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준혁군은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아주아주 오래전에 자신들의 지식이 사장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곳을 만들어두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으니까요.]
" 지식과 기술이 이어지길 바래서 여길 만들었다고? "
[네, 연단된 지식과 기술을 방문객들이 확인하고, 습득하고, 다듬어주길 바랬습니다. 누군가가 이어주지 않는 지식은 퇴색되어 먼지처럼 흩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에 준혁군이 깡통이라고 부르는 우리들은 그 지식을 정리하고, 기술을 다듬으며 언젠가 찾아올 방문객들을 기다리는 것 입니다. ]
방치된 공터, 중앙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 어딘가 고독하게 느껴지는 장소에서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여, 배움을 청하러 오는 이들, 우연찮게 찾아온 이들에게 그것을 전달한다. ...신기한 공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음? "
그렇게 도영과 공터를 돌아다니던 중, 깡통 스승이 아닌 인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쓰고 있는 투구는 이질적이었지만, 누군지는 알고 있다.
토고 쇼코, 대곡령에 적을 두었다고..말할 수 있는, 특별반의 경영담당 재무관이다 영월 이후 대곡령이 북해길드에 지원을 하게 된 것도, 저 자의 덕이 컸다고 볼 수 있다.
" 이렇게 대면하는건 처음이지만 말이야. ... 반가워, 한가해보여서 그냥 말 걸어봤어 "
토고는 이곳에서 배우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배우기 싫었다. 전투 훈련이나 기술의 수련, 지식의 배움 등등.. 여러가지 활동은 하고 싶지만... 이 존재에게 배우긴 싫었다. 하지만 묘하게 손해보는 이 기분을 참을 수 없어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학생과 선생이 아닌, 그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일종의... 소통 같은 느낌으로. 어찌 보면 답답하다!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토고의 깡따구. 아무튼, 토고는 그런 느낌으로 구시대의 영화를 보며 그 시대의 영화는 어떤 느낌인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다 먹다 남은 팝콘을 든 채 공터로 나와 눈에 쌓인 피로를 풀고 있었다.
"엥? 니 누꼬."
그러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를 바라보았다. ...누구였지.
순간 기억이 안 나 입 밖으로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으나 곧이어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내뱉고 "금마가" 하고 정체를 깨달았다는 듯한 말을 내뱉는다.
"오야, 니도 한가로운가보제? 이런 곳에서 할 일 없이 댕기는 아는 거의 대부분 한가하지 않겄나?"
엘 데모르는 또 뭐꼬, 집안 비전이가? 의념보에 엘 데모르라는 기술에 로프 커넥션은 뭐... 이젠 슬슬 잊혀져 가는 기술이라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나열해놓고 보니 잘 모르는 엘 데모르 빼곤다 있으면 좋고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하기 좋은 기술이라 이해는 할 수 있긴 하다.
"어렵게 배운거면 적어도 여차 할 때 1인분은 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키는게 좋지 않겟나? 내 볼때 니는 가진 패가 많아가 뭐 부터 내야 할지 모르는 거 같은디.. 일단.. 범용성 높은 것부터 내라."
게임에 비유했는데 토고가 한 말은 간단하다. 그 어느 순간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수련하라는 뜻.
은근 가시가 담긴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토고는 영월 사태를 겪지도 않았는데 영월의 뒷수습을 담당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특별반에 계약을 맺었고, 기가 막힌 시간을 경험했으니. 그래도 옛날 일이니까 토고는 손을 휘적이며 "됐다, 신경쓰지 마라." 라며 그의 부담을 일단 덜어준다. 이건 나중에 또 써먹어야지 히힛
"깡통?"
인간은 아니지만 깡통이라 부르는 것에 토고는 의문을 표했다가 뭐, 여기에 다른 종족은 없어서 망정이지 라는 듯한 느낌으로 "하." 하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밖에 나가서 그런 말 하믄 큰일난데이. 알제? 북해 길드 도련님, 게이트의 지성체에게 깡통이라 막말. 종족차별주의자인가? 이런 느낌으로 뉴스로 쫘악 나와뿐다."
그를 놀리듯이 과장된 손짓으로 뉴스 배너마냥 엄지와 검지를 늘리며 쫘악-- 입으로 효과음도 쫘악--
토고는 머리를 굴린다. 망념이 빠르게 올라서 펑펑 쓰기는 힘들다지만 생각해보아라. 물속에서 싸운다고 할 때, 의념보가 있으면 물의 저항을 무시하며 움직이거나 공격할 수 있겠지만 마도는 그 성질을 다르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념보가 없는 팀원이 있다면? 그는 누가 케어해주나? 그리고 하늘이란 공간에서 싸운다면? 찰나의 순간만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구름을 밟고 싸워야 한다면?
토고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엘 데모르부터 수련하는 게 낫지 않겠나?" "생각해봐리? 니 물 속에서 마도는 우째 쓸건데? 거꾸로 생각해서 물이라는 공간에서만 살 수 있는 아 한티 고걸로 물을 빼앗으면 금마는 어찌 할건데?"
토고는 깨달았다. 엘 데모르라는 비전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금까지는 '우리'가 상대에게 맞춰줘야 했던 것을 엘 데모르는 '상대'가 우리에게 맞출 수 있게 만드는 어마무시한 기술이다.
"니 진짜 부러운 거 아나? 니는 남들보다 세금 열두배 더 내야 한데이. 아나?" . 너무 놀란 토고는 강산이 자신에게 한 질문도 잊어버렸다.
여기에 특별한 이유를 덧붙이자면 애초에 사는 세상 자체가 다른데 기본적인 방법은 배울 수는 있어도 시시각각 변동하는 물가를 계산하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곳에서 원하는 것을 낚고 돈의 흐름을 지배하는 기술을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에게서 배울 순 없지 않은가.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여기선 말고 딴데서 배울거임. 이란뜻이고 더 더 더더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토고는 상인이 아니야.
"근디, 다르게 생각해보니까 굳이 배울 필요가 있나? 걍 소통하믄서 아~ 그른 것도 이나? 하고 이야기나 나누는면 고것도 괜찮지 않나 싶어가 방금 간단하게 덱 하나 굴리는 거 배우고 왔다."
아이템 '관찰자 호드 콜레오'의 '훔쳐보기' 효과 사용 (망념 +30) 기술 '버지니아 핫 칠리 버스터' 사용하여 뛰어들기 후 화염 공격 (망념 +25) 아이템 '분쇄자 고르돈'의 '분쇄자의 숨결' 효과 사용 (망념 +40) npc 아트람의 공격에 의해 상태이상 '골절(B)' 발생 건강 강화하여 상태이상 완화 (망 +30) 잔여망념 100 사용하여 망념 -100 '분쇄자 고르돈'의 '폭발하는 격류' 효과 사용 (도기코인 -15)
아빠, 나 용돈~ 하고 말하면 크흠.. 하면서 줄거야. 뭘 걱정해. 아무튼 토고는 내심 기대했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아니, 이건 허탈함보다는.. 웃음. 그래, 토고는 그의 대답을 듣고 "풉" 하며 웃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터져나온 웃음에 이내 모르것다 하곤 "푸하하하." 하며 웃는다.
실컷 웃은 토고는 가볍게 한숨을 흘리며 "아, 미안타 미안타, 사과의 의미로 아까 그거 입금? 안 해도 된다." 이리 말하며 그의 어깨를 팡팡 내친다. 그래봐야 힘도 거의 안 들어간 솜방망이라 아프지도 않겠지만 기분은 많이 나쁠 것 같았다.
"니 방금 한 말, 되게 모순적인 거 아나?" "그래, 여서 인공지능한티 뭐 배우고, 훈련 받고, 공부 받는 아들? 금마들 인공지능한티 되게 감사하고 이 기억을 추억이라 생각하는 줄 아나?" "내 많이는 못 만나봤지마는, 대다수 자기 기술 생각하고 있을껄? 니처럼 인연 생각하면서 억지로 피하려고 하는 아는 몇 안 될기다."
물론 인공지능에게 고마움과 인연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토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대다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여기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중요) 그리고 토고는 뒤에 덧붙이듯이 말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연다.
"니가 정 안 붙이려고 깡통이라 말하는 것도 사실은 저 존재들한티 정을 느끼니까 그러는 거 아이가?"
이건... 이건.. 그래. 마치 비유하자면.. 노인네 입맛이라고 홍삼캔디, 누룽지맛 캔디 안 먹겠다 버티지만 막상 먹고 나면 은근 맛있어서 또 먹고 싶은데 또 달라고 하기엔 가오 상아는 그런 어린 아이의 투정 같았다. 토고가 생각하기엔. (매우 중요)
확실히 연민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들이 배우고 연마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이 두려워 기계들에게 부탁하고 떠나버린 현자들의 고독함을 연민한다 이곳에 남겨져 무미건조한 가르침을 반복하는 기계들을 연민하고 있다.
폐허가 된 세상에 남겨진체 LED를 반짝이며 자신의 기술이 녹슬지 않도록 연마한다 그리고 다른 세상에서라도 이 기술이 빛을 보기를 고대하며 전수한다 제자 라고 부르기 민망한 관계를 쌓은 방문객과의 인연을 끝내고, 또 다시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다시 갈고 닦는다 이 얼마나 허무한 인연이고 인간관계인가..
" 대답 안해줄거야 "
" .....참고로, 엘리트인 이유는, 코끼리가 영어로 엘리펀트잖아? 그런데 여기서 재미없는 코끼리니까. 엘리'펀'트에서 '펀'을 빼서 엘리트야 . 그럼 세글자가 되는거지 "
..... 어째선지 도영이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뭐야? 웃고 싶으면 그냥 웃으면 되는거잖아?
강산은 토고의 반응에 아주 잠시 아차...싶은 얼굴을 했다. 저번에 유하 반응을 봐놓고도 또 실수했다. 곧 표정을 가다듬으며 담담히 말하지만.
"해봤지만 제가 아직 마도 공부가 부족한지 등급이 F에서 오를 생각을 안 하더이다. 숙부님은 막 응용해서 축지법처럼 쓰고 그러시니 잠재력이 굉장한 기술이라는 건 저도 알지만...아직은 주변에 발판이나 벽을 만들고 허무는 정도밖에 못 하니까요. 시전하는 동안 다른 마도를 같이 다루지도 못 하고요."
기왕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강산은 솔직하게 웃으며 말하기로 했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많이 내야죠. 여러 의미로 갈 길이 멉니다. 지금은 망념을 떨어트리는 게 우선이지만요."
//9번째. 전에 망념을 100인가 200인가 부었는데 5% 오르더라고요...심지어 강산이 특성이 있는데도 이 정도니까 이건 아직 건드릴 게 아니겠구나 싶어서 일단 놔두고 있는 중입니다. 엘 데모르는 마도 쪽 비전이지만 캡틴에게 여쭤보니 이걸 다른 마도랑 같이 쓰려면 2중 멀티캐스팅으론 안 되고 한번에 4개를 동시 시전하는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하셨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