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기분이다. 제대로된 지도를 받은짗얼마나 되었다고 혼자서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시절보다는 한결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때 들은건 페이스조절을 하라는것 뿐이었으니까 역시 그냥 내가 개쩌는게 아닐까. 아니 분명히 그렇지. 원래 주역은 늦게 등장한다고 그냥 재능이 늦게 꽃피운거다. 타이밍적으로는 100%... 아니지 그래. 지금 그런거 생각할때가 아니었어.
"허억...허어억..."
잡념. 잡념이 날이 갈수록 강해진다. '혹시 이대로라면 올해는 할 수 있을지도 몰라'. 고작해야 한번 경험해본것 가지고 무슨 괴물들마냥 연전연승을 하고 있는 것 같이 행동하는건 아직은 오만이다. 곧 있으면 어차피 사실이 될테니 그때까지는 기대감을 조금 내려놓고 있어야해. 취미용으로 끌고 다니던 썰매를 내려둔다. 어차피 이 근방에서 이걸 쓰는건 나를 비롯해 손에 꼽는 수준일테니 이 어디에 놔둬도 누가 들고가진 않겠지.
"해볼까."
확인이 필요해. 이게 진짜 헛꿈이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조건은 동일. 더트 2000m. 고향에서는 보통 썰매를 끌고 200m였으니 조건을 무시하고 거리만 본다면 단순히 10배다. 익숙해지는데도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374 이 츠나센에서 이렇게 우렁찬 소리를 내며 뛰는 우마무스메는 흔치 않기에, 오후 훈련을 마치고 트레이너실로 돌아가는 길에 미즈호는 저절로 2000m 연습장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렇게 우렁찬 소리를 내며 저 정도로 빨리 뛰는 우마무스메는 뭐 하는 우마무스메란 말인가? 초반부터 도주에 가까운 속도로 출발하던 무스메는 중반에는 선행에 가까운 속도로 빠른 속도를 보이더니, 종반 코너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다 라스트 직선에서 매우 빠른 속도를 내며 뛰려 하였다. 이 정도 속도면 각질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골인점에 들어오는 우마무스메를 향해 니시카타 미즈호는 가볍게 박수를 치며 내려가려 하였다.
지금의 트레이너도 그렇고 지금 이... 작은건가? 여기에 와서 알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도 않은것 같단 말이지. 아무튼 이 히또미미까지... 완벽하구만!! 가볍게 고개를 돌리며 손으로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거기, 사진.곤란."
분명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였나. 인기있는 우마무스메라면, 이런식으로 한 번쯤은 튕겨주는거라고 했던가!!! 음...아니 영상에서 봤던 황제나 패왕이나 괴물은 안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뭐 어때! 쿨하고 세련된게 도쿄같은거라고 들은 적이 있다. 시골의 트레이너에게 도쿄의 방식으로 대접하는게 맞지!!! ...아니 방금 뭐라고 했냐? 그렇지!!!
"그렇지!!! 뭘 좀 아는구만!!! 첫 눈에 내가 개쩌는 우마무스메라는걸 알아차리는 놈들은 거의 없는데!!! 보는 눈이 있구나!!!:
>>389 참고로, 미리 말해두자면 니시카타 미즈호는 이 무스메의 사진을 찍으려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싶은 것처럼 이 거대한 우마무스메를 바라보던 미즈호는, 곧 손이 반 강제로 잡힌 채 위아래로 아주 크게, 격렬하게 흔들리게 되었다. 이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애써 정신을 차리려 하기 위해 미간을 짚으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자아, 자. 진정하시고. 제가 한 가지 보여드릴 게 있답니다. " "당신의 뛰는 방식은 완벽해요. 다만 코너를 꺾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만 더 손 본다면, 더욱 더 완벽한 주법을 선보일 수 있을 거에요. "
진정하라는 듯 이 이름모를 무스메에게 손짓하려 하고는, 미즈호는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어떤가요. 이름모를 학생. 제 시범을 봐보시겠나요? " "아, 하지만 보기 앞서 이름을 알려주는 걸 잊지 않도록 해요. 중앙에서도 당신같은 인상적인 우마무스메는 본 적이 없거든요. "
...그러고보니 그 녀석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었나. 뭔가코너를 돌때마다 되려 힘이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있기는 했는데... 진짜 뭐가 문제가 있는건가?!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다! 고작해야 나약한 히또미미의 발언... 무슨 자존심이 넘쳐서 그런건지 들어나 볼까!!!
"그런데 괜찮겠어? 2000m다? 우마무스메는 아니지?"
실제 경기는 2500m... 연습코스라고는 해도 2000m. 인간이 전력질주로 달려서 비슷한 결과를 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잖아. ...아니 뭔가 자신감이 넘치는것 같기도.
"그, 그런가아~ 하기야 뭐 그렇겠지! 언젠간 정점에 도달할 년이니까!!!"
뭔가 속아 넘어가는것 같은...아니다!!! 그래 뭐 이렇게 처음보는 사람도 제대로 보는 녀석이 그럴리가 없지!!!
>>397 "네, 괜찮답니다. [ 이미 ] 시범을 보인적 있는 거리인지라. "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는 인간이 맞답니다. 이름 모를 우마무스메 양. "
잔디가 아닌 더트이지만 이정도 거리는 이미 메이사 양과 병주 훈련을 선보인 적이 있는 거리. 전혀 문제될 거리가 아니다. 전력질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 어떻게 ] 뛰는지 정도는 선보일 수 있다. 중앙에서도 이미 잔디에서 시범 훈련을 해보인 적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름을 들은 미즈호는 "흐음, " 하고 가볍게 그녀를 한참동안 바라보고는 말을 꺼냈다.
"좋아요. 퍼펙트 원더 씨. 팀 프러시안 전담 트레이너, 니시카타 미즈호 랍니다. 제 이름을 기억해 두도록 해요. " "속도는 상관없이, [ 코너 ] 를 어떻게 도는지 확인하도록 하세요. 기억하셨나요?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넥타이를 풀며 출발선에 선 뒤, 가볍게 뛸 준비를 마쳤다. 참고로 미리 말하자면, 니시카타 미즈호는 지금 로퍼에 정장 바지 차림이다....
우마무스메들이 평소에 뛰는 발 끝을 이용해 뛰는 주법으로 시작한 첫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초반을 질주하던 니시카타 미즈호는, 중반 코너에 진입할 때 살짝 몸을 숙여 옆으로 방향을 틀려 하는 식으로 뛰려 하였다. 우마무스메들이 뛰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었기에 중반 코너에서는 속도가 잠시 줄어들었으나, 이후 직선과 종반 코너, 라스트 직선까지 무난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종반 코너에서는 이미 한번 해본 것이기 때문에 아까와 달리 무난하게 빠른 속도로 틀어 뛸 수 있었다. 물론 이게 저 거대한 우마무스메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쁘게 숨을 내쉬며 다시 종착지인 시작점에 선 미즈호는, 퍼펙트 원더를 올려다 보며 이렇게 말하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