자신에게는 그런 의미인걸. 힘없이, 당신의 손에 끌려가 당신의 침대에 눞혀졌다.

너무, 너무 힘들어. 제발... 답을 알려줘. 난, 정말로 몰라서... 물어보는거야. 내가 바보라서 미안해. 잘못했어. 잘못했어.

"... 흐으... 흐.끅..."

그렇게 누운채, 당신의 이불이나 베개가 아닌, 그 구속복 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가리려 한다.

16 시미즈 마사 (c6wMDAlX.6)

2023-09-12 (FIRE!) 00:38:58

>>14 "......글쎄요."

마사는 여전히 의아한 듯하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없었기는 하지만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각각이지 않나? 어쨌든 마사는 흥미롭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는 모양이다.

"뭐어.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게요. 저같이 멋진 사람은 없다고!!"

뿌듯하게 그렇게 결론내리는 마사다.

"뭐가 옳다는 거예요. 제제 르 귄 씨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것이요?"

마사는 동의할 수 없음을 온 목소리로 티낸다.

"그런 게 진정 옳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방금 되게 옥사나 씨 같았어요."

볼멘소리를 낸다.

17 시미즈 마사 (c6wMDAlX.6)

2023-09-12 (FIRE!) 00:40:38

>>15 금방 약을 가져온 마사는 뛰었다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 한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까?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물 한 컵과 함께 알약을 건넨다.

"삼키도록 해."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바보."

...두 마디 덧붙이는 것 같다.

"진짜 바보. 그만 울어."

18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0:42:18

>>8 세이카

"....그래."

눈썹을 늘어트린다.

"기실... 나도 마찬가지야."

박권태와 옥사나 같은 자는 한달 남짓 알게된 사이를 왜 그리 소중히 느끼냐 타박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 당사자 스스로를 포함해 -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점은 - 그들은, 그리 오랜 시간을 살아오지 못한 아이들이었다는 것이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절로 더 짧은 시간 하나하나가 더 소중히 느껴질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 속을 차지한 짧은 인연까지 포함해서. 아니면, 그토록 짧고 강렬하기에 더더욱.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 모두의 존재는, 제제에게 운석과도 같은 무게와 영향을 가지고 찾아온 것이다.

애정또한, 별로 이성에 근거한 적 없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

이 원리 또한 어리숙해 모르는 제제는, 세이카에게 마주 웃어보았다. 응원을 답할수 없다 생각해서일까, 그리 밝은 미소는 아니였지만.

"그래."

머뭇거리다, 기어가듯이 작은 말로 더한다:

"그래, 나의... 나의 친구."

말 하나를 꺼내기가 그리 어려웠는 지, 꺼내고 나선 얼굴이 붉어져 있다.
헛기침을 하며 소매자락으로 그런 얼굴 하관을 가린다. 미안할세,그대는 본좌의 첫... 치, 친구라, 하고 변명하며.


그러다 세이카의 목소리가 들리자, 소란스런 마음도 거짓말같이 침묵한다.

단조로운 리듬. 느릿한 맑은 목소리. 반주 없는 그것은 하나로 어우러져 이 작은 폐세된 공간을 수놓는다. 밤하늘은 커녕, 창문 하나 없어 별은 보이지 않는 공간이지만...

세이카의 목소리가, 그 노래가, 별이기에.

그 은하수에 녹아내리는 기분이기에.

...

"...세간에서는, 그, '팬'이라는 말이 있더지? 대상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넌지시, 그대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묻는다.

//음악 초이스 매번 최고...

19 세이카주 (.i0NqIKs3g)

2023-09-12 (FIRE!) 00:49:17

>>17

"으, 응..."

훌쩍이며, 울면서 당신이 주는 약을 순순히 삼켰다.

"그럴, 게..."

그리고, 울지 말라는 말에 자신의 뺨을 강하게 때렸다.

짜악, 소리와 함께 빨개지는 볼. 하지만, 울음은 그친 듯 하다.

"...으우..."

그러고는,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다.

20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0:49:31

>>11 세이카 (심문후)

세이카가 다가 왔을때,제제는 무엇을 예상했을까? 그 무엇이어도 - 설령 그게 세이카에 대해 아는 성격에 반하는 매도나 분노라도 - 제제는 이 만큼 놀라지 않았을거라 자신했다.

가면처럼 쓰던 미소가 깨진다. 혼란가 가득찬 얼굴, 거기에 잿빛 눈이 동그래 뜨인다.

뭐라 말할지 몰라, 혹은 뭐라 할 말도 없었기에, 그대로 세이카의 포옹을 허락해버린다. 감싸오는 팔이 닿자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쉬지만, 그대로 뿌리치거나, 굳어버리는 것 없이, 천천히 포옹에 몸을 내준다. 이렇게 작은 몸에게 안기는 것은 처음이었다.

옥사나에세 안기는 것과는 또 정반대로 새로운 경험이라, 심장이 괜스레 콩닥콩당 뛰게 되어버린다. 그런 느낌이 정말로, 정말로 생소해, 이성이 시키는 대로 팔을 마주 뻗어 포옹을 그대로 돌려주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위로는 익숙하다는 게 유일한 위안 이었다.

"...그대가 미안해 할 것은 없어."

나지막히 얘기하며 세이카의 등을 쓸어내린다. 스스로 또한 혼란스러움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세이카를 위로하는 것이 되려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친구로써... 라는 말을 곱씹는것도 덤이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알아도 간질거리는 느낌이다.

21 시미즈 마사 (c6wMDAlX.6)

2023-09-12 (FIRE!) 00:51:26

>>19 뺨을 때리는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막을 새도 없었다.

"뭐 하는 거야!!!"

뒤늦게 세이카의 팔을 붙잡으려 한다.

"그렇게 해서까지 그칠 필요는 없었다구."

표정이 어두워진 마사는 한참 말이 없다.

"일단은 좀 쉬어."

세이카의 팔을 놓고 침대 옆에 앉아있다. 상태를 지켜보려는 듯 하다.

22 제제 르 귄 - 마사 (PEa3insG2c)

2023-09-12 (FIRE!) 00:59:46

>>16 마사

"푸흐흐... 좋은 의미가 맞세."

평소라면 소매를 들테지만, 마침 침대에 있는 이불을 끌어 올려 입을 가리며 킥킥거린다. 약간 파묻힌 모양새가 되지만, 그건 또 나름대로 편한하다. 그 뒤에서 슬쩍, 마사의 윤곽을 눈으로 흩는다.

"생각해보어니, 확실히... 내게 그대만큼 멋진 사람은 없었다는, 그런 의미가 맞으니까."

그러한 짧은 자기고찰을 끝내고 나긋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꽤 자주 부끄러운 상황에 놓이는 주제에, 이러한 낮부끄러운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 진심이 또 그런 말을 더더욱 낮부끄럽게 하지만...

"엑..."

그 의사 아가씨와 같다는 말에 어찌 반응할지 몰라 눈만 굴린다. 좋은 건가? 나쁜 의미인가? 전혀 가듬할수 없어, 일단 속으로 제쳐둔다.

"역시 그대는 다르게 생각하는가? 본좌는 그게 퍽 얼맞는 결말이라 생각했네만."

베개위에 놓인 머리방향을 고치며 얘기한다. 그 덕분에 귀에 걸린 귀걸이가 자그만한 빛을 반사한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보석과 함께 수놓아진 금색의 문양이 꽤 눈에 띈다. 교단의 상징일까나.

"신으로 살았으니... 책임을 지는 일환으로서라도, 신으로 받은 그 생의 끝을 맺어야하지."

그대는 여기 사람의 죽음을 딱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은 아네만... 해는 매일 아침 뜬다는 것을 유치원생에게 설명하듯, 인내심 충만한 어투로 조곤조곤 얘기한다. 이런 점은 처음과 닮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23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01:29

>>18 제제

"...그렇기에... 닮은 게 아닐까요."

"이제야... 제대로, 삶을 살기 시작한... 우리 둘이기에."

자기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서툴렀다. 무서웠다. 하지만...

당신은, 너무나도 닮았기에. 그것을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우리 둘의 부모는... 안 좋은 사람이였다고.

우리는...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었다고.

"... 첫 친구... 좋은, 울림이네요... 약속해요. 우리, 둘다 살아간다면... 연락, 계속하기로."

그리고, 처연한 웃음을 짓는다. 슬프지만... 그 미소는 진심이였다. 아니... 여태껏있어서,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결코 없었다.

서툴렀기에, 서투르기에.

"... 팬... 인가요...? 네, 그런, 사람들이 있죠..."

그 사람을 좋아하기에, 그 노래들을 좋아하기에, 응원하는.

... 협박 메세지를 보낸.

24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04:31

>>20 제제 (김문후)

당신에게 안겨서, 살짝 운다. 힘들다. 지친다. 아프다.

...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기에, 더 지친다.


"... 제제도 힘든데... 저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나쁜 아이가 되는것만 같아서."

"...하지만, 제제도 이걸... 필요해하는 눈빛이여서..."


조용히, 이야기한다. 당신에게. 친구에게.

25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06:54

>>21 마사

그 큰 소리에, 또 놀라서 동공이 떨린다.

"... 그, 엄마.가. 울려 할.때. 그칠때까지... 이래.서..."

말을 해놓고는, 얼마나 바보같은 말인지 깨닫는다.


"...미안..."

당신의 말에 따른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계속 흠칫, 흠칫하며 놀란다. 아무것도 없을텐데.


"... 나..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소리지르지 말고... 알려줘... 나..."

26 시미즈 마사 (4jjFpm9f2g)

2023-09-12 (FIRE!) 01:08:03

>>22 잘난체 하는 것에 맞장구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흠. 제제 르 귄 씨는 사람 보는 눈이 좋네요."

그렇게 말하고 안경을 치켜올리려 하지만 어느새 안경을 접어 잘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조금 부끄러워진다.

"저는 다르게 생각하죠. 당연해요. 저는 심문에 따라 판결하고 있기에 제제 르 귄 씨의 심문이 어떨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지금으로서는 제제 르 귄 씨를 용서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요."

그렇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말을 덧붙인다.

"죽음은 또 다른 탄생을 상징하죠. 신으로서의 죽음이, 반드시 육체적인 죽음이 아니어도 괜찮잖아요? 정신적으로 신으로서의 제제 르 귄 씨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태어나는 거죠. 인간으로서요."

그리고 마사는 볼멘소리를 낸다.

"혹시 제 심문에서 못된 얘기를 한 게 그래서였나요?!?!"

27 시미즈 마사 (4jjFpm9f2g)

2023-09-12 (FIRE!) 01:11:12

>>25 "앞으로 그러면 안 돼. 알았지? 울음을 그치겠다고 스스로를 때리는 건 아프잖아."

어머니의 얘기에 동정했는지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진다.

"내, 내가 무슨 항상 소리를 지르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고 그래?!?"

팔짱을 끼고 새침해진다. 이윽고 누그러진 목소리로

"뭘 가르쳐 달라는 거야?"

하고 묻는다.

28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1:12:04

>>23 세이카

제대로 삶을 살기 시작한다라. 제제의 입가에 걸린 웃음에는 쓴맛이 묻어나온다.

"...그래."

인생 처음으로, 제제는 본인이 딱히 믿지는 않는 말을 입밖으로 내어버렸다. 기념비할 만할 첫 거짓말은, 그렇게 아무 팡파레 없이 흘러갔다. 밀랍으로 굳어버린 박제같은 느낌을 영위해도, 이러한 작디 작은 변화가 그게 고작 확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미묘한 감각이다.

그래도, 세이카가 제대로 삶을 산다는 말은, 전혀 싫지 않았기에.

"응."

그래도 이건 가능하다. 가능성에 담긴 하나의 이야기라면, 작은 맹세 정도야 쉽다.

약속이야.

이런 건 처음이네만, 하고 짧게 웃으며 손을 들어올린다. 그 고히 접힌 손가락중, 새끼 손가락을 펼쳐 내민다. 동양, 서양 막론하고, 똑같은 의미를 가진 손짓이다.

"오, 역시 아는가."

세이카의 어두운 생각은 상상도 못하는 제제이기에, 그저 그러한 세이카의 호응에 반가운 마음을 표출한다. 잠시 입술을 달싹여, 세이카의 목소리를 곱씹다 다시 얘기한다.

"그저... 그대를, 그대의 노래를 좋아하기에, 본좌가 그대의 팬이 아닐까 생각했네만?"

푸흐, 하고 가볍게 웃는다.

"...뭐, 그래도 역시, 그, '친구'라는 말이 더 좋아서."

좀 더, 가깝고, 곁에 있는 느낌이 아니지 않는가.

생각을 거듭해도, 역시, 한쪽에서 보내는 일방적인 감정에는 조금 질린 감이 있기에.

...동등한 관계에 서있는 '친구'라는 어투가 좋았다. 누구에는 흔하디 흔해 아무 의미 없을 그 말이 제제에게는 달콤했다. 그 뿐이었다.

2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16:31

>>27 "으,응... 노력,할게..."

그것은, 세이카에게 있어서 예전의 습관이였다. 그 강제 추출이 꺼낸것일까. 확실한것은, 그녀는 지금 정말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이다.

"으웃... 미,안..."

당신의 눈치를 계속 본다. 잘못한 강아지마냥. 당신의 시선을 마주치지는 못하고, 힐긋, 힐긋. 당신의 마음을 거스르고 싶지 않기에.

"...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모르겠어... 내가... 계속 마사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30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1:17:56

>>24 세이카 (김문후) (놀림)

"여기 있는 연장자들이 말해준게 있다만..."

박권태와 옥사나. 이 둘이 해준 말을 생각한다. 세이카를 끌어 안은 그대로, 그들께서 받은 그 마음을 그대로 입밖으로 낸다.

"...그런 건 '나쁜 아이'가 아니라, 그냥 '아이'같은 거라더군."

본인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지만, 눈 앞의 소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쓰게 웃어보았다. 손이 등을 부드럽게 토닥인다. 세이카의 말을 받아 생각한다. 한번으로는 머리속에 들어가는 일이 없었기에, 몇번이든 곱씹고.

....나는...

그래, 나도 힘들었구나.

"....고마워."

제제의 필요. 생소하다 못해 같이 있으면 안되는 말 같지만... '친구'라는 말 또한 그랬다. 그럼에도 간질거리고 아늑한 말이지 않은가.

새롭다해서 나쁜 건 아니다.

"고마워, 친구."

숨을 내쉬듯이, 옅게 웃는다. 겁없이도 안겨오는 당신이 좋으니.

31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1:23:57

>>29 "...세이카."

마사는 무겁게 세이카의 이름을 부른다.

"너는 지금, 네가 뭘 잘못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고 그냥 내가 세이카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냥 내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묻고 괴로워 하는 거야. 내 말이 맞아?"

마사의 목소리가 조금 딱딱해진 것 같다.

32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24:59

>>28 제제

당신의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믿지 않는, 너무나도 곧바르게 살아온 아이가 당신을 그저 바라보고... 그 약속 하나에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당신의 그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것을 보자. 당신에게 마주 손가락을 내밀어, 걸려 한다. 정말로, 아이같은 느낌. 어째서. 이것에서 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말게 되는 것일까.

"...으음..."

그리고, 당신의 팬이라는 말에 조금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변한다. 물론 모든 팬이 그렇지, 않다고는... 믿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조금은 무섭기에.

"노래.. 잘 못 부르지만요... 아빠에, 비해선..."

조용히 이야기하고는.

"...응... 친구. 그게, 저도 편해요. 그게 더, 마음이 찡하고 울리고."

참, 단어의 선정이 어리숙하다.

당신에게, 그렇게 전해온다. 당신이 더 이런 상황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33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1:30:33

>>26 마사

마사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것 그 자체로 기분 좋았지만, 마사사 헛손질하는 것은 알아 보았기에 잦아들던 웃음이 다시 돌아온다. 크흠, 하고 헛기침으로 포장하지만 이미 늦었다.

"용서?"

놀랐다는 듯, 두 눈이 깜박인다. 그러다가도 이어지는 말에 푸흐, 하고 작게 웃어버린다. 마사는 기분나빠할수도 있지만 말이다.

"푸흐흐... 순 억지 아닌가, 그거. 본좌가 신도들에게 건네 준게 그런 '정신적인 죽음'이면 다를까..."

스스로 그리 생각하는 것으로 그, '정신적인 죽음'이 성립되는 건가? 라던지, 마사의 말을 그저 농담으로 취급한다.

"뭐어, 딱히 나쁜 얘기는 아니지 않은가. 상부상조 였던가, 그런 이야기일세."

아니면 일석이조라던가? 평온히 얘기하며 고개를 살짝 위를 향해 돌린다.

"기실, 잘 모르겠네. 어째서 그대가 그리... 절박한지."

...침묵하다, 어둠의 장막을 허울삼아, 조용히, 마사에게 다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을 한다. 그 말이 상처가 될수도 있음을 알기에 악질적이다 폄할 수 있다.

"...내가, 그대가 목숨을 앗아간자와 뭐가 그리 다를까."

무엇이 그대의 손을 멈추게하는 것 일까, 하고 나지막히 말한다. 과거를 알고, 사회를 위협하며, 그대의 평온한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바로 난데. 내 그대를 아끼는 것은 맞으나, 그대 또한 그럴 이유조차 없지.

그런 생각으로, 마사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 심중을 알려고 하고자 해도, 어둠에 가려져 그 진위를 알지는 못한다.

34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31:12

>>30 제제(심문후) (김문후는 누구일까) (인생)

그 마음을, 세이카는 제대로 받기가 힘들었다.

그것이, 아이라는 것이라면.

"너무, 너무 일찍 자라버린걸까요..."

조용히,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부모님이 말하는 것이 들려온다. 이제 14살이니.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한다는.

두렵다는 듯 당신을 안으며 그 목소리를 떨쳐내려 한다..

"... 이제, 괜찮은거예요...? 조금, 조금더, 저... 안겨 있어도, 괜찮을까요...?"

당신에게 물어본다. 이제. 자신이 잘못해서 삐뚤어진 관계를 바로 잡을 상황이거늘. 당신에게 너무 안겨있으면 민폐이거늘.

35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33:58

>>31 마사

"으,응...?"

그 무거움에, 절로 긴장하고 마는 세이카였다. 당신은, 이제 나를 끊어낼까.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할까. 그 행동들을 곧이곧대로 믿는 자의, 약점이였다.

"... 아니... 진짜야... 마사가... 나 미워하면... 내가, 잘못한게 분명한거니까... 그걸, 고쳐야 할 거니까..."

당신의 말에는 부정을 한다. 자신이 아는한, 그것이 사실이였기에.

36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1:36:46

>>32 세이카

두 명의 아이가 손가락을 건다. 이 행동 자체가, 그리고 그안에 담긴 뜻 또한, 너무나도 아이같은 동작이다. 하지만 이 약속을 하는 살인자 둘 또한 아이이기에 허락된 천진함이다.

반대로, 그 작은 행위안에 담겨있는 살벌한 이야기가 그 상황에 더욱 더 어울리게 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일본에는 약속을 어기면 바늘 천개를 삼키라 맹세하고, 영어권에는 약속을 어기면 그 손가락을 부러트릴 수 있다는 의미라 하니.

하지만 약속은 지키고 싶기에 하는 것이기에, 그 손가락이 서로를 떠나도, 그 두 아이의 입가의 미소는 떠나지 않는다.

"어차피 본좌는 그대의 아버지는 모른다만."

당연한듯이 즉답한다. 딱히 그의 노래를 들은 적도 없고, 관심도 없고.

'팬'보다는 '친구'라는 말이 더 좋다는 생각에 안착해, 세이카의 말에 웃어보인다.

"...그러게."

"마음이, 찡, 하고 울려버려."

//이건 막레각? 아님 컨티뉴?

37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1:36:47

>>33 "웃지 마세욧!!!"

부끄럽다. 아무래도 헛손질한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억지라니요. 전 진지하다구요?!?"

그렇게 말해보고,

"상부상조라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걸요?!?"

소원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좋은 것은 맞다. 그러나, 마사는 이런 방식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진 않을 거잖아요. 그렇죠?"

마사가 침묵을 깬다.

"정말로 제 얘기를 퍼뜨리거나 하진 않을 거잖아요. 그럴 거면서 왜 심술궂게 굴죠?"

마사가 묻는다. 그 목소리엔 화난 기색조차 없이, 정말 궁금하다는 것 같다.

38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1:40:19

>>35 마사가 한숨을 쉰다.

"세이카. 너는 네 주관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 뭐 그거야 내가 앞으로 도와줄게."

그리고 어제 들었던 용서하지 않는다는 표가 마음에 걸렸는지 덧붙여 말한다.

"도와줄 수 있다면 말이야...."

마사는 다리를 꼬고 털어놓는다.

"세이카를 미워하지 않아. 하지만 내게 떠나지 말아달라는 약속을 해 놓고 너는 떠날 것처럼 하면, 내 기분이 어떻겠어?"

마사는 자답하지않고 세이카를 내려다본다.

39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1:44:21

>>34 세이카 (심문후김문후)(여어 훈무씨(?))

세이카의 물음에 답하는 것은 본능이다. 그러기에 나온 것 또한 간단한 진심이다.

"본좌는 몰라."

허탈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단답이다. 제제는 그들이 얘기한 것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 말에 분노했다. 제제는 '아이'라는 천진한 존재가 아닌, 무려 '신'이었기에. 아이가 칭하는 것은, 신으로서의 업무에 부족하다는, 존재 근건을 위협하는 말이었기에.

"솔직히,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본좌는 '아이'인 적이 없었고, 본좌의 신도들 사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는 무의미했기에."

...하지만 애초에 불완전한 신이었던 이상, 그리 집착적으로 지켜야 할 자아는 없었다.

"허나... 답을 알아갈 수는 있겠지. 그들의 말에 의하면."

서글픈 한숨에 희망찬 말이 담겨 나온다. 제제는 침묵한다. 영원히 침묵을 고수하고 입력된 말만하고 싶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시기는 끝났다. 이 것 또한 일종의 성장일까? 성장통이 괴로워, 세이카의 어깨에 살포시, 아주 약간...

기댈 수 있도록 허락한다. 아주, 아주 약간.

작은 몸이 생소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래. 그냥... 생각없이 안고 싶어, 지금은.."

40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47:27

>>38

"... 마사는 착한걸... 외부의, 반응은... 무시하자고 했잖아."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마엘씨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에 인해, 세이카의 머리가 멍하다 느껴지지만. 무언가, 어릴적의 세이카가 더 보이지만.

"... 떠나고 싶지, 않아... 하지만... 표는..."

용서하지 않는다, 1표.

"... 미안, 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죽어달라고 하면... 그래서, 내가 죽음으로 인해서... 다 행복하면..."


"...으우..."

41 제제 르 귄 - 마사 (PEa3insG2c)

2023-09-12 (FIRE!) 01:53:16

>>37 마사

"크흠, 크흠, 웃은 적은 없...지 않군. 푸흐흐..."

거짓말은 무리라,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맞지 않은가? 우리 둘 다 불안 없이 원하는 것을 얻으니..."

조금 기대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어둠속의 마사를 응시한다. 화를 낼까? 두려워할까? 절박해 할까, 혹은 수긍할까.

하지만 마사는 처음부터 제제의 예상 밖에서 행동한 사람이다.

"....역시 그대야, 라고 할까..."

바로 핵심을 집고 들어가는 마사의 모습에 헛웃음을 삼킨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갑작스레 윗몸을 일으킨다.

".... 내 심술이 들켰군. 용서해주게."

누워있는 모습이 아닌, 침대에 앉아 무릎을 끌어앉는다. 그렇게 마사를 잔잔하게 내려다 보는 모습의 윤각이 흐릿하게 어둠속에서 보인다.

"...맞아. 나는 그대의 이야기를 퍼뜨리지 않아. 아니, 못하지."

간단한 풀이이다. 제제는 마사에게 감히 인간적인 애정을 품고 있었기에.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는 평온한 서글픔을 담고 있다. 마사의 말에 바로 답하지는 않는다. 돌려 말하는 것은 미덕인 어른의 사회에서 살아서 그럴까.

"그래도 잠시 속아주는 것은 역시, 안되는가?"

42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1:54:53

>>40 "그러기로 했었지."

마사는 생각에 잠긴다.

"바보. 그럴 리가 없잖아?!? 세이카가 죽는다면 나는 기쁘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바보라는 말을 세 번째로 하는 마사다.

"세이카가 죽는다고 해서 행복할 리 있겠냐구....."

마사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그저 팔짱을 끼고 앞을 응시할 뿐이다.

"앞으로는 마음대로 떠날 생각 하지 마. 내게 그런 약속까지 시켜 놓고 멋대로 죽으려고 하다니. 너무했어."

43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1:54:59

>>39 제제(심문후)(끄아아앙)

"... 그렇겠죠... 아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대로 된 답을 알려준다 해도... 우리가 믿을지 말지는, 별개의 문제고..."

너무나도 변수가 많은 세상이다. 이제 뭘 하라는 대로 하면 칭찬을 받는 상냥한 세계는 없어졌다.

... 나가더라도, 어려움이 가득하리라.

"... 제제씨. 저... 확언할게요."

"제제씨는 괴물이 아니예요. 제제씨는 제제씨예요."

그렇게, 당신에게 조금은 떼를 쓰며, 조금 더 꼬옥 안아오는 그녀였다.

"... 제, 친구인, 제제라고요."

"저한테 나쁜 말을 하는건 상관없지만... 제 친구한테 뭘 강제하지 마요. 원하는대로 하게 놔둬요."

부으, 하면서 볼을 조금 부풀린다.

"... 조금만, 조금만 충전할게요. 온기가... 온기가 필요했어."

44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2:00:17

>>42 "그러니까... 일단, 다른 판정에 신경쓰자...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판결의 결과는 스트레스의 연속이였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한 것이였다. 나머지는, 죽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걸. 그건, 나 뿐이야. 나는 잘못한게 맞아. 명백히, 과대하게 잘못한거야. 그건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잖아.

"... 난... 다 용서한다고, 이미 표를 던졌어... 제제...알더라..."

"하지만... 하지만 이게, 행복하게 끝나려면, 전부, 그렇게 던져야해... 하지만, 난, 설득할 자신이 없어..."

"누구, 하나라도 죽으면, 난, 난... 난 못 견뎌..."

45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2:02:01

>>41 어둠 속에서 제제를 째려보는 마사다. 그러나 그 시선이 과연 닿을까.

"그런 것은 포기한 지 오래됐어요."

오래됐다고 해도 몇 주 사이지만 말이다.

"제가 뭔가 했나요?"

역시 그대라는 말도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그러다 제제가 상체를 일으키자 덩달아 몸을 슬쩍 일으킨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용서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요?!?"

머리카락을 등 뒤로 홱 넘기며 도도하게 말하는 마사다.

"흐응..."

제제를 올려다보는 눈의 초점이 고정된다.

"제제 르 귄 씨의 욕심을 들어주기 위해서 제가 옳다고 생각한 선택을 희생하기는 싫어요."

고개를 비스듬이 하고서 그렇게 얘기한다.

"제제 르 귄 씨가 죽는다는 것도 싫고요. 지금으로서는 옳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걸로 답이 됐나요?"

몸을 뒤집어 침대에 턱을 괸 마사다.

46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2:03:46

>>43 세이카 (심문후) (귀여워ㅋㅋㅋㅋ)

"역시 직접 경험하는 수 밖에 없나."

작은 세상에서가 아닌. 작은 책의 작은 활자가 아닌. 마음에 안든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다.

...어머니가 그리웠다. 헤메기도 전에 고운 손가락으로 가야하는 길을 가르키는 아름다운 어머니. 비록 그 방식이 다른 길을 없애는 것이라도, 제제는 그 강제또한 사랑하였기에.

세이카의 말에 눈이 동그래 뜨인다. 이것 또한 예상치 못해서가 아닐까. 잠시 헤메다가, 세이카가 무슨 얘기를 하는 지 깨닫고 쓴 웃음을 짓는다.

심상독백의 이야기인가. ...은근히 그런 생각이 들 던 건 사실이다.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라며 그 사이에 밀려나가 내팽겨치는 존재란, 가지각색의 모습을 가지어도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그러기에 스스로 그러할 것이라 판단한 감은 있긴 했다.

"..."

안아오는 세이카의 온기에 몸이 저절로 녹아드려한다. 그저 그 따뜻함에 상주하고 싶다는 떼를 애써 이성으로 억누른다.

"잘 모르겠어."

"너는 내가 그저 '제제'라고 하지만, 역시 나는 그 이름의 뜻 또한 잘 몰라."

세이카의 반응에 푸흐, 하고 숨을 내쉰다.

"그래도 그대의 친구라는것... 그거 하나는 알겠네."

침묵에 빠진다. 이런 것이 모여서 사람이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다.

47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2:04:21

>>44 "재판의 결과를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순 없어. 세이카."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누가 죽더라도 넌 견딜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되도록 세이카를 도와줄테니까."

어쩐지 확신에 찬 목소리다.

48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2:11:42

>>46 세이카로써는, 방치가 사랑. 강제가 사랑이여서. 하지만, 그 사랑 자체가 어느 순간, 빛을 바래서. 무엇이 사랑인지, 모르게 되어서.

그렇기에, 그저 사람의 온기가, 사랑이라 느껴져서. 이렇게 갈구해온다.

"제제는, 당신이고, 당신이 제제예요. 이름의 뜻 같은건 상관없어요."

"존이라는 사람은 많겠지만, 각각의 존은 하나 뿐이듯..."

"제 친구인 제제는, 하나 뿐이니까."

꼬옥, 안는다.

"... 그렇기에, 하나라도 잃는다면... 전 울것 같아요. 그래서..."

"... 제제. 저랑 같이, 모두, 용서한다고 표를 내실래요...?"

"... 싫다고 해도, 제제는 제 친구일거예요..."

4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2:13:25

>>44 마사

"... 마사는, 이미 마음을 정한거야...?"

조용히 물어본다.

"난.. 전부, 살았으면 좋겠는걸... 진짜... 죽으면, 계속 흔들릴거야..."

"난, 마사가 어떻게 그렇게, 확언을 하는 건지... 전혀, 전혀 모르겠어... 무서워, 무서워... 정말, 시간은, 멈추면 안되는 걸까...?"

50 제제 르 귄 - 마사 (PEa3insG2c)

2023-09-12 (FIRE!) 02:15:23

>>45 마사

"뭔가 했냐고 물으면, 수없이 많은 동시에, 하나 하나 짚기는 시간이 아깝지."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기어린 어투로 답한다. 머리가 넘겨지는 모습에 쿡쿡, 그 웃음소리를 눌러 담는다. 긴 머리는 무슨 느낌일까, 궁금하게도 만들게 하는 행동이다.

"욕심이라... 틀린 말은 아니군. 욕심에서 거리가 먼 성정은 아니네만, 이 것 또한 가장 이기심에 가까운 욕심이니."

완전히 스스로를 위한 충동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라고 중얼거리듯 판한다.

"왜 옳은 일이 아닌가?"

질문은 한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여기 사람들은 많은 답을 내놓았지만, '죽음'에 관해서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하나의 해방이라는 생각은 제제의 머리속 깊이 뿌리를 박아 넣고 있다. 그리 죽음이라게 두려운 일인가, 하고 생각한다.

"내가, 그대가 목숨을 거두어도 된다는 자들과 뭐가 그리 다르기에."

앞으로 엎어지듯, 고개를 앞으로 기울여 무릎에 기댄다. 이러면 마사의 윤곽 또한 비스듬하게 보인다. 괜히 몸을 일으키게 만든게 미안해 눈썹을 늘어트린다. 지금 하는 말이 더 미안해해야할 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어째서 죽지 않기를 원하는가."

그냥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며 외면하면 좋지 아니한가.

51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2:17:57

>>49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에 표를 던질 거야. 세이카는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분명 다르겠지만!"

마사가 그렇게 단언한다.

"내가 죽는다고 해도 세이카와 함께 있을 테니까."

마사는 웃음을 띈다. 그녀의 방에 세이카와 함께 갈 곳과 함께 먹고 싶은 것들이 잔뜩 적혀진 여행 책자가 있다는 것을 세이카는 알까.

52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2:19:28

>>48 세이카

"힘드네."

정확한 답이 없는 것은 이토록 복잡하다.

그래도 싫지는 않다. 세상에 신은 많다. 신앙을 내주기를 갈구하고, 세계의 수많은 질문에 간편히 답을 내어줄 자를, 인간은 갈망하기애.

하지만 '세이카의 친구인 제제'는 정말로,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존재이기에.

세이카를 마주 안는다. 그러고 있기에 다음 하는 말은 조금 더 아프다. 눈을 감는다.

"...미안."

그 뿐.

아직도 제제는 스스로의 답을 모르기에. 세이카를 따르는 일 조차 할 수 없다. 그 결과를 몰라도.

픽, 옅게 웃는다.

"그래도... 생각해보고는 있을께. 그래."

53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2:24:40

>>50 "하나하나 들어보고 싶긴 하지만.... 나중의 언젠갏 미루도록 하죠."

지금은 잘 시간이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얘기를 하다가 잘 시간을 이미 넘긴 것 같지만.

"그렇지요? 전 제제 르 귄 씨의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멋대로잖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제제 르 귄 씨가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면서, 그 가능성을 모르는 척 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에요."

마사는 깔끔하게 말한다.

"제제 르 귄 씨는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많은 선택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서,

"바른 선택도, 틀린 선택도 해 보고. 여러가지도 배워 보고 바다처럼 멋진 곳도 가 보고.... 그런 기회를 주고 싶어요."

물론 또 사람을 죽이라는 얘기는 아니라며 단호히 덧붙인다. 마사의 종아리가 침대 위에서 번갈아 올라갔다 내려간다.

54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2:24:51

>>51 마사


"... 옳은게 뭘까, 생각이 드네..."

지친듯, 조용히 중얼거린다.

"모두가 사는건, 틀린걸까...?"

"제제씨는, 잘못한게 없어. 나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제제씨에게 유죄를 선고하거나, 다른 방향이라면... 그건 모순일거야."

"옥사나씨는 잘못한게 없어. 그 분노는, 그 이야기는, 진실되었어. 그리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었고."

"박권태씨는 잘못한게 없어. 그 아저씨가 반성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 과연, 식음을 전폐했을 정도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그리고, 박권태씨의 반응은... 정말, 이해할 수 있었어..."

".... 난, 갈등이 무서워. 싫어. 아마... 또 내 심문때같은 상황이 나오면... 난, 또 그 독백에서 나온것과 같이, 나올 지도 몰라..."

"난, 더이상 아무도 죽이기 싫어..."

55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2:29:16

>>54 "선서할 때 말했잖아? 그게 옳은 거지."

간단하게, 대답해버린다. 세이카의 지친 기색은 눈치챈 듯하지만 답을 바꾸진 않는다.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야."

세이카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는다. 마사의 표정만으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거기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이카의 몸 상태는 어찌됐든 마사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럼 세이카가 원하는 대로 해. 모두에게 용서한다는 표를 던지는 거지. 그런데 이미 그렇게 했잖아. 세이카는 최선을 다한 거야."

그렇게 말하고서,

"이제 정말 쉬도록 해.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거 아냐."

하며 세이카의 눈을 손으로 가리려 한다.

56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2:31:06

>>52 "그렇죠...? 철학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게..."

무엇이 인간인가. 무엇이 행복인가. 그 질문을 던지는것. 그것이 철학이라 배웠다. 그것에 대해, 지금껏 정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잠시 생각한다.

"... 미안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전, 그게 옳다고 믿어서... 부디, 용서하지 않는다는 표를 던진다면... 제제씨가 생각하기에, 그 사람이 정말 죽어야만 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요."

"...전... 여기있는 모두가... 소중해서..."

눈물이 나온다.

"... 누구라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죽어서, 누구도 더 죽지 않고 행복하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더라도, 그렇게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세이카의 심문때 세이카에게 물은 그 질문의 대답이다. 진심으로 대답하는 법 밖에 모르기에. 그렇게 답한다.

57 제제 르 귄 - 마사 (PEa3insG2c)

2023-09-12 (FIRE!) 02:33:01

>>53 마사

"그런가..."

시선을 내려, 아래를 바라본다. 그 암흑 속에 보이는 것은 무엇 하나 없으면서도, 거기에 본인의 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러므로 거기에 굳이 눈을 돌린 다는 것은 무의미할 행동일텐데, 그런 쓸모없는 행동을 멈추지는 못한다.

"....그대와 함께 바다에 있을 때는 정말 즐겁긴 했지."

곱씹듯, 중얼거린다. 눈을 감아도 암흑인 것은 똑같은 데,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절로 눈꺼풀 뒤에 그려진다.

"...살아있으면."

입을 다물었다 뜬다.

"살아만 있으면, 변화할 기회 또한 주어지는 거겠지."

그래. 눈을 감는다. 뭔가 마음 속에서 결정된 느낌이라, 그대로 다시 뒤로 넘어간다. 폭신, 하고 머리가 부드러운 배게에 안착한다. 귀걸이가 소음없이 그 존재감을 내보인다.

납득인가.

몸은 옆으로 뉘어, 여전히 마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눈이 사르르 휘어, 불완전한 미소의 형태를 그려낸다. 거짓 신은 패배를 고했다.

"...그래."

58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2:36:46

>>57 "저도 바다에서 재미없지는 않았어요?!? 제제 르 귄 씨 덕에 안전 관리만 하다가 놀아 본 것이기도 하구요."

재밌었다는 말을 굳이 그렇게 하는 마사다.

"그렇지요."

제제의 말엔 간단히 수긍한다. 제제의 몸이 넘어간다. 매트리스가 떨리는 감각이 전해져온다.

빙긋이 웃는 마사다. 베개에 거꾸로 엎드려 제제 쪽을 바라본다.

"이만큼 떠들었으니 이젠 잠이 오겠지요?"

자신은 이미 눈이 조금씩 감기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한 채.

5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2:46:11

>>55

"... 응... 마사가, 그렇다면..."

슬픈듯, 중얼거린다. 역시 약해진 몸이다. 그 심문의 영향도 있고, 그 와중에 마사의 문 앞에서 그렇게 운 영향도 있을 것이다.

"... 응... 하지만...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자신의 이름에 적힌, 용서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 마사... 조금만, 내 손, 잡아줄 수, 없을까...? 이미, 잤으니까... 같이 자지는, 못하겠지만..."

떨리는 손을 뻗어 온기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였다.

60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2:50:17

>>59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어차피 나만 아플 뿐이니까."

부모님의 싸움을 생각한다. 그것을 말리려 몇번이나 노력한 것을 생각한다. 그만큼 소용없었던 발버둥을 생각한다.

조용히 마사는 세이카의 손을 잡아준다. 자신도 잠을 얼마 자지 못했다는 말은 넣어두기로 한다. 고백한 이상 얻는 것도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마사는 아마, 세이카와 혼욕하거나 같은 침대에서 잠드는 것은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 생각하며 그저 손을 잡아준다. 차가운 손을 자신의 온기로 녹인다.

"잘 자. 세이카."

// 막레로 할까??

61 제제 르 귄 - 세이카 (PEa3insG2c)

2023-09-12 (FIRE!) 02:57:27

>>56 세이카

"철학의 신기한 점은, 우리 모두가 그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일세."

옳은가, 틀린가. 그런 간단한 점도 철학의 일부니.

"...그대는, 타인의 주관을 너무 쉽게 용서해."

곤란하다는 듯 눈매를 늘어트리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얘기한다.

"그대, 우리는 모두 살인자야. 잊지 말게. 같은 인간인 주제에, 타인의 생사권을 멋대로 한 시점에서 그를 그대로 돌려 받을수 있다는 뜻이야."

...그 말 자체를 입밖으로 내는 게 고통스럽다. 속에서 본능과 이성이 멋대로 아우성 치는 것을 일단 무시한다.

"...우리 모두, 진정으로 용서 받아야 할 상대는 이제 없으니, 멋대로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정말 죽어야만 하는 이유는... 따지기에 늦었을수도 있고."

애초에 죽음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 생각하네만... 그러니 그리 얽메이지는 말게나. 결론은 꽤나 차갑고 인정없는 생각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는 별로 바뀌지 않는 점에서 나온 괴리삼일수도 있다.

"이 것을 주체한 자들도 그러한 생각이었을까. 기왕 손을 더럽힐거면, 이미 살인자인 자들에게 맡기자고."

하아, 숨을 내쉰다.

"허나... 그대들은 내게, 행복이란 상대적이라 하지 않았나."

그대의 말 대로 되면 기뻐하는 이는 없을거라 생각하네만, 하고 다소 건조하게 답한다.

62 제제 르 귄 - 마사 (PEa3insG2c)

2023-09-12 (FIRE!) 03:02:26

"..."

수긍해,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다. 눈이 꿈벅, 꿈벅, 눈꺼풀이 절로 닫히기 시작한다.

무의식적으로 온기를 찾아, 몸이 꾸물거리며 마사에게 더 가까이 붙으려하기까지 한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머리가 무겁다.

"..."

만약에, 혹시나 나간다면, 마사는 여전히 본인을 영원히 보지 않을 생각이려나.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지만, 입에 담지는 않는다.

그 밖에도 - 살인의 의미라던가. 마사 본인의 살인에 대한 생각이라던가, 죽음의 안식이라던가. 용서라던가, 배신이라던가.

그저 그런 생각같은 고통 조차 없애기 위해, 타당한 결말만을 바랄 뿐.

"잘... 자게.."

하품을 삼키고 잠에 든다. 잠결에 중얼거리는 게 마지막이다.

"...마사."

이늑고 잠잠해진다.

//막레! 인듯!

63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03:06:20

>>61

"그렇죠..."

그렇기에, 철학에 대한 정답이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 제제씨의 생각인걸요. 그것으로 화내면... 그것이 틀린게 되는데... 생각이 틀리진 않다고 보니까요..."

작게 이야기를 나눈다.

"... 그러게요... 하지만, 저와는 달리... 제제씨는, 선택권이 없었잖아요...?"

주어진 선택권이 보이지 않았다. 전부, 그 어머니라는 사람이 강제하던 것이라, 보였다. 그것이 틀렸다면...

"... 행복은 상대적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행복은... 고통이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한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여러분이 유죄를 선고받아... 영영 보지 못하게 된다면. 아니면... 죽게 된다면."

"그렇다면, 저는 고통스러울 거예요."

"...우습죠? 자신이 죽는것은,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죽는것은. 고통스럽다니."

64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08:56:39

마사는 조용히 물을 마시고 있다. 얼음물도 오렌지 주스도 아닌 특별할 것 없는 물이다.

// 마지막이 아쉬워서 난입!

65 사마엘 (d19ItI/PcY)

2023-09-12 (FIRE!) 13:04:19

(로비 카페테리아로 터벅터벅 나오는 안드로이드...... 사마엘. 미적거리며 테이블에 앉고는 노트북을 연다.)
(일하기 싫어보이는 모습이다.)

66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00:00

【 제 3심 아웃트로를 시작합니다. 】
ㆍ 진행에 대한 반응은 자유롭게 해주세요. (많이 해주면 캡틴이 행복해합니다.)
ㆍ 모든 판결 카드에 사용된 SD는 픽크루로 제작되었습니다: https://picrew.me/ja/image_maker/2040191

67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00:24



“반갑습니다. 마지막 판결 브리핑에 참석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평소보다 더 풀어진 기색의 사마엘이 우리한테 인사를 건냈다.
모든 구조물은 치워지고 스크린과 마주보도록 설치된 다섯 개의 의자. 이름표가 부착된 건 여전하지만 그 위치 때문인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68 시미즈 마사 (bRXXkVRiBo)

2023-09-12 (FIRE!) 22:02:12

대답하지 않는 마사다. 당연하지만 긴장한 것 같다.

남몰래 주머니에는 유리조각을 그대로 넣고 왔다.

만약에 대비해? 만약이란 무엇? 그것을 가져온 이유는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6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02:13

"... 이게. 마지막이네요..."


조용히, 말한다.

70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03:00

사마엘이 아랫날개를 한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금 상황에서 인용한다면 심히도 납작한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여러분들한테 극히 어울리는 문장이 아닙니까?”
“용서받느냐, 용서받지 못 하느냐.”
“무죄인가, 유죄인가.”
“풀려나는가, 사형당하는가.”

“그 마지막 갈림길 앞에 여러분들은 서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조금은 동요하고 계실까요?”
“강요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이 사마엘.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71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2:03:53

끝이 다가옵니다.
...어쩐지 결과는 알것만 같습니다.
기대도 없고 흥분도 없는 그저 반복할뿐인 판결을 기다리며
그저 조용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72 시미즈 마사 (bRXXkVRiBo)

2023-09-12 (FIRE!) 22:04:38

"그런 것을 즐거워하는 사마엘 씨를 위해 해줄 말은 없어요."

3심 내내, 생각해왔지만 하지는 않았던 말.

드디어 마사에 의해 내뱉어졌다. 이 모든 여정을 마무리짓듯이.

73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06:28

"... 역시, 두렵네요..."

"... 네. 두려워요."

74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08:12

“으흐흐. 아하하.”

무엇이 그리도 유쾌한지 눈까지 휘며 웃는다.
그러다 불현듯 뚝, 하고 그치는 웃음소리. 사마엘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스크린 앞에 직립한다.

“그럼 이제부터, 여러분의 운명을 결정지을 판결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출된 배심원 투표는 16표. 외부 판정단의 투표 17표를 더하여 총 33표의 판결 투표가 모였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75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09:03

“본격적으로 죄인의 판결을 공개하기에 앞서, 두 명 이상의 죄인한테 동시에 판결 사유를 적어주신 외부 판정단분들의 의견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의견은 모두 죄인들한테 대하여 ‘용서하지 못 한다’라는 투표를 한 의견입니다.”

“─ (제제 르 귄, 박권태) 살해한 사람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석방된다면 유족 등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너무 억울해지고 사법 불신이 생길 것이고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걸로 보아 교화될 가능성도 없음. 자기가 누굴 살해했는지 인지조차 못 하고 있는 상태여서 석방된다면 엉뚱한 사람을 자기가 원한을 품은 상대로 오해하고 살해할 거 같아서 무섭고, 용서받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아 자기의 살인이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 같음.
─ 중대하고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재범 가능성이 높고,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사형이 아니면 무죄방면이라, 가석방없는 무기징역이나 수감해두고 장기적으로 교화를 시도하는 방법을 택할 수 없기에, 무죄방면 시 재범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사법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사형밖에는 도리가 없다고 판단함
─ 죽이라는 표가 더 많아지면 진짜로 다 처형할지 너무너무 궁금함 “

“소중한 시간 내어 투표를 해주신 외부 판정단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다만 밀그램 시스템의 투표 규칙(situplay>1596909080>6)에 의해 외부 판정단의 의견을 최종 투표에 반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안내를 충분히 해드리지 못 한 듯 해 죄송한 마음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죄인 여러분들도 이 의견들을 마음 깊이 새기셔야 할 겁니다.”
“이 감옥에서 저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으시다면.”
“그 때엔 이런 알량하고 무른 시스템이 아닌 처형장의 칼날과 함께 저를 마주하게 되겠지요.”

“유죄 여부에 상관 없이 여러분은 이미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부정되지 않았습니다. 반성과 속죄를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잊지 않으시길 감히 바래봅니다.”

76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09:26

조용히 서서, 무감한 눈으로 지켜본다.

77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11:44

"..."

살짝 눈을 찌푸린다.

첫 의견은, 3심을 보지 않고 이야기한건가.

둘째의견은 이해가 되지만...


셋째 의견은, 정말 이 시스템 자체를 유희로 보고 있는것인가.


... 역시, 이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가.

78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12:30

“... 잡설이 길었군요. 마지막이라 감성적이 되어 그만.”
“가장 먼저, 죄수 번호 001, 박권태.”

79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13:11

죄수 번호 001, 박권태.

“용서한다, 4표.”
“배심원단의 의견은 4:0으로 용서한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외부 판정단의 의견은 용서하지 않는다 4표, 0:4입니다.”

“다음은 ‘용서한다’ 측의 코멘트입니다.”
“ ─ 그는 용서받아야할 필요가 있다.
─ 딸을 만나봐야 하지 않은가. 일단.”

80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14:00

“이혼한 이전 아내가 만나던 애인을 살해하고 그 뒤로 아내를 쫓아간 끝에 그 아내마저 강물에 휩쓸려 사망하게 한 죄인, 박권태. 여러분은 그한테 ‘용서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셨습니까? 혼자 남을 그의 딸을 돌볼 사람이 필요했습니까? 그도 아니라면... 피해자들이 죽어 마땅했다 생각하셨습니까? 이마저 아니라면, 사람을 둘이나 죽여버린 살인자한테도 남을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네요.

“저로서는 살인자가 사랑을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든 주장입니다만... 그것이 여러분의 대답이라면. 저를 포함한 밀그램 시스템은 이를 수용하겠습니다. 앞으로는 그릇된 사랑 말고 올바른 사랑을 할 수 있기를.”

81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15:26

예전이라면,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축하한다는 등의 말을 꺼냈게지. 결국 그 또한, 진심이 아닌 일종의 자기긍정의 연장선 인줄도 모르고.

지금은, 글쎄.

팔짱을 낀 채, 그대로 미동 없이 화면을 바라본다. 그 결과에 자신이 투표가 들어간걸 아는데도, 또 한번의 살인에 가까워 질뻔한 것을 아는 데에도 본인과 상관없다는 듯이.

82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15:34

"..."

충분히, 반성했어. 박권태씨는. 정말로, 정말로야.

... 부디, 자신의 딸과 잘 되기를... 기원할께요. 권태 아저씨...

83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17:04

사랑이라.

결국 답은 무엇일까, 알아 봐 달라는 그의 요구가 생각난다. 고개를 조금 숙여, 귀가의 귀걸이를 만지작거린다.

84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17:17

“그 다음. 죄수번호 002, 시미즈 마사.”

85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17:47

"..."

긴장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86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18:01

죄수번호 002, 시미즈 마사.

“용서한다, 2표.”
“용서하지 않는다, 1표.”
“배심원단의 의견은 2:1으로 용서한다로 결론이 났습니다.”
“외부 판정단의 의견은 용서하지 않는다 3표, 0:3입니다.”

“다음은 ‘용서한다’ 측의 코멘트입니다.”
“ ─ 그대가 얘기한대로야. 그뿐이야. 그대가 앞으로 고를 길을 고대하고 있어. 미래에 뒤돌아보게 되면, 어떤 표정일까, 약간 궁금하기에. 살인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해. “

“다음은 ‘용서하지 않는다’ 측의 코멘트입니다.”
“ ─ 그녀는 본질적인 문제를 알지 못한다. ”

87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2:18:09

잘 된 것인지 아닌지 소녀는 모른다.

그녀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모른다.

그 사실 앞에서 마사는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다.

88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18:30

“존경받는 학생회장으로 남아있기 위해 자신이 가출 청소년이었다는 과거를 알고 있는 소년을 죽여버린 죄인, 시미즈 마사. 여러분은 그한테 ‘용서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자가 정말로 반성을 했는지 여부를 확신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저와는 반대로 판단을 내리신 모양입니다. 아니면 반성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감안하고 결정을 내렸다든가.”

“원하는 판결을 얻게 되어 기쁘시겠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폭력적인 강박을 벗어던지고 이런 사태를 두 번 다시 일으키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89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2:20:07

용서를 받았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는다.

어떤 변명도 덧붙일 말도 없이 스크린을 응시하는 마사다.

90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20:23

"... 다행이네..."

@조용히 중얼거리며 손을 잡으려 한다. 살짝, 안심.

91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21:03

촌극의 끝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충동과 함께, 끝없는 지루함과도 같은 무감정이 제제를 채운다.

용서한다 - 하면, 앞으로 계속 나아가, 삶의 고통또한 지속한다는 뜻. 변화하고 배우는 권리를 얻는다는 뜻.

문득, 고개를 드는 호기심에 마사와 권태 쪽을 흘긋, 바라보나, 하자마자 다시 눈을 정면으로 돌린다.
그들의 미래는 더 이상 자신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애초에 타인의 미래란 자신이 관여할 영역이었던 적은, 없던 것이다.

92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2:21:52

세이카의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손은 잡으려 하면 얌전히 잡혀온다.

손이 잡히자 그제야 세이카를 눈치챈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소녀를 쳐다본다.

"으응."

도박을 했다는 사실은, 상대는 모르고 있다.

93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22:30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죄수 번호 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94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23:01


죄수 번호 003,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용서한다, 2표.”
“용서하지 않는다, 1표.”
“배심원단의 의견은 2:1로 용서한다로 결론이 났습니다.”
“외부 판정단의 의견은 용서하지 않는다 3표, 0:3입니다.”

“다음은 ‘용서한다’ 측의 코멘트입니다.”
“ ─ 이것은 순전히 나의 주관일세. 미래만을 바라보는 나의 친구. 타인의 주관을 그리 쉽게 용서하는 그대는 어떻게 바뀔까, 하고 궁금해. “

“다음은 ‘용서하지 않는다’ 측의 코멘트입니다.”
“ ─ 그녀가 불쌍한 척을 할 뿐이라는 의심이 아직 가시질 않는다. “

95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23:30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오다가 부모의 위협을 참지 못 하고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죄인, 미나미노하라 세이카. 여러분은 그한테 ‘용서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금껏 만장일치의 결과만 나오던 죄인한테 한 표의 용서안함 판정이 나온 건 괄목할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마지막까지 용서받으셨군요. 좋게 말하면 진솔한 태도가 통했다는 것일 테고, 나쁘게 말하자면 동정표를 얻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야 어쨌든 용서받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 곳에서의 경험이 죄인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거름이 될 수 있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96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2:24:35

마사는 그제야 안도하는 것 같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것처럼 세이카의 손을 마주잡는다.

"세이카도 다행이야."

입가는 웃고있지만 눈은 웃고있지 않다. 다만 총기는 돌고 있다.

97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25:00

"... 불쌍한... 척..."

동정표가 아닌가, 자신도 의심하고 있었기에.

... 사실 마음이 편치가 않다. 이것은, 정말로 제대로 된 판결이 맞는건지.

98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25:40

스크린을 응시한다.

이제야 말로, 타인의 주관에서 벗어나, 스스로 가야할 길을 찾아야 하는 결말이다. 아니, 시작일까?

이러한 결과가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녀가 원하는 결말은 타인에게 기대 구걸하면 안되는 것이었으니.

갑작스레 귀걸이가 거슬려 만지작인다.

9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26:38

>>96 마주잡은 손에서, 살짝 땀이 느껴진다.

난, 당신을 속인것이 아닌가. 모르겠어.

... 하지만...

"...응... 다행이네..."

100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27:00

“이 다음은 죄수 번호 004번, 옥사나 하네즈카.”

101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27:31


죄수 번호 004, 옥사나 하네즈카.

“용서한다, 2표.”
“용서하지 않는다, 1표.”
“배심원단의 의견은 2:1로 용서한다로 결론이 났습니다.”
“외부 판정단의 의견은 용서하지 않는다 3표, 0:3입니다.”

“다음은 ‘용서한다’ 측의 코멘트입니다.”
“ ─ 그대가 내게 준 걸 그대로 돌려 받는 기분이 어떨까? 화나지는 않을까? 버킷 리스트, 스스로의 의지로 끝낼 수 있길 바란다네. 그 다음에는... 이전에 말한 학교도, 나쁘지 않겠지.
─ 지금으로썬 죽는 것보다 살아가는 게 더 큰 형벌이 될 것이다.”

102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28:00

“집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유산을 횡령한 변호사를 죽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하던 전 애인과 그 자식을 죽여버린 죄인, 옥사나 하네즈카. 여러분은 그한테 ‘용서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의 끊임없는 호소가 제 3심에 들어 싹을 틔운 모습,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살고 싶다는 욕망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재미있더군요. 후후. 그리고 여러분은 끝까지 이 죄인한테 삶이라는 결과를 쥐어주었다... 잘 만든 성장 소설의 플롯같은 이야기군요.”

“당신한테 이 판결은 벌이 되었나요? 아니면 축복이자 또 한 번의 기회가 되었나요? 어느 쪽이든 바깥에서 당신이 만들어나갈 또 하나의 길을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103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29:28

...? 용서하지 않는다는 표가... 한표?

... 어째서 용서한다 세표가 아닌거지? 난... 분명히...?

104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30:48

글쎄, 어떨까.

저 인간을 모방한 기계의 코멘트가 거슬리지만, 그거야 한두번도 아니기에그 거부감을 거둔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해 옥사나에게 시선을 잠시 돌린다.

원하는 결말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투표는, 결국 의미가 있었을까.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은 제제는 그 답을 알지 못하기에 시선을 되돌렸다.

105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30:57

...나, 설마, 잘못 투표한, 거야...??

106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32:00

“마지막으로, 죄수 번호 006, 제제 르 귄.”

107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32:20

눈을 가늘게 뜬다.

108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32:31

죄수 번호 006, 제제 르 귄.

“용서한다, 3표.”
“배심원단의 의견은 3:0로 용서한다로 결론이 났습니다.”
“외부 판정단의 의견은 용서하지 않는다 4표, 0:4입니다.”

“다음은 ‘용서한다’ 측의 코멘트입니다.”
“ ─ 나의 한 표로 기회가 온다면, 부디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확실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처벌은 자신의 죄를 깨달은 이후가 되어야 한다. ”

109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2:32:43

조금,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대체 왜. 대체 왜...

"감사합니다."

억지로 지어보입니다. 미소를, 언제나 지었던 것 처럼...
아니 할 수 없어요.
그딴걸 할 수는 없어.
이미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태웠는데 어째서...

"감사합니다."

아직도 태울 것이 남아있단 말인가요.

"감사합니다..."

눈물이 떨어집니다.
한방울, 두방울.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아니라고 하는데도 이렇게 좁은 더러워진 사람들의 긍정이 너무나도 고마워서.
...내가 너무 증오스럽습니다.

110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32:53

“자신을 따르던 신도들과 핍박받던 한 아이를 모두 사랑하기 위해 식수에 독을 타 몰살시킨 죄인, 제제 르 귄. 여러분은 그한테 ‘용서한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과연, 이런 결론을 내리셨습니까. 이 죄인과의 대화에서 여러분들은 변화 가능성을 점친 겁니까. 일흔이 넘는 살인을 덮을 정도로 이 죄인이 품은 가능성이 찬란했다... 그렇게 판단한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아니라고요? 아니면 말고요.”

“눈치로 보아 본인은 이런 판결을 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다시 한 번 얻게 된 삶의 기회를 축복으로 받아들이시길. 신이자 인간이며 신도 인간도 아닌 제제 르 귄, 당신 스스로 결정하여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아닙니까.”

111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33:35

#
식수->성수로 정정

112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2:34:03

눈물을 보이는 옥사나의 모습에 놀라 눈을 깜빡인다.

아무런 말도 하지는 않는다.

113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34:30

"..."

전부... 팔에 힘이 풀리고 만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 이야..."


"... 약속... 지킬게, 친구..."

제제를 향해, 작게 중얼거린다.

114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37:00

“──이상.”

스크린이 꺼진다.
재판장의 불이 환하게 켜진다.
사마엘의 노란 눈이 우리를 바라본다.
늘상 심문의 시작과 끝을 알리던 의사봉을 천천히 손에 쥐어든다.

“전원 ‘용서한다’ 판결.”
“이에 따라 밀그램 시스템은 모든 죄인들한테 최종 무죄 판결을 선고한다.”

탕, 탕, 탕.
의사봉을 세 번 내리쳤다.
이 기나긴 재판이 드디어 폐정한다는 신호.

115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39:08

"..."

울렁이는 속을 참고서, 스크린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

적어도 그 모두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면, 조금 더 편했을턴데.

...아니, 그것은 아니다. 당신들이 얼마나 자세히 설명하여도, 결국 나는 그 모든 것을 납득할수 없을 것이다.

그 주관의 무게가 무거워, 눈을 꾸욱, 감는다. 속이 울렁인다.

그대들은, 어째서?

펼쳐진 미래에 낙담한다. 이어가는 숨에 찾아올 변화를 직감하고, 그 변화가 가지고 올 고통을 예상한다. 고통은 피하는 게 미덕이라 알고 있는 나는, 결국 그 고통을 그대로 마주해야겠지.

이어지는 시간에, 그 기회에, 그 고통의 의미를. 생명의 믜미를, 죽음의 의미를.

그 자유, 그 사랑의 의미를.

...어떤 식으로도, 깨닫게 되겠지.

그대들이 원망스럽다. 그대들이 사랑스럽다. 나 스스로의 의지로 끔찍한 애정의 죄를 저지른 나는, 그대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언젠가는 떠야 할 눈임을 암에도 불구하고. 아니, 알고 있기에.

지금 당장은, 달콤한 외면만을 마주하고 싶어졌다.

미래는 무겁기에, 그를 나서서 받아갈 준비다. 그 깨달음의 끝에는, 후련함도 기쁨도 행복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또한,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116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39:25

"......"

사실은, 실감이 가지 않는다.

자신은 아직도 살아 있다. 아직, 착한 아이가 될 수 있는걸까.

아니면, 그저 더 반성하고, 속죄하다 언젠가는 죗값을 치루라는 유예기간인 것일까.

117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40:11

“이 시간부로 여러분의 모든 구속이 해제됩니다. 또한 미리 약속드렸던 대로, 바깥 세상에서는 이 곳으로 오게 된 계기인 살인에 대해 아무 죄를 물을 수 없도록 후속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네요, 설마하던 전원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규정에 의거하여 이 중 누구도 소원을 이룰 수가 없게 되었네요. 이것 참 아쉬운 일입니다.”

속내를 읽기 힘든 머리인 주제에 아쉽다는 아리송한 말을 한다.

“여러분들한테 내려진 판결, 만족스러우신가요? 부디 그러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결과이지 않습니까.”

118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2:41:20

마사는 인형처럼 자리에 못박혀있다.

무언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에게는 할 일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이것이 유일한 감상이었다.

11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41:52

"... 그 후속 조치는 어떻게 하는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120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43:30

눈을 느리게 떠서, 사마엘을 응시한다.

피곤한 어투로, 말른 입술을 달싹인다. 죄인 끼리 모여 서로의 죄를 판별하고 멋대로 사죄를 청하는 촌극의 끝이 도래한다.

"...그렇군."

무거운 어투이다. 가만히 서서, 사마엘의 그 머리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즐거웠는가?"

사마엘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나, 그 밖의 사람도 생각하게 돼, 입술을 비틀려 올린다. 딱히 답할 필요는 없다네, 하고 중얼거리며.

다음은,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절망의 무게가 마음을 짓누른다. 여기서 나가고, 그 다음은?

길을 잃은 느낌이다. 귀에 달린 귀걸이가 무게를 통해 그 존재를 암시한다.

...하지만 동시에, 햇살 아래 부나끼는 흑발을 생각한다. 하나의 작은 이정표.

그 다음의 다음은, 그때가서 생각해도 되겠지, 아마.

그런 생각과 함께, 눈을 휘어 웃음을 보인다.

"즐거웠으면 좋겠군. 어느 형태로든."

121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44:51

>>119 세이카
(질문이 올줄 몰랐는지 잠깐 삐걱이다가...)
그 방안에 대하여 저희 밀그램 시스템 측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최종적으로, 민ㆍ형사 소송이 열리지 않도록 막는 선에서 그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여러분들한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될 듯 하군요.
추가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지?

122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45:54

"...제제... 가기전에 하나만 해도 될까요...?"

그 귀걸이에, 손을 대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서 당신의 손에 올려주려 한다.

"... 무거워 보여서..."

123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45:55

밖에 나가자마자 린치 당해도 꽤 재미있는 결말이겠는 걸. 하하...

(팔짱을 낀 그대로 어깨를 들썩인다. 딱히 진중함은 없는 가벼운 농이다.)

124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48:00

“바깥으로 향하는 정문은 자정에 개문합니다. ... 린치할 불한당은 한 명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 이전까진 여러분한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거나, 마지막 회포를 나누거나... 뭐, 마음대로 하시고.”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라며,”

“그럼 여러분,”

“모쪼록 평안하시길.”

125 SAMAEL (d19ItI/PcY)

2023-09-12 (FIRE!) 22:48:17

【 제 3심 아웃트로를 종료합니다. 이전의 일상을 이어가실 수 있으며, 새로운 역극 또한 자유롭습니다. 】
【 수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딜레마의 배심원’의 엔딩을 진행합니다. 】

126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48:55

>>121 ... 이해했어요...

127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49:51

"... 다음에 이것이 열린다면... 더 위험한 상황이 있을 수 있었겠죠... 옥사나씨가 이야기한, 그 말이...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였고..."

128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50:00

>>122 세이카

세이카가 다가올리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 지, 흠칫, 어깨를 떨고 말지마, 웃음과 함께 그녀를 맞이한다.

"으음? 아아..."

다만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 지 밝혀지자, 그 웃음은 녹듯이 사라져, 그 자리에는 미안한 표정밖에 없다. 피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런 표정인지는, 세이카가 귀걸이에 손을 대자말자 알테다.

...자세히 보니, 그 끝이 융접되어, 피 없이 풀수는 없는 형식의 영구 귀걸이다. 그 매음새에 녹아붙은 금붙이가 빛을 반사한다.

풀 생각을 감히 하지는 못해도, 잘때도, 걸리적거릴때도 풀지 못한 이유다.

딱히 말을 건네지는 않지만, 미안한듯, 눈을 휜다.

"..."

129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2:52:19

...어디로 가야할까요.
우선은 당분간 아저씨의 댁에 신세를 지면서...
아니 어머니의 나라에 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글쎄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시 의사로 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전에 생각했던 것 부터.

...

"제제씨."

나지막한 목소리로 제제씨를 불렀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있나요."

"혹시 괜찮으시면"

"당분간 저와 함께 다니지 않으시겠습니까?"

130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2:53:29

>>128 "... 아..."

"... 밖에 나가서... 풀어요... 방법은 있을테니까..."

방법을 찾아본다면 풀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사실 저것을 본다면, 계속 생각날 것이 분명하기에

131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2:59:23

>>129 옥사나

사마엘이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아직 그에게 할 말, 물어볼 일이 있었다는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제제는 처음부터 이러한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자였다. 같은 처치의 자들이 서로의 죄를 묻는 것이든, 그 일련의 괴로움이 모르는 타인들에게 즐거움으로 소비되는 것이든.

그래서일까, 옥사나가 말을 걸으면, 놀라다 못해 어벙벙한 표정. 그리고 거기서 나아가면 이어지는 말에 경악에 한 걸음 다가간다.

"......진심인가?"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고개를 기울인다. 손을 들어, 스스로를 가르킨다.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이 더더욱 동그래진다.

"본좌랑?"

잠시 머뭇한다.

"...'나'랑? ....어째서?"

그대도, 해야만하는 일이 있을 텐데, 하면서, 조금 멍하게 대답한다.

132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00:33

"... 저... 그, 같이 다음에 이야기할수 있도록... 연락할수 있도록, 그... 라인, 교환하실래요...?"

전부에게 묻는다. 권태를 포함한.

133 박권태 (d19ItI/PcY)

2023-09-12 (FIRE!) 23:03:23

>>132 세이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 반쯤 누워있다가...)
......
(당신의 부탁에 당신을 지긋이 바라본다.)
.........
(계속 바라본다.)
..................
(... 마침내 대답하기를,)
...... 라인이 뭐야?

134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3:04:03

>>131 제제 르 귄

"저는 여행을 가볼까 하거든요."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고. 그 끝도 알기 어려운 여행을.
이 나라에서 빠져나가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행을.

"가는 길에 아이 하나 못 돌볼 정도는 아니기도 하고... 제제씨는 한가해보이니까요?"

평소와 같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합니다.

"제제씨가 찾는 그 아이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132 세이카
"...좋네요. 세이카씨."

135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04:15

>>130 세이카

"....푸핫!"

어쩔수 없는 반응이다. 놀릴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소매를 들어 입가를 가리며, 눈가가 절로 휜다.

제제를 아무리 기밀하게 관찰해도, 그 누구는 알고 있을까?

제제는 페르소나의 뒤에 서있을때 내는 웃음소리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웃음소리는 전혀 다른 소리를 띄고 있다는 것을.

그 점을 기반으로 보았을때, 이 웃음소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이다. 짧은 웃음을 멈추어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다.

"역시, 본좌는... 나는, 그대가 좋아."

나의 친구.

손을 뻗어, 그 세이카의 손을 마주 잡으려 한다.

"그리 걱정하지는 말게."

136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05:18

>>134 "... 다행이예요..."

>>133 "... 에. 그, 폰은, 새로 장만하실건가요... 아니면...?"

"그. 메시지 보내는 그런건데..."

우물쭈물하지만, 라인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137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06:57

>>135 "으, 으우, 웃지 마세요... 친구가 힘들어하는거, 보고 싶지 않아서니까아...."

손을 맞잡고는, 안아온다.

"... 제제. 앞으로 자주 연락해야해요... 꼭."

138 박권태 (d19ItI/PcY)

2023-09-12 (FIRE!) 23:07:38

>>136 세이카
어... 그러게, 내 핸드폰은 여기 있나 아니면 전에 있던 구치소에 있나......
(자기도 핸드폰의 행방을 몰라 잠시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다가...)
아. 카톡같은 거? 요즘 애들은 별 걸 다 쓴다니까...... 근데 그거, 해외에서 보내면 막 돈 들고, 그런 거 아니야?

139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10:27

>>138 제가 알기로는 그, 데이터나 와이파이만 되면 보낼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아니라면 되는 거 찾아야죠...!

그런데.. 카토꾸...?

140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3:10:40

>>138 권태
"권태씨 라인은 NHK...아 한국의 N사에서 서비스하는거에요."

"그리고 카카오톡도 해외로 보낸다고 돈이 들지는 않는답니다."

그것도 모르는거냐며 조금 놀리는 듯한 말투였다.
명백히 긴장이 풀린 모습이다.

"아저씨네요 완전히."

141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10:55

>>132 세이카

"....?"

.......????

어리둥절.

"라인이 뭔가...?"

줄Line 같은 건 없는데...?

>>134 옥사나

"...."

푸흐.... 약하게 웃는다.

"그대가 증오하는 자와 다닐 생각을 하다니. 그대 또한... 정말, 특이한 사람일세."

제제 또한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녀의 사상과는 정반대인, 생명을 살리는 직업의 종사자와 함께 다니다니.

...그래도.

침묵하며, 고개를 늘어트리며, 깊은 생각에 빠진다.

"..."

예상 못한 미래의 길이기에. 그리고 생각보단.. 거부감이 들지 않았기에, 오래 걸린다.

"....나에게는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이 최우선이라네."

언제 찾아 올지 모르는 이별이라도, 괜찮은가?

하고, 작게 물어본다.

142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12:46

>>137 세이카

작게 웃어보인다. 세이카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끝이 도래할때까지."

잠시 머뭇한다.

"....으음, 전화기는 써본 적이 없긴 하네만... 조금 궁금하긴 했으니,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중얼중얼)

143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13:25

>>141 아, 맞다. 그. 연락할 수 있는 기계인 스마트폰에 넣을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야할까요...?"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하면서 살짝떨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게 맞겠지...? 나, 너무 간단하게 말해서 화나게 만드는건 아니겠지...?

"그, 헤어지기 전에... 그, 폰 만들러 간다던가... 어때요...?"

144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14:05

마사는 세이카가 라인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은 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는다.

그저 말이 없다.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면 방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145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3:15:18

>>141 제제

"가까이에서 감시하려는 걸 수도 있잖아요?"

푸흣, 하고 튀어나온 웃음을 멈추지 않았숩니다. 애초에 그럴 생각따위는 없지만 그럼에도 저렇게나 진지하게 대응해주는 걸 보면 저도 성의를 다해서 답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상관 없답니다."

"전에는 신이라고 자칭하셨는데 여행길 중간에 퍼지지는 않을테니까요. 불경죄인가요?"

입을 가리고 웃는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아주 잠깐동안의 동행이다.

그저 깨달음을 원한다.

부처가 악인에게 그러했듯이. 이 아이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 마음속 신에게.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있나요?"

146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15:43

"... 저, 마사와 같이 해외여행... 갈거니까... 언젠가... 1년, 2년 정도 지나고 나서... 한번 만날수 있다면... 만나는건, 어떨까요...?"

볼을 긁적인다.

"... 아, 이건... 마사에게 물어보는게 먼전가... 마사... 마사?"

147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18:42

"여행은 아니고 유학이야."

마사는 간단하게 말하고 대답하지 않는다.

무표정이다.

148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19:58

>147

"... 으, 우... 그... 난, 학교... 안 가고 싶은, 데..."

149 박권태 (d19ItI/PcY)

2023-09-12 (FIRE!) 23:23:45

>>139 세이카
그러냐. 그럼 됐어. 아저씨는 그런 거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전화번호를 알아도 보낼 수 있나 그거? 지금 알려줄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네...
(권태는 사마엘의 책상으로 설렁설렁 걸어간다. 종이와 펜을 찾으려는 듯 하다.)


>>140 옥사나
...... (눈을 한껏 찌푸린 게 상당히 부끄러워하는 듯한...) ... 아는 거 많아서 좋겠네, 의사 나으리. 근데 그거 아나? 한국에는 장유유서라는 게 있어서 웃어른을 놀리면 크게 혼난다...!

150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26:57

>>148 "고등교육은 꼭 마쳐야 한다구. 이렇게 되었으니 세이카도 영어를 공부해야 해!!"

꽤 단호하게 말한다.

151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27:11

>>149 "아, 네, 그렇게 알고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다. 뭇내, 좋은 듯 하다.

152 옥사나 하네즈카 (96oVR4x1io)

2023-09-12 (FIRE!) 23:27:34

"유학인가요."

마사씨의 말에 조금 그렇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뭐 세이카씨도 이제부터는 살아가야 하니까요. 스스로 나아갈 수 있어야해요. 학교는 꼭 다니는게 좋답니다."


>>149 권태

"그런. 그건 저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푸흣 하고 웃으면서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권태씨는 이제부터 무얼 하실건가요?"

153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27:39

스크린을 바라본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이제 사라진 사마엘의 자리를 본다.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책의 끝 페이지에 도달한 느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또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만족스러운 엔딩을 기대했건만, 그 종이 뒷면에는 백지 밖에 없는 느낌?

...

스스로 채워야 하는 건가.

세이카가 만지작거린 귀걸이에 손을 댄다. 마음 속의 종이에 펜을 가져다대고 생각한다.

해야하는것, 하고 싶은 것, 생각도 못해 보았던것. 그것이 하나가 되어 마음속에서 어른거린다.

버킷리스트 같은 것은, 만들어 본적도, 만들 엄두를 낸 적도 없지만, 그 만큼, 막상 선택지가 도래하니... 무엇보다고 절박한 소망이 작은 가슴을 채운다. 그 앞의 발걸음은, 흑발의 아이의 모양을 가지고.

멍하니, 귀걸이를 만지고 있다가 생각한다.

그 아이를 만나면?

생각한 질문, 생각한 반응, 생각한 발걸음,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지는 오래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까. 멍한 머리 속에서 단어의 조합이 떠오르다 만다. 몇몇 단어는 보다 오래 그 윤각을 새긴다. 귀걸의 모양을 따라 꾸욱, 손마디를 누르면, 그 기하학적인 문양이 지문에 새겨지는 것처럼. 신앙의 그 특직정인 장식은, 제제의 기억보다 오래 그녀와 함께한 존재였다.

아마, 그 아이, 이 문양을 다시 보게된다면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

씨앗에 물을 주면 꽃을 피우는 자연의 원리처럼, 그 생각또한 손쉽게 행동으로 번역이 된다.

구석에서 제제는 아무 말도, 전조도 없이, 그 두 귀걸이에 손을 댔다. 아무리 어릴때부터 써와 익숙해져도, 귀걸이가 무겁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국에 이것 또한, 제제 그 스스로만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 자체로 죄악은 아니였던 것이다. 자기자신을 속일 이유가 이제 없어진 소녀는, 귀걸이를 잡아 당겼다.

피가 튀겼다.

쨍그랑.

제제를 평생 속박한 그 두 금붙이는, 아무 저항없이 땅에 떨어져 소음을 자아냈다. 스스로의 육신을 제외하면, 결국 그 것을 그 자리에 강제하는 것은 없었다. 놀랍게도, 제제가 그것에 손을 데었다해서 천지가 개벽하는 것은 없었고, 지진이 땅을 가르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결국에 그저, 아무 힘도 자아도 주관도 없는 하나의 쇳덩이에 불과하였으나.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 고통과 손을 따르는 흔적의 핏줄기가 확실히 그 대가가 있음을 견고히 주장했으니. 뜯겨나간 살점은 다시 돌아오지 ㅇ낳을것이고, 제제의 양 귀에는 영원히 뜯겨나간 자국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결국, 고통을 동반하는 법이다.

이상하게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제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 한숨의 의미는 스스로도 잘 몰랐으나, 아마 안도감이라고 생각했다.

154 세이카 (.i0NqIKs3g)

2023-09-12 (FIRE!) 23:30:10

>>153 ".ㅇ, 에...!?"

"의사, 의사...! 옥사나씨...!!!"

155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32:33

>>143 세이카

"만들 수 있는겐가?! 맙소사..."

문명이 허락된 제제의 동공이 떨린다...
처음 맛보는 도파민의 피카추에 중독되지 않기를.

>>145 옥사나

푸흐, 하고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그러면, 뭐,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누군가와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에, 혼자는 확실히 힘들거 같기도 하고...
가벼운 생각이다. 아마 마음은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글쎄."

여러 장소가 떠오른다.

'집'이라던가.

16세의 인생을 함께한 그 곳. 나의 사랑하는 자들이 잠든 그곳.

하지만 돌아가도 되는지는 잘 모르기에, 그저 흐리게 웃는다.

"그대는?"

156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34:46

살인자들끼리 연락해도 세간에서 좋은 시선은 받지 못할 터이다.

세이카는 그것을 알고 있는 걸까.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해보이는 세이카를 조금 불만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용서하지 않는다는 표가 나온 이상 누군지 서로 캐게 될지도 모른다.

거기다 세이카는 먼 발을 양보한 번외라 치더라도 마사를 동정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이 더 생겨나면 솔직히 그녀 자신에게는 좋을 게 없다.

"난 돌아갈게.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

마사는 냉랭하게 등을 돌린다.

157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3:36:36

>>153 >>155
무슨 일이 터질 것 같기는 했지만 이런 식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아픈가요 제제씨."

의외로 담담한 기분입니다.
아이가 나아간 것에 기뻐해야할까요.
제제씨에게 다가가 곧바로 응급처치를 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소독, 지혈. 봉합수술을 하려면 의무실까지는 가야하니까요. 여기서는 응급처치만을 행했습니다.

"글쎄요. 우선 지금 당장은 의무실이겠네요."

갈 곳은 이미 정해져있다면서 불평을 하듯이 소리를 내었습니다.
곧바로 제제씨를 부축하며 의무실로 향하려 합니다.

"그 다음은... 글쎄요. 우크라이나는 어떨까요."

158 제제 르 귄 (PEa3insG2c)

2023-09-12 (FIRE!) 23:41:55

>>154 세이카

시선을 끌거라고는 진심으로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대단한 행동력 납셨다.

"아아, 괜찮다네."

>>156 마사

"잠시만. 그대."

지금은 조금 힘들겠지만, 이라는 생각에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조금 후에 찾아가겠네."

기다려줄 의향, 있는가?

>>157 옥사나

"으음, 미안하군. 이렇게 신경 쓰게 할 줄은..."

눈가를 찡그리며 옥사나의 손길을 허락한다.

"아, 물론 아프긴 하네만. 문제 될 것은 없네."

고개를 도리질하지만, 결국 의무실로 끌려가는 듯하다.

"?! 꽤, 음, 멀군... 이유는 있는가?"

자신이 찾는 아이는 미국에 있지 않을까, 하고 연상한다.

...아니면, 생각보다 먼저 만날지도 모르지. 그 아이도 이 것을 지켜보고 있다면. 나를 찾으러 와준다면.

옅은 가능성의 이야기지만.

159 시미즈 마사 (U3zKPZpq.o)

2023-09-12 (FIRE!) 23:45:04

>>158 불려진 것에 놀란 듯 제제를 돌아본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지만 결국 말하지 않고 돌아간다.

제제가 말한 것은 통보에 가깝다고 이해한 모양이다.

160 옥사나 하네즈카 (MsJk.0mpwA)

2023-09-12 (FIRE!) 23:49:18

>>158 제제

"어머니의 고향이라서요. 묘지도 거기에 있답니다. 집에서 나설때는, 부모님께 인사해야죠."

게다가 지금은 일본 국적이지만 여러모로 쓰기 불편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가능하면 익숙한 나라가 좋겠어요.

"그리고 바깥에서는 만에하나 이런 일을 벌일거라면 제대로 말하고 해주세요. 오히려 여기보다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161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0:08

【 엔딩을 시작합니다. 모든 역극을 멈춰주세요. 】

162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0:54



いずれ来る寂滅 自ずと判明する判決に泣いて
メーデー メーデー って子供みたいに泣きじゃくる無邪気な愛で...


“여어. 사마엘.”

노랫소리 들려오는 어두운 재판장으로 포르르 날아오는 뱁새 한 마리. 하얗고 작은 새는 사마엘의 책상 앞에 내려앉는다.
상사가 찾아오자 잠깐의 휴식이 끝났다. 읽고 있던 태블릿을 내리며 사마엘이 뱁새를 노려본다.

“...... 미카엘, 할 일도 많으면서 또 농땡이 부리십니까?”

163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2:15

“농땡이라니 너무한데. 나는 그저 재판이 잘 끝났나 살펴보려고 온 것 뿐이라고.”
“최종 판결 보고서는 이미 전송됐을 텐데요?”

인간과 유사한 몸뚱이를 가진 존재는 저 작은 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세 쌍의 날개로 덮힌 안구가 샐쭉해진다.

“사마엘 너도 알듯이 이 표본은 다른 표본과는 구별되는 특수한 시스템이 적용되었잖나. 이 곳에 걸고 있는 기대가 특히 커. 그러니 여기의 담당자한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만...”
“후... 귀찮게.”
“너무 대놓고 귀찮아하는 거 아닌가?”

샐쭉하게 노려보는 사마엘을 따라 뱁새도 눈을 가늘게 뜨고 흐흐 웃는다.

“심통난 걸 보아하니 전원 무죄 판결인가?”
“......”
“정답이군.”

고개를 홱 돌리는 사마엘. 아랑곳하지 않고 뱁새가 책상 위에서 알짱거린다.

“죄인을 못 죽여서 짜증 많이 난 건 알겠다만, 그러고 있지 말고 이야기라도 해보게. 응? 죄인들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왔나? 이제부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 같나? 응?”
“...... 귀찮게.”
“귀찮다는 말만 두 번 하지 말고.”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 사마엘이었지만, 들고 있던 태블릿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뱁새도 같이 볼 수 있도록.

164 제제 르 귄 (qkLM3iOlDI)

2023-09-13 (水) 00:04:05

>>159

...

후에, 마사의 문에 콩콩, 소리가 난다.

>>160

"아하."

그것또한 예상 못했다는 듯이 눈을 깜박인다.

...아니, 아예 옥사나같은 어른에게 어머니란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새로웠던게 아닐까.

한번, 자신도 묘지를 찾아서 가는 상상을 한다. 어머니, 아버지를 포함한 자신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자들이 잠든 곳, 모두.

원하지 않는 다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찾아갈 용기는 없기에, 그 마음은 치워둔다. 무엇보다, 거기에 있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육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의미 있는 생명, 주관, 삶, 영혼같은 것은 스스로의 손으로 꺼버렸으니. 그럼으로 그 마음은 일단 삼켜두고,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인다.

"그 건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네만."

웃으면서 너덜한 귀에 손짓을 한다. 이제 딱히 떼버릴 귀걸이도 없으니, 라며. 나름의 농담일까.

165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6:35

“첫 번째 죄수는... 박권태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하지 않는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자신의 딸, 예담이가 좋은 부모 밑으로 입양되길 원한다.” “

“소원이 이루어지지는 못 했으니 죄인의 자식이 그 방에서 나오게 될 일은 없겠군요. 죄인이 딸을 만나러 갈지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배심원들은 그를 용서해주었지만 그의 딸은 과연 죄인을 용서해줄지. 그 이전에 죄인이 딸의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지. ... 가끔은 모호하게 남기는 것도 즐겁겠죠.”

166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09:19

“두 번째 죄수는... 시미즈 마사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세이카와 함께 해외에 나가 살기위한 행정적인 절차나 금전적인 도움 등을 처리해주세요.” “

“행정 처리와 금전적 지원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해외에 나가는 정도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던 죄인이 과연 그 ‘수단을 가리지 않는’ 수단을 계속 사용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소원으로 바랐던 것만큼 풍족한 여행은 되지 못 하겠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즐기리라 예상해봅니다.”

167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1:01

“세 번째 죄수는 미나미노하라 세이카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언젠가, 다들 행복하게 재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 소원이 왔을 때부터 딴죽 걸고 싶었는데, 이건 오히려 소원이 이룰 수 있는 조건에서 실행이 불가능한 소원 아닙니까? 누구 하나 죽어야지만 소원을 이뤄드릴 수 있는데요. ‘죽은 사람 빼고 다들 행복하게 재회하기를’이었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오히려 소원을 이룰 수 없게 된 지금이 이 소원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겠군요. 아무쪼록 바라는 소원을 위해 힘내보시길 바랍니다.”

168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3:09

“네 번째 죄수는 옥사나 하네즈카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범행 이전과 같은 삶을 살고싶다. 면허의 복구를 비롯 계좌압류해제등의 사회생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

“개인적인 감상으로 ‘감히?’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만 힘내서 참았습니다. 미카엘, 기특한 저를 칭찬해도 좋습니다. 아무튼... 소원을 이룰 수 없게 되었으니 의사 면허는 물론이고 쌓아온 부도 되찾기 힘들 터. 무너진 모래성을 다시 쌓아나가야 할 상황이 되었겠군요. 그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죄인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모래성이 지어질 확률이 조금 더 높지 않겠습니까.”

169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5:02

“마지막 죄수는 제제 르 귄입니다.”

“1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
2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하지 않는다,’
3심에서 내려진 판결 ‘용서한다’를 거쳐,
이 죄인이 바란 소원은── “그 흑발의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은 모든지 들어준다. 소원권을 넘기는 일이 되려나? 하하...” “

“심상 독백에서 자주 나왔던 죄인의 미련이로군요. 들어드리기 어려운 소원은 아니었지만 결국 밀그램 측에서 도와주진 못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남은 건 죄인 스스로 이 아이를 찾아가는 것. 막이 끝난 뒤의 배우는 또 어떤 극을 펼쳐나갈지 참으로 궁금하지만... 구경할 수 없다는 게 슬프군요. 그렇게 생각하자면 판사석이 최고의 객석이긴 했습니다.”

170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7:02

I heard you don't have the right to hurt me like the others 'Cause we're way too similar
We're gunners in the rain. We decide which shot gets fired...


“언제 봐도 넌 참 취향이 이상해. 죄인이 고통받는 게 그렇게도 좋더냐?”

태블릿의 노랫소리보다 저 잔소리가 더 시끄럽다. 짧은 발표가 끝난 태블릿을 사마엘이 다시 제 품으로 가져온다.

“원래라면 전원, 즉결처형을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죄인이었습니다. 그런 죄인들을 모두 무죄로 풀어줘야 하는 간수장사형인의 입장도 생각해주시죠. 높으신 분들의 뜻만 아니었어도 이런 촌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아직도 밀그램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게냐?”
“살인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당연한 법칙 아닙니까.”

미카엘이 사마엘을 응시한다.

“이건 그 ‘절대적인 법칙’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텐데?”
“이 곳에 모인 죄인은 전원 살인이라는 극악의 죄를 저질렀다. 그런 인간들이 외치는 유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하고 명백한 순수한 악일 것이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가려내기 위해 똑같은 범죄자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죄인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죠. 이들의 무고함은 저지른 죄가 없기 때문입니까?”

“이 곳의 판결이 밀그램 시스템의 구조가 가진 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우연히 발생한 극단치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참고로 지금은 모든 표본을 아울러 통계분석이 37% 쯤 진행된 참이야.”
“빠른 건지 느린 건지.”

질린다는 표정으로 사마엘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와 동시에, 사마엘의 시야가 점점 가물거리기 시작한다.

“뭐어, 결과가 궁금하다면 다음에 일어났을 때 살펴보도록 하게. 네가 다시 일어날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밀그램 시스템의 테스트 가동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겠지.”

“그럼, 사마엘.”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부디 좋은 꿈 꾸게나.”

── 하얀 새의 인사를 들으며 사마엘은 눈을 감는다.

171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19:13

 
最後の夜には 嘘が消えて 綺麗な世界に―――
でも望んでいた次の朝は平然と来て 人は笑いながら肩を落とした......

 

172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20:24

자정, 감옥의 정문이 열렸다.
얼마만에 맞아보는 바깥바람일까. 바닷가의 밤공기가 폐부 가득 들이찬다.
우리는 구속복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몸에 둘렀다. 모래사장을 밟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저 멀리에 프로펠러가 세차게 돌아가는 헬기가 보인다.
저걸 타면, 우리는 우리가 살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전과 같은... 하지만 이전과는 분명 많은 게 달라졌을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

173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22:00

이대로 끝내도 괜찮은 걸까?
용서와 용서치 않음의 경계를, 무죄와 유죄의 경계를, ‘싫어’와 ‘OK’의 경계선을, 우리 마음대로 정한 채 끝내도 괜찮은 걸까.

이 뒤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걸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는 잘못된 것들 투성이인 원죄를 갚아나갈 가능성과 능력을 품고 있으니까.
그러니 분명, 우리는 웃을 수 있다.

174 ENDING (MUxL.Plbug)

2023-09-13 (水) 00:23:12

【 Ending. 선택으로 말미암은 미래를 향한 믿음 】

175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0:32:38

>>164 "...네."

침대 위, 외국어 서적과 여행용 책, 유학 관련 책과 종이들이 캐리어 안에 쌓여있다. 퍼즐은 돌려준 건지 보이지 않는다.

마사는 동선을 정리해놓은 종이를 들고 있다가 제제를 맞는다.

176 제제 르 귄 - 애프터를 위한 난입레스 (qkLM3iOlDI)

2023-09-13 (水) 00:32:53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해, 아예 아무런 감정도 없어보인다.)

(지나치게 긴 시간이었고,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었다.)

(헬기를 향해 시선을 던지다, 사박, 사박, 울리는 소리에 상념을 끝낸다. 모래위에 흩어지는 당신의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대 아닌가."

(그 말을 얘기하는 눈매는 부드럽다.)

177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0:35:23

>>176 "...제제."

옷은, 그저 교복차림이였다.긴 치마, 리본. 하지만 학교 문양이 들어갈 자리에는 실밥만이 잔재해 있었다.

당신을 다시금 안아온다.

178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0:35:55

>>175

"그대."

문이 열리자, 제제가 작은 미소를 머금어 인사한다. 처치가 끝난 두 귀에는 새하얀 거즈가 붙여있어,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마사의 방안에 발을 들이밀며, 신기한듯이 둘러본다. 캐리어를 내놓아 정리중인 상태임에요 불구하고, 그 방의 단정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왜 그대가 본좌의 방에 그리 말이 많았는 지를 알겠어..."

허탈한 듯이 얘기하다, 마사의 캐리어에 시선을 둔다.

"준비 할 것이 많아보이는 군, 그대."

179 제제 르 귄 - 세이카 (qkLM3iOlDI)

2023-09-13 (水) 00:38:06

>>177

"우왓..."

이것 또한 예상치 못해, 다가오는 온기에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만다.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뒤로 내딛으나, 가까스로 세이카에게 팔을 둘러서자 다시 바로 설 수 있다.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 웃는다.

"그래. ...나의 친구."

눈가를 접히듯이 휘고, 작게 속삭인다.

"기분이 어떠한가?"

180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0:38:28

>>178 인사에도 그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귀는 좀 괜찮나요?"

지금까지 봐왔던 마사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세이카도 포함해서 각자의 생활반경에는 들르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종이를 보고 있다. 생각하다가 펜으로 무언가를 고치기도 한다.

181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0:42:08

>>179 제제

당신을 끌어안는 팔은 살짝 강하다.

"제제..."

조용히 중얼거린다.

"아직, 무섭고, 불안해..."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 진짜, 진짜로, 연락해야해...? 휴대폰 살 돈, 보낼거니까..."

... 불안하다. 이렇게 해도, 언젠가는 싫어할 것 같아서.

"제제, 죽지 말아야 해... 꼭, 살아야 해... 살아서... 후에, 정말 정말 나중에라도 좋으니까... 나, 만나러 와줘..."

눈물이 살짝 나온다. 이별은 싫다.

182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0:50:38

>>180
끄덕, 깊은 대답 없이 귀를 확인하는 말에 고갯짓으로 답한다. 귀에 관한 부분은 스스로가 그리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기에 나온 행동이다.

"...신기하지. 신의 그릇이란 이리 쉽게 상처 입힐수 있는 것이었어."

나름의 농담이었을까, 가벼운 어투로 말하고, 다시 입을 다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나가 마사의 앞의 바닥에 앉아, 그대로 그녀를 지켜본다. 펜을 들고, 그 가장자리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본다. 마사에게는 그 무행동이 신경에 거슬릴 수도 있다.

다시 입을 여는 것은, 그러면서 한 참이 지나서야 내는 말이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묻는 그것은, 지나치게 맑아, 아무런 주관도 담기지 않은 수동적인 어투다.

"...괴로운가?"

어떤 얘기를 하는 지는, 마사또한 알고 있으라 생각하고 있다. 잠시 멈추었다, 재차 묻는다.

"원망하는가?"

183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0:54:19

>>182 "신의 그릇으로 불릴 뿐이지 알맹이는 인간이니까요."

말하는 것은 그게 전부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제제가 앞에 앉아있는 것을 흘끗 보고서도 종이를 읽기를 그치지 않는다. 이미 외워버릴 정도로 보았던 것이지만.

"무엇을요?"

시치미를 떼는 것인지 어떤지 알 수 없다.

"제제 르 귄 씨가 말하는 게 무엇이든 간에 괴롭거나 원망스럽다는 기분은 느끼고 있지 않지만요."

그제야 팔짱을 끼고서 제제를 내려다본다. 의외로 편히 앉으라며 의자나 침대를 내주지 않는다.

184 제제 르 귄 - 세이카 (qkLM3iOlDI)

2023-09-13 (水) 00:57:40

>>181

푸흐... 하고, 작게 웃는 소리가 난다. 세이카의 등을 작은 손이 토닥인다.

"나는, 그대가 괜찮으거라 믿어. 지금은 아니라도, 후에서는."

그대에게는 그러한 미래가, 그 가능성이 있으니, 라며 속삭인다. 제제는 기뻤다. 환희의 고통이 심장을 휩쓸었다.

연락은 잊지 않아. 아마 만나는 것이 마지막은 아닐 수도 있고. 제제는 인생의 첫 친구의 두 눈을 제 눈에 마주 담았다.

"말 없이 떠나는 일은 없을거야."

제제가 더 작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그녀는 손을 드렁, 살포시 세이카의 머리위에 손을 얹었다. 부드럽게, 제제의 고운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어루어 만진다.

" - 나의 친구, 세이카야."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그 목소리로 불려지는 세이카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름이 만드는 속박도 있지만, 그 반대도 존재한다는 것일까? 이름이 없어 빼앗긴 자는, 그 이름을 돌려 받음으로서 목소리 또한 돌려받는다. 제제가 그러했다. 타인의 이름을 입에 담아, 인간의 자유에 가까워진다.

약간 자유로워진 것만 같은 느낌을 만끽하며, 제제는 웃어 보였다.

185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1:04:25

>>183

"진짜 그대들이 하는 말이 옳은 것일까? 알맹이가 인간이라도 껍데기는 여태껏 하나의 그릇일뿐이었는데."

진실이 어땠든, 그러한 나의 과거는 나를 평생 따라다녀, 이미 나의 일부가 되어있지.

눈길을 옆으로 보낸다. 시선은 딱히 마사를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흩는 종이에 시선을 겹친다. 그 동선지에 자신은 없다는 것을 알아도.

"기뻐 보이지도 않지."

담담히 얘기하며, 흘긋, 시선을 올린다. 그 둘의 눈길이, 그 허공에서 마주한다. 그 눈싸움 같은 그것을 유지하다, 제제가 먼저 눈을 아래로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자의 여유 같은 것은 없었다.

제제는 바닥에 앉은 자세를 조금 고쳤다. 오래 앉으리라는 직감일까. 개이치는 않는다. 조금 고심하다, 다시 입을 연다.

"다른 결과를 두려워하던 것 치고는."

186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1:08:05

>>185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스스로 고민해보도록 하세요. 앞으로 시간은 많을 테니까요."

기뻐보이지 않는다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다. 둘의 시선이 맞선다.

"죽지 않게 되었다고 두 손을 들고 춤추면서 기뻐하는 건 저와는 안 맞아서요."

마사는 차갑게 말한다. 자세를 고친 것을 깨달은 듯하다.

"찾아오신 용건이 무엇인가요?"

빨리 얘기를 끝내고 마저 정리할 생각인가 보다. 정리가 그렇게 중요한지 아니면 얘기를 하고싶지 않은지는 알 수 없다.

187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1:13:57

>>184

토닥이는 손이 따뜻해, 눈물을 흘리고 만다.

"난, 두려워... 무서워... 정말, 괜찮은걸까...? 내가, 이 밖을 나가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하고, 불안하고, 불안해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약속해야해... 나, 싫어지면, 꼭 이야기해야해..."

절박한 중얼거림이였다.

그리고.

"...! 한, 한번만,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자신의 이름이. 제제에게 불렸다.

... 그것이, 또 마음을 찡하게 해서. 그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안아오는 팔이, 조금 더 강해지며, 떨려온다.

"제제, 제제, 제제... 정말, 정말 고마워... 날, 친구라 생각해줘서..."

188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1:19:15

>>186

"...그런가."

짧게 대답한다. 별로 기뻐보이는 인상은 아니다. 시간이 많다는 말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그 가능성의 공포부터 느낀다.

그래도 사실, 예전부터 들어온 말이긴하다. 이곳에 왔을 때 부터, 특히 눈 앞의 소녀로부터. 스스로 판단해야하는 주관이라니 그보다 끔찍한게 있을까.

제제 또한 미래의 연명에 두 손을 들고 기뻐할 성정은 아니기에.

"화내는 것은 맞고?"

그럼에도 물어본다. 괜히 괴롭히는 기분이라 미안함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가 본인을 쾌뚫어본 느낌에, 그 머쓱함을 그대로 담은 미소를 그려본다.

"하하.. 그리 성네지는 말게."

작게, 중얼거리듯이 얘기한다. 마사가 이 대화를 서둘러 끝내고 싶은 것은 훤히 보이지만, 부러 모른 척 한다.

"글쎄. 칭찬 받으러 온 것일 수도 있지.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그대가 원한대로 나는 죽지 않아고, 내가 말한대로 나는 그대가 꽤... 싫지 않아서. 그럴수도.

189 제제 르 귄 - 세이카 (qkLM3iOlDI)

2023-09-13 (水) 01:22:58

>>187

"그 답은, 내게서 와서는 안돼."

의외로 제제의 말은 단호하다. 그 답은, 그 결론은 그대들에게 배운 것이니.

스스로 생각해, 스스로 판단하는 주관. 인간의 특권인 그 주관. 쓰지 않으면 아깝지 않은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풋, 하고 웃는다. 내가 누군가를 싫어한다라, 그 생각 자체가 우습다 느껴지지만...

"...그래."

나 또한 영원히 같은 존재는 아닐테니.

사람이란 그러니.

"읏... 제촉하지 말게...."

세이카가 눈을 빛내자, 그대로 부끄러워졌는지, 소매를 들어 얼굴 하관을 가린다. 홍조를 숨기고 시선조차 피해버리는 게 영락없다.

190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1:24:10

>>188 "화를 낸다니요. 지금 저는 아주 차분해요. 그 어느 때보다도요."

말투는 차갑지만 확실히 분노라 불릴 정도로 흥분한 것 같지는 않다.

"...제제 르 귄 씨도 다음을 위해서 옥사나 씨와 준비해야 할 게 있을 텐데요?"

넌지시 그렇게 말해본다. 그러다가도 픽 웃는다.

"잘 됐네요. 제제 르 귄 씨가 죽지 않은 것이요."

그렇게 가느다란 미소를 입에 건 채로 이어간다.

"하지만 정은 빨리 떼는 게 좋을 거예요. 그동안 즐거웠어요. 이건 진심이에요. 제제 르 귄 씨."

잊고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가까운 친구였던 소년을 죽여버린 소녀다. 자신을 위해 정을 떼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이고, 그에 꽤 능숙한 것이다.

191 세이카 (OMS56lo5kI)

2023-09-13 (水) 01:36:16

>>188 제제

"대답을, 바란건 아냐... 그냥... 질문이 계속 나와... 무서워서..."

조용히 이야기한다. 안긴 몸이 계속 떨려온다.

"어른이, 되어야한다는걸까..."

당신에게 질문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묻는 것이였다. 불안정한 그 소녀는, 이제서야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였다.

"... 고마워, 제제... 약속이야... 꼭, 연락하고... 시시콜콜한거라도 괜찮으니까... 나 연락 계속 할거니까..."

당신에게 너무, 달라붙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온기가 좋아서. 너무, 좋아서.

"...좋아해, 좋아해, 제제... 정말, 정말 좋아..."

그 부끄러워 하는 모습도 좋다. 따뜻한 미소도 좋다. 그렇기에, 당신이 제대로 행복해질수 있으면 좋겠다.

"우정이라는건. 진짜 우정이라는 건, 이렇게나 좋았던 거였구나..."

너무나도. 너무나도 따스해서.

192 제제 르 귄 - 마사 (qkLM3iOlDI)

2023-09-13 (水) 01:42:02

>>190 //이것만... 올리고... 진짜 잔다.....

"그러한가."

딱히 흥분했는지, 라는 점은 아니었다만. 본좌가 잘못 읽은 것 일수도 있지, 라며 어깨를 으쓱인다. 이어지는 말에 조금 어벙벙해지지만.

"....그런가? 뭘 준비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어서..."

그 속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진실이다. 옷가지나, 그럴 듯한 소지품 하나 없기도 해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다가도, 마사의 말에 조금은 기쁜듯이 웃어보인다.

"그 점은 어쩔수 없네. 본좌는 태생부터 이러한 생물이니."

조금은 억울한 듯, 투정부리는 듯, 장난스런 말이 나온다. 거짓은 아니었다. 정을 떼는 것이란 제제에게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 신으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정에 대해 본다면, 마사의 대칭점에 선 다른 형태의 짐승이라 볼 수 있다제제의 살인 또한, 덧없는 정을 놓지 못하기에 저지른 최악.

그런 제제이기에, 이런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염치없이 부탁이라고 할까, 제안을 하고 싶네만."

슬슬 서두를 뜨면서, 잠시 멈칫한다. 일부러 마사와 단 둘이 얘기하고 싶은 이유는 여러있었고, 이것은 그 중 하나인 이유일 뿐이다. 다음 이어지는 말을 마사가 얼마큼 예상 했는 지는 모르겠다.

"본좌의 장례식은, 그대에게 맡겨도 괜찮을까?"

그대는 꼼꼼하고, 상냥한 구석이 있으니 말일세.

본좌의 침대 정리를 도운 것처럼.

말을 끝마치면, 싱글벙글 웃으며 답을 기다린다. 그 두 눈에는 조금의 기대감이 서려있다.

193 시미즈 마사 (CEw6UDG3UY)

2023-09-13 (水) 01:45:34

>>192 "옥사나 씨에게 물어보면 가르쳐 줄 거예요. 그쪽도 만만치 않게 꼼꼼해 보이니까요."

남의 일이라는 듯 거리를 두는 투다.

"그럼 실망하거나 상처받으시겠네요. 그런 부분은 제가 책임질 수 없어요."

하지만 장례식에 대해 듣고서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방금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여전히 죽을 생각인 건가요?"

// 잘자!!!

194 제제 르 귄 (x5F886o3ts)

2023-09-15 (불탄다..!) 17:14:29

>>191 세이카

"...그러게.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겠지..."

그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살아와, 유의미한 차이점이란 애초에 없다고 오만하게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그 경계선의 의미는 생각보다 큰 듯 했다. 적어도 바깥의 세상에선, 그 답을 찾을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세이카를 둘러싸는 팔에 힘을 더 한다. 꽈악, 안아서, 그 작은 온기를 만끽한다.

기쁜 듯이, 부끄러운 듯이 얼굴에 홍조가 핀다.

"...나도, 그대를... 세이카를, 꽤... 좋아하는 거 같아."

속삭이듯, 말을 간간히 내뱉자 얼굴이 달아오른다. 사랑한다느니, 애정한다느니 얘기는 쉽게 꺼냈는 데도, 친구라는 작은 명칭에 별거아닌게 부끄러워진다.

"그러니, 연락하는 것은 걱정말어. 스마트폰이라던가, 배워볼터니."

새로운 것을 베우는 것은... 기실, 언제나 즐거웠으니까, 라며 쿡쿡 웃는다.

기나 긴 포옹 후, 그디어 그 팔을 풀어 한 발자국 멀어진다. 세이카를 바라보는 얼굴은 부드럽게 웃고 있다.

"그래. 또 보는 거야. 나의 친구, 세이카."

>>193 마사

"그럴수도. 하지만 그런 점은, 애초에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 점이지. 안그래?"

뭐, 신이 아니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나? 라며 일부러 짖굳게 빈정거리지만, 이내 한숨같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도리질한다.

"...미안하네. 그대가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듯이 얘기하니, 조금 심술부려 보았어."

입을 굳게 다물게 마사를 지긋이 바라본다.

"하지만 진심으로 답하자면... 모르겠어. 내가 죽을 생각인지, 아니면 살 생각인지도."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어 떠난다. 아이를 찾고 싶은 것은 그 불확실함을 확실히 하기 위한 욕심일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대가 같은 생각이라면, 일단 단기적으로 마나, 한번 삶을 경험해볼 생각이야."

나는 견해를 넒혀야 한다 그대가 말하지 않았나, 하며 부드럽게 얘기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일어서, 다리를 곱게 핀다.

"기실, 장례식 얘기는 완전한 농이라고는 할수 없지만... 그외에도, 그대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어 왔어."

"운동이라던가. 물놀이라던가. 누군가와 함께 잠드는 경험도... 모두 나에게는 처음이었고, 그대는 그 모든 것을 성심껏 내게 가르치려 노력했지. 내가 그리 좋은 학생은 아니어도."

그 외에도 가르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필요없는 것은 없다던가, 같은, 그런 낮간지러운 일은 입밖에 내지 않지만.

"그래서..."

꾸벅, 고개를 숙인다.

"고마워. 마사."

195 제제 르 귄 extra - Epilogue (x5F886o3ts)

2023-09-15 (불탄다..!) 23:26:36


https://youtu.be/q3x5VXeGBXM
♪ Jack Stauber - New Normal ♪

Sunrise아침 노을. It's time시간이 됐어. It's time시간이 됐어. Step out into the New Normal새로운 평범으로 발걸음을 내디뎌.
Embrace the day with your new shape네 새로운 형태와 함께 하루를 받아들이렴
Goodbye to those who cannot join us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Their voices are still heard in every word that we say우리의 모든 한마디에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
As we blend into New Normal우리가 새로운 평범에 섞이면서 말이야
Familiar path익숙한 길, Different place다른 장소
You donned yesterday's smile to decorate your new face너는 네 새로운 얼굴을 장식하기 위해 어제의 미소를 걸쳤지
...


(수려한 글씨로 당신을 위한 편지가 도달하였다.)

<After Act: Epilogue.>

친애하는 XX에게.

안녕하신가? 글이라도, 이렇게 그대의 이름을 칭할 수 있으니 기분이 묘하군. 물론 이제는 타인을 명칭으로 지칭하는 것이 퍽 익숙해졌으나, 그대의 이름은 다른 일이니까.

어디부터 시작할까? 일단, 이렇게 서면으로 근황을 전하게 되어 미안하네. 물론 아직도 그대의 번호는 가지고 있어. 저번처럼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한 것은 아니야. (지금은 무엇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먼 곳, 낯선 곳에서 다니는 것도 조금은 익숙해졌으니.) 하지만 그저, 이런 시간이 지나도 손가락 타자보다는 글을 써내리는 편이 편해서 말이게.

익숙해졌다 해서 편해진 것은 아니지. 그렇지 않나?

이 편지를 받은 그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밖의 사람은 서면이 아닌 전자문자가 익숙하니, 이 편지를 들추어 보는 것은 막상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일 수도 있겠군. 아니, 애초에 이런 친필을 받아보는 것도 처음일 수도 있어. 하지만 편지를 멀리 보내는 것은 나도 처음이라 피차일반이야 . 첫 경험을 함께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

그대 또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있을까? 아니면 낯익은 공간에서 그리운 사람과 함께 있을까.

익숙한 길을 걸어 다른 장소에 도달했을 수도 있지. 세상에 변화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계절이 바뀌고 나뭇잎이 붉게 물들듯이, 나의 작은 상자 밖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나아가고 있었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마주하고, 그로 인해 변화가 찾아와. 그런 일은 언제나 고통을 오랜 친구 마냥 동반하고 오나, 그 또한 하나의 성장통이라 보니, 기껍지는 않다 해도 받아들일 수는 있게 되었네.

그렇게 우리 모두 씁쓸한 해돋이를 매일 새로운 사람으로서 질리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거겠지.

서두가 길었군.

나는 내일, '그 아이'를 만나게 된다네.

그래, 혹여 기억하나? 나의 심상독백의 살아있는 망령, 그 '흑발의 아이' 말일세.

그래. 내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손에 쥐게 된 계기.

공교롭게도, 내가 17살의 생일을 마주하는 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군. 철창 넘어, 어둠 넘어, 화면 넘어도 아닌, 동등한 공간에서, 동등한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어.

솔직히, 마음이 복잡해 무슨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군.

지금까지 좇아온 목표가 앞에 있는 일차적인 공포감이 있어. 하지만 그 외에도 말이야, 그 아이는 내게,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결국 어쩔 수 없다고 생각돼.

바깥세상의 주민이었고, 사랑의 피해자였으며, 동시에 나의 세계에 금을 낸 주범이기도 해.

가장 놀랐던 건... 그 아이를 찾고 있던 동시에, 그 아이도 나를 찾고 있던 것이었어. 이름도 모르던 자를 찾는 데에 성공한 것은 그 뿐이야.

하지만 동시에, 어째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면... 글쎄.

나도, 그 아이도, 결국엔 망설이고 두려워했던 거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그렇기에 마주 보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하는 지 모르겠어. 너는 무슨 말부터 할까? 웃을까, 화를 낼까? 너는 그날 나를 보았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 내 마음에 뿌리를 내렸어. 너에게도 그러하지 않을까? 나는 너의 존재를, 내 마음의 기억을 마주 할 준비가 되어있나?

...어쩌다 가까워져도, 그런 상념에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딛기 망설여,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하던 나날들이야.

하지만 우리 둘 다 용기를 내어야 할 날이 오지. 그렇기에 이런 기적이 일어난 거라 생각해.

아마 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 아이와 아주, 아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게 아주 많아. 그 아이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이 있다면 그 또한 성실히 대답해야지.

그리고 길고 길 이야기가 끝나면,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 물어 볼 생각이야.

애정하는 그대, 나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몰라. 내가 무슨 존재인지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는 무엇인지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 간의 경험 만으로 쉽게 답해 질 의문이 아니었어. 그들 모두 각자 각색의 답을 향해 턱짓하였지만, 납득도 그 이해도 나만의 숙제였으니.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간단한 질문에 답도 못하는 머저리로서 나아가.

하지만 그대들이 힘써서 내게 무엇이 틀린 길인지 알려주었으니, 옳은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온전히 나의 일이자 책임이겠지.

그 과정에 얼마나 헤매더라도 - 그대의 존재와, 그대와의 기억이 나에게 힘이 돼.

답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힘이 필요한 일이니.

그리운 그대, 나는 기실 아직도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어. 언제든지 무릎을 꿇어 주저앉아 모든 것을 놓아 웅크리고 싶어 해.

이전에는 '신의 그릇'에 맞지 않은 일이기에 꾹 참은 충동이야. 하지만 지금은... 글쎄, 그대들에게 미안해서 라도 버텨내고 있어. 그대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랑했던 자들에게.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이 편지를 쓴 이유는, 그런 연유야 - 내가 더 이상 그 아이를 외면하고 도망칠 수 없도록. 흠, 이용당한 느낌인가? 심심찮은 사과를 표하지.

이곳에선 곧 해가 뜨는군. 그대가 있는 곳은 어떨까. 시차라는 것 또한 익숙지 않은 것이야. 그대가 편지를 뜯어볼 시간을 생각하면 더욱 복잡해지지, 안 그래?

뭐, 실로 긴 시간이었지만 - 그리하여 나는 나의 끝맺음, 혹은 새로운 길의 시작을 향해 달려 나간다네.

그대는 어떨까? 그대 또한, 어떠한 변화를 마주해야 했을까? 폭력적인 변화는 강제하는 면이 있으니, 아무리 피해도 다가오게 되더군.

후후.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일이야.

그러면, 여기서 편지를 끝마치지. 슬슬 손이 아려오기도 하고. 그래도 굳은살이 생기는 모습은 나름 마음에 든다네.

그러하면, 우리가 다시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만날 수 있길. 아니면, 안식의 어둠 속에서라도.

With the kindest regards - (가장 상냥한 안부를 전하며 - )

Yours sincerely, (그대의 진실된 벗으로부터.)
Jejé Le 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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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박. 사박.

새하얀 눈에 나의 발자국이 새겨진다. 이제는 눈에 익은 그 모습은 아직도 너무나도 새로워, 작은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한다.

후우, 내뱉는 숨에는 하얀 김이 서려 안개처럼 사라진다.

몇 걸음 너머에 작은 인영이 서 있다.

그 아이가 서 있다.

아니, 아직도 아이기는 할까?

그 아이는 빈말로도 제제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 제제의 백금발 머리칼과 달리, 그 아이는 흑발을 고수하였다. 제제는 여전히 키가 작았으나 아이는 마지막 본 후로부터도 키가 훌쩍 커져, 이제는 제제보다 몇 뼘이나 컸다.

하지만 지금 보면,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다. 아니, 닮아지게 된 것일 수도.

마지막 보았던 긴 머리와 달리, 그 아이의 머리칼은 단정한 단발로 잘려져 있었다. 그와 반대로 제제의 머리카락은 길어져, 이제는 어깨는 훌쩍 넘은 길이로 찰랑거렸다. 그 아이의 몸에는 이미 나은 흉터의 흔적만이 보였다. 제제의 몸 또한, 이제는 생활의 자자한 생채기가 생겼고, 조금 거칠어 진 손에는 약간의 굳은 살이 생겼다. 그 둘은 넝마도, 화사한 예복도 아닌, 편안한 코트를 입고 있었다. 옷은 그 둘 모두의 몸에 잘 맞아, 너무 끼지도, 옷에 파묻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제 혈색이 도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면, 실로는 제제와 비슷한 나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 둘은 서서, 서로를 마주했다. 눈과 흐린 하늘의 새하얀 풍경에서, 그 둘의 존재는 너무나도 자극적인 색채의 존재였다.

처음 발하는 것은 아이였다.

"찾기 더럽게 힘드네."

그 아이가 처음 말을 건 적은 처음이라, 제제는 푸핫, 하고 웃었다.

"그대 또한 그리했고."

아이는 그 얼굴을 팍 구겼다.

"그 기분 나쁜 말투도 여전하고."

"입에 익어버려서 말이지."

우리 둘 다 그 시간이 아예 없다고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으니.

"근데 찾기 더럽게 힘들었던 건 사실이야. 찾고 있는 걸 알면 짱 박혀있지, 우크라이나는 또 왜 간 거냐?"

"동행인이, 함께 가자더군."

제제는 웃었다.

"...그리고, 그대도 나를 찾고 있으리라는 몰랐지."

대화의 내용만 보면, 그저 오랜만에 마주한 악우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아이도, 제제의 손도 떨리고 있는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 아이의 거친 말투도, 더 끈적하게 제제의 혀에서 떠나지 않는 말투도,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이 두려움과 경각심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그 둘의 눈에 호의 같은 애틋한 감정 같은 건 없었다. 그럴 용기도 염치도 이유도 없었다.

제제가, 조용히 물었다.

"왜 나를 찾은 건가?"

아이는 침묵했다. 아이에게도, 그 이유는 복잡하였고, 하나로 줄이기 힘들었다. 앞에 만나면 금방 나오리라 생각했던 명쾌한 답은 어디에도 없어, 아이는 여전히 복잡한 마음을 지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그래, 그뿐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마주해 할 일은 그것이다.

일방적으로 말을 전하거나, 억지로 박제하는 게 아닌. 그러기에 제제 또한, 홀리듯이 답한다.

"나도."

이름을 알고 싶었다. 소원을 알고 싶었다. 그 시간이 어땠는지. 그 후로 어떻게 지냈는지. 내 죄에 대해 무슨 생각인지. 나를 원망하는지.

내가 죽기를 원하는지.

"응. 알아."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래성의 꼭대기에서 갇힌 아이, 그 아래에서 숨이 짓눌려지던 아이, 그 둘이 동등한 눈밭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일단, 새롭게 자기소개부터 할까. 너, 내 이름도 몰랐다매?"

소녀는 아이의 웃는 얼굴을 처음으로 보았다. 햇살 아래 부나 끼는 흑발의 뒷모습 - 그와 대칭점에 서 있는 흐린 하늘 아래 화사한 미소는 똑같이 소녀의 시선을 앗아갔다.

"일단, 너부터."

"....나부터?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하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야. 그것도 모르냐?"

푸핫, 제제는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래, 그대 말이... 네 말이 맞아."

제제는 눈앞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성장하였고, 제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의 문을 열어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제제와, 이제 그 아이를 찾고 찾아져 마주 보고 서있는 제제는 다른 인물인 거다. 제제는 느리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재촉하나 없이, 제제의 답을 기다렸다.

"나는 - "

==== "내 이름은 제제 르 귄". 완. ====

196 제제 르 귄 extra - Epilogue (x5F886o3ts)

2023-09-15 (불탄다..!) 23:27:04

(17살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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