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인 혐오. 온 몸을 주볏하게 만드는 비틀림을 마주한 것은 세 사람에게는 처음의 일입니다. 한계가 되기 전까지 의념을 사용하고, 기꺼이 목숨을 내던져 목표를 이루려 하는 이들은 잘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더더욱 지금의 감각이 소름돋는 것입니다. 거대한 문에 삼켜진 전쟁스피커에게서 느껴지는 감각은 지독한 혐오였지만 반면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맞습니다. 저것이 보이는 느낌은 가장 우리와 가까웠습니다. 의념과 망념이 떼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처럼. 오히려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 이리도 친숙하게 느껴졌으니 말입니다.
" 드디어, 바닥에 도달했군. "
붉은 피의 강과, 시체의 산들이 흩어진 도시의 풍경으로부터 한 남자가 느리게 걸어나옵니다. 한 손에는 '심리학'이라는 책을 쥔 채로 전쟁스피커를 바라보는 눈에는 끝없는 연민이 비쳐졌습니다.
" 선이라, 악이라. 그것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 왜?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행동적인 악행은 하게 되고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일말의 선행은 존재하기 마련이라네. "
프로페서는 전쟁스피커가 삼켜진 문을 살펴보며 웃음을 짓습니다. 그것을 비웃는 것처럼 날카로운 미소겠지만.. 토고는 그 미소에서 슬픔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나는 선보다 악을 좋아하지. 왜? 절대적인 선은 절대적인 악을 포옹할 수 없지만 절대의 악은 절대의 선을 품을 수 있는 오만을 가졌기 때문일세. 그렇기에 나는 스스로 완전한 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무르기 때문이라네. "
곧, 문을 입고, 한 존재가 걸어나옵니다. 몸에는 시뻘건 제복을 입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군복이라고 추측이 되는 것 외에는,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말입니다. 그 옷에는 수많은 훈장들이 달려 있었는데 이러한 훈장들은 각각 알 수 없는 소리들을 토해냈습니다. 얼굴이 있던 자리에는 알 수 없는 한 자루의 지포라이터가 있었고, 불꽃을 뿜는 머리에는 근세풍의 모자 하나가 덮혀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몸을 바라보자 몸은 끝없이 팽창을 반복했습니다. 한순간 총과 칼이, 미사일과 탱크가, 비행선과 배가, 그 모든 모습이 찰나에 함께 스쳐갔습니다. 즉. 스스로 전쟁의 개념을 집어삼킨 괴물이었습니다.
" 바닥에 쳐박힌 악은 이따금 놀라울 만큼의 집착을 보이기도 하지. 키르카 보디악. 그대는... 개념이 되기로 한 모양이군. 나쁘지 않을 생각일세. 제 2의, 3의 전쟁 스피커를 위해. 첫 전쟁 스피커는 희생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
툭. 프로페서는 한순간 자신의 목에 걸린 전기목걸이를 잡아당깁니다. 붉고 시끄러운 소음들이 빠르게 울리다가 힘을 잃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은 검은 무채색으로 깊게 물들어갑니다.
" 도와주겠네. "
아레안 드옹, 프로페서는 숨을 내뱉습니다.
" 뒤틀린 악의 씨앗을 치우는 것도, 그를 가르치는 이들의 숙명이지. 이 아레안 드옹. 기꺼이 선의 수족이 되어드리지. 그러니. "
분석
" 상대의 레벨은 47, 중대형 대결형 게이트의 보스로 판단해도 좋네. 상황에 따라 무기의 형태를 바꿔가며 공격하느 형태로 보이는군. 변형에는 시간의 소모가 없지만 공격까지는 잠시의 시간이 소모되는 것으로 보이는군. "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아레안 드옹은 세 사람을 바라봅니다.
곧, 알 수 없는 목탁소리와 함께 쓰러졌던 준혁은 몸을 일으킵니다.
" 병자의 구원을 바라는 약사여래의 눈빛이... "
미함은 마지막 할 일을 마쳤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습니다. 이 이상, 미함의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파티원 현준혁의 전투 불능이 해소됩니다. 선공은... 전쟁 스피커에게 돌아갑니다!
준혁은 천천히 창을 붙잡고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 도영. 화살을 통해 최대한 요격하는 방향으로 공격해. 토고는 내가 공격에 들어간 직후 그.. 불 뿜는 걸로 적을 노려. 알렌, 상대의 공격 한 번은 내가 막아낼테니까. 그 다음에 생기는 틈을 네가 노려야 해. 노학은 사용하면 안 돼. 가능하면 그 틈을 비집거나 적의 방어구를 부순다는 생각으로 공격해보면 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