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글쎄요, 당신이 진심으로 달릴 날이 언제가 될지 기대가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
상냥하다거나 그런 말은 1착을 뺏긴 팀의 트레이너 입장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레이니 왈츠를 대상경주에서 보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대상 경주에서는 분명 절대로 봐주지 않을 것이다. 프러시안의 격에 맞는 경주를 보여줄 것이니. 팀원 중에 이와시캔에 출전하는 멤버가 임시 팀원인 스트라토를 포함하면 둘인 만큼 다음 경주는 진심으로 준비할 생각이었다.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한계를 뛰어넘을 트레이닝을 준비하리라.
찹쌀떡 안에 있던 것은 무려무려... 초코였다! 팥이 아닌 단맛! 팥도 좋아하지만 역시 이 시기에는 초코니까~ 입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맛에 저절로 웃게 되어버려~
"음~ 초코 들은 걸 먹었어. 엄청 맛있다~ 집에가서 다 먹어보고 알려줄게!" "동심을 간직하고 있어도 나이가 말이야... 그치? 그래도 메이사는 아저씨인 우마그린도 좋아해~"
아저씨지만 초코 들어간 찹쌀떡을 고를 정도의 센스가 있다면야. 필사적으로 아저씨가 아니라고 하는 우마그린을 보며 웃는다. 아아, 웃다가 눈물까지 나온거같아. 슬쩍 한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그렇게 초콜릿을 주거니 받거니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정말로 밤이 내려와버렸다. 하늘은 새까맣고, 가로등과 지상의 간판에 밀린 별빛이 미약하게나마 자신들이 여기있노라고 알리고 있는 시간.
"하아~ 시간 엄청 지났네. 내일 지각하면 안 되니까 이제 가야겠다. 우마그린도 너무 늦지 않게 들어가라구~"
집에 들어갈 것처럼 말하지만, 마구 웃어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글쎄, 바로 집에 들어갈지는 스스로도 확답이 없었다. ...분명 시간이 해결해줄것이다. 피곤해지면 들어가서 잠들테니까.
어제의 레이스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경주장의 치열한 열기과 집념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선두를 나란히 달렸던 마사바와 저스트 러브 미라는 이름의 우마무스메 그리고 꿋꿋하게 골을 향해 달려가던 다른 우마무스메들까지. 그들의 의지가 금방이라도 형체를 가지고 피어오를 것만 같아,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사미다레는 한동안 그 기묘한 여운에 잠겨 있었다. 지금까지도.
시간에 맞추어 트랙 위에 나오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코우가 그를 맞아준다. 사미다레는 코우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언그레이를 찾는 것이다.
괜히 멋있는 포즈 좀 해보겠다고 검지와 엄지를 펴 V자를 만든 뒤 얼굴을 반쯤 가리는가 싶더니 금방 그만둔다. 결국 장난이고. 그래도 웃는 걸 보고 있자니 주길 잘했다- 싶어 덩달이 웃게 된다.
"...그래도 아저씨 하기 싫은데, 크윽 나이를 들이밀다니 비겁해. 모처럼 사람이 공들여서 선물도 줬는데 말이지..."
아주 잠깐이지만 아저씨 해도 괜찮지 않을까 고민했다, 물론 곧 정신을 차리고 아저씨라는 말이 싫다고 하긴 했지만. 나이... 그래도 아직 20대고? 내년이면 30대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벌써 해는 완전히 숨어 버렸다. 그나마 해가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던 하늘도 이제는 완전히 새까매져서, 땅에서 불과 8m가량 떨어진 곳에서부터 내리쏘는 불빛이 앞길을 밝히고 있다.
"그 찹쌀떡, 도전장을 받았으면 답을 해야 하니까... 그런 의미야. 어차피 안 남기겠지만 혹시라도 진짜 남기면 안 된다?"
즉 이건 다른 의미의 도전장인 셈이다. 도전에 응하겠다, 그 형태가 좀... 웃기긴 하지만(초장거리 레이스 상대를 해야 한다)
"솔직히 도전장 받을 줄 몰랐거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되면 줘야 할 거 같더라고."
안 먹고 가지고 있길 잘 했어. 음음. 인내심을 발휘해 찹쌀떡을 먹지 않고 남겨둔 자신을 칭찬하며 팔짱을 낀 채 머리를 끄덕인다.
아니, 다 먹고 어떤게 더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려면 빨리 먹어야하나? 모처럼 받은거니 느긋하게 먹고싶은데... ...아무튼, 그렇구나. 진심 도전장 초코를 서로 주고받은거다. 도전장을 받은 이상 질 생각은 없지만 그건 상대도-우마그린도 같아 보이니. 다음 초장거리 레이스도 난전이 되겠네.
"아하하.. 하긴, 보통 트레이너한테는 우정 초코를 주는 쪽이 흔하니까. 아니아니 나도 몰랐다고~ 설마하니 트레이너한테 진심 도전장 초코를 주는 날이 오다니."
하지만 진짜로 분했는걸... 그리고 어쩌면, 나한테는 이 정도가 딱인지도 모르고. 아무튼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엄청 뿌듯해하는 우마그린을 보며, 이쪽도 허리에 손을 얹고 가슴을 쭉 펴보인다.
"찹쌀떡도 안 남기고, 초장거리 레이스도 이겨주지. 후후후- 각오해라~" "그리고, 초장거리 레이스에서 내가 이기면 아저씨라고 불러줄게❤️"
예의 그 웃음, 히-죽거리는 웃음과 함께 덧붙인다. 아아.. 진심 도전장하고 별개로 이런 내기가 있어야 더 불타오르는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