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랬던가. 들고 부르자마자 다가오는 새하얀 부엉이를 유심히 보았다. 작은 몸집에 누가 끝만 염색한 듯한 머리 위 깃털. 부엉이 치고 맹한 얼굴. 간식 보자마자 입부터 벌리는 걸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키득키득 웃으며 비스킷을 주기 위해 몸을 숙였다.
모야- 사고뭉치인 줄 알았더니 생긴 건 귀엽네-
온화가 간식으로 유인하는 사이 남학생이 몰래 잡으려는 듯 팔을 뻗고 있었다. 그럼 눈치 채지 못 하게 해야겠지. 부엉이 졸리가 남학생을 눈치 채지 못 하게 간식 살랑살랑 흔들고 일부러 반 쪼개서 천천히 먹여주려 한다.
일반적으로- 그래. 보통은 평소 안 보여주던 모습을 보면 동요하면서도 그 반전에 흥미를 느끼거나 별도의 관심을 갖거나 하는게 사람이다. 그렇게 생긴 틈을 파고들어 홀리려고 했는데. 제 등 위로 팔 둘러지는 것 보고 중간까지는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유현이 입 여는 순간 머릿속 와장창 깨지는 것 같았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소감? 소감이 어땠냐고? 내가 잘못 들었나?
하지만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기엔 다음에 나온 말도 제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었다. 제 걱정이 아니라 범인의 체포나 수배된 전적을 묻는다니. 하- 절로 나오는 한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안 통했구나. 그 생각이 팍 들었다. 작정하고 걸었는데도 안 통했다는 건-
아니. 아니지. 어떻게 안 통해? 이 정도면 거의 필살인데? 완벽했는데!?
순간 뭔가 울컥 했다. 단박에 떨리는 손도 가녀린 몸짓도 다 멈췄다. 유현 붙잡고 있던 손 내려 제 허리춤에서 뭔가 슥 꺼냈다. 하. 짧은 한숨 재차 내쉬고. 천천히 고개 들어 유현 쳐다보았다. 아까의 경악과 비슷하지만 이번엔 조금 더 살벌한 눈빛, 이었을 것이다. 그런 눈으로 빤히 보며 말했다.
"오빠. 어떻게 거기서 소감이니 체포니 하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오빠 감 없어? 어?"
하 참. 말하고보니 제가 어이가 없어서 헛숨을 내뱉었다. 아까 얼레벌레 흘려넘겼던 것도 다시 되돌아온 듯 했다. 온화 슥 몸 일으키더니 다짜고짜 유현의 무릎 위 올라가려 했다. 막으려 하면 고집스레 밀어내려 했을 것이고 손에 힘 꾹꾹 주어 유현의 허벅다리 짚어가면서 말이다. 유현과 마주보게 앉아선 등 꼿꼿이 세우고 싸늘한 시선 내려 응시하며 서늘하게 말한다.
"소감이 어땠냐고 물었지? 어. 기분 째지더라. 크루시아투스가 맞으면 세포 하나하나 타들어가는 고통이라는데. 한 번 맞아도 온 몸이 덜덜 떨리는 걸 두 번 연속으로 맞으니까 산 채로 불탄다는게 이런 건가 싶더라구. 숨 쉬는 것도 아파서 참는데 그러면 숨 막히니까 정신까지 점점 어지러워지고 몸은 손가락만 까딱여도 온 몸이 유린당하는 것 마냥 저릿저릿해지고-"
그 날 느꼈던 그 감상을 말로써 읊어주며 허리춤에서 꺼낸 것으로 유현의 복부를 쿡 누른다. 가늘고 기다란 그것. 온화의 지팡이였다. 제 지팡이를 말 이어지는 동안 천천히 긁으며 끌어올려 정확히 명치에서 멈춘다. 그대로 찌르는게 아닐까 싶을 만큼 서서히 힘 넣어 눌러가며 고개 기울여 유현과 가까이 한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쯤- 그리고 제법 세게 누른다 싶을 쯤. 온화 생긋 웃었다. 목소리 역시 나긋해졌다.
"정말- 죽을 것 같은데 죽지는 않으면서 아프기는 더럽게 아프고 정신은 혼미해지고- 다른 의미로 어떻게 되버리는 줄 알았다니까-? 어때- 유우 오빠도 한 번 경험해볼래? 오빠라면 분명 세 번도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산 채로 불타는데 죽지는 못 할 경험- 해 보고 싶잖아? 그치?"
나긋하며 동시에 칼날과 같이 서늘한- 온화의 말과 행동 모두 유현이 고개만 끄덕이면 이 자리에서 저질러버릴 듯 했다. 당장 겨누고 있는 명치에 크루시오 세 번 읊는 것 쯤 간식 집어먹듯 간단명료하게 해치워버릴 것처럼.
온화 노력이 통하긴 통했는지- 남학생은 무사히 인카서러스로 졸리를 잡았다. 순간적으로 놀란 졸리가 날개를 퍼덕이고 깃털을 부풀렸지만 그 모습도 어찌나 귀엽던지. 보면서 키득키득 웃다가 비스킷 부스러기가 남은 손을 털었다. 어쨌거나 잘 잡아서 다행이었다. 감사인사 하듯 고개 꾸벅 숙이는 남학생에게 웃으며 말했다.
"머어 내 일의 연장선이니까 고마워할 거 없어- 아 그런데 있지- 쓰다듬어봐도 돼?"
일단 남학생의 패밀리어니까 물어보고. 그래도 된다 하면 졸리를 쓰다듬- 이 아니라 남학생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고 조물거리려 했을 것이다. 머리는 아까 고치는 걸 봤으니 됐고. 만약 피하면 못 하고 얌전히 졸리를 쓰다듬었겠지만.
쓰다듬과는 별개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싶어 그런 말도 했다.
"좀 늦긴 했지만- 내 이름은 류 온화야. 직업은 오러구 나이는 스물셋에 쓰리 사이즈는- 랄까 농담이지만- 아무튼 언제 다시 마주칠 지 모르니까- 나중에 아는체 하면 맛있는 거 사줄게-"
>>252 본편 윤하랑 몸뚱이는 똑같으니까 말이지! 대신 잘 관리해서 아픈 횟수는 적은 편~~ 여기선 동생이랑 가문 후계 경쟁구도였거든! 장로들이랑 사이가 안좋았던건 장로들은 동생 밀어주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현시점에서 동생은 사망한 상태라서 윤하가 별 탈 없이 가주 자리를 물려 받았지! 헉 담배 냄새 안나서 좋아한다니 앞으로도 금연이다 모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