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에 자신도 조금 흥미가 동했다. 하지만, 이제 막 연습을 시작했기에, 압박감이 조금 자신을 짓눌렀다. 리듬이 깨지진 않았을까? 이 대화에 시간을 쓴 만큼, 연습 시간이 더 늘어날텐데. 처음부터 다시 준비운동을 해야하나? 그로 인해 내일 스케줄에 무리나, 차질이 생길 확률은? 부상을 입진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했다. 과연 이 트레이너와 대화를 나누는게, 얼마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조금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짧게 심호흡하며 침착함을 유지하고자 했다. 툭하면 욱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것은 자신의 안좋은 버릇이었다. 우선은, 눈 앞의 상대에게 조금 더 집중해보기로 한다.
가벼이 연습용 트랙 바닥에 착지해 다가온, 당신이 내민 손을 가볍게 쥐어 악수하였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있었기에, 괜히 당신의 손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세심하게 신경쓰며. 인간은 꽤 연약하니까, 쉽게 다친단 말이지. 우리 우마무스메가 너무 힘이 센 거려나. 맞잡은 손에선 따듯함이 느껴졌다.
"아, 그게 당신이었구나. 나는 유키무라. 유키무라 모모카. 편하게 불러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일단 유키무라의 욕심으로 개인훈련은 2000m를 진행했지만 유키무라의 타임은 로우파워인만큼 굉장히 형편없는 수준으로 생각중... 15착도 대견한 타임일거야(???) 우와 내캐릭터 짱빠름~ 거의 이클립스임~ 아무도 날 못따라오셈~ 같은 태도는 취하고 싶지 않다(사실 아무도 안물어봄)
좋은 이름이라는 말에 조금 쑥스러워져서, 나는 당신의 보랏빛 눈동자를 수줍게 피했다. 아직 칭찬은 익숙하지 않았다. 하는것도, 받는것도.
"고마워."
하지만, 제대로 고맙다는 말은 전하고 싶었다. 이전의 편한 목소리와는 달리, 조금 수줍음이 배어나오는 목소리에, 스스로 더 창피해졌다. 당신이 악수를 끝내자, 나도 가볍게 손을 풀었고, 흐르는 땀을 옷소매로 닦아내었다. 그리고 이번엔, 당신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들여다 보는것 처럼.
"하핫."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조금 더 소리내어 웃고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말도 안되는 농담을 들은 것 처럼.
"3관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너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내가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스카우트를?"
조금 더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을 비웃는것이 아니었다. 당신이 3관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너라는것을 의심하거나 모욕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지금 여기에 있느냐며 당신을 비웃지 않았다. 내 열망에 부응해주겠다는 말조차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나였다.
"방금 타임, 스스로도 형편없다고 생각하는데. 당신 눈엔 아닌가봐?"
"당신의 눈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보이는거야? 나, 사실 G1 우마무스메급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이제 당신을 따라 열심히 훈련하면 중앙 트레센으로 가서, 오구리 캡 처럼 대단한 우마무스메가 될 수 있는건가? 응? 만화처럼 말이야."
자칫하면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내 어조는 격양되지도, 침울하지도 않은, 침착한 채였다. 그런 나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슬픈 눈동자로.
"아닐걸, 그거. 잘못 봤어."
"더 좋은 우마무스메 찾아봐. 나보다 훨씬 뛰어난 우마무스메들이 차고 넘치니까. 3관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너였던 당신이라면 한눈에 찾을 수 있겠지. 자자, 그러면 난 다시 트레이닝 해야하니까."
레이스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당신이 있는 곳 옆으로 가서 다시금 두 팔을 하늘로 높게 쭉 뻗었다. 달려야 했다. 더 연습해야 했다. 더 많은 준비운동, 더 많은 트레이닝, 더 많은 공부. 아아, 시간이란건 왜 이렇게 부족한걸까.
>>119 "네. 형편없지 않았어요. 되려 훌륭했답니다. " "이 학원에서 2000m를 그렇게 지치지 않고 뛰는 우마무스메는 흔치 않았거든요. 우리 팀에도 그런 이는 많지 않았으니까. "
재능이 보이는 거냐는 유키무라의 말에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미즈호가 고개를 끄덕여보였습니다. 다소 공격적인, 무례하게 들릴 법한 어조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후후 웃으며 그녀는 재차 말을 잇습니다.
"나의 시선은 틀리는 법이 없답니다. 유키무라 씨. " "지금의 그 재능은 원석과도 같아요,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훌륭한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어요. [ 철저한 트레이닝 플랜 ] 하에서라면 가능해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렇게 연습하고 있으신 거잖아요. "
더트 2000m는 최대 경기장 길이가 2500m인 이 곳에선 비교적 장거리에 속하는 편입니다. 이런 2000m 코스의 연습을 충실히 해낸 유키무라를, 그녀는 꽤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자신을 너무 지나치게 낮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요, 유키무라 씨? " "당신은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 낮게 보고 있어요. 더 높은 데로 올라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
훌륭했다는 말에 귀가 쫑긋, 하고 움직인다. 꼬리가 조금씩 움직이는게 너무 창피해서, 준비운동을 하다 말고 꼬리를 꽉 끌어안아버렸다.
"흐응..."
뭐,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지. 이 사람은 왜 자꾸 날 칭찬하는 걸까. 아니아니, 이렇게 칭찬 몇마디 해줬다고 홀랑 네~ 저 팀 멤버로 삼아주십쇼~ 같은 전개는, 너무 부끄럽잖아.
"...트레이닝 플랜이라."
나는 준비운동을 멈추고,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페이스가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네. 천천히 일어나서, 나는 당신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내가 정말 대단한 우마무스메였다면 데뷔전, 1착으로 순조롭게 출발했겠지. 그래, 난 꽤 열등감이 심해. 당신에게만 하는 말이지만." "그렇지만.."
"네 눈에 비치는 내가, 정말 괜찮은 원석이라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팀에 가입하겠다는건 아냐. 보류 멤버 같은것도 아니고. 좀 더 시간을 줘.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으니." "하지만, 네가 가진 트레이닝 플랜이 마음에 들고, 실제로 효과가 있다면, 가입하지 못할것도 아니지."
내 눈빛이 반짝이는게 스스로도 느껴진다. 이번엔 꽤 자신감이 있는 미소를 지었다. 마치 승부를 하는것처럼.
"그런 당신을 위해 [ 임시 멤버 ] 라는 선택지가 있답니다. " "이곳 니시카타 팀에는 당신처럼 [ 대답 ] 을 바라는 아이가 이미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이야기하기 더 빠를 거에요. "
꽤나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짓고 있는 유키무라를 향해, 미즈호가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할까요? 당신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더트 2000m 훈련, 이미 저희 팀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플랜이에요. 무리인 아이들이 있어서 일부러 1600m로 낮춰서 진행하고 있지만, 이미 무리가 아닌 당신이 들어온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요. 바로 당신이 진행중인 플랜에 맞게 그대로 진행할 수 있어요. 개인별 뿐만 아니라, 팀별 훈련으로도 바로 소화가 가능할거에요. " "나의 플랜은 '꾸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높은 속도가 나올 수 있게 하는 트레이닝 플랜이에요. 불안정하지 않고 안정적이게, 부상 없이 무사히 1착에 도달하게 하는 플랜. 그것이 저 니시카타 미즈호의 플랜이랍니다. 지금까지는 꽤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이고 있어요. 최고 속도 60km에 도달해 이제 그 이상으로 넘어가려 하는 우마무스메가 나왔거든요. 스트라토 액세서. 앞서 말한 당신과 같이 [ 대답 ] 을 바라는 아이. "
포 이그잼플, 레몬노왹 ← 이런 걸 모브들 이름으로 붙인 시점에서 다들 눈치챘겠지만 우마무스메의 명명기준은 욕만 아니면 다 되는 수준. '장난 이름 허용' 같은 레벨이 아니고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것도 이름이라고 받아 줄 수 있나?' 하는 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관전하고 계신 예비러너 여러분
스트라토 액세서라. 이미 최고 속도 60km에 도달해, 거기서 더 빨라지려고 하는 우마무스메. 나처럼 대답을 바라는 아이라. 아아, 또다시 모르는 곳에서 강한 적이 생겨버렸어.
"짜증나."
정말로 작게, 당신이 들을듯 말듯한 크기로 중얼거리고서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동안 날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데뷔전에서도 승리를 따내지 못해, 더욱 밑바닥으로 추락한 나. 그런 나를 보고, 당신은 원석이라고 말하며 재능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당신과 함께 한다면, 정말 더 강해질수 있을까? 마구로 기념에서도 당당히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까? 같은 팀 멤버들에게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이 나와 같은 레이스에서 승리를 쟁취해 냈을때, 난 정말로 웃으며 그들을 축하해 줄 수 있을까?
두렵다. 하지만 정말로 두려운것은, 그 두려움 때문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
"부디 날 배신하지 말아줘."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해, 트레이너. 그래서, 이제 뭘 하면 되지?"
탐욕스럽게 더,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내 눈동자가 당장에라도 불타 없어질것처럼, 생명력과 꿈으로 반짝인다. 별을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