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보가 아니다. 라는 걸 토고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눈치 없는 아이마냥 웃는 얼굴이 토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렇게 태연한 척 접근할거면, 애초부터 그러질 말던가. 지 꿈을 위해 노력할 거라면, 차라리 당당하게 굴던가. 그러한 생각들이 토고의 머리와 가슴속에 뭉게뭉게 피어났다.
토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랴. 전부 다 빼고. 기본으로만."
그러면서 호드 콜레오 또한 평범한 헬멧으로 눈 깜짝할 새에 바꿔 쓴다. 사방으로 확장되던 시야가 순식간에 좁아진다. 울렁이는 시야각에 적응을 못할 뻔 했지만, 몇 번 눈을 깜빡이며 눈에 의념을 불어넣자 조금씩 시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토고는 훈련실의 세팅을 대련으로 바꾼다. 어차피, 이곳엔 둘 밖에 없었다.
"선공은 니 해라."
토고는 성심 쓴다는 듯이 말하며 그와 거리를 벌린다. 아직 대련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서로 준비 태세로 돌입하기 쉽도록 하는 행위였다.
토고는 저 멀리,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다. 줄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해서 파전집이 어디인지 못 찾을 뻔 했다. 그러다 간판을 보니 [해김물치파전전]이라 적힌 간판을 보고선 눈치챘다. 저기에 파전집이 있다는 것을. 토고는 "아이고... 내 파전." 하며 한숨을 팍 내쉰다. 입소문이 뭔지... 걍 파전 때우고 가려고 했는데..
기분이 팍 상한 토고는 굳이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코스트여도 뺄 수는 있겠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싶었으며 굳이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객원멤버면 뭔지 대충 알것다. 내는 편입생이다."
그에겐 간단하게 편입생이라고만 이야기를 해둔다. 어차피 서로 정체를 대충 짐작하고 있을 것 같기에 이렇게만 이야기 해도 알 것 같았다. 토고에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밥을 어디서 먹지 하는 것이니까 신경쓰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하여간 먹으려고 하면 먹을 게 하나도 없어... 파전은 사람이 많아, 치킨은 뭐? 축구? 참나.. 공놀이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토고는 전혀 모르겠다. 아무튼 치킨은 바쁘고 안에 사람도 많을거고... 역시 내일까지 걍 있을까 싶은 토고는 갑자기 들어온 피자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갓 구워서 나온 피자 위에 잔뜩 올려진 치즈와 토핑. 특히 뻘건 페퍼로니는 구워지며 나온 기름이 쫘악 퍼지면서 흰 치즈 위에 붉은 반점을 만들고 쫄깃한 도우를 들어올리면 늘어나는 치즈와 뚝뚝 떨어지는 기름. 거기에 시큼하고 매콤한 핫소스 뿌려서 한 입 먹으면 캬... 입 안에 토마토 소스와 짭쪼름한 페퍼로니, 담백한 도우가 치즈로 어우러져서 크...
토고의 대답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이고 장비한 아이템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는다. 검푸른 두루마기도, 손에서 반짝이던 반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신 미리내고 기본 지급 스태프를 꺼내 손에 쥔다. 별다른 추가 효과나 기능은 없지만 언제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가지고 있던 것이다. 여태껏 '백두'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지만 간혹 백두를 쓰기엔 영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쓰기도 했었고. 문득 시열개정복을 받기 전까지 종종 걸치고 다니던 반두루마기가 떠올랐다. 동시에 그 반두루마기를 걸치고 싸웠던 때들도. 맨 팔목이 드러난 팔이 조금 허전했지만 괜찮았다. 지금은 영월 습격 작전이 있었던 그 때도 그 이전의 때도 아니었으니.
아무튼 준비를 마치자 강산도 대련장에 서서, 거리를 두고 자세를 잡는다.
"네."
토고가 선공을 양보한 것을 마다하지 않고 마도를 시전한다. 멀티 캐스팅으로 엄폐물로 쓰일 흙벽을 세움과 동시에 자세를 낮추며, 그 너머로 불화살 몇 개를 쏘아보낸다.
>>775 아뇨 딱히 어렵지 않아요! 어려워서 고민했다기보다는 강산이가 가지고 있는 장비의 대부분이 시나리오 1 이후에 획득한 거라 영월 습격 작전을 떠올릴 각이 나왔었어서 그래요! 강산이가 초기에 시트에 묘사된 옷차림인 반두루마기 대신 시열개정복 장비하고 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라서요!
선공을 양보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관찰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리에 도착한 토고는, 곧바로 마도를 시전하는 그를 관찰한다. 흙벽을 솟구치는 것, 그와 동시에 불꽃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날리는 것. 보통의 마도사라면 동시에 수행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아이템의 도움 없이.
허나 그러한 행위를, 능숙하게 해내는 것이. 그가 가진, 특혜. 그런 생각을 하니 토고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니 그것을 눌러주고 싶었다.
토고는 다리에 의념을 집중한다.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일종의 루틴이다.
토고는 제일 먼저 흙벽을 본다. 엄폐물로써 시야를 가리고 의념탄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방호벽인셈이다. 하지만, 마도사인 이상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에 주의해야 한다.또한 저기서 날아오는 불화살은, 일종의 간보기로 보인다.
토고는 그의 주위를 빙 돌 듯이 가로로 움직이며 총탄을 흩뿌린다. 자신에게로 향하는 불화살은 몸을 굴러 회피를 시도하며, 그가 공격하기 위해 몸을 드러낸다면 혹은 자신에게도 추가 공격을 가한다면 반격하기 위해 망념을 증가시켜 총에 의념을 불어넣는다. 불꽃을 내뿜어 반격하기 위해.
강산은 움직이는 발소리에 방심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며 신속 능력치를 강화한다. 여러 발의 의념 탄환이 벽을 무너뜨리고 빈틈을 노린다. 당황하지 않고 몸에는 방어막을 두르고, 발소리가 이어지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며 흙덩이를 토고 쪽으로 쏘아낸다. 그 과정에서 몇 발 맞을지도 모르지만 강행한다. 숨거나 피하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는 법이다.
//8번째. 괜찮습니다!😂 저 액션씬알못이었어서 한 작년까지는 전투씬 쓸 때 고민 많이 했어요...지금도 그럴 때가 있는 것 같기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