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절대 혼자 있으려 하지 마.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99093> 통칭 '작은 루'는 선대 겨울의 원로 보드카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존재로, 현 시즌스 킹덤 사람들 사이에서도 간간이 오르내리는 도시 전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은 루는 새하얀 여우, 정확히는 북극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보드카의 교육 덕분인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알려져 있다. 또한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해 현재 원로와 지금은 사라진 4명의 선지자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제일 좋아하는 것은 사과이며, 사과 맛 사탕 하나만 있다면 작은 루를 무릎 위에 올릴 수 있어 영웅과 구스타보도 주머니에 사탕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녔다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는 점이 와전되어 '살려 데려갈 수 없다면 가죽, 그도 아니라면 꼬리털이라도 손에 넣기만 하면 무너져가는 여러 조직을 부흥시킬 수 있는 신묘한 영수靈獸'로도 전해진다.
>>525 <밍메이> 조그마한 손이 당신의 손을 꼭 잡습니다. 자박자박 걷는 소리를 뒤로 드러난 존재는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불쾌한 골짜기를 미묘하게 건드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이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온화함과 상냥함을 담고 있는 존재. 대체 저 존재는 무엇인지! 존재는 당신의 의문을 안다는 듯 평온한 미소를 짓습니다. 어쩌면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에, 당신을 믿을만한 사람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반가워, 시즌스 킹덤 바깥의 아이야…."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뒤로, 존재는 다시금 눈을 감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듯 덤덤히, 아주 짧은 정적을 가지더니 입을 벌립니다.
"나는…… 미네르바. 시즌스 킹덤이 찬란할 적, 중간과 끝을 함께 한 존재. 나는 생명체로 보면 인간이고, 달리 보자면 기계같은 존재며, 작은 아이의 벗이자 형제, 자매, 남매일 테니…… 네가 걱정하는것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퍽 의뭉스러운 말을 뒤로, 존재는 사근사근 묻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는 점차 물들어가며 고통스럽지. 네가… 내 고통을 멎게 할 수 있겠니?"
> [물론이에요] > [아니오, 자신이 없어요] > [기타 자유 - 위 선택지와 병행 가능]
코냑은 최근 바빴다. 정확히는 미지의 존재에게 알현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싸매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왜? 미지의 존재와? 하물며 지금 제 주인을 향한 소문이 다시금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으니, 다름 아닌 사냥제 탓이다.
─ 그 소문 들었나? 봄의 왕이 이번에 작은 루를 통해 섹터의 승리를 거머쥘 거라 하던데? ─ 기실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는 소문이 있어. 원하는 것은 뭐든 이뤄내는 능력 말이야. ─ 그렇다면 사실, 작은 루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 사실 봄의 왕이 미지의 존재는 아닐까?
미지의 존재 심기 건드리기 딱 좋은 소문에 코냑은 싸맨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어쩌지, 어떻게 수습하지. 내 왕이요 주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걱정이 태산인데.
"뭘 그리 고민하시오?" "미지의 존재께서 봄의 왕을 달갑게 여기지 않으면 어쩌죠……." "그럴 일은 없을 게요."
코냑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Q가 어느새 나타난 탓이었다.
"너." "위대하신 존재께서 허락하니 메르헨의 문을 열어둘 것이오."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코냑은 입속에서 거친 욕설을 씹어 삼켰다. 메르헨이면 자신의 힘이 닿지 못하는데.
당했구나.
《엘과 에얼을 향한 헛소문이 나돕니다. 당연히 무시로 일관할 수 있는 것이나, 당사자의 자존심을 긁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신경도 안 쓰지만! 코냑이 지나치게 걱정합니다!》 《이봐, 그 소식 들었어? 사실 봄의 왕이 미지의 존재가 아니냐는 소리가 있어.》
대뜸 나타난 존재를 본 비연은 겁을 먹었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굳다가 황급히 뒷짐을 지고 섰다. tv에서는 구스타보 롬바르디가 어째서 시즌스 킹덤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바깥의 다큐멘터리가 송출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포장을 까 반쯤 먹어치운 초콜릿 과자와 감자칩이 널려 있었다.
"오셨습니까!" "이가라시 앞을 막아설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야." "그때는 현재 주인의 명령이었으니……." "여전히 달고 짠 조합을 좋아하고." "이것은─!" "됐다, 됐어. 내가 언제까지 비룡회를 휘두를 것이라 생각하니. 아엔이 이제 비룡회의 수장이니 그 아이의 뜻을 따라야지."
존재는 반투명한 손으로 감자칩 하나를 날름 집어먹었다. 음, 되게 짜네. 이러면 건강 안 좋아진다니까.
"그, 그래서 무엇이 궁금하신지……." "마오타이가 키우는 고양이."
시즈닝이 묻은 손가락을 느릿하게 핥던 존재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 아이는 아예 무릎에 뉘여 잠들게 한다며?" "귀히 여기고 계시긴 합니다." "신기하네, 내 호위일 적엔 사람이라곤 정을 주지 않던 녀석인데." "……." "만나보고 싶은데─" "그것이..." "걱정 말거라. 내 또 이가라시처럼 속 긁을 것 같더니? 나도 배운 것이 있단다." "만난, 다면……?" "뭐겠어."
사냥제 때지.
비연은 다큐멘터리의 재현 장면에서 나오는 비명 소리가 자신의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 완벽한 몰래 이가라시 만나기 계획이 산산조각 나겠구나!
《'여름의 존재'가 진 마오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집니다. 추후 진행될 사냥제 이벤트에서 짧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얘. 고양이라며? 나는 고양이 참 좋아한단다. 제멋대로인 것이 꼭 나를 닮았거든.》
오늘도 DTD는 바쁘다.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사람, 호텔의 시설을 이용하려 돌아다니는 사람, 그들 사이를 누비며 맡은 바 책무를 다하는 조직원들, 사람과 사람이 치이는 곳에선 언제나 소리가 생기고 일이 생긴다. 안 그래도 조직의 특성상 소란과 야단법석이 범람하는 이곳에서 최근 돋보적인 환호를 일으키는 존재가 있다.
바로 소문의 신묘한 영수, 작은 루 되시겠다.
매일 정성스러운 빗질로 보송보송 보들보들한 털과 꼬리를 살랑거리며, 앙증맞은 네 발로 오종쫑 걸을 때마다 목에 예쁘게 걸린 방울 소리 총총 울리며, 드넓은 카지노와 호텔을 마음대로 누비는 모습은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명물이 되어 있었다. 유명해졌으니 일부 극성 맞은 이들에게 시달리지 않을까 싶지만, 작은 루의 곁에는 항상 검푸른 머리카락이 함께 했다. 작은 루가 언제, 어디서, 무얼 하고 있든, 푸른 실루엣이 근처에 있곤 했다. 그저 있기만 하였으나, 거기 있음으로 하여금, 카지노와 호텔의 손님이 쉬이 손 대지 못 하게 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나 개중에는, 좋지 못 한 생각을 하는 이가 꼭, 하나는 있었다.
"작은 루, 이리 와요. 간식 시간이랍니다."
오후가 한창 흐르는 무렵, 신나게 놀던 작은 루를 상냥한 목소리가 불러들인다. 목소리만큼이나 다정한 미소를 띈, 엘의 하얀 얼굴이 작은 루를 바라보고, 푸른 자켓 걸친 팔이 하얀 털뭉치를 소중히 안아올렸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귀한 것을 다루듯 품에 잘 안은 엘은 느릿한 걸음으로 카지노의 내부로 향했다.
그는 '봄'의 섹터에서 열 남짓한 조직원을 이끄는 보스였다. 인원수만 봐도 조잡한, 기껏해야 여기저기서 잡일을 하며 푼돈이나 버는, 일종의 심부름꾼 조직이었다. 그런 별 볼 일 없는 조직의 보스가 지금 앉아있는 곳은, 딱 봐도 호화스러운, 호화라는 말 외에는 표현이 안 되는 그런 방 안이었다. 아마도 접대용인 듯, 방 한켠에 놓인 소파에 앉은 그는, 매우 좋은 장소임에도 낯빛이 좋지 않았다. 그야 이곳은, 그가 여기 있는 이유는 아마.
"아아,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해요. 잠시, 일이 밀려온지라."
철컥, 문 열리는 소리가 나자, 반듯이 앉아있던 그의 어깨가 크게 떨렸다. 뒤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친절한데, 등에 식은 땀이 나는 것 같다. 아니다. 기분 탓이다. 침착하자. 작게 심호흡을 한 그는, 이윽고 맞은편에 혼자 앉는 엘을 보며, 어떻게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아닙니다. 이 스프링 가든의 대표되시는 분이신데 그야 바쁠 만 하지요. 괜찮습니다."
"어머, 상냥하셔라. 그 이해에, 감사드려요."
후후, 하하하, 두 사람이 내는 웃음소리가, 둘 사이 거리에 흘렀다. 그리고 잠시 정적, 이었으나, 그에게는 그 잠시조차 버거워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별 볼 일도 없는 저를 여기까지 직접 부르신 이유가..."
"아, 네, 그것이, 궁금하셨군요?"
"그... 네, 아무래도 그렇...지요."
먼저 말을 꺼내놓고, 말끝을 흐린 그와 달리, 너무도 쉽게, 그게 궁금했냐 되묻는 말이, 보이지 않는 비수 같다. 그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도저히 눈을 볼 수 없어, 무릎에 걸친 손에 시선을 두고 있으니, 후후후! 웃는 소리 들린다. 그 소리에 흠칫, 놀란 그가 그만 시선을 올리고 말았다. 올린 끝에, 정확히 똑바로 마주친 푸른 눈동자는,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웃으며, 말한다.
"다 아시면서 물으시는 것은, 그다지 좋은 예의는 아니랍니다. '트러슈터'의 에이반 씨."
"흐읍...!"
이름을 불린 순간, 그는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애써 외면한 것이 바로 옆까지 와, 눈조차 깜빡이지 못 하게 하는 것 같다. 뒤에 이어지는 말들은, 서서히, 그의 몸을 떨리게까지 만들었다.
"다, 알고 계시지요? 에이반 씨. 베스, 캐서린, 다빈, 일레이슨, 이 넷을, 차례 차례 보내어, 이곳에서 허락되지 않은 사기로 하여금, 한탕 하려 하셨지 않나요."
"그거, 그것이, 그게,"
"참, 가진 것 없고, 나약한 분들이시라. 제가 정말, 많이 선처를 해드렸는데."
"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감사, 를,"
"은혜는 커녕 주제도 모르고 감히 제 귀한 벗을 취할 생각을 하시다니. 정녕 대가를 치르고 싶으신가 봅니다."
다닥다닥, 딱딱한 무언가가 자잘히 부딪히는 소리는, 채 다물어지지 못한 그의 턱에서 난다. 그는 지금,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중압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변명은 고사하고 숨만 쉬는게 고작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그의 얼굴에선, 식은땀도 안 난다. 무릎을 쥔 손은, 찬바람이라도 맞고 있는 듯이 떨려대, 무릎을 움켜쥐었으나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그의 귀로 돌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저는, 미력하나마 '봄'의 대표된 몸. 어찌 함부로, 주민들을 해하겠나요. 해서 당신에게, 대가를 치를 일을, 하나 드릴까 하는데."
"하, 하겠습니다! 무조건, 뭐든 하겠습니다!"
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슨 일인지 듣기도 전에, 일단 하겠다며 외치는 그를 보고 하얀 얼굴이 빙긋이 미소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를 감싼 중압감 사라지며, 한결 편안해진다. 그런 그를 향해 엘의 기쁜 듯한 목소리가 말했다.
"어머, 정말요? 무조건, 뭐든이라, 먼저 말씀하셨지요, 분명히."
"네, 네, 그렇습니다. 말씀 하시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그 순간의 그는 그저, 그렇게 말해서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것이 어떤 사태를 불러올 지, 전혀 모른 채.
달칵.
'손님 접대'를 마친 엘이 카지노의 집무실로 돌아오자, 그 새를 못 참고 이리저리 뛰노는 작은 루를 발견했다. 저럴 줄 알고, 집무실은 항상 작은 루의 장난감이 여럿 있었다. 개중에는 모빌을 낮게 달고, 거기에 털뭉치 키링을 걸아, 작은 루가 얼마든지 건드리며 놀 수 있는 것도 있다. 지금도 신나게 모빌과 키링을 두드리던 작은 루가, 엘을 보자마자 달려와 발치를 요리조리 맴돌았다. 그 몸짓의 의미를 알고, 엘은 후후, 웃었다.
"저런, 작은 루, 좀 전에 간식 주었는데, 그걸론 부족했나요?"
묻자마자 얼른 대답하는 작은 루. 엘은 요 잔망스러운 털뭉치를 보며, 다시금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서, 서랍에서 자그마한 사탕 캔을 꺼냈다.
"딱 하나만 더, 줄 거니까요. 알겠죠?"
주기 전, 작은 루에게 딱 하나만 더, 라는 다짐을 받고 사탕을 꺼낸다. 자리에 앉아 무릎 톡톡, 두드리니 하얀 털뭉치 폴짝, 올라오고, 손바닥에 사탕 올려주자, 조막만한 주둥이가 날름, 가져가 까득까득, 신나게 깨물어댄다.
사탕 하나로 행복한 작은 루의 모습을 바라보던 엘은, 잠깐, 책상 위의 서류에도 시선을 주었다. 정갈하게 작성된 계약서 속, '대리 참가' 라는 단어를 응시하다가, 다시 작은 루를 바라보았다. 함박 웃음 머금으면서.
건물 한편, 작은 대합실이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이른 아침 갑자기 불려 온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로 쑥덕거린다. 무엇 때문에 부른 거래? 너는 짐작 가는 게 있어? 아니, 나도 모르겠는데...
“조용히 하세요, 여래님이 오셨어요!”
한 아이가 소리친다. 대합실에 순식간에 침묵이 찾아든다. 복도 멀리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검고 긴 머리카락과 흰 옷자락을 휘날리며, 그 뒤 어떤 사내 하나를 데리고. 성큼성큼 걸어온 여인은 방문 앞에서 멈추어 선다. 모인 이 하나하나와 눈 맞추듯, 시선이 천천히 좌중을 훑는다. 모두가 모인 것을 확인한 여인은 부드럽게 웃음 짓는다.
“다들 바쁜 와중에 모여주어 고마워요. 여러분의 일을 방해한 것은 아니면 좋겠네요.”
목소리는 조용하며 한없이 부드럽다. 그러나 그에는 모두가 귀 기울이게 하는 호소력이 깃들어있다. 고요한 가운데 여인의 말만이 공간을 채운다.
“이리 모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라 새 인력을 소개하기 위해서랍니다. 자, 인사하세요. 이쪽은...”
“제 발로 찾아와주어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군요. 마침 실험해보고 싶던 것이 생긴 참이었거든요...”
목소리가 제법 유쾌하다. 아니, 목소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인은 실로 유쾌했다. 고맙다는 말 역시 진심이었다. 심심하던 차에 모습을 드러내 준 이에게 고맙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궁금하던 것이 생기던 차에 저를 쓰라며 와 준 실험체가 달갑지 않을 리 있는가?
세뇌의 기본은 정보의 차단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인의 능력으로 하기에 꼭 알맞은 일이다. 감각은 정보 습득의 원천이고 여인은 타인의 감각을 주무를 줄 아는 종자이므로.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만약 인간을 오감을 강제로 박탈한 채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망가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자가 있을까? 만약 그 상태로 한 가지 자극만을 주입한다면?
여인은 흥얼거리듯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인간은 감각을 빼앗기면 미친다지요. 네가 얼마나 튼튼한 정신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부디 오래 발버둥쳐주세요. 곧바로 무너지면 재미 없으니까...
불현듯 여인은 말을 하다 말고 멈춘다. 뒤편에 가만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본다. 무엇인가를 막 깨달은 모양으로.
“...아, 생각해 보니 아직 이름이 없군요, 그렇지요?”
여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짙어진다. 휘어진 눈이 무척 천진하며 장난스럽다. 여인은 몹시도 가벼운 어조로 말을 잇는다.
“그렇다면, 내가 이름을 주어도 괜찮겠지요?”
질문 형태를 띤 말이나 어투는 명령에 가깝다. 반박을 허하지 않겠다는 태도므로. 사내는 말 없이 고개를 숙인다. 그저 결정을 받들겠다는 듯한 태도다.
“후후, 착하기도 하지. 그래요, 가만 보자...”
생각 속에 잠시 침묵하던 여인은 곧 입을 연다. 사내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동작이 퍽 상냥하다. 누구나 애완동물을 다룰 때는 그러기 마련이다.
“궁비라(宮毘羅), 당신이 이제부터 궁비라라고 불릴 거랍니다. 이해하셨지요?”
사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 여인은 느른히 웃는다. 다시 시선을 좌중으로 돌린다. 시선을 집중시키려는 듯 가볍게 박수 한 번을 친다. 경쾌한 소리에 사람들은 다시금 이목을 집중한다.
“좋아요, 그는 이곳에서 경비견으로 일을 할 거랍니다. 하지만 손이 부족하다면 힘쓰는 것처럼 잡다한 일을 맡겨도 좋아요.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내게 와서 보고하세요, 따끔히 타이를 테니까요...”
여인은 눈을 휘어 웃는다.
“여래님, 요즈음 자주 웃으시네요?”
“어머, 그런가요? 흐음, 아마...재밌는 것을 하나 얻어서 그런가 보네요. 사나운 들개 한 마리를 들였는데 먹이를 좀 줬더니,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귀엽지 뭐예요.”
“개요? 여래님이 그런 짐승에도 관심을 가지는 줄은 몰랐네요.”
“오, -가 옳게 본 게 맞답니다. 평소에는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두지 않거든요...”
이번이 예외라면 예외지요.
누구도 찾지 않는 짐승 한 마리가 사라진 지 몇주일 후, 약사여래의 의원에는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얌전히 짐을 나르는 사내를 보며 여인은
“후후, 양순한 것이 참으로 귀엽지 않나요?”
“네? 아, 뭐... 온순하긴 온순하죠.”
마침 옆에 있던 이는 떨떠름히 답한다. 순하긴 하지만 사내의 모습이 통상적인 ‘귀엽다’라는 말의 뜻과는 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여인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작게 중얼거린다.
ㅎㅎ... 원래 이런 건 본인 입으로 말하면 가오 떨어진다지만, 조금 더 풀어보자면 밍메이 뿐만 아니라 밍메이의 의원도 약사여래로 불리고 궁비라는 그 모두를 경비하는 역을 맡게 되었으니까...잘 어울리는 이름을 받았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약차대장이 약사여래한테 감명받아 귀의한 것까지 더해지면...
>>695 일반 팝콘과 카라멜 팝콘과 치즈팝콘 중 무엇을 고르시겠어요~?(빨간휴지 파란휴지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