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방의 부려지산(鳧麗之山)에도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농질(蠪蛭)이라는 짐승이 있었는데, 사람을 잡아먹는 여우와 유사한 짐승이었다. 단, 이 짐승은 청구지산의 여우보다 훨씬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꼬리뿐 아니라 머리도 아홉 개에다가 호랑이의 발톱을 갖고 있다. 이 짐승 역시 아기 울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사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저도 한 잔 더 따라 마신다. 첫 잔은 향이 연했으나 거듭 넘길수록 연꽃잎 입에 문 듯 향 진해지고 목넘김 후에는 향에 섞여 달짝지근함 있다. 딱 이 시기, 그것도 이른 백련이 피었을 때만 접할 수 있는 이 맛이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다. 오늘은 어여쁜 아씨들 대신 이름 모를 선배님 둘과 함께였으니.
저 쪽빛 머리나 붉은 머리나 술맛이 마음에 들었는 듯 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서로 말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아까 뜯은 팔 때와 겹쳐보여 이번에도 피식 웃음이 샌다. 아니, 새었을 뿐일까. 온화 대놓고 키득키득 웃으며 술상에 놓인 과일 말린 것 한 점 집어 입에 물었다. 얄팍하게 썰려 잔득하게 마른 딸기가 씹으니 제 맛 그대로 느껴진다. 입에 문 것 다 먹고 새 술병 들어 잔을 채우는데 제게 묻는 목소리 있다. 훌쩍 한 잔 비워낸 온화는 입꼬리 둥글게 말아올리고 붉은 눈 반 접히도록 눈웃음 지으며 대답했다.
"내 방금 말하지 않았소. 목을 축여야 할 말 다 하지 않겠느냐고."
킥킥. 부러 소리 죽여 웃는 얼굴 모로 기울어지니 투명한 안경알에 빛이 비쳐 거울마냥 검은 호랑이 가면 비춘다. 금방 도로 기울어 온화의 붉은 눈 드러내었지만은.
"그러는 공자야말로 굳이, 거기서, 그런 짓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았소? 시비가 있었다고는 하나 내 잠시 넋을 놓을 정도로 조용했는데 갑자기 그러면 나라도 이상하다 생각하지."
웃는 낯으로 말 잇던 온화 슬그머니 몸 움직였다. 제 자리를 비켜나 저 시종일관 웃으면서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를 쪽빛 머리의 곁으로 간 것이다. 길에서 허리에 손 얹을 때처럼, 거리를 좁히는 행동에 거침이 없다. 그의 옆에 붙어 앉아 아까마냥 한 팔 들어 감싸 당기려 하며 남은 손으로는 가면 없는 턱 받쳐 제 쪽으로 돌리려 했다. 저와 마주하게끔.
"그것을 들어 내게 보이지만 않았어도 거 참 별난 양반들이네- 하고 지나갔을 것을. 구태여 흔들어 내 걸음 멈춰세웠으니 뭐 하는 도령들인가 싶지 않았겠소. 하여 용건이 있으면 편히 보라고 이곳으로 모신 것이오. 술은 겸사겸사,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니."
호선을 그린 입술 사이로 유달리 길고 날 선 송곳니 드러난다. 한 번 깜빡인 눈은 가만히 그를 보고 있었다. 무어라 말할지. 어찌 행동할지.
"어떻게 하면 믿어 줄 거야?" 아회: "있는 그대로 행동하시오. 그리 행동하면 내 믿어줄지 말지, 그 갸륵함을 재단할지 어찌 알겠소." "기실 그대를 믿소. 그러니 부디... 자신감을 가지게. 그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뢰 받아야 마땅한 존재요."
"어떻게 하면 널 죽일 수 있어?" 아회: "보통 인간 죽이듯이 죽이시오. 그리하면 죽을 터이니." "다만 쉬이 죽어주진 않을 게요. 당연한 것도 묻는 아둔한 자에게 내 쉬이 죽어줄까." (이후 작은 웃음 소리가 흘렀다.) "웃는 연유가 궁금하오?" "자비 한 번 베풀까. 그래, 내 사람이 아닌 것 같고 죽일 방법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물었던 것이라면 네 제법 감이 좋구나 싶어서. 너, 제법 머리가 쓸만하구나. 어떻게든 난 죽이고 자긴 살고자 머리 굴리는 꼴 귀엽고도 안타깝기도 하지……."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770083 아회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물이_반이나_남았네_or_물이_반밖에_안_남았네 : 어째서 물이 반이나 남았지? 에 가깝답니다. 왜...? < 물을 다 마셔버리는데! 농담이고, 반이나 남았구나. 파랍니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건 아니에요.
자캐를_캐붕_시켜보자 : "아, 그것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십시오. 봐요, 들꽃이 피었잖소. 이렇게 사소한 것을 사랑하면, 행복함 손에 얻을 방법은 많은걸……." "아, 형님께서는 어떠하신지요? 아뇨, 사랑하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예전처럼. 욕심이 과한 걸까요, 다시 되돌아가고 싶어. 보고 싶어서 그만……." "……싸, 싸우지 마세요...! 서로를 사랑하세요!!" "꽃이 참 예쁘죠? 응, 그럴 거라고 믿어요.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답고... 아! 가주님께도 편지를..."
아회: 아아악 저게 뭐요 치우시오 난 더는 못 견디겟쏘(기함!) 아회주: 아아아악 저게 뭐람!!
1. 「중요한 물건을 자신의 부주의로 잃어버렸을 때의 반응은?」 : "미쳤지." "그리 중요한 물건인데, 주의를 기울이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참으로 실망스러울 것 같소. 늘 심혈을 기울였으면서 대체 무엇을 하냐 스스로에게 경을 치겠지." "그리고 찾아내려 애쓸 것이요. 중한 물건은 보통의 중함과는 궤를 달리할 테니."
2. 「외출 전 예상했던 것보다 날씨가 더 춥거나 덥다면?」 : "날씨는 하늘의 뜻. 어찌 불평하이……." "추워봤자 북부만큼 춥지 아니할 테요. 단, 덥다면 나가지 아니하려 드오." "……아니, 더워서 나가지 아니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숙사 사람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와서 장난이랍시고 벗기려 드오. 기실이라니까? 지금껏 소인이 얼마나 많은 존엄성을 잃었는데……. 5학년 땐 정말이지, 덥단 말 한마디에 다 풀어헤치려 들어 속곳을 겨우 사수했다오." < ?
3. 「의문을 품고 질문했으나 속시원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 "저번에도 말했지만 개인사라면 묵인하고, 수업과 관련되면 따로 찾아가서라도 질문하오." "……6년 간 배우는 것이니 뜯을 만큼 뜯어야지."
>>197 하 오늘 새벽에 깨길 잘했어 진단 맛있다... 호오오옥시 무가의 상징이 호랑이인걸까 전에 궁기도 그렇고? 아회도 그렇고 호랑이 가면 이야기가 자주 보이네..? 이 와중에 색깔은 또 대비되는 그런 색이라 끝내주잖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뢰받아 마땅한 존재해 흑흑 감동인데 E...? 저게 감이 좋은거라니 단순 위협일지 아니면 또 다른 떡밥일지 지금 머릿속에서 혼동이 오기 시작했어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 다 마시는 편인데 반이나 남았으면 혼란스러울만도 하지(?) 정의관 확실한것도 멋지고 캐붕버전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아회랑 아회주는 못 견디지만 나는 흐뭇해 흥미로워 ^q^ 중요한 물건은 무조건 찾는구나 아회한테 중요한 물건이라면 뭘까??
>>199 늦은 답이지만(위를 보고 필사적으로 안 본 척해요) 연관이 있는 건 맞답니다. 무가는 맹수라고도 불려요. 그리고 궁기는 날개달린 호랑이의 모습이니... 살짝 맞추기도 했답니다.😉 과연 위협일지 진심일지! 이벤트에서 밝혀진답니다!(그렇게 현생에 치인 아회주는 고통 받았다고 해요...) 캐붕... 괴로웠어요(?) 응. 으으음, 으으음. 중요한 것이라면 당연히 지팡이가 있겠고, 한쪽 눈에 낀 단안경도 있고, 또... 선추도 있고... 자기 것을 대단히 소중히 여기는 녀석이라서요.🤔
>>206 헉 이거보고 뒤늦게 궁기 찾으러 갔다 온 임가현주... 괜히 호랑이가 자주 언급되는 게 아니었구나 싶네 :0 야호 이벤트때 공개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 (고통받는 아회주에게 그레이트 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캐 캐붕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랬어(?) 싸우지 마세요 서로를 사랑하세요 <= 보고 누나미소 지어버렸잖아~~ 그치만 캐붕 버전이니까 원본은 정확히 저 반대일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짠해지기도 하고.. 어머니께 보낼 서신이라니 내용이 많이 궁금한데 나중에 독백에서 풀리는걸까 ^-^?!
아아... 다시금 자버렸어요. 내일은 이 시간에 일을 하겠죠... 몇 캔의 사이다를 까고 몇 번의 설거지를 하고 몇 번의 셰이킹을 할지 두렵기도 하지. (아득한 눈) 대체 인력 지원한 사람이 내일 면접을 보러 온댔으니까... 응, 그 사람이 붙으면 저는 자유예요. 내가 다시는 도와주나 봐라...는 주변에 짬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구나...? 울고 싶어라...
저의 임시 직업을... 깨달...으셨군요, 네에, 밤은 깊고 약간의 재주는 스트레스를 풀기에 제격이지요...😊 짤막했지만 경력이 있었던 터라, 퇴사 후에 바로 친구 가게 땜빵난 일손을 돕게 됐네요... 내가 얘 창업 때 경력 쌓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또 돕게 됐어...? 내 인력을... 알뜰하게 써먹고 있어...?🤔
건방지게 턱을 쥐었던 손은 밀어냄을 따라 순순히 물러났다. 동시에 그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저 멀리 제 술잔을 들어와 홀짝 비워냈으니. 손 치운 것도 밀어서 치웠기보다 저 한 잔 마시려 무른 듯 하다. 빈 백자 술잔 손에 들고 흔들흔들 움직이던 온화 다시금 실웃음 흘렸다.
"알고도 모른체 하는 것인지. 왜 그 인간의 팔을 뜯었냐가 아니라 왜 거기서 그러고 있었냐를 물었건만."
웃으며 하는 말은 혼잣말이나 바로 옆에 있으니 다 들릴 만 하다. 목소리를 줄인 것도 아니고. 그리 흘려놓고 다시 잔에 술 따라 마신다.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하는 말 들리길래 손아귀에서 빈 잔 돌려만지며 답해주었다.
"내 팔이 떨어진 것 아니요 내가 공자들 시비에 엮인 것도 아닌데 뭣하러 도망을 가야 하오? 그러는 공자야말로 대체 왜 여까지 따라왔는지 궁금하다 내 몇 번을 말하는데. 답도 안 해주니 못 된 공자일세."
너무하네 너무해- 능청스레 떠들던 온화 목소리, 느닷없이 나온 뭇 짐승 이야기에 뚝 조용해졌다. 얘기 들리며 시선 느껴질 적 저도 고개 돌려 가면 너머 눈이 있을 곳을 마주한다. 정당한 자와 정직한 자, 그리고 악한 자. 어디선가 언젠가 들어본 것도 같으나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여 에라 모르겠다 넘겨버린다. 또 한 잔 술 넘기고서 이번엔 잔 내려놓고 무릎 세워 팔 받쳤다. 비뚜름히 고개 기울인 채 저 속 모를 검은 호랑이 가면 보며 히죽 하니 웃었다.
"여태 살며 명분 없는 주먹질이나 욕지거리 한 적 없으니 정당할 수도 있고, 속에 담긴 말 숨긴 적 없으니 정직하다 할 수도 있겠으나. 다만 악한 것은 모르겠소. 공자. 사람의 악함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오? 타고나는 것? 후에 만들어지는 것?"
온화는 되물음을 하며 무릎에 받쳤던 팔 접어 그 손으로 제 목을 쓸어내렸다. 하얀 목을 빙 두른 검은 띠 위로 조금 긴 손톱이 드득 긁힌다. 그 정도로는 꿈쩍도 않는 띠를 슬슬 문지르며 나른히 중얼거린다.
"옛날 이야기는 아니나 이런 얘기는 어떠하오. 공자. 어딘가에 죄 지은 자가 있소. 그네가 비록 죄를 지었으나 받아주는 이가 있어 혼인을 하였고 자식을 보았지. 허면 그 아이는 죄인의 피를 이었으니 타고나길 악하다 지칭해야 하는가? 혹은 피를 이었다 한들 아이는 아이일 뿐이니 달리 보아야 하는가? 어찌 생각하시오?"
검은 띠에 머무르던 손이 슬그머니 움직여 검은 호랑이 가면 아래 드러난 턱에 닿는다. 이번엔 잡아채지 않고 턱 선을 따라 느릿하게 손끝을 문질렀을 것이다. 대답을 채근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