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 그렇지 않아요- >>554 아직 주무시기엔 시간이 일러요 >>556 준혁이가 몬스터에게 당했다는 뜻이었군요! 순간 굉장히 당황했었어요.. >>557 저는 양 팔로 껴안았을때 꽉 차는 커다란 베개쪽이 더 좋던데- 베이브 3세에 이어 베이브 4세도 연달아 오는군요. 만족스러운 인형이셨으면 싶네요!
자신의 얘기와 마찬가지로 긴, 하지만 많은 것이 축약되어 실제로 담았을 세월에 비해 짧을 진술시간에 린은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였다. 애초에 그녀의 얘기는 진정한 의미의 '진'술(眞術)마저 아니었지만 굳이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미 자신의 가식을 눈치챈 사람에게 또 다시 가식을 부리는 것처럼 마냥 상냥하고 곱게 굴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과감하게 조금이나마 털어놓는게 좋을것이며, 그리고 마찬가지로 린은 상대의 얘기 또한 그것이 전부라고 믿지는 않았다.
아마도, 동경하는 사람의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전에 어렴풋이 들어본 적은 있었던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이 있다고."
묘하게 이상하게 아귀가 들어맞지 않았던, 어떠한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 같았지만 린은 일단은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흐음, 그래서." "누군가가 따를 만한 영웅이 되고 싶은 건가요? 그분처럼."
음료수를 홀짝이다가 가볍게 웃는다. 이상하게 태도의 앞뒤가 맞지 않다 싶었다. 전투할 때 드러나는 실제의 거친 성정과 평소 타인의 것을 빌려온 것 같은 단정한 행동에서 온 괴리감이 그런 이유로 만들어졌구나 싶어 린은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백 개의 마을을 파괴하고, 열 개의 도시를 습격했으며, 한 나라의 왕을 근심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거대한 거인. 빈센트는 그 놈의 입에는 분명 천 명의 사람이 들어갔으리라 생각하면서... 기대어 앉아 있는 그 거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인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무의미하게 앞을 바라보고, 빈센트는 눈동자를 아래로 내려, 자신의 마도가 속 시원하게 뻥 뚫어준 구멍을 바라본다. 얼마나 뻥 뚫렸는지, 빈센트는 그의 피가 붉은 색이 아닌 파란색이라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효과가 있어 다행이군요."
빈센트는 철갑 고폭탄의 원리에 착안해, 날카로운 강철 관통자에 클랩을 중첩해 날렸다. 그리고 거인의 가슴을 파고 들어간 첨단이 심장과 키스하는 그 순간, 빈센트의 '폭발적인 매력'이 그대로 거인의 마음을 문자 그대로 날려버리고 만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제 거인이 죽었으면...
"그런데 전 안 좋군요."
빈센트의 몸을 살필 차례. 그의 옷이 붉게 물들어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면 안되는 곳에서, 무언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명치부터 배까지 쭉 흐르는 불쾌한 따뜻함은 덤이다. 빈센트는 한숨을 쉬고 외친다.
"그럼 외과의사, 군의관, 아니면 원하는 대로 먼저 자칭하시죠.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젠장..."
빈센트는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힘없는 몸을 강타하는 고통이 강해짐을 느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빈센트의 생각보다도 더 일을 잘 해준 것 같았다. 그리고 두 호르몬은 자신의 역할이 끝나자 퇴근해버렸고... 빈센트는 어떻게든 농담을 받아치며 의식을 유치하려고 했다.
"아뇨. 유서는 이미 적어놔서요."
빈센트는 그렇게 받아치지만, 농담을 받아치는 농담은 아니었다. 장난기 있게 말하긴 했어도, 유서를 쓰긴 썼으니까 말이지. 빈센트는 여선이 수술을 준비하는 동안, 피로 얼룩진 와이셔츠를 벗는다. 그러면...
"어... 많이 심각한가요? 그래 보이는데."
빈센트의 가슴은 거인의 그것처럼은 아니었지만 꽤 심했다. 흉부에 공격을 직격당한 탓에 검게 물들었고, 부서진 갈비뼈가 살을 찢고 튀어나와 있었다. 빈센트는 그걸 보고 한숨을 쉬고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