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이 얼버무리는 말에는 "수술용 메스도 무기라면 무기지만 본래는 사람을 해치라고 있는 게 아닌 거니까 애매하긴 한가."라고 넘기며, 굳이 답을 내놓을 것을 독촉하지 않았다. 여선이 마도로 일으킨 바람에 종이비행기를 띄워 보고 싶다고 하면 히히 웃기도 했을 것이다. 여선이 자신이 작성한 목록에 대해 남긴 코멘트에는...
"점점 멋지거나 실용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마지막 줄은 '악기 연주' 기술을 쓸 수 있게 된 후부터 생각한 거니까. 그런 걸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답한다. 그리고 볼펜을 다시 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위의 세 줄을 감싸는 원을 치고 가장 밑에 큰 화살표를 덧붙여서 뭔가를 끄적인다, 마치 결론이라는 듯.
[아무튼 '멋진 공연' 하기 '멋진 공연'의 정의 : 세상을 더 즐겁고 더 멋지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공연.]
"그렇지만 이건 결국 내가 원하는 거니까. 이 녀석도 이걸 원할지는 두고봐야 하려나?"
살짝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지만 이내 다시 목록을 보며 개구지게 킥킥 웃는다. 마지막 줄에서 단어가 '연주'가 아니라 '공연'으로 바뀐 것은 그의 최근 목표를 반영한 것이다.
"내가 연주에 의념의 힘을 싣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그건 그냥 내 욕심이겠지만...음악계 각성자도 싸울 수 있어. 해보니 불가능하진 않더라. 그러니 기왕 욕심을 내본 거 잘 써먹으려고."
강산은 여선의 "욕심이 많은 느낌?"이라는 말을 듣고 '백두'의 옆을 손바닥으로 두어 번 두드리며 답한다.
"하하, 그런 거려나."
어쨌든 계속 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근본적인 무언가는 같지 않냐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강산이 바라는 자신은 그런 인간적인 헌터였으니까. 혼자 고독한 영웅이 되기보다는 다같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 그의 성정이었으니까. 그는 이제 더 이상 남의 무대를 방관할 뿐인 관객도, 혼자만의 연주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특별반의 모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느꼈으니까...혹은 내가 그러기를 바랬으니까, 내 의념기가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종이에 의념기의 이름을 쓴다. 「너의 무대」.
"근데 뭐 그려?"
그러다가 시선을 조금 옮기니 낙서를 하고 있는 여선의 손이 보여서, 여선의 종이를 들여다보려고 머리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