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때문인지 이전에 비해 조금 늦은 스타트가 초반부의 급한 실속을 만들어냈다. 뛰는 폼이 안정되지 않는가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평소의 노력이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중반의 커브에서부터 다시 가속, 이전의 최고속도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생각한다. 끝없이 고민하고 힘의 조절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느려지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은 육체, 그에 맞는 커다란 힘이 마치 반대편으로 나를 밀어내는 듯 강하게 덮쳐온다. 평소와 같은 주행,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급하게 발을 쳐박으려다 내딛기 직전에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니 사실 떠오르지는 않는다. 만화였다면 여기서 회상씬인데. 하지만 확실히 길게, 커브를 반쯤 앞둔 상황에서부터 승부를 본다. 감속은 없지만 포즈는 조금 변화한다. 저돌맹진, 육중하게 나아가던 전차가 아니라 회전하는 열차와 비슷하게. 굳이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회전을 선택하기 보다는 힘 자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조금씩 몸을 튼다. 방금 전의 그 여자가 했던 것 처럼. 의식하며 감속을 더하면, 끝도 없이 떨어져내릴 것만 같았기에. 좋든 나쁘든 연비가 나쁜 몸뚱이다.
"읏샤아아아아!!!!"
그리고, 결국은 무난한 속도로 1착... 아니 뭐 혼자 달린 것에 큰 의미는 없긴 하지. 그것보다도 중요한건 따로 있다.
>>487 나는 역시 개쩔어... 자신에 도취해있다보니 박수를 치는 소리도 그 여자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조금씩 심장 박동이 줄어들고 진정되기 시작하고 나서야 들렸으니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방금건 내 인생 최고의 질주였다. 트레이너와 했던 것도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베스트'를 따진다면 방금거다.
"후우... 뭐!!! 그거야 나니까 말이지!!! 다른 녀석들이었으면 그대로 고꾸라졌을거다!!!"
본 적은 없지만.
"그나저나 잘도 알았구만. 페이스 조절이라고 해도 제대로 모르겠더라고. 내 추입은 좀 긴편이니까 실속이 좀 있어도 괜찮지 않나 했는데."
완전히 다르네. 호탕하게 웃으며 그 여자의 등을 치려다 말았다. 그러고보니 인간이었지. 우마무스메인줄 알았네.
"...? 뭔 소리여 그게."
갑작스럽게 중앙의 트레이닝이니 뭐니 하는 말에는 조금 의문이 생겼다. 아니 설마. 그럴리가 있나. 애초에 중앙에서 트레이너를 하는 양반이 여기에는 갑자기 왜 와? 볼 사람도 없을텐데. 자기네 담당 클래식은 버리는거냐.
"모르겠네!!! 뭐 딱 좋기는 했어. 나 머리 나쁜편이라 이론이니 뭐니 해도 모르겠고. 트레이닝은 책상에 앉아서 하는게 아니라 뛰면서 하는 거잖아? 이거보다 조금 더 빡세도 괜찮을것 같은데."
한쪽에 주차된 썰매를 가르켰다. 그야 나 원래는 저쪽이 주력이었으니까 말이지. 체력적으로는 괜찮지 않나 싶어. ...뭐 중앙에서 진짜 이렇게 보여주고, 달리고 보여주고 달리고 할리가 없지. 그야 중앙이잖냐. 뭔가 개쩌는 기계같은거 있는거 아니야?
>>490 "말 그대로랍니다. 저는 중앙에서 온 트레이너. 3관을 이뤄낸 우마무스메를 맡았던 트레이너에요. 방금 트레이닝 코칭은 제가 철저히 [ 중앙 ] 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보여드린 것이에요. 제 방식이 당신의 담당만큼 만족스러우시지 않으셨나요? "
이 정도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정도면 이미 담당이 있는 우마무스메일 터. 니시카타 미즈호는 역으로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이며 되물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변해 보이는 것이다.
"페이스 조절은 모든 각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에요. 당신은 추입이니까 어느정도 어디서 힘을 더 내야 하시는지 잘 아시겠지요. 속도를 지나치게 빨리 높이려 하지 않고 대부분의 속도를 큰 차이 없이 안정적으로 서서히 높여나가려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랍니다. "
니시카타 미즈호는 썰매를 보고도 놀라는 기색이 없이, "파워 트레이닝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었군요.... " 라 중얼거리고는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당신이라면 여기서 더 [ 한계 ] 를 뛰어넘는 트레이닝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트레이너는 어떻게 당신을 가르치고 있나요? "
>>502 "못 믿겠다면 [ 다이애나 포그린 ] 이란 이름을 찾아봐도 좋답니다. 클래식만이 아니라 시니어에서도 빛낸 적이 있는 우마무스메이니까요. "
그 [ 아리마 기념 ] 때문에 좋든 싫든 언론에 자신의 얼굴이 비춰졌으니,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왜 니시카타 미즈호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도 알 수 있겠지.
"그렇군요. 이것이 [ 츠나센 ] 의 방식이다....... "
햐쿠모 마리야, 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렇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중얼거린 니시카타 미즈호는, "재밌네요. " 라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미 안면을 튼 적이 있답니다. 말을 나눠본 적도 있고요. 방식적인 면에서 상당히 다를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다를 줄은 몰랐네요. "
역시, 예상은 했지만 앞으로도 좀 부딪힐 일이 있을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말을 이었다.
"당신의 트레이너에게 건의해 보시겠어요? 여기서 더 점진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여도 괜찮을 거라고. " "나의 트레이닝의 방식은 철저한 트레이닝을 통해 점진적으로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는 것. 당신의 트레이너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이랍니다. 당신에게는 점진적으로 더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 더 맞아보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