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착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메이사의 말마따나 건강이 문제인 다소 허약한 아이, 그렇지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그런 과거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키도 컸고, 강도가 높은 트레이닝도 하고. 데뷔 이후 첫 레이스에서 2착을 하고.
"확실히 친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들뜨게 되지."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같은 길을 달리는 친구라면 친구인 동시에 라이벌이기도 해서, 앞서나가는 듯한 모습을 본다면 친구의 성장에 기쁘면서도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지곤 했다. 내 쪽이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라면 더더욱. 표정은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 메이사도 자신의 표정이 마냥 즐겁고 들뜬 표정이 아니라는 걸 아는 듯 제대로 보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건 네가!"
물론 지구력 싸움으로 일부러 끌어들인 건 맞지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면서 받아들인 건 메이사 쪽이지 않냐며 덧붙이려던 다이고는 일단 어떤 말을 하려는 건지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 오늘은 기분이 다소 들쭉날쭉한 것 같으니 최대한 맞춰 줘야지.
"응? 뭔데."
딱 봐도 묵직한 봉투를 일단 받아들고는 반사적으로 봉투 안의 내용물을 살폈다. 밀폐용기에 담긴... 카레? 아니, 당근? 아니지... 당근 카레? 카레 당근? 잉?
카레에 초콜릿을 넣으면 깊은 맛이 나니까. 이때는 밀크보다는 비터를 넣는 쪽이 어울리지. 진심 라이벌 초코치고 심심한데?싶은 인상이 있지만 이 카레라는거 사실, 엄청나게 위험하다. 카레 루에는 전분이, 거기에 감자까지 들어가고 나트륨과 당도 상상 이상으로 높다. 게다가 초콜릿도 더했고? 그리고 밥이나 면같은 탄수화물이랑 먹으니... 단순히 초콜릿을 먹는 것보다도 당수치가 훌쩍 뛰어오른다는 말씀이다. 칼로리도 그렇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은 먹을 수 있으니까, 귀찮을 때 꺼내서 데워먹으라구. 다음에 또 트레이닝에서 초장거리로 붙게 되면 그땐 절대 안 질거니까. 각오해라!"
어쩌다보니 이런 분위기에서 전해주게 됐지만, 뭐, 아무튼 난 제대로 줬다? 진심 초코. 아 맞다. 까먹었던 걸 이제야 기억해내고 급히 가방에서 초콜릿을 하나 더 꺼낸다. 우마그린도 같이 만들었던 그 초코다.
"맞다 이것도 가져가야지. 우마그린의 리퀘스트로 만든 다시마 들어간 초콜릿. 맛있게 먹어~"
장난스레 히죽거리는 얼굴 뒤로 몇 번이고 되뇌인다. 오늘 좀 불안정한건, 친구의 성장에 들떠서 그런거라고. 그래. 그러니까- 결국 아무것도 아닌거라고.
>>89 "후후,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어요. 더이상 말하지는 않겠답니다. " "하지만 레이니 씨, 당신은 충분히 귀엽게 봐줄 수 있는 우마무스메 란 걸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당신을 질려한다거나 지쳐하지 않을 사람이 분명 있을 거에요. 그러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말아요. "
자신은 어디까지나 담당이 아닌 트레이너의 입장이기에, 선은 여기서 지켜주기로 마음먹은 니시카타 미즈호였다. 사실 지금 니시카타 미즈호는 [ 담당 ] 이라면 지치거나 질려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하려다 말은 것이다. 하지만 레이니 왈츠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 그런 그녀에게는 적당한 선을 지켜주는 게 좋다. 부드러이 웃으며 레이니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 주려 하였다.
"1착, 잘 해내었어요. 레이니 씨. " "당신이 골인점 너머에서 보게 될 것이,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오늘의 니시카타 미즈호는 비록 점심때 퍼펙트 원더에게 지갑을 어느정도 털린 상황이었으나, 그래도 마사바에게 맛있는 스테이크를 사줄 정도는 되었다. 비싼 초호화 레스토랑으로 가고 싶다는 마사바의 말에 그래주겠다는 듯 미즈호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가장 아끼는 우마무스메에게 이정도를 해주지 않을 트레이너가 아니다!!!
"후후, 보통 그런 식당은 최상층에 있답니다.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보도록 해요.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지하 주차장 저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가리켜 보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엘리베이터다.
>>112 마사바가 신나하며 뭘 생각하고 있을지 전혀 모르는 미즈호. 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마자 가감없이 버튼을 누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지하층까지 내려왔고, 미즈호는 마사바를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바로 최상층을 누르려 하였다. 아마 마사바가 미즈호의 말에 대답할 때 즈음에는 바로 최상층에 도달할 것이다......
"후후, 확실히 유키무라 씨도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답니다. 오늘은 그녀도 경기를 치뤘던 날이니까요.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마사바의 팔을 살짝 토닥이며 말을 꺼냈다. 왜 팔이냐면 어깨는 마사바가 이제 키가 너무 커서 손이 잘 닿지 않기 때문이다.
"2착, 고생 많았어요. 마사바 씨. [ 중앙 ] 의 벽을 넘는데 이제 정확히 한 발짝 남았네요. "
확실하...지는 않지만 들어본 적이 있다. 초콜릿과 카레가 은근히 잘 어울린다든가... 사실 레토르트 카레에는 이미 초코가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한 번 재료를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곤, 카레에 담긴 무시무시한 칼로리와 당에 대해서는 꿈에도 모른 채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일주일인가, 걱정 마라... 당분간 내 식사는 카레로 고정이니까!"
일주일까지 걸릴 일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일 아침 메뉴부터 카레가 되겠구만. 그리고는 다음 트레이닝 때 붙게 되면 절대 지지 않을 거니까 각오하라는 말에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오냐... 전보다 강해져 있기를 기대하지, 형편없이 패배하진 않겠다!"
뭐어, 진짜 칼을 갈고 온다면 틀림없이 지겠지, 그래도 쉽게 져주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 두드린다.
"어? 아- 이것까지 챙겨줘? 살뜰하네."
그냥 벌칙 초코 아니야? 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자신이 제안해서 만든 초코라고 하니 어영부영 받아든다. 맛있게 먹어~ 라는 말에 대답을 하긴 해야 하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에 잠시 초콜릿을 빤히 내려다보다가는, 가방의 지퍼를 열어 손을 집어넣었다가 뺐는데 초코가 그대로 있다?? 포장지가 새카매서 안에 무슨 초코가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