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가의 형우. 흔한 이름이라지만 그만큼 기억하기도 쉬웠다. 잘 쓰이지도 않는 아회라는 이름과는 달리. 자신의 이름을 좋아한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을 좋아한다라. 내심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 누군가 괜찮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공의 충심을 신뢰할 뿐이지요."
만일 농질에게 이름을 알려준다 하더라도 그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고작 그 정도로 화를 낼 사람도 아니다. 저주로 죽는다면 무력하게 울부짖으며 죽어가기 보다는 죽는 순간까지 움직이면 될 일이다. 끝까지 자신을 불사르고, 약간의 꽃이나마 피워낼 수 있다면 되는 일이다. 아니면 꽃망울을 품기라도 한다면.
"단순한 농일 뿐이니 깊게 받아들이지 마시지요."
농 치고는 제법 날서있는 말이나 알게 무언가,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그가 즐거우면 나머지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누군가 죽는다고 해도, 죽었다고 해도, 죽을 예정이라 해도. 케이크를 한번 더 짓눌러 베어낼 적, 그는 당신에게 의외라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분위기라."
형님께서 적룡임을 말씀하셨구나. 무슨 낯짝으로 내 동생은 적룡이래요, 라고 말했을지 모르겠다. 원인 제공한 사람 중 하나라고 기뻐한다면 그것만큼 치가 떨리는 일은 없으리라. 흥미롭다는 듯하다가도 다급히 덧붙이는 모양새에 그는 케이크를 다시 한입, 입속에 채운다.
"글쎄요, 학당 전체의 분위기가 흉흉하든 아니든 간에 적룡은 늘 같습니다. 시끄럽지요. 호승심이 있어 쉬이 단합하고, 쉬이 깨지덥니다. 불타면 같이 싸우고, 불씨 사그라들어도 호기롭게 태우려 듭니다."
그는 자신의 세월을 잠시 되짚는다. 고작 6년 남짓 되었으나 깨달은 점은 제법 많았다. 호승심으로 뭉쳤다가 그 호승심 때문에 박살이 난다. 싸움은 깊어지고 때로는 기숙사 내부의 유혈 사태도 벌어졌다.
"요전번에는 사감과 함께 칼부림도 났지요. 타 기숙사였던 분이 보면 기함하겠지만 보통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익숙하게 살아가곤 합니다. 시생 또한 마찬가지지요."
잔 쥐는 손이 유려하다. 가느다란 손목 하며 주먹 쥐어도 아프지 않을 녀석인데도.
"혈투 벌어지는 곳에서 조용히 살고자 합니다. 의미없는 피를 보고 싶지 않거니와 싸움을 좋아하지 아니하기에 평상시엔 기숙사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으려 들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기니 참으로 부끄럽지요……."
시비 붙으면 죽여 팬다는 언사 곱게 포장해놓고는 제법 즐겁다는 듯싶기도 하며 여유로울 뿐이다. 하물며 나지막이 후후, 소리 내어 웃기까지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