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다레는 대답에 안심하면서도 슬금슬금 마사바의 몸을 살폈다. 마사바를 못 믿기보단 오랜 습관을 아직 떼어내지 못한 거다. 과연 정말로 문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더 염려하는 티 내지 않아도 되겠지. 그건 그렇고, 재충전이면 평소에 못 먹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조금 게으르게 쉬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조금 늦은 찰렌타인 초콜릿 같은……!
사미다레는 메고 온 가방을 조금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척 꺼내었다.
"ㅅ, 사바쨩을 위해서 경기 끝나고 주는 거야."
생색 내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두 손으로 건네주는 건 뭔지. 못된 장난은 못 치는 사미다레 나름의 농담이다. 히, 하는 소심한 웃음 짧게 덧붙었으리라.
메모장을 하나 두기로 했다. 언제까지고 머리속으로만 기억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일단 메모해두는 것은 트레이너 시라기가 꿈꾸는 풍경에 대해서였다. 그의 풍경은 헌신과 지지로 정의할 수 있었다. 이런식으로 각자 트레이너가 어떤 신념과 목표로 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기록할 이유는 나에게 필요했다. 선택지는 결국 하나밖에 고르지 못하니까.
"다음은.."
교내에 트레이너들에 대해서 정보는 입수했다보니 누구를 만날까가 중요했다. 가령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추천해주려고 하는 도쿄의 트레이너인 야나기하라 코우. 추천서를 써준다는 이야기가 나온 사람이니 되도록 그 사람은 면담해서 이야기가 나눌 필요가 있다 싶었고, 다른 트레이너들은 각자의 스케쥴이 있다보니 간단한 인터뷰의 형식이 좋을 듯하다.
"흠... 히로카미.. 어디서 들어본것 같습니다만."
트레이너들의 이름을 정리하다보니 어디선가 기억속에 아련히 남아있던 성씨가 보였다. 기억을 되짚어보자니 흐릿하게 무언가 기억날듯 말듯 하더니 하나 떠오르는게 있다.
'츠나센이라면 히로카미가에도 트레이너가 한명있을거야. 엄마가 고향있을 적엔 마당발 같은 가문이라서 말이지. 지역산업에 있어서. 아 그래 수공업을 하고있었지. 혹시 본다면 요근래에 나온 아로마 향초에 신세를 많이졌으니 만나면 조금 선물정도는 해주렴.'
그런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한번쯤 만날 이유는 있었다. 트레이너로서는 어떤 사람일까도 흥미가 생기기도했고.
다음날.
나는 이근처에서 평가가 좋아보이는 베이커리에서 디저트와 향을 맡아보고산 홍차를 구입해 팀 홋카이도의 부실에 방문했다. 일단은 노크부터다.
초보의 서투른 농담은 진정한 장난의 귀재 앞에서는 비빌 건덕지도 안 된다. 진심 초코라는 말에 당황해서 방금 전 자신이 꺼냈던 말을 돌이켜 보았다. …해석하기에 따라 진심 초코처럼 들릴 것도 같지? 저렇게 감동받았다는 반응인데 딱 잘라 아니라 말하기엔 곤란하고, 그렇다고 맞다고 해 버리면 희대의 진심 초코 바람둥이가 되어 버리는데……! 하지만 마사바의 마음을 가지고 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두 눈동자 황망하게 달달 떨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는 그런 상황에 처한 사미다레마저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ㅁ, 미미미미미 미안! 이거 사실 우정 초코야!"
사미다레는 결국 두 주먹 꼭 쥐고 빽―이라고 해봤자 작은 목소리다― 목소리 높인다. 이 맹한 우마무스메, 다른 건 모르겠고 놀리는 맛은 있겠다…….
시간이 지나 입질이 온다. 손에 닿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것이 이번에는 약간 다른 것 같은 기분이다. 곧바로 힘을 주자 세차게 반항하는 것이 직감적으로 커다란 녀석이라는 느낌이 왔다. 릴을 감는다. 풀었다, 감는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거리가 보이자 미세하게 웃음이 흐렀다. 이번엔 다르다!!!!
"읏쌰아아아아아아아!!!!"
거친 불보라와 함께 낚아올라온 제법 커다란 우럭. 다행히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겠네. 회가 좋으려나.
"뭐라고는 했어 당연하지."
똑똑히 기억한다. 그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지. 무너져있는 나조차 느낄 수 있을정도로 녀석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뜨거웠다.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는건가.
아가미에 걸린 바늘을 떼고 생선을 대충 양동이에 던져넣었다. 물이 조금 튀는 걸 보고 대충 그렇구나 하고생각한다.
"너 개쩔었다고.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
다시 낚싯대를 드리운다. 응당 나에게 쏟아져야했을 응원조차도 씹어먹었으면서. 그런 얼굴 하지마라. 생각해보니 진짜 빡치네. 내가 왜 이런말까지 해야해? 흥이 식었다. 드리운지 얼마 안된 낚싯대를 다시 접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가 안좋은거면 그거나 먹고 병원이나 가."
가방깊숙하누곳에 넣어둔 초콜릿은 무게 때문인지 조금 뭉개져았었다. 에이씨 비싼건데... 일단 던져주자. 이럴때가 제일 괜찮은 것 같으니까. 대충 한마디만으로도 복잡하다는 걸 알아버렸잖냐. 알고싶기는 했는데 이정도는 아니었어 임마!!!!
"내 진심. 우선 너부터 올해 안에 쳐바르고 중앙에 간다. 중앙에 가서도 다 이긴다. 그리고 내가!!! 퍼펙트 원더가 최강이라는 걸 알린다아아!!!!"
크게 소리친다. 이제는 주변에 어른이라곤 잘 보이지 않았으니 내 목소리는 바다 저 편까지 올릴거야. 그러면 됐어. 그러면 평소대로 하면 되는거 아냐.
"너 개쎄더라!!! 됐냐!!! 근데 내가 더 쎄니까 상관없다!!!! 이런 마인드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나는."
...겨우 이런거에 겁먹었었다니 덩치값도 못하게 되버린건가!!! 아니!아니!아니!!! 나는 아직 안졌다! 1승 1패라면 뒤엎으면 그만이니까!!! 답지않게 개쫄아있었네 진짜. 뭔 낚시여 낚시는.
"어제는 니가 제일 쎈놈이었어. 근데 오늘부턴 아니다. 니가 긁는 바람에 나약했던 어제의 '퍼펙트 원더'는 죽었고 '최강의 우마무스메 퍼펙트 원더'가 태어나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