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킨십을 어른의 것으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아직 철 안 든 어른아이의 것으로 받아주는 사람도 있었다. 유현은 그 중 후자인 듯 했다. 나름 어필 한다고 하긴 하는데. 돌아오는게 늘 아이 대하듯 머리 쓰다듬고 어깨동무 하고 그런 거니까. 그것도 싫지는 않고 유현 나름의 표현이란 것 알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흐흥. 내가 애인가 모-"
그래도 머리 쓰다듬을 적 한 마디 톡 재잘거렸다. 괜히 별로인 척 아닌 척. 그런 짓 하는 것도 재주다.
예쁘게 보이려면 예쁜 짓 잘 해야지. 안 그래? 물론 나야 생긴게 받쳐주니까 더 잘 되는 거지만-
소파에 앉아 유현도 옆으로 오니 본격적으로 농땡이 부릴 시간이었다. 저처럼은 아니지만 나름 풀어진 자세로 앉아 기지개 켜는 유현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용이라니! 이 복잡한 사무국에 한 마리라도 나타나면 아주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아. 그래도 재밌겠다. 온갖 마법 난무하고 서류 날아다니고 그러면- 후후! 소리 내어 웃다가 유현 팔 내리자마자 그 옆에 챡 달라붙는다. 그의 팔 꼬옥 안고 말이다.
"일 없는게 제일이라지만 역시 그러면 심심하긴 해- 나도 놀기만 한 건 아니거든? 오빠 오기 전까지 열심히 종이랑 글씨랑 눈싸움 하다가 나온 거라구- 오늘은 순찰도 없어서 계속 사무실에 있었단 말야! 흥!"
또 삐진 척 하지만 고개만 슬쩍 돌린거라 별로 안 그래보인달까. 그마저도 금방 돌아와선 유현의 팔 잡고 만지작거리려 하며 조잘조잘 말했다.
"그런데 있지- 나 요전에 순찰 나갔다가 엄청 아픈 일 있었다-?"
그렇게 운만 떼고 괜히 바로 말 안 하고 팔만 만진다. 그냥 그랬을 뿐이라는 듯. 작게 흥얼거리기까지 했을까.
이럴 때면 마법사사회가 더 그리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된거, 그냥 화끈하게 마법 때려박고 오러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그렇게 여기면서도 오러만큼 범죄자의 뒤를 바짝 쫓을수 있는 직업은 더 없기에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아직 제 소명도 다하지 못했는데 덧 없이 아즈카반으로 들어서는 것은 원하지 않기도 했고.
"교양을 원한다면 순순히 따라와. 그러지 않으면 난 계속 교양 없이 굴테니."
우선 지금은 눈 앞의 밧줄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가현은 날아오는 밧줄을 피하기 위해 옆으로 몸을 옮긴다.
나이 차이라고 해봤자 고작 1살밖에 안 되는 주제에 유세는. 온화더러 소파로 가기 전에 잠깐 기다리라 말하고는, 쓰다듬느라 조금 헝클어진 부분 슥슥 매만져 다시 가지런히 만들어 주려 했다. 그 행동도 어째 성숙한 여성 대하기보단 말괄량이 따님 머리를 매만져 주는 학부모의 관념에 가깝다. 사실 어린애 대하듯 하는 행동이 그 나름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거기엔 다른 이유도 있었다. 화유현이 비록 제정신 아닌 구석이 조금 있긴 해도 이 방면으로 방탕하지는 못해서 말이다……. 까 보면 샌님이라 합을 못 맞추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꽤 괜찮은 생각이었지? 한눈 판 것치곤 말이야."
키득키득 웃는 얼굴 마주하며 그도 잠깐 짓궂게 웃는다. 뭐, 아무리 재미난 상상이라도 결국은 이루어질 리 없는 머릿속 장난질에 불과하니 그것보다는 이렇게 소소한 담소 나누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유현은 팔 아예 갖고 가라는 듯 편안하게 힘 빼고 온화의 쪽으로 조금 몸을 기대었다.
"아, 내가 몰라봤네. 그럼 오늘은 도망이 아니라 일과 중 휴식인 거지?"
쌀쌀맞은 척 휙 돌아간 얼굴 제 쪽으로 돌리려 하는 말씨 꽤 나긋하게 들렸으리라. 마냥 어린애 취급하는 말투는 아니라, 적당히 믿고 넘기기로 하겠다는 뜻일 테다. 그렇게 조잘조잘 부지런히 이야기하는 온화 가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뜻 모를 소리를 한다. 지금은 이렇게 농담이나 하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을지라도, 오러는 무릇 지독한 사선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사뭇 심상찮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법한 주제였지만…… 도통 심각하지 못하기로는 유현도 마찬가지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가 온화의 머리를 제 머리로 꽁 부딪치려 든다. 그렇게 대뜸 장난질이나 하며 대수롭지 않게 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