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돌아가지 않는다. 쓸데없는 논박에 힘쓸 시간은 없다. 당장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는 데만 해도 흥분으로 인해 과할 정도의 심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오래도록 기다려 온 자 만나게 된 즐거움이며, 저와 똑같은 얼굴 손수 뭉개 버리는 생경한 경험이란! 하하! 웃음소리 맑게 터진다. 그대로 틈 주지 않고 곧장 몰아치려 했지만 상대의 수가 더 빨랐다. 달려들던 기세에 제동이 걸리자 그가 이를 바득 갈았다.
멈춰? 무엇을? 그래선 안 된다. 그것도 고작해야 이런 마법으로? 멈추게 하려면 차라리 사지를 자르고 숨통을 끊어 놓으란 말이다! 밧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아도 꿈쩍 않는다. 마법사라면 이러한 때 마법부터 떠올려야 함이 응당한데도 줄 묶인 개처럼 달려드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맹렬한 기세만은 여전했지만 몇 번을 그런대도 변하는 것 없으니, 잠깐의 지체가 있고서야 조금이나마 이성적인 판단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 디핀도."
……싸우는 와중에 굳이 입까지 이성적일 필요는 없지. 되는대로 지껄이며 손목을 꺾어 제 묶인 밧줄을 조준한다.
정말 모르든 모르는 척 하는거든- 아무렴 어떨까!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예고 없이 소노루스를 썼기에 옆에서 깜짝 놀라는 걸 보긴 했지만 그저 킥킥 웃었다. 큰 소리 나면 놀랄 수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걸린게 있기는 하나? 주변 살펴보지만 날개 퍼덕이는 소리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좀 작았나. 잠시 고민하다가 남학생 보고 귀 더 막고 있으라는 시늉 했다.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 해봐야겠다.
휘리리리리-
"졸리- 간식-!"
조금 더 큰 음량으로 길게 휘파람을 불고 패밀리어의 이름을 불러본다. 근처로 오면 잘 보이게 비스킷 든 손도 높이 들고.
온화의 속에서 무엇이 피어오르는지 알 방도 없는 유현은 그저 깔끔해진 모습에 흐뭇해 하기만 할 뿐이다. 이 인간 그런 방면으로는 정말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으니 이걸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과하다 해야 할까? 그나마 기류 바뀌는 것 알아보는 최소한의 눈치는 있어 다행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하호호 대수롭지 않게 떠들며 가볍게 화두를 꺼내던 때와는 딴판이 된 태도에 그는 조금 당혹감을 느꼈다. 내가 방금 중요한 맥락을 놓쳤던가? 갑작스레 전환된 분위기에 머릿속으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짚는 사이, 온화가 제게 안기듯 기대 왔다. 그에 유현은 우선 말없이 남은 반대편 팔도 온화의 등 위로 둘러 마주 안아주었다. 제법 인정 있는 반응이었으나, 속은 그렇지 못했다.
몸이 아픈 정도야 늘 있는 일 아닌가? 무사히 복귀했다는 건 신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단 뜻이니 그만일 텐데, 하고. 다만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는 상식은 알고 있었다. 덕분에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그대로 다른 의미의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화유현은 조금 곤혹스러운 심정에 빠졌다. 흔히 자극될 만한 동정이나 걱정 같은 감정이 아니라 사회인으로서의 인격이 버벅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 울어? 갑자기?
온화가 제대로 안겨 와서 다행이다. 일 번거롭게 되었다는 표정 보여주지 않을 수 있으니. 그럴싸한 친밀감을 공유해오긴 했어도 그는 언제나 그랬다. 살갑게 굴 줄은 알아도 결국 남을 아끼지 않으며, 끝끝내 자기 자신만이 가장 중한 사람. 그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기에 겉치레의 중요성은 알았다. 하지만 실천 능력은 인지와는 별개의 선에 있었던 것이다. 무어라 답을 돌려주지 못하고 골몰하는 사이에도 부적절한 침묵은 묵묵히 꼬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반응을 보여야 했으니, 그는 하는 수 없이 떠올린 수 중 제일 나아 보이는 말을 골라 꺼내었다.
"소감이 어땠어?"
……주관의 단점이란 이렇다. 화유현의 관점에서는 그 비정상적인 고통이 꽤나 뜻깊었던 것이다. 아니,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 질문은 다소 알맞지 않은 듯싶다. 조금 더 생각을 달리 하고서 다시금 묻는다.
>>168 정말이지, 어쩜 이렇게 잔잔한 바다 같을까요! 배경 색이 진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연이가 가장 먼저 눈에 보일 정도로 사랑스럽네요.🥰 차분한 색의 아이들은 늘 그만큼의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법이지요... 물결치는 머리카락도 한폭의 바다를 보는 것 같아서 참 예뻐요. 저는 이만 성불할게요...!!! ((영혼이 되어 세상을 떠나요))
춘 사감님은 더위에 약하시다...(메모) 의외로 추 사감님이 활발해진다니, 어쩐지 더위에 늘어진 아이들을 관찰하러 다니실 것 같은 느낌이에요.🤔
도사들은 인어 빼고 나가지 않는군요. 불가살은 비 맞기 싫다고...(메모) 농질은 어쩐지 천둥번개 우르릉 쾅쾅 치면 저주인형 들어올리며 황홀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형님은 역시 득실을 따진다...(덜덜) 어쩐지 계절 상관없이 득실을 따질 것 같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