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지금까지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쭉 보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하지만 좋은 목표란 말을 듣자, 왜인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거창하지 못한 소망이라 해도 결국 거짓은 아니니까. 사미다레는 미미하게나마 들뜬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담담한 호응에 응원을 받은 것만 같아서, 조금 용기를 내어 본다.
"트레이너님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사미다레는 슬며시 고개를 기울이며 코우를 바라보았다. 얼굴은 늘 그렇듯 홍조가 맴돌고 손가락 느슨하게 깍지 끼고 꼼지락거리면서도, 시선은 피하지 않은 채 조심스레 묻고 있다.
situplay>1596941105>545 마리야는, 문제가 생각보다 있는 것에 잠시 생각이 깊어졌다. 아니, 원더가 스트레칭의 방식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정도 수준이였다면 달리기에서부터 티가 났을 것이다.
본래 스트레칭의 의의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해서 본격적인 체육 활동을 하기전에 실시하는 【준비운동】이다. 어디까지나 코스 요리 식사로 비유하면 애피타이저나 다름 없다. 애피타이저로 배를 채워서 코스 요리를 먹지 못하게 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힘이 너무 들어가있어."
마지못해 원더에게 다가가, 스트레칭의 문제점이 보일때마다 지적하기 시작한 마리야였다. 도저히 설명으로 안될 것 같으면, 신체를 터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마리야는 이론으로 똘똘 뭉쳐진 트레이너이지만, 문제점을 알아채 분석하여 어떠한 식으로 고치는데 있어서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어떤식으로 가르쳐야 효율적일지에 대해선, 아주 철저한 것이다.
"...됬어. 스트레칭은 이만하면. 자세한 건 자료를 보낼테니까 참고하는게 좋아."
하루만에 고쳐질게 아니란 걸 알고있기에, 일단 스트레칭은 이정도로 끝내기로 하고... 달리기에 대해서 봐보도록 하자.
"거리는 2400m. 더트 마장. 상태 양호. 날씨 맑음."
처음엔 가장 보편적인 거리를 달리게 한다. 원더의 무기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선, 그녀가 어떤 거리. 코스에서 강점을 보이는지 알아야 된다.
누가 보고있어서 그런가?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대꾸했다. …아니 진짜 평소에는 안 그런데 말이야. 뭔가… 이렇게까지 보여주는 건 처음인데.
“책 같은 건 잘 안 읽는데… 아니 뭐 알겠어.”
분하지만 이 여자가 하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으면 그대로 직접 자세를 고친다던가 해서 끝날 때 쯤에는 조금 더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분하다!!! 뭔가 지는 것 같은 기분이라도 그건 그거 이건 이거!!! 평소에도 힘있게 살라고 배웠는데 힘을 빼라니!!! 그러다가 불의의 기습 같은 걸 당하면 어쩌려고!!!
“으, 음. 그래. 난 원래 실전 타입이거든. 스트레칭으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어째서일까. 신사는 한 해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대목을 적극적으로 노려 부차적인 수익을 꾀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잘 팔린다 해도 하루만에 동이 날 줄은 몰랐는데! 왜 벌써부터 상품이 다 떨어졌나 조심히 물어봤더니, 자신이 눈여겨보던 상품은 생산 과정에서 공급처와 소통 오류가 생겨 부득이하게 소량 판매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단다. 그 말을 듣자 어제 살걸 그랬다는 후회만 더 막심해졌다. 가게에 따져 봤자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애당초 사미다레가 그런 일로 판매자에게 시비를 걸 성정도 아니었기에 시무룩하게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바닥만 내려다보면서 침울하게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려고 했던 물건이 없으니 무작정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그렇다 해서 다른 물건 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목표하던 걸 얻지 못했으니 다른 물건 구경하기라도 해야겠단 오기 비슷한 기분 들어오는 것도 같다. 좋아, 다시 들어가야지! 사미다레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앗, ㄴ, 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선 사람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펄쩍 뛰고 말았다. 땅 위로 솟아오르듯 뛴 높이만 해도 1m정도는 족히 되지 않았을까? 생각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누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앗, 그런데 지금에서야 다시 보니 그냥 사람이 아니라 우마무스메였다. 긴 머리카락과 반짝이는 붉은 눈. 일순간 예쁘다 무심코 생각하며 시선을 뺏겨 버렸다. ……앗, 이럴 때가 아니지! 사미다레는 뒤늦게서야 자신이 문 앞을 틀어막고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황급히 옆으로 물러나 길을 내어주었다. 당황해서 상대방이 뭐라 말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잠시 버벅거리긴 했지만, 대답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을 지체하지는 않았으리라.
"아, 그. 벼, 별일은 아니에요. 사고 싶었던 물건이… 다 팔렸대서요……."
그 사실 다시금 인지하려니 또 울적해지지만 이번엔 내색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친절하게 물어봐 준 이 우마무스메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편이 더 낫겠지. 사미다레는 제 양 뺨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