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의 일격이 전쟁스피커를 향한다 그 잘난 전쟁스피커라 하여도 이번 일격은 어쩔 수 없는지, 항상 오만하게 웃어보이던 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꼴 좋다, 전쟁광 놈..
이제야 알렌이 진심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 전쟁스피커를 몰아붙이는 것, 전부 좋지만.
아무래도 난 여기까지인 듯 하다.
푸른 돌은 나에게 가능성을 열어주었지만, 내 몸은 그 가능성을 발산하기엔 무리가 있었나보다. 위태로운 껍질 안에 뜨거운 엔진을 억지로 넣은 것 과 같이 몸이 타오른다. 숨을 들이키면 열로 달궈진 폐에 채워진 뜨거운 공기가 몸을 갈아버리는 것 같다. 호흡을 하면 할수록 몸은 한계임을 명백하게 알려주고 있고, 눈은 점점 감기기 시작한다. 창을 두손으로 쥐고, 두 발로 서있는 것이 한계다. 조금만 집중을 멈추면, 내 몸의 껍질이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잖아, 뒤는 좀 부탁한다... 밀어서 안되면, 금방 실증내고 포기하는 내가 안간힘을 써서 여기까지 밀고왔다. 물론 나의 사정 때문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그럭저럭 잘 했잖아? 그러니까.. 나는 여기까지다 .... 눈이 감기고, 상체를 숙인다 힘이 빠져나간다.
조금 몸이 편안해지자 눈을 떠본다. 아까보다 한결 편안해진 육체엔 방금까지의 피로들이 거짓말 처럼 사라져있었다. 하지만 컨디션 보다 더 거짓말 같은 것은
지금 내 앞에 있는 너의 모습이겠지.
너는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 답지 않게 모범생 같은 안경을 썼으며 언제나 처럼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 였다.
' 허... '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드디어 얼굴 한번 보는구나, 하는 반가움도. 왜 이제서야 나타나는거냐는 원망도 섞여있었다. 나의 이런 반응을 알고있는지 너는 웃음기를 살짝 지우며, 나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었지만, 그 말 자체가 수고했다고 말하는 것 처럼 보여서, 뭔가 분했다.
' 뭘 수고했다는거냐.. 망할놈이.. 너만 있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
그래, 네가 있었다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이다. 대운동회도 승리했다. 너 라면 사자왕을 상대하는 것 쯤이야 웃어넘기면서 해보겠다고 말했겠지 전쟁스피커? 일도 아니었을 것 이다. 게이트의 실종? 웃기는 일 이다. 너는 날 구하러 왔을 것 이다. 너는... 내 꿈을 비웃지 않았던 유일한 녀석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너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해버렸다......
그래서 너가 사라지니까 나는 조급해졌다.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날카로워졌다. 다른 모든이들에게 몹쓸짓도 많이 해버렸다.
그렇기에, 그런 녀석이기에 내가 이런말을 하는건 정말로 얼척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 ...나 진짜 힘들었다 '
이해자인 너에게 호소했다. 너는 그저 웃으면서 나를 다독여주었다.
수그렸던 상체를 일으키며, 다시 비명을 지르는 육신으로 정신이 들어찬다. 실이 끊어졌던 마리오네트와 같은 몸을 움켜쥐어 일으킨다.
지금 내가 허무하게 쓰러진다면, 그것 만큼 추태가 없겠지. 희미해진 특별반의 인원들을 기억해줄 수 있는 것은 나 뿐이라고 생각한다.
토끼라고 불리는걸 지독하게 싫어했던 라임도 영월이 끝난 이후, 비석에 의념의 꽃을 피워 추모해주고 날 위로해주던 서윤도 함께 잭 루소와 싸워주었던 진언과 웨이도 그리고 나같은 녀석도 부반장이라고 치켜세워주던 태호와 지한이도 사그라져버린 별들을 기억한다.
그러니까 단 한번, 한번을 일어나질 못해서 허무하게 쓰러지는 추한 몰골을 놈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 지켜봐줘 "
산소를 가득 폐에 집어 넣는다. 전부 타버려서 하얗게 변해버린 숯과 같은 육신에 마지막 남은 잔불을 태운다 이 일격이 마지막인 만큼,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집중한다.
신체와 신속에 의념을 불태우고, 남은 의념은 팔과 다리에 집중시킨다.
" 너희가 언젠가 돌아왔을 때,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놈이 되어주마 "
이오시카 어르신이 말했던, 이정표와 길의 차이를 아주 조금 이해한 것 같다.
최후의 일격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 을 내지른다. 몇백번 몇천번, 어린 내가 동경하는 아버지를 찾아보기 위해 나노머신을 뒤져가며 봤던 수 많은 영상들로 기억하는 동작.. 그 것을 떠올리며 돌진한다.
마지막 남은 의념과 모든것을 쥐어짜내고 불타오르는 호흡을 내뱉으며, 창날을 내지른다.
# 망념 50을 쌓아 신체를 강화, 망념 50은 신속을 강화, 각각 25는 팔과 다리를 강화하여 돌진 (총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