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오늘의 0레스 사가는 조금 길다란 츠나센 학원 ◆orOiNmCm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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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불탄다..!) 21:53:14
변두리 GⅢ까지 나가떨어졌다 한들, 중앙의 우마무스메는 역시 강했다. 매뉴얼 쇼기는 키마구레 에스커의 집요한 추격을 끝내 뿌리치고, 머리 하나 차로 1착을 달성했다. 로컬 GⅠ 레이스인 《전일본 주니어 우준》에 우선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물론, 중앙 소속 못지않게 대단한 약진을 보여준 키마구레 에스커도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호재를 그리워하던 츠나지의 지역 신문은 널리고 널린 중앙 출신의 상금 사냥꾼보다도, 중앙을 상대로 저력을 보이며 근소한 차이로 2착을 달성한 키마구레 에스커에게 주목했다. 물론 그녀의 트레이너는 중앙 진출 같은 낙관적인 기대, 또는 설레발에 선을 그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결승선을 11착으로 통과한 직후에도 관성으로 수십 미터를 더 달려나가서, 불규칙한 호흡을 몰아쉬는 우마무스메가 더트 위에 있었다. 포 이그잼플. 끝내 평범하고 무색무취한 작전을 구사하던 그녀는, 추입하는 키마구레 에스커에게 추월당한 직후 웬일인지 급격히 실속해서, 이미 후행 마군과 벌여 놓은 리드가 있었음에도 13명 중 11착으로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이때까지 포 이그잼플은 이기든 지든 어느 순위로 들어오든 활짝 웃으며, 때로는 애써 웃으며 객석을 향해 꾸벅 하고 인사를 전하는 명랑한 우마무스메였다. 모든 면에서 교과서적이며 모범적이고자 노력하는 우마무스메다운 애티튜드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포 이그잼플은, 레이스가 끝난 주로 위에 덩그러니 서서, 초조한 몸짓으로... 인기투표권이 공중에 흩날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관중석을 향해서 한참이나 두리번거렸다.
한낱 우마무스메가 점처럼 작게 보이는 관중석에서는, 포 이그잼플의 눈가에 불안하게 일렁이는 눈물을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주니어 시즌(가개장)】
현재 가개장 중으로, 본편 시작 1년 전, 우마무스메들의 경우 데뷔 1년차의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인연 토큰의 획득 등은 불가능합니다. 【링크】
얄밉게 웃으며 출발선 앞으로 향했다. 저번에 우마그린(?)이랑 트레이닝할 때 썼던 것처럼 핸드폰으로 타이머를 맞춘다.
"10초 뒤에 출발음이 들리면 출발이니까. 그럼... 시작할게."
세트해두고 재빨리 돌아와 자세를 잡는다. 스타트부터 실수하고 싶진 않다. 긴장해서 귀가 쫑긋거린다. 속으로 10초를 셀까 했지만, 그러다가 잘못 세거나 뭐- 여러 이유로 타이머랑 어긋나서 스타트가 늦어지면 안되니까 역시 그만두자. 초조한 10초가 지나가고, 출발음이 들리는 것과 함께 뛰쳐나간다. 깔끔한 스타트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좋은 스타트였다.
추입이라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치고 나가서 저만치 멀어져가는 모습에다 대고 외쳐본다. 물론 대답이 돌아올리는 없겠지만. 아니, 근데 진짜 도주였나??? 따라잡아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들지만, 저번에 한 트레이닝 내용을 떠올린다. 뒤에서 레이스를 관찰하는거야. 성급하지 않게, 내 페이스에 맞춰서... 추입이라고 했으면서 도주처럼 뛰고 있는 유키무라의 의도를 파악해보자. 출발이 살짝 늦었으니 그걸 보강하기 위해 미리 속도를 내는 걸까?
아니면 그냥 나한테 추입이라고 속였을수도 있지. 아- 치사하게 말이야.
"치사하다 치사해. 이기기만 해봐라, 절대 그냥 안 넘어가...!"
그래, 그냥은 못 넘어가. 적어도 다랑어 모양 푸딩 3개 정도는 사게 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거리 체크는 잊지 않는다. 슬슬 전반이 끝나고 코스 중반으로 접어들 때다. 이쯤에서 스퍼트를 걸어볼까. 땅을 박차는 힘은 강하게, 보폭은 좀 더 넓게. 달린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힘차게.
멀게만 보이던 등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진다. 입이 근질거려서 한마디 안 하고서야 못 배길 정도였다.
빠르게 달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충분히 더 뛸 수 있다. 조금 속력을 늦췄더라면 도주로 끝까지 달릴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걸 생각할때가 아니야.
"후우."
짧게 숨을 뱉으며 일부러 속력을 조금씩 떨어트린다. 그리고 네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 멀리 안갔다고 하자 나는 씩 웃었다.
'그래, 지금 역전해. 날 잠깐 제치고 앞으로 나가서, 나 대신 바람을 갈라줘.'
지금이라면, 그리고 네 뒤에 최대한 붙어서 달린다면, 결승선까지 전력으로 뛸 수 있어. 페이스를 충분히 망가뜨려놨으니 승산이 있다. 이번에야 말로, 승리의 여신은 내게 미소를 지어줄거야. 나는 최대한 너의 등 뒤에서 뛰려고 하며, 조금씩, 조금씩 빠르게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별 대꾸가 없었기에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입으로 도발하는건 그만두는게 좋을까? 그래. 입 대신 발로, 달리기로 도발하는 쪽이 더 낫겠다. 상대를 앞질러서 달려간다. 중반 코스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더 스퍼트를 낸다. 종반에 접어들어 조금씩 속도를 올려간다. 올려가는데...
"하아... 생각보다... 안 되는데...."
속도가 생각보다 안 올라간다. 생각한 것만큼 빠르지 않아. 왜지? 초조해지면 안돼. 안돼... 안되는데...
"아... 진짜...!"
짐작가는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제치고 앞서는 순간부터 등 뒤에서 느껴지는 발소리가, 따라오고 있다고 확실하게 느껴지는 압력이, 쫓기고 있다는 초조함이 이번에도 발목을 잡아버린 것이다. 어째서야, 어째서냐고...!
중반 코스도 어느새 끝이 보이고, 곧 마지막 코너였다. 숨을 고른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귓가에 울려퍼진다. 다리도 빠르게 움직인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 지금이라면.
"멀리 안 갔네."
빠르게 뛰어 어느새 네 옆에 나란히 선다. 전략이 먹혔다. 내가 페이스메이커로써, 네 체력을 빼앗고, 페이스를 망가트렸다. 힘들지? 압박받는거. 우리같은 추입 우마무스메는 특히 더 그렇겠지. 익숙하지 않게 내 속력을 쫓아오고, 내가 체력을 회복하는 동안 넌 계속 체력을 소모하며 내 압박을 견뎌야 했을테니까. 나도 그 기분 잘 알아. 끔찍하지. 나는 네쪽을 쳐다보지 않고 말을 뱉으며, 코너를 도는 동안 점점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더 낮게, 더 크게, 더 넓게, 더 빠르게.
"1착, 받아갈게."
전력으로 뛰기 시작한다. 균형과 속도감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넓게 보폭을 잡고, 상체를 앞으로 낮게 숙여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팔을 보폭에 맞춰 휘둘러 리듬을 잡으며, 스트라이드 주법임에도 다리의 회전수에 신경을 쓴다. 더 빨리, 1초라도 더 빨리.
심장이 터질것처럼 쿵쾅거리며 귓가를 마구 때린다. 또 느껴진다. 세상이 조용해지는 이 감각. 빠르게 달리고 있음에도, 정원을 한가로이 걷는것같은 이 감각. 눈을 가볍게 감았다가.
달린다, 다리에 박차를 가한다. 뒤쪽에서 쫓아오는 이 감각, 필시 네가 느꼈을 그 감각. 너는 이런 압박 속에서 레이스를 해온건가. 못된 짓을 했네. 하지만 미안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누구나 꿈을 걸고 달리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꿈은 반드시 부서지니까.
내 꿈을 위해서 남의 꿈을 바스러뜨러야만 한다면, 난 기꺼이 그러리라.
골을 통과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지? 비공식 레이스라고 하더라도, 1착으로 들어왔다. 쿵쾅거리며 머리를 때리는 심장소리에, 아찔해지는것도 잠시. 가쁜 숨을 애써 고르며 나는 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넌 어떤 얼굴을 하고 내게 다가올까. 자신이 졌다면... 분명 웃을 수 없었을테니까. 그 패배가 주는 무게감이 얼마나 쓰라리고 상처가 되는지 알기 때문에, 나는 선뜻 너에게 다가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