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거라고는 해도 그 뻔한 걸 안하려는 것도 클리셰라구요" 원래 클리셰 파괴가 클리셰가 되는 건 유구한 전통이고?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을지도.
"스킬을 제대로 쓴다면 정면으로 맞서는 건 힘들어질 것 같으니까요" 마도가 부딪히다 보면 하이퍼텐션은 조금 곤란할 수도 있겠대는 판단으로 여선은 마도가 부딪히는 동안 심호를 앞세워 영향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읏..!" 마도를 심호가 거의 맞기는 했지만 바람과 마도의 여파로 생채기나 시야가 어지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심호 쪽으로 다가가서 간단한 치료로 처치를 하려 합니다. 마도를 동시에 시전하는 게 설마 망념도 거의 안드는 가성비 기술이겠어요.. 같은 생각도 있었을까요?
심호가 시전한 마도가 어느 정도 강산의 불협화음을 막아내긴 했지만, 이번에는 심호가 밀려나고 만다.
"...저번엔 이 정도로 강하지 않았던 것 같았소만...아니, 그게 아니었나?"
여선이 와서 부상을 치료하는 동안 심호는...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했지만 여전히 앞에 서며 다음에 들어올 공격을 대비하려 한다. 대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여선이 치료한 적 없는 이종족이긴 하지만 자연 치유력을 가속시켜주는 쪽으로 간다면 치료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전력으로 들어오시라니까요."
강산 또한 여선이 치료하는 틈을 타서 중첩 캐스팅을 이용해서 위력을 올린 마도를 시전하려는 듯 하다.
"그리 하시면 저도 전력을 보일테니 말입니다."
심호가 한 것처럼 물을 일으키지만, 모이는 물에는 부글부글 끓으며 김이 일고 있었다. 중첩 캐스팅을 이용해 물에 '끓는 듯이 뜨거운' 성질을 부여한 것이다. 심호가 그 기세와 느껴지는 열기에 초조하게 눈을 굴리더니 다시 파도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위해 심호와 여선의 주위를 감싸는 장벽을 만든다. 뜨거운 물이 이 쪽으로 대포처럼 쏟아지고, 이내 대련장이 수증기로 뒤덮인다. 열기가 어느정도 중화된 덕에 여선에게는 피해를 입힐 수준은 아니겠지만...심호는 팔에 화상을 조금 입은 듯 했다. 종족 특성상 인간에 비해 고온에는 조금 취약한 듯 했다.
심호 또한, 여선에게 그렇게 말하고 최후의 일 합을 준비한다. 여선이 강산에게 약점 간파를 사용한다면, 강산이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어, 이 곳이 약점 내지 취약점이라 할 수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련 중인 인원들이 여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아마 대련에 열중하느라, 특히 강산 본인의 경우에는 뒤늦게 승부욕에 불타느라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곧 강산이 일으킨 바람 마도와 물 마도가 큰 투창과 같은 형상을 이루며 심호 쪽을 겨누고, 심호 또한 다시 손에 언월도를 들고 용오름을 일으킨다. 얼핏 이대로, 여선의 약점 간파와는 무관하게 각자 마도를 시전해 서로 맞부딪치려는 것처럼 보이나 했지만...
"...?!"
캐스팅이 끝나기 직전 심호가 갑자기 너울을 벗어던지며 자신이 만들어낸 용오름 위로 뛰어든다. 그리고는 그대로 용오름을 타고 오다 뛰어내리며 언월도로 강산의 왼쪽 어깨를 내리친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강산이 시전한 마도가 빗나간 것은 덤이다.
"으악!!"
강산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심호는 의기양양하게 서 있다. 대련의 승부는 난 듯 싶다.
"하, 항복...윽 어깨야..." "이겼군. 고맙소, 여선 낭자! 덕분에 우리가 이겼소!"
"언제든 방심은 금물이죠" 얍 하면서 찡긋거리는 꼴이.. 이겼다고 의기양양해진 건가 봅니다. 그리고 여선은 강산의 어깨를 살피고는 뽀각은 아니지만 맞춰야 한다고 말했을 겁니다. 만일 지금 치료를 받겠다고 하면 셋 세면 맞춘다고 했으면서 둘에 제대로 맞춰서 아프게 했을수도 있습니다...
"여선 낭자 또한 팔을 묶는 기술이나 몸을 떨리게 하는 기술 같은 신기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던데, 이러한 기술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솜씨가 휼륭하였소."
여선이 심호를 칭찬하자 심호 또한 여선을 칭찬하고는, 여선이 강산의 빠진 어깨를 다시 맞추는 걸 구경한다.
"그러면 여기서 맞추고 가자. 아무래도 팔을 못 쓰면 불편하니까...으악 으아아악! 내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 왜그래?!"
치료받는 과정에서 강산은 아프다고 소리를 치더니 억울한 듯 여선을 돌아본다. 강산의 비명소리를 들은 심호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더니, 약간 겁먹은 눈으로 여선을 바라본다. 대련 중에 치료받을 땐 아프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나 또한 뼈가 부러지거나 엇나간 곳은 없는 것 같소만...살살 하거ㄹ, 아니 해주시오...."
"그러고보니 웬 하시오체입니까? 이전엔 저희에게 말씀을 낮추셨잖습니까."
"웬 이종족이 대놓고 나는 왕자니 알아 모시거라, 하고 돌아다니면 너무 지나치게 눈에 띄어 움직이기 불편하니 말이오...허니 아쉽게도 같이 식사하는 것 또한 곤란할 것 같소. 호위나 수행원들에겐 말하지 않고 잠시 빠져나온 것이라...지금쯤 필시 그들이 날 찾고 있을 것이니 치료가 끝나면 돌아가봐야 하오. 시간이 넉넉하였다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심호가 아쉬운 듯이 여선과 강산을 보며 답한다.
"그럼 어쩔 수 없겠군요. 왕자님 치료 끝나고 배웅해드리고 나면, 밥은 우리끼리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