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1착을 하고 싶다던가, 어떤 레이스에 나가고 싶다, 레이스로 성공하고 싶다 이런 것들도 우마무스메라면 누구나 하겠지만, 메이사는 스스로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가장 아래에 깔린 기초적인 본능, 달리기 위해서 태어나는 우마무스메로서의 그것은 부정할 수 없었고, 그것만큼은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뭐 아무튼. 불만말이지- 다짜고짜 새 팀원이라고 하면서 연락하는 건, 정말로 바쁘거나 무슨 이유가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치지 뭐.“
"불만이라고 할까, 그냥 혼자 생각한거지만. 임시 팀원이 레이스에서 지면 정식으로 가입시킨다는 부분이 조금 그랬다고 할까. ....진심이 아닌 내가 말하는 것도 웃기니까 그냥 있긴 했지만.“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끊은 메이사는 당근주스를 들이켰다. 남아있던 주스의 절반 정도가 사라진 후에야 말은 다시 이어졌다.
"—그게, 그렇잖아. 팀에 들어오는게 무슨 벌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사바처럼 진심으로 하는 애들은 뭐가 되는 건데. 나는 그냥 이 정도지만, 마사바는 분명 더... 에이, 아무튼 그래.“
그 뒤에 이어 혼자 억측했던, 중앙이네 지방이네 하는 것들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트레이너는 전부 털고 가자고 했지만 메이사는 전부 내보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니시카타 미즈호에게 그닥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중앙에서 내려왔음은 명석한 우마무스메라면 추측할 수 있었다. 관심이 있다면 더 나아가 실제로 조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상대의 과거를 캐는 것이 꺼림직해서 그것을 미뤄왔을 뿐이다. 만약 코우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캐물을 의사는 없다.
>>213 계단에 앉아 조용히 메이사가 당근주스를 마시는 것을 지켜보며 메이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미즈호는, "역시 그 부분일줄 알았답니다. " 라는 말과 함께 운을 떼고는 설명을 시작하였다.
"제가 지금까지 겪어온 바로는 스트라토 씨같은 확고하신 분께서는, 이런 식으로 [ 승부 ] 가 있지 않고서야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으시답니다. 저는 그걸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스트라토씨에게 [ 내기 ] 라는 방식으로 제안해 온 것이에요. 물론, 저는 전혀 이에 대해 가벼이 여기고 있지도 않아요. " "스트라토 씨는 중앙의 그분을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프로에 가까운 마음가짐을 하고 계시는 분이시기에. 중앙의 방식에는 중앙의 방식대로 해드리기로 결정한 것이랍니다. 누구의 방법이 더 옳은지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 뿐이었어요. 스트라토 씨는 그 정도로 [ 꺾어버린다 ] 는 식으로 하지 아니하고서야 자신의 생각이 달랐다고 인정하실 분이 아니신 듯 보였거든요. "
다소 과격한 표현일지 모르나 이것이 스트라토와의 언쟁에서 미즈호가 했던 생각이었다. 창과 방패와도 같은 언쟁에서 선택지라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둘은 많은 의미에서 서로가 가진 생각이 달랐다. 트레이너가 우마무스메에게 [ 생각을 꺾어놓겠다 ] 는 생각을 할 정도로.
"....물론, 이 갑작스러운 입부가 확실히 문제였다는 건 인정하고 있답니다. 진심인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입부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한답니다. 그러니 메이사 양 앞에서 확실히 해두겠어요. 이런 식의 입부는 앞으로는 없을 것이에요. 절대로. "
후후 하고 가벼이 웃으며 딱 잘라 말하고는, 미즈호는 메이사를 향해 이렇게 물으려 하였다.
"뛰는 게 즐거워지시면, 자연스레 레이스에도 즐거워 지시겠지요? " "저와 함께라면 분명 그렇게 되실 거에요. 메이사 양. 저는 당신의 잠재력을 믿고 있답니다. "
흔히들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는 이인삼각의 관계라고 한다. 한쪽만 앞서나가면 무너지기 쉽고, 두 명의 호흡이 맞아야 길게 오래 갈 수 있는 그런 관계. 일대일뿐만 아니라 인원이 많은 팀이더라도 서로의 호흡이 맞아야 길게 갈 수 있는 법이다. 저번의 일방적인 입부 소식에서도 느꼈지만, 그때는 어렴풋해서 뭐가 뭔지 모를 감정이었던 것을 이번 트레이너의 말로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꺾어서라도 인정하게 만들겠다고 들리는 트레이너의 말에 느낀 것이다. 이 트레이너가 하는 것은 이인삼각이 아니라—
"아니, 뛰는 건 원래도 즐거워. 레이스는 잘 모르겠네.“ "어차피 난 레이스 안 뛰어도 하야나미 이어받으면 되고, 레이스로 성공하는 것 말고 다른 길도 많으니까.“
—정확하지 않은 감정은 역시 모르겠다고, 일단 밀어낸 후 메이사는 조금 가벼워진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튼- 마사바한테도 따로 얘기하면? 나도 전할 건 전하겠지만, 직접 말 안하면 생기는 오해도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