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따듯한 게 필요한 참이었거든, 담뱃재 같은 거 말고. 자판기로 걸어가며, 여전히 갈피잡히지 않는 기억을 뒤져본다. 데자뷰?라는 건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정말로. 무조건. 익숙하다.
"에~ 운동은 하셨다는 거구만. 그래보이셔요. 개인적으론 유도를 하지 않았나 싶은데. 또 그런 거 같지는 않고오~ 으음, 이종격투기?"
걷는 폼이 그렇다. 설명하지! 주요 종목이 무언가에 따라 평소에도 종목의 폼이 반영되어있다. 다이고는 그 우락부락한 체격 때문에 육상과는 걸맞지 않았고 키는 크지만 농구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구기 종목이라면 가능성은 있지만 그런 폼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건 격투기인데, 유도라기엔 군더더기가 있었고. 묘하게 액션이 큰 것이... 이종격투기였던 것이다.
퍼펙트 원더의 트레이너는 이 근성 중심 트레이닝에서 밸런스 있는 트레이닝으로 바꾸기 위해 꽤나 고생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생각하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숟가락을 들었다. 아니, 그보다 대체 이 아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부터 먼저 들었다. 우선은 한그릇? 우선은?? 한그릇?? 여기서 더 먹으라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영문을 모르겠답니다. 지금 양은…..” “전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넘친답니다, 퍼펙트 원더 씨…….?? “
부족 하면 더 먹어도 된다고??? 이게 부족한 양이란 것인가???? 우마무스메들이 많이 먹는건 기본으로 알고 있는 샤실이었지만 여기서 더 먹으라니 진심인 것인가??? 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 니시카타 미즈호는 퍼펙트 원더를 바라보다가 곧 숟가락을 뜨기 시작했다. 고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양이 많다……
이 사람 눈썰미가 대단하다. 물론 다이고 본인도 운동을 하면서 본 게 있으니만큼 어떤 사람이 운동을 했는지, 어떤 종류의 운동을 했는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히다이가 상당히 높은 정답률을 보여주자(본인의 판정 기준이 후한 것도 있지만) 놀랍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심까? 운동을 할 때라면 TV에... 으음, 나왔기는 할 검다, 한 번 정도지만."
운동을 하면서 운동으로는 딱 한 번, 방송에 나올 만한 정도의 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 입상은 실패했지만. 물론 격투기 경기나, 대회가 아닌 경우라면 좀 달라서 TV에는 꽤 나왔다고 볼 수 있겠지, 얼굴을 제대로 드러낸 적이 없으니 다들 모를 테지만.
"그러면 어떤 프로를 주로 보심까? 저는 되는 대로 돌려놓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되물으며 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른다. 자판기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황량한 더트 주로가 펼쳐진 츠나지 경기장. 코우는 방금 막 이곳에 도착한 참이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이 꽤 썰렁하다. 트레이너로 보이는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도 몇 보이지만 그다지 붐비는 정도는 아니었다. 지방 경기장이고, 오늘 개최되는 레이스도 대상경주가 아닌 일반전이니. 그렇지만 이번 레이스의 열기는 결코 미적지근하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레이스 시작은 아직도 한참 먼 시간. 트레이너도 우마무스메도 아직은 별로 없을 정도로 이른 시간이다. 뭐, 시작해도 별로 없을 가능성이 클지도. 지방에서 열리는 오픈 레이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차라리 조건전이나 데뷔전이 더 관심받겠지.
"텅텅 비었네~"
구색만 갖춘 관중석도 트랙도 아직은 조용하기만 하다. 너무 일찍 온 건가 싶지만 사실 일찍 오면 미리 경기장을 둘러볼 수 있으니 그닥 나쁜 건 아니겠지. 코스를 미리 숙지하거나, 마장 상태를 보거나. 그리고... 경기 직전 우정(함정)초콜릿을 주거나. 사기를 팍팍 꺾어둘 상대가 안 보인다는게 함정이지만. 아무튼 누구 없나 둘러보던 차에 눈과 눈이 마주친 상대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으에~ 쿠소닝겐이잖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보단 나은가. 쿠소닝겐이라 하면서도 슬쩍 가까이 다가간다. 뭐어, 레이스는 아직 멀었으니 얘기나 하자고.
>>477 "사람이나 우마무스메에 따라 근력의 경우 차이가 있기 마련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타이어를 끌어야 하지만 누군가는 아령 정도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금 이렇게 먹는 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랍니다. "
하야나미의 양은 언제나 많아서 항상 남기는 것을 메이사에게 뭐라고 듣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역시 뭐라 들을 줄 알았다. 우마무스메 기준으로는 이게 많냐 싶은 것도 히토미미의 눈에는 정말 많은 양이 맞다. 지금 니시카타 미즈호의 앞에 놓인 그릇이 정말로 그랬고, 미즈호는 지금 반의 반의 반도 제대로 먹지 못 한 상태였다. 이것도 겨우겨우 먹고 있는 것이다......
"퍼펙트 원더 씨, 그거 아시나요? 제게는 이 양의 반의 반 정도가 원래 정량이라는 것을요...... "
이것도 하야나미 때문에 반 정도로 늘어난 것이지 교토에서는 이것의 반의 반만 겨우 먹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