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부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원흉이 누구인지 토고는 알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도 유명한 빌런이 나타났겠구나 하고 토고는 생각한다. 다만, 그 일의 원흉이 누구인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차피 가게 된다면 알 수 있을 테고 말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까. 달라지는 게 없으니까... 굳이 하지 않는다. 해봐야 결과는 돌아오지 않으니 허무함만 남으니까.
"니는 따지고보믄 랜스도 가능한 거 아이가. 그라믄 굳이 그렇게 갈 필요 있나?"
특별반에서 마도로 우열을 가리라면 비전과 멀티 캐스팅이 있는 그가 최강 아닌가? 그럼 랜스 자리는 자기가 차지한다고 하고... 뭐 됐나. 이미 사람을 구했다고 하니까 이런 고민은 부질 없다.
"아니다. 이미 해결 했으니까 이런 말 저런 말 해봐야 어따 쓸꼬. 아무튼간에 니는 내보다 쉬울기다. 사람 목숨을 지 맘대로 쓰는 아는 아닐테니까 말이다."
어쩐지 토고의 웃음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들린다. 그러나 표정이 보이지 않기에 강산이 상대의 내면을 알 수 있을리가 없었다.
"듣고보니 그렇긴 하네요. 거기다 빈센트 형님도 마침 실적이 필요하신 상황이신 것 같아서요."
토고가 빈센트의 인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와 얽히기 싫다는 뜻을 밝혔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단지 그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빈센트 본인이 강산에게 그의 과거 행적을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니 강산도 모르고 어울리는 것은 어니었다. 빈센트가 나아지고 있다는 판단이 들지 않았으면 그도 빈센트와는 너무 가깝지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강산은 여전히 그를 친구 범위에 들이고 있었다.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다.
"이래도 힘들다 싶으면...본가에도 도움을 요청해봐야죠. 가진 기여도도 한번 탈탈 털어보고요. 저번에 형님이 말씀해주셨잖습니까?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하는 게 좋다고요."
아무튼 조언해준 당사자가 눈 앞에 있다보니. 강산은 토고가 해주었던 조언을 자연스레 떠올리며 말해본다.
"...업보란 게 있긴 한가봅니다. 딱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요. 제가 알기로 그 형님은 대운동회 얼마 후부터 곤란한 일이 있으셨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실적이 필요하신 것이라서."
강산은 토고의 반응을 보고, 떨떠름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토고에게 말한다.
"우선 정보원을 만나서 상황을 들어봐야 할 것 같긴 한데...먼저 우빈이가, 아 그 전열에 설 일반반 친구 이름인데요, 우빈이가 청월고교에서 2년인가 있다가 왔었다고 하니 혹시나 걔가 파티나 의뢰 관련해서 뭐라고 하면 귀담아 들으려고요. 저희가 특별반이긴 해도 걔가 저희같은 1학년따리들보다 배운 게 많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토고가 흥미를 좀 보이니 그도 성의있게 (그리고 약간 장난스럽게) 그의 물음에 답해본다.
"본가에 연락할 땐...음, 워퍼가 필요하다든지 혹은 추적에 능한 각성자기 필요하다든지 혹은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특수 의뢰 수행중인 걸 밝히고 도움을 요청해보려고 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조금 뭣하지만...토고 형님이라면 저희 오마니 보통 분이 아니신 거 이미 아시겠죠. 아들이 빌런에게 통수맞고 오거나 아예 살아서 못 돌아오길 바랄 분이 아니시니 한 번은 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 될 이유가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요. 그리고 만약에...의뢰를 수행하는데 현장만 봐선 모르겠고 추가 정보가 있어야겠다, 혹은 그 외에 가디언들의 협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면요. 아마 예전에 영월 습격 작전에 참가하고 또 의뢰도 뛰어서 받아둔 신 한국 기여도가 못해도 80은 있을 겁니다.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정확히 얼마인진 몰라요. 그걸로 가디언들에게 협력을 요청해보려고 합니다."
>>687 사격술 2렙 능거 2렙 줬어도 되었으려나요? 토고가 고르돈으로 투기장을 거의 제패하다시피 했던 게 너무 인상깊었나봐요!
>>673 참고로 이 즈음의 서울 2033에서는... 능력 가젯을 중첩해서 얻을 때 레벨이 오르는데요. 가젯마다 차이는 있지만 1~2렙이면 그 가젯이 필요한 상황은 몇몇 특수한 상황이나 하드코어 컨텐츠를 제외하면 거의 다 무난하게 해결하는 수준이고(2렙 이상부터는 대부분의 가젯에서 매우 능숙하게 상황을 해결하는 묘사가 나옵니다. 성공률도 크게 올라가고요.), 3렙(근력은 5렙) 이상이면 그 세계관의 고수 수준이라 가끔 네임드 NPC도 이길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때 이후로 우리 입지가 좁아졌으니까 말이다. 당연한 일이제. 니도 알겠지만, 금마는 벌인 짓이 꽤 많데."
귀에 들린 이야기도 꽤나 걸걸한데 크크... 아... 사람이 힘들어지니 점점 비뚫어지는 느낌이다.
"일단 정보원부터 만나봐라. 아마, 니네가 범인을 추려내야 할지도 모르고."
아직 정보원도 안 만났다는 것에 토고는 김이 빠진 듯 말한다. 그러나 그 뒤에 나온 말에 조금 웃음을 내뱉는다.
"기여도 80으론 으림도 읎을걸. 안 그래도 가디언이 바빠까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자 하는디 좀 더 있어야 할기다. 내 볼때 니 본가에서 받는 지원이 전부일기고... 정보원한테 이런 저런 요청을 하믄 들어줄지도 모르겠지마는, 그 기여도로 한다는 건 포기하는 게 좋다."
그래도 본가의 지원이 빵빵하니까 그걸로 되겠지마는. 제주로도 우빈인가 커피빈인가 하는 녀석을 데려가는 비용은 마련 가능할거다. 그 뒤는? 글쎄. 아예 그의 잘난 어머니께서 온갖 이유를 대며 가서 도와라 라고 한다면 혹시 모르지만 말이다. 혹은 가족이 도와주거나. 크크... 이야.. 부럽데이. 남은 뭐 하려면 뺑이 치야 하는디...
토고는 문득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어릴 적, 뒷골목에서 살던 그 때와 같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하루를 구차하게 연명할 수 있는 자그마한 연료뿐. 내일은 다르겠지 내일은 다르겠지 하며 살던 소년은 지금도 변함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저 사는 곳이, 입는 옷이, 먹는 것이, 더럽고, 낡고, 누추하고, 상한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만 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