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메이사가 향하는 곳은 실내 트레이닝실. 실외에서 뛰는 걸 더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은데다, 애초에 시설 자체가 열악해서 실내 트레이닝실을 찾는 학생들은 적은 편이었다. 즉, 언제나 한산한 장소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아무도 없겠지, 그런 생각에 메이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들어섰지만...
"—에엑, 누가 있었네?!"
먼저 트레이닝실을 점거(?)하고 있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버렸다. 차라리 우마무스메가 있었다면 아, 별일이네~ 하고 넘어갔겠지만 이 사람은 꼬리도 없고, 귀도 사람의 귀. 아무래도 우마무스메가 아니라 트레이너 쪽인 것 같다. 그럼 담당하는 학생이 있나? 한번 더 주위를 둘러보는 메이사의 눈에는 여전히 트레이너만이 비치고 있었다.
"에에... 여기 곧 쓸건가요?"
사용할 예정이 있다면 자신은 다른 곳으로 옮겨서 다른 걸 하는 게 나을까? 그런 생각에 메이사는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말그대로의 의미였다. 그녀가 달리는 모습을 보며 여기까지 도달했다. 여전히 그녀는 내가 달리는 것에 대한 지주와도 같았다. 팬이기 이전에 내가 달릴수 있게 되었던 원인을 주었으니까. 도달해보고 싶었다.
"잘모르겠습니다. 그저, 달리다보면 그렇게 다가가고 싶었던 성층권과도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을거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쉴세없이 달리다보면 어린날 활주로 위로 거대한 쇳덩어리가 하늘너머 날아 사라지는 광경. 그것과 비슷한 감각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환상을 보고는 했다. 그 환상은 내가 바라는 것일까. 아직은 자세히는 몰랐다. 그저 그것에 닿을 수 있을거같다는 갈망이 나에게는 갈증처럼 존재했다.
>>503 "그 성층권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요. " "물론, 지금과 같은 강도로 계속 하는 것보다는 이보다 낮춰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답니다. 무리를 하지 않기 위해선. "
추측컨대 이 우마무스메가 향하고 싶은 것은 [ 중앙 ] 이나 다름없다. 본인이 바라지 않는다 해도, 본인이 하고 있는 모든 것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성층권에 대한 갈망. [ 중앙 ] 에 대한 갈망. 니시카타 미즈호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다.
"저는. 당신이 바라는 그 [ 성층권 ] 을 보고 온 트레이너랍니다. " "비록 그 성층권에 계속 있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이곳으로 오긴 했지만 말이에요. "
중앙에 있는 동안 니시카타 미즈호는 행복했지만, [ 그 사건 ] 이후부터는 더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니시카타 미즈호는 더 이상 중앙에 있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츠나지로 오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성층권에 대한 갈망을 보이는 우마무스메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이곳에 오고 처음 만난 우마무스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어이빨이 매력적인 특징인 우마무스메.
"성층권에 다다르고 싶나요, 스트라토 씨? " "저의 플랜에 철저히 임한다면, 그 성층권에 다다를 수 있을 거랍니다. "
가볍게 웃으며 미즈호는 스트라토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악수를 하자듯 뻗은 손,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인사하자는 말과 정반대인 말이었다.
"당신의 그 무리해서 하는 플랜과 제 플랜, 누가 더 당신에게 맞는 플랜인지 시험해보지 않겠어요? "
"단련하면 강인한 우마무스메가 된다. 오직 그 믿음만으로 저는 약했던 과거와 작별할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 노력을 지금 부족하다고 하셨습니까."
솔직히 말해 내가 무리하고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잘 알고있었기에 반발하듯 나는 부족하다는 트레이너의 의견에 반박을 제시했다. 도둑이 제발저리다는 말이 어울리는 것인가.
"실례되는 표현을 하나만 하겠습니다. 성층권에서 낙하한 사람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거기에, 이어지는 트레이너의 말에 나는 그녀를 조금 신뢰하기엔 아직 성급하다는 판단에 까다로운척 지금의 신세를 빌미로 반쯤 힐난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확한 내 말의 의미는 당신이 정말로 가르칠 수 있으냐라고 묻는 것이다. 도망쳐서 나온건지 사정이 있는건지는 모른다. 여기까지 도달한 사람이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는 중요한 사항이었다.
"도달하고 싶습니다."
다만.
"당신을 증명하려면 당신의 플랜, 당신의 신념. 당신의 모든 것을 증명하셔야 할겁니다."
순전히 제의를 받아들이기에는 아무것도 나는 트레이너를 신뢰할 바탕이 없었다. 홀로 훈련하던 나날 속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반쯤 내려놓고 있었으니 순전히 호의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야나기하라 트레이너, 줄여서 야트... 아니, 어감이 이상하다. 야나토레... 야...또.... 아니면 뒷글자를 따서 하라또레... 앗, 이건 두글자로 줄이면 하또가 되니까 비둘기같기도 하고 하트같기도 한데? 당사자가 오케이 사인을 내지도 않았는데 메이사는 벌써 온갖 이상한 줄임말을 떠올리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던 머리를 멈추게 만든 건, 니시카타 트레이너에 대한 이 야트.. 아니 야나기하라 트레이너의 평가였다.
"헤에~ 진짜로 잘나가던 트레이너였구나.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이런 츠나지까지 온 거지?"
그리고 눈 앞의 트레이너도, 떠오르는 샛별이자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할만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꽤 만만찮은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왜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510 "당신이 성층권에 도달하기 위한 모든 것. " "그 모든 것을 체계적인 코스에 따라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거랍니다. 제 트레이닝 방법에 따른다면 말이에요. "
오직 철저하고 체계적인 트레이닝 코스에 맞춰야만 부상 없이 무사히 레이스에 오를 수 있다. 지금의 스트라토가 하는 방식은 당장엔 효능이 있을 지도 모르나 결국엔 자신을 오히려 갉아먹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 무모한 생각을 나는 꺾어놓고 싶었다.
"부족해요.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것, 단순히 거리에 맞추기 위해선 보다 철저히 트레이닝에 임해야만 해요. 지금의 당신의 코스는 좀 더 바꿀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코스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바꿔드릴 수 있어요. [ 성층권 ] 에 다다를 수 있는 코스로. "
이 창과 방패와 같은 언쟁에서 얻은 답은 나 자신에 대한 증명이다. 이 무모한 우마무스메에게 무엇이 가장 적합한 방법인지 보여주기 위해선 이를 실제로 증명해 보여야만 했다. 결코 가벼운 생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 츠나지에서 처음 만났던 그 아이, 마사바를 거두었을 때의 심정과 비슷하다. '지금의 그 몸으로는 무리에요' 라 말했던 그 아이를 거둬들였을 때의 심정.
"증명해 보이겠어요. 제 모든 것을. [ 클래식 삼관 ] 을 달성해낸 제 모든 플랜과 신념을. " "그러니 당신도 증명해 보이도록 하세요. 스트라토. 누구의 플랜이 더 옳은 플랜인지. "
여전히 웃으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스트라토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어서 잡으라는 듯 뻗고 있는 손길은, 언제 거둬질 지 알 수 없는 손길이었다.
흔쾌히 허락을 내린 야나기하라는 자신이 '하또'라는 호칭으로 불릴 거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메이사는 순식간에 아홉 글자를 두 글자로 줄여버리고서, 이어진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라, 대체 무슨 사연인거지? 쉽게 알려줄 것 같진 않은데...
"흐음~ 뭐 사연이래봤자, 중앙에서 이런 촌구석까지 올 사연이면 뭐~"
예의 그 히죽거리는 표정이 메이사의 얼굴을 칠해간다. 아무렇지도 않게 츠나지를 촌구석이라고, 거리낌없이 부르는 것엔 약간의 자조적인 느낌도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