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스트라다무스메 아카미 신사에서 일하는 무녀이자 간판 아가씨. 입만 다물면 귀여운 소녀지만 머릿속이 네크로노미콘이라, 아카미노카미 오오토로누시 신화에 대해 지나치게 혁명적인 세계관 해석으로 주변의 우려를 사고 있는 한편, 어느 정도 광신도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 다들 그녀의 음울하고 서늘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참치 떼가 해저에서 나타나 온 세상을 바닷속에 집어삼킨다는 예언을 믿는 걸까...
【오프닝 피리어드】 8/28~9/3
아리마 기념도 끝났고, 주니어 시즌의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클래식 시즌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는 여유롭고 누군가에게는 바쁜 연말연시가 되겠군요.
【하츠모데(시작)】 9/1~9/3 (>>1)
클래식 시즌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정월 초하루 참배, 「하츠모데(시작)」가 9월 1일 금요일부터 9월 3일 일요일까지 진행됩니다. 신령님의 점지를 통해 앞으로의 운세를 점치고 인연 토큰을 획득하세요. 【링크】
물론 상술이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안 뽑으면 좀 찜찜하고 석연찮다고 할까. 어릴 때부터 새해에는 꼭 이렇게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우마그린에게 쪼르르-라고 하고 싶었지만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냥 느긋하게 다가갔다.
"좀 있으면 우리 차례 오겠다. 우마그린은 새해 소원 뭐 빌거야?"
그러고보니 트레이너들은 어떤 소원을 빌라나. 담당 말딸의 성적? 건강? 아니면 담당이 아니라 자기 건강이나 연봉 인상(?)이나 그런 거?? 하긴, 남의 소원 생각할 처지가 아닌가. 나도 뭘 빌어야할지 정확하게 정해둔 건 없는 처지니.
"근데 팔은 괜찮아? 어제.. 그..."
토시코시소바 대소동-이라고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한순간 분위기가 심각해졌던 어제의 그 대소동. 물론 후반부는 평범하게 쿠소닝겐의 관절이 늘어날뻔한 걸로 마무리되긴 했다만. 아무튼 그 때 우마그린도 팔을 다쳤었지... 새해벽두부터(정확히는 연말의 마지막의 마지막날이었지만) 다치다니, 본의는 아니지만, 그리고 범인도 아?니지만 일단 죄책감이 좀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소원을 모두 빌고 오미쿠지까지 뽑았다. 하지만 사미다레는 곧장 신사를 떠나지 않고 머무르고 있었다. 오늘 뽑은 운세가 흉이었기 때문이다. 큼지막하게 쓰인 '흉' 글자에 한동안 시무룩해지긴 했지만 사미다레는 곧 기운을 차렸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신사에서는 일부러 방문객의 기분을 생각해 '길' 비율의 운세가 더 많도록 준비해둔다 했었다. 그렇다면 흉을 뽑은 것이야말로 드문 확률을 뚫은 행운 아닐까? ……그렇게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지만 역시 흉 쪽지를 들고 돌아갈 마음까지는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미다레는 결국 신사 한편에 있는 나무에 운세를 묶고 돌아왔다. 이제 볼일은 다 봤으니까 돌아갈까? 아니면 신사 기념품이라도 사 갈까. 기웃거리며 고민하던 중, 지나가던 사람 몇이 제 쪽을 힐끗거리는 것을 눈치채었다. 알다시피 일본 남성의 평균 신장이 약 171cm다. 서 있으면 눈에 띄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시선이 모이는 것은 조금 부끄러워서, 일단 생각하는 동안 어디에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앗, 안, 안녕하세요……."
때마침 찾아간 벤치에 코우가 있었을 줄이야! 의외의 만남에 놀란 것도 잠시, 곧바로 어제 있었던 불미스럽고…… 죄스럽고…… 잔악무도했던 자신의 만행이 떠올랐다. 사미다레는 귀가 축 처져서 대번에 풀이 죽었다.
언그레이 데이즈가 항상 거닐던 해변가. 그녀의 아지트가 되어주었던 해변가.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없다. 코우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닷바람을 맞으면 생각이 정리될까 싶어서다. 언그레이 데이즈... 저번 트레이닝의 「실패」 이후, 코우는 수없이 그녀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부 묵묵부답이었다. 아마도, 복잡한 심경이겠지. 하지만 그 일에, 자신의 책임이 아예 없지는 않다 생각하면... 도무지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문득 시선을 돌려보니, 모래사장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
몸이 쉬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도, 마주해야겠지. 코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키 작은 밤색머리 우마무스메를 향해 다가간다.
"...언그레이 양."
그리고,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표정은 여전히 무뚝뚝하지만, 어딘가 경직되어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학생에게 이리 막 전달해도 되는 건가? 싶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꺼낸 말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다이고였다. 그러다가 아프다는 말에 축 처지는 메이사를 보곤 순간적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충동이 생겼으나 그만둔다. 대신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괜찮아,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살다보면 생기는 거지, 어쨌든 지금 팔은 멀쩡... 아무튼 그대로 있으니까 됐어."
메이사가 문 것도 아니고. 그렇게 대답하면서 새전함에 돈을 넣는 메이사를 보던 다이고는 자신 몫의 새전(지폐)를 꺼내 새전함에 집어넣곤 양 손을 모았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한 해 잘 보내게 해주십시오!"
말하면 이뤄지지 않는다는 둥의 소리를 해놓곤 대놓고 소원을 입 밖으로 내버리는 건 덤이다. 물론 소원이 하나라고 한 적은 없다.
[ 스트라토 씨 ] [ 늦은 토시코시소바 먹으러 오시지 않으시겠어요? ] [ 장소는 당연히 저의 맨션이랍니다 ]
갑자기 스트라토의 앞으로 보낸 메시지의 정황은 다음과 같다. 어제 마사바와 메이사, 그리고 도쿄 팀의 아이에게 토시코시소바를 대접한 것이 떠올라, 스트라토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에게도 토시코시소바를 만들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새해 기념 요리를 모든 아이들이 아닌 일부 아이들에게만 대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즈호는 스트라토에게 개인 우마톡으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
"걱정이 된답니다, 와주시려나.... "
정갈히 기모노로 갈아입은 채 부엌의 식탁에 앉아, 미즈호는 스트라토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멀쩡하다고 하지 않고 끝을 흐리다가 그대로 있다는 말로 바꾸는 걸 보니 진짜 아픈가보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손길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문 건 아니니까.(?) 좋아. 아무튼 지금은 소원이다 소원.
에— 마사바는 건강해졌지만 그래도 모두가 건강하길, 그리고 학업도 좀 잘 됐으면 좋겠고, 레이스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달리기에서 이기면 기분은 좋으니 자주 이겼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리고... 우마그린의 팔이 빨리 낫길. ...너무 많이 빌면 괘씸하다고 불행을 내려주지 않을까 싶으니 이제 그만해야겠다. 속으로 그렇게 길고 많은 소원을 비는 동안 옆에서는 '말하면 안된다던가 그런 얘기 있지 않나?'라고 말했던 장본인이 큰 소리로 새해 소원을 말하고 있었다. 저기요, 말하면 안된다면서..?
"에~ 아니 정확히 모른다고 그래도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정확히 모른다고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큰 소리로? 어이가 없어서 결국 쿡쿡 웃어버리게 된다. 아니 진짜 뭐야~ 우마그린!
배앓이에 몸살감기까지.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쳤지만,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면 분명 이번 해에는 좋은 일들이 있을거다. 아카미 신사. 분명 아카미... 뭐였더라? 어쨌든, 신 님을 모시는 사당, 우리 츠나지의 수호신. 이름을 모르는건 불경한 일일까. 뭐, 상관 없어. 나는 조용히 자리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들려? 나,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1착하고 싶어. 중앙에 가고 싶어. 모두가 날 잊지 않게 해줄래? 당신처럼 말야.‘
기도를 마치고, 길게 숨을 뱉는다. 감주라도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갈까. 하루 정도는 더 쉬고 트레이닝을 해야겠어. 신년도 내겐 특별한 날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특이한 우마무스메가 내게 말을 건다.
결국 소원은 일종의 바램이다, 그렇다면 입 밖으로 내는 게 오히려 맞을지도 몰라.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하던가? 그런 걸 들었던 기억도 있었기 때문에 다이고는 그냥 말해버린 셈이다. 주변의 시선이 잠시 모이긴 했지만 특이한 사람도 다 있구나~ 싶었을 뿐,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고. 웃는 메이사를 보면서 마찬가지로 웃던 다이고는 이제 다음 볼일을 봐야된다는 듯 손가락으로 오미쿠지를 뽑는 장소를 가리켰다.
[ 후후, 기다리고 있으면서 준비해놓고 있겠답니다 ] [ 서프라이즈도 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요? ] [ 도착하면 바로 벨을 눌러주세요 ]
미즈호는 그렇게 문자를 보낸 뒤 재빨리 자신의 침실에서 거실로 뭔가 커다래보이는 하늘빛 상자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 상자가 어디에 쓰일지는 곧 스트라토가 도착하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이미 새우튀김은 준비되어 있었기에 소면만 다시 삶으면 되었다. 앞치마를 두른 채 다시금 토시코시소바를 한참 준비하고 있던 그 때, 현관문의 벨이 울리려 하였다.
ー 띵동 -
만약에 그것이 스트라토가 누른 벨이 맞다면, 아니 확인할 필요도 없었으리라. 미즈호는 바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 밝은 낯빛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오른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채로 말이다.
무려 신사에서 소원까지 빌었으니 말이야, 낫지 않으면 이제 새전 대신 낙엽을 넣을테니까. 두고 봐라.(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니 따라하지 마세요) 속으로 신에게 으름장을 놓은 뒤에야 새전함 앞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우마그린이 가리킨 곳, 바로 오미쿠지를 뽑는 곳이다. 언제봐도 머리가 좀 이상한 듯한 우마무스메가 얼어붙은 해류 어쩌고 하고 있는 그곳.
"좋아, 뭐가 나올까~ 아, 좋은 결과 나온 사람이 붕어빵 사는 거 어때?"
그 뭐냐, 운이 좋은 거니까 주변에 나눠줘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덧붙이지만 사실 그냥 붕어빵이 먹고 싶어졌을 뿐이다. 어차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니 내가 살 수도 있는 거고. 물론 내가 사게 된다면 '운 허접♥ 새해부터 불행하다니 한심 그 자체♥ 작년 업보 그대로 돌려받았죠?'라고 좀 놀려주겠지만. 그렇게 잔뜩 기대하면서 오미쿠지를 뽑는다. 뽑은 결과를 조심스럽게 보자... 그곳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