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이렇게 해도 미즈호가 먹고 있는 속도는 마사바에 비하자면 느렸다. 히토미미가 먹는 속도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느렸다. 하지만 이윽고 고기 요리가 나올 때쯤에는 기쁜 듯 포크를 드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미즈호 역시 생선 요리가 진이 빠져서 그런 거일수도 있겠다. 찰렌타인데이 선물을 건네주려 하는 마사바의 모습에 미즈호는 부드러이 웃으며 핸드백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이렇게 진심 초코를 건네주시니 저 역시 기쁜 마음으로 드릴 수밖에 없겠네요....자아, 마사바 씨에게 드리는 우정 초코랍니다. "
남청색 바탕에 노란 별무늬가 붙어있는 포장지. 미즈호가 건네는 그것을 받아 포장을 뜯으면 손수 만든 별모양 초콜릿이 들어있을 것이다.
"저, 저도 자신은 없지만요……. 그래도 달리면, 조금이나마 더 잘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미다레는 언그레에게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살래살래 작은 동작으로 손 흔들어 보였다. 미리 약속해 둔 시간에 모두 참석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연습 뿐이다. 가벼운 몸풀기를 마친 후에는 빈 코스를 빙 둘러 응시했다. 오늘 달릴 예정인, 얼마 후 이와시 캔에서도 달리게 될 코스. 사미다레는 코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출발점으로 향했다. 다시금 몸을 낮추고 신호를 기다린다.
뜀박질을 시작하기 전의 짧은 시간, 사미다레는 지난번의 모의 레이스를 떠올려 보았다. 결과적으로 1착을 따낼 수는 있었지만, 숙련되지 않은 거리라는 조건과 다른 출주자의 기세에 눌려 페이스를 올바르게 배분·유지하지 못했었다. 끝에서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었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타이밍을 살필 수 있어야 했다. 숨죽이던 시간 끝날 적, 내디딘 다리에 힘 싣고 코스를 박차고 나간다.
>>310 "당연히 진심을 담은 우정 초코 얘기였답니다 마사바 씨. " "진심 도전장 초코는 야나기하라 씨와 햐쿠모 씨에게 받은 것으로 충분하니까요? "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소리를 하며 미즈호는 슬슬 디저트로 넘어가는 것을 먹기 시작했다. 과일과 초콜릿을 비롯한 다양한 메뉴가 역시 일품이었다. 계산은 당연하지만 넉넉히 할수 있는 금액이다. 미즈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유로이 마사바가 먹는 것을 감상하고 있었다. 꼭 아이가 먹는 걸 귀엽게 바라보는 마망의 모습 같다.......
"오늘 이렇게 마사바 씨를 데리고 안카자카 시까지 오게 된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메이사 양까지 데리고 다같이 오도록 할까요? "
이와시캔, 곧 있으면 열릴 경기가 끝나고 다 같이 또 오면 어떻겠냐고 미즈호는 물어보고 있었다.
불완전연소. 이미 끝난일에 집착하는 인간은 아름답지 않다. 그러니 집착하지 않는다. 돌아보지 않는다. 앞만보고 달리다 고꾸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달려간다.
"후우..."
학원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의 방파제. 봄이 찾아오고 해변을 찾는 사람은 조금 늘었지만 이쪽으로 오는 사람은 여전히 별로 없었다. 등대같은 것도 없으니 보이는건 그냥 낚싯대를 드리우고 멍하니 바다를 쳐다보는 낚시꾼들 정도. 나또한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축 늘어진 낚싯대, 흔들거리는 수면, 짠내나는 바닷바람. 진정되는 느낌이다. 몇 시간정도를 이렇게 보내고있었다. 찰렌타인이니 뭐니 하는 걸로 엄마하고도 연락을 했더니 무조건 주는게 낫다길래 일단 백화전에서 괜찮아보이는걸 사긴했다만...
"친구없는데."
뭐 그렇지. 작년은 몸뚱이가 되려 너무 커서 다가오는 놈이 드물었고 올해는 반대로 실력이 그다지 대단치 않아서 더더욱 없어졌다. 훈련시간이 늘어난거니까 나로서는 더 좋지만. 그것도 옛말이네. 3착. 알지도 못하는것들은 3착도 잘한거니 뭐니 하지만 나같은 녀석들 상대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1착을 했다던 녀석과는 고사하고 2착을 했던 녀석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건 이쯤되면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럴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머저리도 아니고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쓰레기를 살려둘 생각도 없지만. 입질이 온다. 일부러 낚싯대는 살짝 쥐기만 하고 큰힘을들이지 않는다. 굳이 릴을 감지 않는다. 방심하는 타이밍을 타서 탁 탁. ...끊기는 소리. 들어올린 낚싯대는 텅텅 비어있었다.
"에이씨!!!"
뭐가 정신수양이냐!!! 머리만 아프잖아!!! 들어가서 잡았으면 벌써 수십마리는 잡았겠다!!! 발을 구르며 화를 내고 있자니 뭔가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저씨들이 바라보는 탓에 조금 뻘쭘해져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낚시의자에 앉는다. 진정좀하자. 어제를 잊기 위해 온 자리에서 이러는건 좀 아니잖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