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는 두뇌 싸움의 요소를 포함한다. 츠나센의 경주 우마무스메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자,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때려치우지 말라는 말이고, 혹시나 경주우마무스메의 꿈을 못 다 이룬 대부분의 이들에게 경주 외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장치. 마사바 콩코드는 그런 이유로 자습은 하지 않아도 수업은 듣는 우마무스메이다. 종소리가 들리자 무섭게 들려오는 메이사 프로키온의 목소리.
"오늘은 쉬는 날, 그보다 메이사도 내 일정 알잖아."
같은 팀의 일정은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상 대충이나마 알게 되는 것. 하지만 물어봐 주는게 싫다는건 아니고.
제 소꿉친구가 손목을 다짜고짜 무는 것에도 메이사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았다. 소꿉친구가 으레 하는 짓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놀라울 정도로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한 일에 완전히 무반응으로 대응하긴 좀 그렇다. 메이사가 선택한 반응은 예의 그 열받는 웃음을 지으면서 놀리는 것이었다.
“허—접♥ 잇몸으로 무는 것보다도 못해♥ 당근도 못 씹을 허접이빨♥”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던 메이사가 다시 본론을 꺼내었다. 같은 팀의 일정은 아는 게 뻔하면서도 일부러 물어본 이유. 그것은—
학원 내를 돌아다녀볼까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이 곳에서 트레이너로서 어떻게 일을 해 나가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싶어, 다이고는 다시 트레이너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트레이너실에 참고할 만한 서적도 꽤 있었던 것 같고. 혹시 비품이라든가 빠져 있는 게 있다면 채워놓을 생각이었다. 그래, 그게 좋겠다. 아무래도 일을 한다는 느낌이 있어야 직장에 왔구나 하는 거지.
"흐아암."
갑작스레 나오는 하품에 입을 쩍 벌리고 입을 쩝, 하고 다시던 다이고는 트레이너실의 문을 열어젖히며 일단 인사부터 입 밖으로 내 본다. 누가 있든 없든간에.
이로 소꿉친구의 손목을 물고 늘어진 상태로 자신의 치악력에 허접함을 선보이는 메이사를 향하여 허탈한 마음을 내보인다. 상어이빨인데도 아프지 않다니! 물론 언제나 힘 조절을 해서 아프기 보다는 신경쓰이는 정도의 힘으로 잘근잘근거릴 뿐이지만.
"프아- 신메뉴? 뭔데?"
물었던 손목을 놔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더플백을 뒤로 멘다. 어차피 지금 안 가 봐야 집 가면 하야나미에서 마사바네 집으로 전화가 올 것이고, 그러면 마사바마마가 하야나미로 마사바를 내쫓을 것이고, 이리 하나 저리 하나 하야나미로 가는 선택지이다. 가기 싫은건 절대 아니지만!
>>264 학원 내 트레이너실, 오늘도 분주하게 다이어리에 무언가를 적어나가고 있는 니시카타 미즈호는 무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니시카타 미즈호는 [ 이론 ] 만으로 모든 실전을 핵결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실전은 어떠할까?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벌컥, 뒤에서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미즈호는 그 쪽을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고민해왔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어서오세요. 시라기 트레이너님. "
가볍게 웃는 얼굴로 다이고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기모노를 탁 정돈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어리를 들고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가려 시도하였다.
트레이너실의 문을 열면, 처음 트레이너실에 방문했을 때 보았던 얼굴이 또 그 자리에 있었다. 니시카타 미즈호라는 이름의 트레이너, 조금 이야기는 나눠봤지만 그 이상은 모른다. 중앙에서 왔고, 1년 가량 이 곳에 있었고, 팀 단위를 이끌고 있는 선배 트레이너라는 정도. 다이고의 인사가 미즈호에게 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되는 상황에, 미즈호 쪽에서 다이고에게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으음? 네, 시간이라면 괜찮습니다."
인사 정도는 살갑게 할 수 있겠으나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미즈호를 보자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가 싶기도. 다이어리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이번에도 어딘가 가는 건가 싶어 문 옆으로 비켜서던 다이고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며 잠시 대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아 그런 건가 싶어 고갤 끄덕였다.
>>272 "감사합니다. 시라기 트레이너님. 이곳에 오신지 꽤 되신 듯 싶어, 슬슬 몇가지 부분을 여쭤보고자 했어요. "
기다렸다는 듯이 미즈호는 이전에 쿠키를 쏟았던 둥근 테이블을 톡톡 두들기고는, "앉으시겠어요? " 라 덧붙이며 의자를 가져오려 하였다. 작은 몸에 용케도 거뜬히 들어 의자 두개를 내려놓고는, 미즈호는 먼저 자리에 앉으라는 듯 양보하듯 손짓하고는 테이블에 다이어리를 펼치려 하였다. 다이어리의 펼쳐진 페이지엔 큰 글자로 다음과 같이 정갈하게 적혀 있었다.
[ 이론과 실제의 차이 ]
"제가 이곳에 온지 비교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전담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답니다. 한계를 느끼는 것도 있었고,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도 있었지요. 그 경험을 시라기 트레이너님께서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어떠셨나요?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우리 학생들을 보고 느끼신 것이 있으신가요, 시라기 트레이너님께서는? "
질렸다는 듯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마사바의 귀가 뒤로 납작하게 눕혀져 있다. 어디 SNS 같은 곳에 명물로 소개가 된다면 모를까, 이런 곳에서는 동네 사람들에게 신메뉴 나왔다고 알려주면 의리로 한 번 씩 사먹고는 아무도 안 사먹어서 쥐도새도 모르게 메뉴판에서 내려가있는 것이 하야나미의 일상 다반사...
"그렇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오늘은 조~금 컨디션 난조라 무리."
킥킥 웃으며 앞서가는 메이사의 어깨에 팔을 얹고, 머리 위에는 턱을 괸 체로 따라간다. 걷는 모습이 뒤뚱뒤뚱 우스꽝스럽지만 뭐 어때.
아마 아니지 않을까 싶지만, 다이고는 그 정도로 가볍게 받아들였다. 뭐, 분위기 자체도 무겁다기보다는 평이했고, 그렇게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미즈호가 둥근 테이블을 두드리며 의자를 두 개 가져오곤 손짓하자 "감사합니다!" 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이것저것 예상을 해보던 차에, 테이블에 펼쳐지는 다이어리에 시선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큼지막하고 정갈하게 적힌 「이론과 실제의 차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아아, 물론 저도 느낀 바가 있긴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정리해 본 적 없지만요!"
다소 애매한 질문이니만큼, 다이고 역시 다소 애매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동안 머리를 조금 굴려야 하기도 했고... 이론과 실제의 차이라,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게 대부분 좋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써놓은 걸 보고 나면 미즈호는 실전보다는 이론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럼 이론적으로 접근했을 때 실전에서 뭔가 한계라도 있었나?
"그러고 보면, 아이들 나름대로 뭔가 하는 게 정해진 것보다 나아 보일 때도 종종 있었네요."
>>281 "학생들마다 제각기 차이가 있습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실전 경험, 실전 임기웅변 관련 시범을 받은 경험이 절대저으로 부족합니다. "
이곳에 와서 전담을 맡고 줄곧 우마무스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아이들은 실내 단련보다 실외 레이스를 추구하고, 실제 현장에서의 폭 넓은 경험을 더 쌓기를 원한다. 요컨대 니시카타 미즈호가 깨달은 사실은 이거다. [ 츠나센 학원 학생들은 더 많은 실전을 필요로 한다. ]
"시라기 트레이너님, 이곳에 오기 전에 많이 시범을 많이 보이신 적이 있으시지요? " "그 정도 골격은 숨겨질래야 숨겨질 수가 없답니다. 딱 봐도 일반인의 골격이 아니시니까요. "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미즈호 역시 다이고를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 이제 온 지 얼마 안되는 다이고에 대해 아는 것이 얾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있다. 요컨대 니시카타 미즈호는, 다이고를 '운동 좀 해본 사람' 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눈을 반짝이며 먹어보라고 하는 메이사의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안 먹을 수는 없었다. 아줌마 아저씨 전부 너무해.. 맨날 이상한것만 만들어서 딸이랑 딸 친구만 먹이고....
"완전 한심해♥ 허~접♥"
메이사의 말투가 이래도 사실은 걱정을 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표현을 하기가 부끄러워 이런 어휘를 사용할 뿐임을 잘 알고 있는 마사바 콩코드에게, 허접하다는 말은 타격으로 들어올 방법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메이사의 허접 소리에 맞춰서 스스로의 어휘에도 허접이 들어섰는걸. 메이사와 함께 자신의 몸을 욕하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