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우리는 언제까지고 함께일 거야.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91079> 사계의 원로 중 겨울을 담당하는 '리큐르'는 유일하게 비상시가 아니더라도 시즌스 킹덤 내부의 모든 섹터의 조직에게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데, 이는 리큐르가 악의를 품은 것이 아닌 순수하게 같이 놀고 싶다는 이유로 낸 안건이 원로와 이전 섹터 보스의 만장일치 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섹터를 이곳저곳 쏘다니는 것이 리큐르의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되었는데, 활기차고 고분고분한 면모 덕분인지 타 섹터에서도 큰 문제를 삼고 있지 않고 예쁨을 받고 있으나 가끔씩 나타날 때 타고 다니는 한쪽 눈이 푸른 해골 로봇이나, 사람만 보면 본인을 올라프에 대입하며 따뜻한 허그가 좋다며 안아보려 하는 행동과 더불어 마오타이만 보면 업히려 드는 귀여운 수준의 말썽들이 여러 섹터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심심하지는 않아~ 언제나 이걸 피울 수 있으니까~" 낙원으로 갈 수 있어 마오가 히죽 웃으며 장죽을 피웠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면서 입술을 벌리자, 흰 연기가 입 안에서 피어올랐습니다. 꽤나 끼분이 좋았던 듯 키득키득 웃고있어. 프러포즈야? "으응~? 프러포즈인가~?"저 말이 맞아 간택이지 멍청아! "나 멍청이 아니라니까~" 멍청이맞아! 멍청이가 아니라고 허공에 떠들던 마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가르랑거렸다. 그는 히죽 웃고서 유라를 보다가 자신의 머리를 손 쪽에 갖다대려고 했습니다. 머리 쓰다듬으라고? 착하네, 야옹. 재미있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 여기는~ 그러니까 심심하지 않아~ 여름은 덥긴 해도 재미있어~"
겨울은 춥고 가을은 적대감을 드러냈고~ 속으로 생각하던 마오가 히죽 웃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선 자신을 면접 보던 원로들이 떠오르고 있었어. 그렇지이이이!!! 여기에서 양귀비 길러도 된다 했잖아아!!! 아 양귀비! "여기서 좋아하는 거 키워도 아무도 뭐라 안해~" 네 화단도 그래서 붉어
situplay>1596791079>930 <마젠타> 마젠타는 왼쪽으로 향합니다. 이 선택이 고통과 절망을 줄지, 아니면 우연치 않은 만남을 줄지,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자박자박, 덤불과 풀로 장식된 미로를 걸을 뿐이지요.
그리고 당신이 본 것은 장미 덤불이 아름드리 진, 작은 구석입니다. 햇빛이 들어 먼지가 춤추는 것이 보이는, 아름다운 공간. 그리고.. 엣취! 당신이 들었던 소리는 작은 재채기 소리였던 모양입니다.
"누구세요……?"
응?
> [뒤를 돈다.] > [밑을 내려다 본다.] situplay>1596791079>937 <엘/에얼> 여우가 지나가는 길은 주마등처럼 여러 장면이 스쳐갑니다. 시즌스 킹덤에 들어가는 남성, 여러 사람과의 만남, 흙투성이인 코냑과의 살가운 대화와, 무뚝뚝하며 정장 차림이나 사탕을 받을 적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마오타이,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수줍게 볼을 붉히며 꽃을 매만지는 위스키, 그리고……. 실수로 만들어버린 존재. 광기. 초대를 받고 메르헨의 문을 열어버린 자. 목도한 진실. 목 매달아 죽은─
"……안녕, 봄의 여왕아."
여우의 걸음이 멈춥니다. 그리고 익숙하다는 듯 호도도 달려 누군가의 품에 폴짝 안깁니다. 보드라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색의 머리카락과 보라색의 눈동자를 가진 남성이 당신을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갇혀서 많이 불편했을 텐데, 당신을 이렇게밖에 부를 수 없었던 내 무례를 용서해줘요."
> [됐고, 넌 누구야?] > [사탕을 건네준다.] situplay>1596791079>945 <이가라시> 존재는 여유롭습니다.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고, 꼬리는 느긋하게 바닥을 살랑거리며 쓸고 있습니다. 일이 귀찮아질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못해, 돌아가서 마오타이에게 따져야 할...지도요? 형님에게 못 따진다고요? 아뇨... 이참에 따집시다. 그러면 뭐라도 하겠죠.
"당연히도 네 무뎌진 검날 아니더냐. 애초에 이 도시에 섞였노라 단언하지만…… 진실이더냐?"
그것의 머리에서 무언가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무뎌진 검날아, 나의 눈에는 보인다. 네 형제를 죽였던 너의 모습이."
선명한, 사슴의 것에 가까운 뿔.
"나의 눈에는 보인다, 그 이전에는 죽이지 아니하고 지키려 했던 너의 모습이, 비참한 너의 모습이, 창도 아닌, 방패도 아닌, 죄를 짊어져야 하는 너의 모습이."
그런데 네 주인이 대해 들을 자격이 있느냐? 섞이려 노력한들 결국 과거에 얽매인 자가?
"증명하라. 네 진정 비룡회의 검인지."
존재가 손을 펼치자, 비늘이 돋아납니다.
> [안 되겠다, 증명해야 한다! 싸우자!] > [증명은 말로 할 수 없는 거예요? 진짜 싸워...?] situplay>1596791079>989 <유라> 아! 모르겠다! 앞으로 전진! 뭐라도 나오겠지! 원래 앞으로 나갈수록 뭐라도 있는 법이라잖아요? 가령 우리 집앞에 나갔는데 배달된 짜증 나는 녀석의 모가지…… 아니라고요? 네...
앞으로 나설 때마다 사람들은 안개처럼 휙, 휙,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차 이지러집니다. 평범하던 일상이 박살나듯, 사라지는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울부짖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렇게 당신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갈림길 때문이겠죠.
"꿈, 환상, 즐거운. 나의? ─는, 어디에."
>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 곳] > [조용하고 입구가 얼어붙은 곳] situplay>1596791079>992 <밍메이> 평범하다면 평범한 날입니다. 신의神醫, 약사여래를 찾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고, 대다수 고통을 잊기 위해 비는 사람이렵니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고통을 잊는 방법이 사뭇 다를 뿐입니다.
"안녕. 진료를 받고 싶어서 왔어."
새까만 눈동자, 질질 끌리는 하얀 머리카락, 비니를 쓰고 품이 커다란 옷으로 발등까지 덮어 가린 조그마한 겨울 섹터의 원로. 리큐르가 당신의 병원에 방문했지만 사람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리큐르는 어느 섹터에서나 신출귀몰하게 나타나곤 했으니까요.
"혹시 약사여래는 아픈 걸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도 할 수 있어?"
티켓이라면 얼마든지 있어.
> [어떤 치료인지 들어는 볼까?] > [음, 곤란한데...] situplay>1596791079>993 <마오> 검은 제각기 매력이 있지만, 이리도 온순한 아이는 또 간만이지요. 마오타이는 이런 아이를 잘 다루는 법을 알기에 사근사근 당신에게 명령이 아닌 권유를 흘렸고, 당신은 덥석 낚아챘습니다. 마오타이는 당신에게 나지막이, 그리고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주의사항을 흘렸습니다.
"꽃을 괴롭힌 존재는 겨울로 도망쳤단다. 무엇하면 혼을 내어도 좋지만……."
만일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쳐야 한단다. 마오타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나요? 글쎄요, 약기운이겠죠.
겨울은 춥습니다. 따뜻하게 입어도 눈보라가 매섭게 휘몰아친 후라 몸이 덜덜 떨릴 정도입니다. 따뜻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고, 입에서 흐르는 연기는 아편 연기인지 입김인지 분간도 가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더 훌쩍거릴 자신은 있지요.
평시와 같은 하루다. 매미가 소란을 피워대는 것이 유별난 사건이 찾아오리라곤 생각하기 힘든 날. 그러니 당신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법도 한데… 여인은 다만 손으로 입가를 살며시 가리며 “어머나,”하고 감탄을 터뜨릴 따름이다. 이후 그는 경의를 표하듯 가벼이 목례를 건넨다.
“작일 손이 방문하리라 속삭이더니… 당신을 이르던 것이었나 봅니다, 리큐르 님.”
속삭인다라. 필시 그가 소지하고 있는 화투패의 이야기일 테다. 당신을 대하는 여인의 어투와 태도는 몹시도 정중하다.
“여래라 불리기는 미천한 존재인지라 확언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제 재주로 가능한 일이라면 성심을 다하여 보겠습니다. 소인으로부터 무엇을 원하시는지요?”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오늘도, 난, 너의 시간과 함께 살아가.
"어딜 그리 가시나요, 귀여운 여우님."
하얀 여우의 뒤를 총총히 따라가며, 푸른 눈동자는 주변을 시야에 담는다. 누구의 기억인지, 누구의 추억인지, 모를 장면들을 하나하나, 그저 흐르는 물을 보듯, 지나치며 지나간다. 그 장면의 끝에 잠시 시선을 빼앗기지만, 이내 들려온 목소리가 엘의 고개를 되돌려온다. 여우가 폴짝 뛰어올라 안기는 상대를, 바라본다.
본 적 없어. 모르는 사람?
"괜찮답니다. 방법이 이것 뿐이었다면, 어쩔 수 없으셨겠지요."
엘은 그의 말에 괘념치 않는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럽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았으니, 엘이 그를 용서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엘은 다만, 자신을 찾은 이를 응대할 뿐이다. 한 발을 뒤로 무르고, 한 손을 가슴께로 얹고, 상체를 숙여 의미 없을 인사를 올린다.
나는, 나는 엘. 엘이야.
"아시는 듯이, 현재 '봄'의 주인을 도맡은, '엘'이라고 하옵니다. 귀하의 부름을 받들어, 이 자리에 당도하였으니."
간략한 인사를 마치고, 자세를 올바르게 고친 엘은, 웃는 얼굴로 마저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귀하의 존함을 들을 수 있을지요? 그리고, 저를 예까지 부르신 연유 또한, 답해주시지 않으시려나요?"
혹여나 이 미로가 움직이는 미로라, 회전목마에 탄 듯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게 되는 건 아닐지. 그런 생각에 마젠타는 부디 이 선택이 제게 잔혹하기 않기를 바라며 미로를 걷는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탐스러운 장미들 피어난 미로의 한구석이었을까. 자리에 목소리의 주인은 없고 백색의 햇살과 부유하는 먼지뿐이라. 어디로 간 것인지 살피다, 재채기 소리를 듣는다. 그에 마젠타는 깜짝 놀란 얼굴로 재빠르게 뒤를 돌아본다.
따스한 햇빛이 내려쬐는 대마밭, 삼베 옷을 입고 밀짚모자를 쓴 채로 선생과 조직원들이 대마를 관리하고 있었다. 이곳의 최상급 품질의 대마는 약쟁이들과 환자들의 구원자이자 아이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보물이었다. 잡초를 뽑고 잎을 관찰하며 병이 없는 지 확인하고 물을 준다.
표면적으로 김선생은 해피가든과 무관하며 가끔씩 일당을 받고 이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이곳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김선생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김선생은 아이들의 아버지인 자신이 이런 일과 연관되어있으면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 같아 항상 자신이 해피랜드의 소유주라는 것을 부정했다. 자신은 그저 학교의 자금 조달과 개인 생활비를 위해 이곳에서 일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오늘도 어느때처럼 평화로운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꼬르륵-
그의 뱃속에서 울리는 고동소리가 이제 밥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때마침 선생의 눈에는 저 멀리서 자신을 부르며 다급히 달려오는 학교의 선생님이 보였다. 김선생은 드디어 새참이 온 건가 싶어 손을 흔들며 그녀를 반겼다.
그러나 그녀가 가까이 올수록, 김선생이 그녀의 얼굴을 볼 수록, 해맑던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머리는 산발이고, 신발 하나는 어디서 떨어뜨린 건지 벗겨져있었다. 표정을 보니 무엇인가 생긴 모양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결혼하여 몇년동안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그녀였다. 자신의 남편이 아이들을 찔러 죽이려할 때 몸을 던져 칼을 받아내고 오히려 남편을 난도질 할 정도로 담력이 강한 그녀였기에, 이런 꼴을 하고 자신에게 달려왔다는 건 필히 무엇인가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김선생은 여선생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아 하는 탄식을 내뱉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주위에 있던 조직원들에게 명령했다.
"해피 가든의 전 병력을 들어라! 지금 이 시간부로 어텀 카니발로 신속히 진격한다. 목숨을 걸고 학교와 아이들을 지켜라!!"
>>8 <밍메이> 고작 며칠 살고 명 달리할 매미지만 영원한 여름에서 그 몸 깨었단 이유로 영원할 것처럼 울어대고, 작열하는 태양은 비 내리는 날과는 또 다른 눅눅한 습기를 선사합니다. 높은 온도에 바깥은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아마 바깥의 그늘에 있어도 사람들은 참지 못하겠지요.
"리큐르라고 불러도 좋아, 거창하게 이름 붙이지 않아도 좋아요."
그런 곳에서 이 원로는 어쩜 이리도 꽁꽁 싸맨 모습 그대로 태연할 수 있는지. 비니만 봐도 땀이 뻘뻘 날 것 같은데 그걸로도 모자란 건지 벙벙한 소매 속으로 손을 꼼질꼼질 넣어버립니다.
"……아픈 친구에게 안식을 주고 싶어서."
나의 벗에겐 가망이 없어서 여기에 데려오지도 못했어. 아찔한 여름병, 그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얘기. 리큐르는 시선을 슬슬 내립니다.
"물론 거절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리큐르는 많은 티켓을 제하곤.. 아무것도 줄 수 없으니, 네가 물욕이 없다면 거절해도 좋아."
> [거절한다.] > [수락한다.] > [기타 자율 행동 묘사] >>10 <이가라시> 형용하기 힘든 것이 깃들었을 때, 일절 흥미 갖지 않던 존재가 꼬리 끝을 가볍게 세웁니다. 선명한 감정을 드러낼 줄도 아는 사람인가? 싶은 작은 흥미. 이 흥미가 동한 뒤로는 어찌 될 것인지는 자명하지요.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혼잣말도, 선을 넘었다 선언하는 것도. 둘 다 이 도시에서 가장 흔한 일이었으니 이런 반응인 것인지……. 글쎄요, 다른 의미일지도 모르지요. 사슬이 절그럭거리고, 이내 굉음이 울려 퍼집니다.
"그래, 내 선을 넘었지."
저거, 지금. 만족한 듯 웃었나? 이가라시, 마오타이의 검아! 네 성정 올곧은 듯하니 이리하면 내 끝장을 보아야겠구나!
"그 아이가 어찌 키웠는지 봐야겠구나. 비룡회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자고!"
<전투 발생!> 전투의 룰은 누적 다이스로, 주어진 3턴간 공격 묘사와 함께 제시된 다이스를 굴려 주어진 값을 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가라시의 다이스 범위는 80부터 140까지이며, 목표 범위는 평균값에서 +55인 385입니다. 나는 안 될 거라고요……? 마오타이 다이스가 왜 나왔을까요? 다갓이 내려준 난이도를 탓하십시오……. >>11 <유라> 능력일까요? 아니면 당신이 틈에 갇혀버린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 도시는 원래 그런 걸요. 어디로 가도 당신에게 유쾌하지 않을 결과를 가져올 테니.
얼어붙은 입구로 향했을 때, 몇 걸음 걷기가 무섭게 한기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발밑은 미끄럽고, 주변에는 얼음을 조각한 듯한 동상이 여럿 보입니다. 뾰족하게 올라온 가시, 손을 뻗은 사람의 형상을 취한 동상, 서로를 끌어안은 모습의 동상, 그리고 그중 하나는.
"살, 려-"
얼어가고 있었습니다. 발버둥 치듯 몸을 허우적대다, 마지막 숨을 뱉기가 무섭게 쩌적, 소리를 내며 얼어버립니다.
"지루해라, 지루해."
누군가 웃습니다. 단발로 잘린 새하얀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청록빛이 맴돌고, 눈은 파랗습니다. 따뜻한 모피 숄을 걸친 여인. 여인은 손을 두어 번 내저었고, 얼어버렸던 사람은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져버립니다.
"이 공간에 갇힐 만큼의 죄를 지은 적은 없는데……. 뭐야, 살아있는 애가 또 있네?"
여인이 활짝 웃습니다.
"안녕, 예쁜이."
> [안녕!] > [방금 뭐 한 거야……?] >>12 <엘/에얼> 여우는 어디로 갈까요, 시간을 함께 살아가며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어디로 가고 어디로 사라질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여우는 폴짝 안겼고, 상대는 당신에게 사과했으니.
"코냑은 이런 사람을 새 주인으로 모시는군요, 분명 그도 기쁠 거예요."
괘념치 않는 모습과 더불어 당신이 인사를 하자, 청년이 유순하게 미소 짓습니다. 어딘가 세상에 통달한 듯, 부드러운 미소이나 어딘가 침잠한 것도 같습니다.
"소개가 늦었어요, 미안해요."
다시금 사과를 올리곤, 여우를 품에서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마찬가지로 정중히 인사합니다.
"나는 65년 전 이 도시로 흘러 들어온 떠돌이이자, 죄인이에요. 사람들은 나를 한때, '보드카'라고 불렀답니다."
보드카. 아! 세상에, 보드카! 어떻게 이 이름을 모를 수 있을까요! 윈터 어드벤처를 이끌던, 첫 번째 원로의 이름이지요.
"이렇게 타 섹터의 수장을 이끌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리고 이 도시에서 가장 을씨년스럽고, 비극스러운 최후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고요.
"여기는 메르헨의 일부거든요. 어쩌다 당신이 여기에 빠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미지의 존재가 당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아서, 어떻게든 빼돌리려 했던 건데... 혼란스럽게만 해버렸네요."
여기가 메르헨의 일부라고요?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을 테지만요."
> [당신은 왜 여기에 있죠?] > [나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 > [기타 자유질문 및 행동] >>16 <마젠타> 에취! 작은 재채기 소리가 들리고, 당신은 뒤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기가 무섭게 보인 것은. 당신을 쳐다보며 가늘고 길게 웃는 존재였습니다. 사람의 형상인데 검은 그림자 같기도 하고, 인간의 치열을 가졌는데 그 모습이 조잡하게 무언가를 흉내 낸 것 같기도 하며, 금방이라도 당신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할 것 같은─
"계속 보면 안 돼요."
누군가 당신의 팔을 잡아채 겨우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시선을 내려다보니, 목소리의 주인은 생각보다 작았던 모양입니다.
"안녕, 미로에 온 손님인가요?"
연두색 머리와 금빛 눈동자를 가진 조그마한 아이가 사랑스레 웃습니다.
> [응, 여기에서 나가고 싶어.] > [넌 누구야? 저건 뭐고?] >>21 <김선생> 당신은 최근 의료 조약을 체결한 이후 평판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봄과 가을 섹터는 대다수 약물의 의료적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처음엔 섹터의 사람들이 또 이상한 일을 하거니 의심했지만, 당신이 제공한 대마 덕분에 의료적인 연구에 차도가 있자 점차 당신을 받아들이는 시선이 달라지던 찰나였지요.
이렇게 운수가 좋으면 재수도 없다더니, 보통 일도 아니고 학교의 습격입니다. 담력이 좋고 맞서 싸울 수 있기로 소문난 선생마저 이곳에 달려와 알릴 정도라면 더욱 큰일이겠지요.
전 병력이 어텀 카니발로 진격합니다!
"안에 마리아가 있어요, 마리아!!" "미겔이 크게 다쳤어요! 아무나 도와주세요!" "지혈할 걸 가져와!!"
도착한 학교는 아수라장입니다. 밖으로 피신한 아이들 중에는 중상을 입은 건지 어텀 카니발 내부의 일부 조직원까지 뛰어와 돕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중엔 당신을 못미덥게 생각했지만 총기를 늘어놓고 집어가라는 듯 눈짓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죠. 감히 구스타보의 성역에서, '아이'를 건드리는 간 큰 조직이 있다뇨. 다른 조직이 나서지 않는 이유는.
"……아직 안에 아이들이 있소. 당신이 판단할 일이오."
모두 공분을 살 일이나, 현재, 오로지 당신에게만 날뛸 명분이 주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 [단신으로 들어간다.] > [해피 랜드의 전 조직원을 대동해 들어간다.] >>22 <일리야> 당신은 웃습니다. 웃어버립니다. 웃음을 뱉으며 감정을 드러냅니다. 배가 당길 때까지 웃고, 마침내 웃음을 그쳤을 때 까마귀는.
"내 기다리는 건 제법 잘 하오. 비밀은 사람을 매력적이게 만들지. 모르는 척 열심히 하여야지 어쩌겠나?"
눈을 휘어 웃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하죠, 고작 동물인데도 이런 모습인 것 같으니. 까마귀는 날개를 들어 올렸고, 까악- 하고 짧게 울었습니다.
"그럼, 비밀을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먼저 마시면서 말하도록 하지."
최소 50년일세. 까마귀가 말하기가 무섭게 질 좋은 위스키와 카빙 된 얼음이 든 온더락 잔이 허공에 떠오릅니다.
"자네와 내가 가진 시간의 차이 말이요, 50년이란 뜻이야. 대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난 이 도시로 이주했던 까마귀거든. 그때는 참 평화로웠는데! 이 지긋지긋한 광경처럼 말이야."
> [더 듣고 싶은데.] > [현재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줄까?] >>26 <베로니카> 돋아나는 가시와 광륜, 서커스장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웅장하고 우스꽝스러운 교향곡이 울려퍼집니다. 지금부터 쇼를 시작하겠습니다! 짜증 날 정도로 익살스러운 목소리를 뒤로, 존재는 맑게 웃었습니다.
"다른 수가 없어도 좋아, 우리와 함께 여기에서 사랑을 배워갈 수 있어!"
교전이 벌어질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먼저 공격하겠지요! 스멀거리며 뻗치는 덩굴이 땅을 뚫고 깊숙하게 박혔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땅에 닿는 순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전투 발생!> 전투의 룰은 누적 다이스로, 주어진 3턴간 공격 묘사와 함께 제시된 다이스를 굴려 주어진 값을 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베로니카의 다이스 범위는 90부터 150까지이며, 목표 범위는 평균값에서 +30인 390입니다. 나는 안 될 거라고요……? 다갓에게 빌어보십시오…….
얘 얘, 너 '봄'에 가본 적 있니? 없어? 그럼 '봄'의 대표를 본 적은? 없다구? 아니, 네가 킹덤에 들어온지 벌써 -년인데, 아직도 본 적 없다는게 말이 돼? 찾을 필요도 없어. 거기 카지노에 들어가기만 해도 볼 텐데! 나? 난 물론 본 적 있지. 같이 얘기도 해봤어! 어떤 사람이었냐면, 음, 음- ...어라? 그러니까, 진한 파란색... 머리였나 눈이었나, 그리고... 어어, 이상하다. 왜 기억이 안 나지? 어? 아냐! 분명히 만났어! 만났는데, 만났을 텐데, 이상하네... ...... 에이, 아무렴 어때! 술이나 마시러 가자!
"으응...~ 여긴 진짜 춥네에~" 자꾸 웅크리지 마! 마오가 추웠는지 몸을 살짝 움츠렸다. 물론, 그는 자신이 걸친 거의 헐렁한 옷의 앞섶을 제대로 여밀 생각은 없었습니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던 그는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멈췄어. 들었어? 들었어? 들! 었? 어!? 고양이 소리야! 고양이를 따라갈 거야? 야옹? 나는 마오의 옆얼굴을 쓰다듬었어. 으응, 잘 멈췄어. 마오. 골골골골. 소리다 "이상하네에~ 여기에도 고양이가 있나~?"널 정말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나는 고양이야아~"크툴루맙소사! 바보니까 진짜 고양이라고 믿나 봐 "어떡할까...~"따라가자! 경계하자!죽여! 살려! 죽어! 살아! 고개를 갸웃갸웃 기울이던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처럼 미간을 확 찌푸렸다. 아!! 진짜 더럽게 시끄럽네!!!! 소리쳤는데도 조용해지지 않아서 짜증나, 옆머리를 손으로 툭툭 두드리던 그는, 장죽의 부리를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아편 연기가 깊숙히, 폐를 가득 채우다가 빠져나갔어. 아~ 이제야 좀~ 진정 된다~ 다~ 폈~ 다~ 히죽히죽 웃던 그가 잠깐 제자리에 멈췄어. 경계할거거든! 잘했어, 마오. 야옹.
아무런 대책도 없이 돌아서 마주하면 찾아오는 감정들. 무서움. 혐오. 두려움. 그것은 어둑한 그림자가 길게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는데, 어느 정도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 인간의 치열을 가지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을까. 무엇일까. 마스코트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이, 사람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의 얼굴이 있을 자리를 똑바로 바라봄에 그만 공포로 온몸이 하얗게 굳어버린다. 자극할까 비명을 참기 위해 혀를 깨무나, 목 뒤쪽이 조이듯 굳어오니 삐걱거리는 고개는 돌리지 못하고. 그것이 나를 부르는 손짓을 하는 것 같아, 다가가야 할 것만 같은데. 그때 누군가 제 팔을 당겨 시선을 돌리게 하면,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를 마주하고 떨리는 눈으로 마젠타는 상대를 바라본다. 울음을 삼키며 마젠타는 간신히 말을 잇는다.
"부정 : 불필요한 정보의 학습을 거절합니다. 바보랑 노는 것은 저의 완전함을 더럽힐 뿐이니까요."
인공 천사가 자칭 천사를 향해 팔을 뻗었다 베로니카로부터 주위에 산뜻한 빛을 내는 빛구슬들이 여럿 나풀거리며 떠올라 허공에 배치됐다 머리 위의 광륜은 물결치며 에너지 코어의 활성화를 알린다 여기에 상대의 반응이 섞여, 어느새인가 공기중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었지만 그런 것들과는 다르게 천사의 얼굴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랄게 그다지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방어행동
"패시브 디펜스 시스템 기동. 본 의체를 위협으로부터 방어합니다."
그리고 최고의 방어는 위협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라고 말이라도 하려는 건지 천사의 마지막 한 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상대는 물론이고 덩쿨, 나아가서는 이 회장까지 모조리 쓸어버릴 기세로 빛구슬들로부터 일제히 무차별 사격이 퍼부어지기 시작한다
"거 봐~ 멍청이 아니라잖아~" 킥킥킥킥킥 유라의 동조에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는 상체를 크게 기울이더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유라에게 작게 야옹, 하고 울었습니다. 아니, 너 일단은 사람이니까! 아니라고? 흐음. 마오가 계속 유라의 손이나 어깨 같은 부분에 헤드 번팅을 시도했고 난 마오를 쓰다듬었어. 안정되는구나? 야옹. 매일 더워 "시원한 곳~ 으응~ 있긴 할 걸~?"너는 관심이 없잖아 "비가 오면 조금 시원해져~"
문제는 비가 언제 오는 건지 모른다는 거지이이!! 그렇지이!!!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고갯짓이 멈췄을 때, 잠깐 멈춘 너는 히죽 웃었어. 히죽히죽 웃던 그는 조용히,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러면 날 거기로 대려갈 거야~?" 어? 진짜로 따라가? 히죽히죽 웃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기 어려운 말을 내뱉던 그는 다시 상체를 모로 비뚝 기울였다.
"나는~ 붉은 꽃이 있고~ 붉은 꽃을 피울 수만 있으면 돼~" 비룡회에게서 멀어질거야? 비단을 슬쩍 걷은 그가 붉은 눈으로 당신의 방향을 응시했다. 흐리멍텅한 눈이 당신을 제대로 응시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는 언제나 웃고 여기에 있을 뿐이니까~
자캐를_안으면_어떤_향이_나는가 본 기체는 주로 인간 수준의 인격체를 상대할 필요가 있음을 고려하여 '자연을 모방했으나 농도가 과하지 않아 편안함을 주는 향'이 기본 설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권한이 할당된 사용자의 경우 해당 사용자의 취향에 따른 기체의 체취 여부 설정부터 정신적 안정을 위한 디퓨저 기능까지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를 전부 이해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 이렇게 이야기를 길게 하다보면 싫어도 어느정도는 짐작을 할 수 있다. 디폴트로 보이는 환각과, 대화를 할 정도로 찐하게 보이는 무언가- 일단은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될거 같다. 물론 섵불리 이해한척 할 생각은 없으므로, 그녀는 가볍게 박치기하듯 머리를 들이대는 그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선, 능력이나 종족에 관련해서 진짜로 뭘 보고 있는 사람도 있으므로. 특히 속단하기가 뭐하다..
"그래도 대부분은 덥다는거네-" "넌 괜찮아? 더운거."
고양이는 더위를 타던가?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아니지 눈 앞의 있는건 사람이지. 하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리고는 새로운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선, 그의 질문에 불을 붙이는걸 멈추고 바라봤다.
"원한다면-?"
담백하게, 그녀는 진담같이 이야기했다. 딱히 안 될것도 없으니까. 물론 그가 내켜하지 않는데 굳이 데려간단 이야기는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작게 웃은뒤에 마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키울수야 있을거 같긴한데.."
그녀는 아직 섹터간의 특징을 완벽하게 외우지 못해, 자신을 ㅡ 정확히는 자신이 있는 방향을 ㅡ 응시하는 그에게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고. 대신에 머리를 긁적인뒤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뭐, 연락처를 교환하면 만나고 싶을때 만날수도 있으니까. 꼭 같은 구역일 필요는 없지." "다른 구역이라고 꼭 싸워야 할 필요도 없고."
이가라시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가_웬만해선_안_보여주는_표정 이건 현재 진행형으로 이벤트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지?🤔 후회와 분노와 수치가 뒤섞여서 형용하기 힘든 표정. 음울하고 침울한 낯 위에 덮히는 과거를 털어내지도, 온전히 도시에 섞여들지 못하는 이방인의 표정.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충 그런 표정.
자캐가_약해지는_유형의_사람은 쓰으으으읍. 이거 애매하네. 기본적으로는 아이같은 사람에게 약하고, 더 나아가서는 글쎄?👀
자캐의_분노를_참는방법 말이 준다. 원래 말 많은 편은 아닌데 진짜 눈에 확 띌 정도로 말수가 적어짐.
>>41 <엘/에얼> 과분한 걸까요, 적어도 보드카는 코냑과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에 아는 것이 많았지만, 코냑은. 보드카는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걸 알면서, 여전히 너는 서투르구나.' 라고. 여우는 눈길에 빤히 당신을 바라보다가도,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이리저리 기울입니다. 사탕에 관심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요.
"'꿈에도' 모를 일이지요."
꿈, 무의식. 당신이 읽어보려 해도 어째 보드카는 읽을 수 없습니다. 이미 무의식 그 자체라는 듯. 감사를 표했을 때, 보드카는 조심스럽게 앉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어느덧 배경은 안락한 오두막 안 같은 공간이 됩니다. 따스히 벽난로가 타오르고, 흔들의자가 있고, 서재엔 책이 꽂힌 장소. 당신을 위한 의자도 마련되었습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말이 아니에요. 빈 자리가 채워지면 코냑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진 않을 것 같고."
손아귀의 말, 판 위의 체스말. 보드카는 쓴 표정을 지으며 앉으라는 듯 손을 가볍게 뻗었습니다.
"원로들은 모두, 외면하는 법만 배웠거든요."
이제는 알 수 없어.
"시간은 있으니, 담소는 나눌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나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진 못해요. 내겐 큰 제약이 걸려있거든요."
보드카는 말을 고르듯 잠시 침묵했습니다.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까요, 그래요. 나는 누구나 그렇듯 도망쳐온 존재예요. 정확히는 정부가 크리처를 핑계로 탄압된 이종족 중 하나였고, 생명 공학 연구에 이제 막 발을 담근 연구원이기도 했지요. 입막음을 피하고자 나는 내 국가에서 도망쳤어요."
정부가 사형수를 보내기 이전엔 이렇게 도망쳐온 사람들이 다수였으니.
"영웅과 구스타보는 나를 받아주었어요. 그렇게 나는, 윈터 어드벤처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곳에 몸을 은신하며 살았지요. 나는 운이 좋아 여러 인연을 만날 수 있었어요. 지금의 코냑, 마오타이, 위스키와는 더없이 친한 벗이 되었어요."
적어도, 이 도시가 사형수를 받는 죽음의 도시가 되기 이전까지는 이곳이 작은 낙원이었노라 얘기했습니다. ……언제부터 뒤틀린 걸까요.
"여기에선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어요. 나는 마저 내 연구에 골몰했고, ■■─ 내 연구에……. 아무래도 ■■■ 밀접했던 사람이다 보니까요. 서로 도움을 주었고, 나는-"
조그마한 여우는 그새를 못 참고 당신을 향해 폴짝 뛰어갑니다. 입을 와앙 벌리고 말이죠! 네가 어쩔 건데! 그 작은 입으로 어! 와앙 물 거야? 앙앙냥먐먐먐 물 거야?
"맙소사, 작은 루, 물면 안 돼! 사람은 물면 아파한단다." "지-짜? 인가는- 싱기해! 왜 아파-? 인간- 어려워! 사-탕, 주세요! 루- 그거 조아-해요!"
더 듣겠습니까? 아니면…….
> [사라질 각오는 되어 있다. 듣자.] > [……위험한 일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다. 사탕이나 주자.] >>42 <이가라시> 존재는 음울한 당신의 낯빛과 정 반대입니다. 무엇보다 찬란히, 지금 이 목숨을 나누는 순간이 인생의 가장 행복한 한때아는 듯. 허공을 찢고 가르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존재는 몸이 묶였습니다.
"꽤 좋은 수를 지녔구나."
이대로 당해줄까요, 입만 산 존재였을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을 텐데. 당신은 이상함을 느낍니다. 묶이면 조여드는 감각이 느껴져야 정상인데, 어느 순간부터 조여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에서 팽창하듯 팽팽한 느낌이 들더니, 꾸드득!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그렇지만 아직 무르다. 더 좋은 방법을 써야지!"
와장창-!! 사슬이, 끊겼다고……? 대처하십시오, 존재가 움직이려 하고 있습니다!
남은 턴: 2 목표까지 남은 값: 246 >>43 <김선생> 훌륭한 판단입니다! 당신의 평판은 지금에서야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침착하지 못하고 뛰쳐 들어갔더라면, 사람들은 그 성격을 이해하지만 죽으러 들어가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겠죠.
그렇지만 당신은 침착하게 움직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 조직 내에서 당신을 따르는 사람과 더불어 평판도 더 올라갈 겁니다!
물론 대마로 악명 높은 해피랜드의 수장임이 증명 되었으니,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은 언젠가 필요할 텝니다...
"알겠습니다."
당신은 학교 안으로 들어섭니다. 깨져버린 창문, 아이들이 그렸던 그림은 뭉개졌고, 텅 빈 교실은 총탄의 흔적과 더불어……. 이능력자 용병을 고용한 듯싶습니다.
> [1학년 반으로] > [2층으로] > [신입 교사는 1학년 반으로, 본인은 2층으로 병력을 분산한다.] >>51 <마오> 추워도 패션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겨울 섹터에도 고양이는 있을까요, 아니면 없을까요. 고양이일까요, 고양이를 흉내 내는 것일까요, 고양이었던 것일까요…….
당신은 경계하기로 했고, 어느덧 사람 하나 없는 공간에서 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딸랑, 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야옹."
그리고 나타난 것은…….
사람. 정확히는 비룡회의 자매였으나 며칠 전 코냑과의 분쟁에서 명을 달리했던 존재.
존재는 머리 반이 날아갔지만 고양이의 귀 크게 일부가 자라있고, 다른 신체는 뜯어먹은 듯 너덜너덜합니다. 존재가 히죽 웃습니다.
"야-옹."
……아편을 더 피울 겁니까? 피우면 도와줄지도 몰라. <전투 발생!> 전투의 룰은 누적 다이스로, 주어진 3턴간 공격 묘사와 함께 제시된 다이스를 굴려 주어진 값을 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오의 다이스 범위는 이가라시와 동일한, 80부터 140까지이며, 목표 범위 또한 평균값에서 +55인 385입니다. 나는 안 될 거라고요……? 다갓이 내려준 난이도를 탓하십시오……. >>53 <유라> 훌륭합니다. 사람이 죽든 말든 이 도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게 좋죠. 자칫 나섰다가 똑같이 죽어버리니까요. 가끔 심심할 때면 이 비정상적인 도시의 윤리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여인은 당신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푸른눈이 알기 어려운, 그렇지만 금방이라도 상대를 벨 듯한 예기를 품은 채 휘어집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다수 어딘지 통보를 받던데……. 너, 흘러들어온 애구나."
한 걸음 내디딜 때 서늘한 냉기가 감돕니다.
"이곳은 '틈새'. 성물을 건드리거나, 성지에서 반역을 일으키거나…… 뭐, 그런 극악무도한 죄인들이 오는 곳이라는데. 난 그런 죄는 안 저질렀단 말이야."
그래서 억울하던 찰나였지. 애한테 뭐 좀 먹여보라고 종용한 게 무슨 잘못이람.
"그런데, 가끔 흘러들어오는 자를 이곳에 가두면 나갈 수 있다더라고."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 [지금 이거 싸우자는 거지? 안 되겠네……. 매콤주먹 나가신다!] > [어.. 예쁜 날 보고 진정하면 안돼?] >>58 <마젠타> 그림자가 천천히 손을 듭니다, 아니, 손일까요? 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뼈대, 가죽? 아니면 안개? 혐오스러운 벌레의 다리? 알 수 없는 것을 뒤로 당신을 붙잡으려 했던 건가요? 공포는 당연한 것이고 비명을 참아내는 건 초인의 영역입니다. 잘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그마한 아이가 당신이 그 존재에게서 벗어나게끔 돕고,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울음을 삼키는 걸 가만히 기다려주던 아이는 커다란 눈을 한 번 깜빡입니다.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까요?
"방금 사라진 건 감시자예요. 처음엔 이 도시에 들어오는 첩자를 감시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는데, 최근에는 원로들이 있어서 메르헨을 지키고 있어요. 성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사라졌다지만 이제 다시금 뒤를 돌면 그 존재가 손짓하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임은 잘 알겠죠. 생긴 건 저래도 착……하진 않나 보군요.
"그리고 저는……. 잭이라고 해요! 잭, 재버워크, 밴더스내치, 다니엘……. 이름이 아주 많았어요. 종족으로 치면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지 않을까요? 가족들은 제가 이 도시의 사람이라고 많이 얘기했거든요."
그건 당신도 알고 있지요! 이 조그마한 아이는 사람…이라기엔 세로로 된 동공이 좀 거슬립니다만…….
"당신은요?"
> [자기소개를 하자.] > [……못 믿겠어.] >>63 <베로니카> 완벽한 프로그래밍의 결과와 꿈과 희망만 반복하는 이상론자, 인공 천사와 자칭 천사, 그리고…….
"수복될 희망이 없는, 잊힌 아이."
관리자의 부재와 관리자의 실존. 당신이 무차별 사격을 퍼부을 적, 서커스의 기물들은 하나하나 부서지고, 불이 붙으며, 파편을 흩날립니다. 천사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날개로 몸을 감쌌고, 덩쿨은 땅에 깊숙하게 박혀 밀려남을 방지합니다. 이쪽도 어지간히 단단하거나, 설계가 잘 된 모양입니다. 한차례 사격이 끝난 이후 덩쿨도, 날개도 너덜너덜하지만 새로운 꽃이 피어나 날아간 부분을 부분적으로나마 수복하기 시작합니다.
"네가 이 도시에서 만들어진 것이 옳다 보나요?"
이곳이 진정한 낙원임에도. 꽃이 피어나며 꽃잎이 떨어지더니, 공중으로 팔랑거리며 떠오릅니다.
대처하십시오, 존재가 반격을 준비합니다!
남은 턴: 2 목표까지 남은 값: 288 >>64 <일리야> 위스키는 내음의 깊이부터가 다릅니다. 잘 숙성된…… 캐나다산 위스키. 어텀 카니발의 시대를 생각하면 밀수입한 상품 중에서도 고급품이군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던 까마귀도 마주 웃음을 터뜨립니다.
"고리타분하다라!"
그렇죠, 고리타분하죠! 여전히 딱딱하고 즐거운 일 하나 없는, 흉내 내기에 바쁜 도시로군요. 그렇지만 변함이 없단 사실이 제법 괜찮은 모양입니다. 맞장구는 치지 않았으니. 그리고 라크리모사의 이야기엔, 까마귀가 잠시 부리를 다뭅니다. 이 까마귀는 초창기, 라크리모사가 있던 시절을 기억하나 봅니다.
"……이렇게 된 거, 인형이 성물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려줄까?"
까마귀가 장난스레 묻습니다.
> [듣고 싶어요! 듣고도 만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 [음, 아뇨. 호기심이 생기면 만지게 될까 두렵네요!] >>65 <밍메이> 훌륭합니다! 지금부터 우린 친구인 거예요. 아니라고? 아닐 리가! 리큐르는 새까만 눈으로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당신이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 의미가 정확하다는 듯.
"응."
해방. 어느 의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고통을 지우게끔 하는 것인지. 임종을 같이 해줄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니면 임종을 도와줄지.
기다리던 리큐르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지다, 다시금 밝아집니다. 평소 활기차던 원로 리큐르와는 달리, 조금 어두운 듯 밝은 표정이 원체 진지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응, 여름의 모든 사람들은 리큐르의 친구니까 도와줄 수 있어."
이 작은 원로는 그게 무엇이든지 도울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렇게 판을 깔고 만들 수 있기도 하고요. "그 아이는 겨울에 있어. 같이 가줄래?"
학교 안으로 들어섰을 때, 깨진 창문과 뭉개진 아이들의 그림, 총탄 자국으로 그을린 텅 빈 교실이 이곳에 무엇인가 일이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
김선생과 신입 교직원들을 분노를 애써 삭히며 이능력자 용병을 대처할 방안을 찾았다. 병력을 분산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했다. 적의 능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잘못하면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병력을 한 곳에 모은다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위험했다. 적들을 각개격파 할 경우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그만큼 아이들을 구출하는 데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리기에 적에게 준비할 시간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간 놈들이 아이들을 해칠 수도 있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작전이 아이들을 해친다면 결국 주객전도나 마찬가지였다.
"후..."
김선생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현재 자신과 그의 부하들은 비능력자나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적들은 이능력자 부대로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한 전투엔 이골이 나있는 상대다.
결국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이능력자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방어 계통의 능력자가 아니라면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연약한 존재라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서운 능력자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좀 더 특별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한명의 인간으로 본다면 그들에게도 승산이 있었다.
"놈들의 능력은 미지수다. 그러니, 능력을 사용하기 전에 쏴죽인다."
김선생은 손짓으로 신입 교직원들을 1학년 반으로 보냈으며 자신은 2층으로 향했다. 이 선택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었다.
그 존재가 사라짐을 느끼고 안도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등 뒤가 서늘하니, 진짜 사라졌는지 고개 돌려 확인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 메르헨? 메르헨이 진짜 있다고? 아니 그것보다 스프링 가든에 그것들이 왜 있는 건데?"
눈앞의 아이가 하는 말에 마젠타는 당혹스럽다는 기색이 어지간한 얼굴로 말했을까. 메르헨을 지키고 있는 것들이 여기에 있다는 건, 여기가 스프링 가든이 아니라는 걸까. 자신을 잭이라고, 그리고 불렸던 다른 수많은 이름들로 소개하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마젠타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을 돕고, 사람의 모습을 하며, 사람의 말을 하고 있지만. 세로로 된 동공이 마치 뱀인 것 같아. 미심쩍은 느낌을 버릴 수 없을까. 그 존재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너는 대체 무엇인지. 마젠타의 눈가가 가볍게 찌푸려지고, 앓는 소리를 내며 말한다.
"어디~ 보자....~ 이거 잘 맞출지는 모르겠는데...~~" 마오타이가 도망치라했어. 그 망할 아편이 도움이 되기는 해!? 저걸 어떻게 죽일 수 있을까.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건물의 배관을 응시했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그것이 떨어졌고 염동력으로 배관을 띄웠습니다. 낚시놀이 하자. 낚시대로 놀자!
"어라라~"
배관이었던 쇠파이프는 그대로 야옹 소리를 내는 좀비같은 것으로 넘어갔다. 뭔데 저거! 부적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보여주지도, 가르쳐 주지도 못하는 겁쟁이. 당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보드카의 이야기가 이어지나, 드문드문 끊기며 들리지 않거나, 아예 입만 움직이고 소리가 나지 않기도 합니다. 아직 허락되지 않은 것이 많은 건지,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막는 건지.
"얌전히-? 그럴래! 루-가 들었어, 꼭 주기야. 약속!"
코를 건드리자 발라당 뒤집습니다. 그리고- 기다릴 수 있다며 여우는 자리를 잡습니다. 당신의 발치 근처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꼬리 끝을 살랑거리곤 보드카를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빨리 얘기해야 맛있는 사탕을 먹는데!
"……작은 루 덕분에 얘기가 끊겼네요. 어디까지 했더라. 아, 맞아요. 나는 도움을 얻은 뒤로 작은 루와 함께 도시의 더 많은 발전에 기여하기로 했어요."
다른 과학자와 함께 여러 가지를 세웠노라 얘기합니다. 겨울 섹터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보드카는 나아가 도시 바깥의 위험을 배제하고자 했고, 이곳에서 행하는 모든 것이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그리고.
대전쟁이 발발했지요.
"……나는, ─? ■■ ■■... 기억해요…….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닿은 이 낙원이 영원했으면 했다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없이 아프다고. 나는 ■■■?? ¿¿¿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고. 나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무엇이라도 좋다고 동의하고, 도왔어요."
그렇게 여섯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전쟁은 터무니없이 빠르게 종결되었죠.
"그리고 나는……. 마주한 ■─, 이 도시의 뒤틀림이 내 과욕이 부른 참사였음을 알게 됐어요. 사형수를 받고,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것이 당연하게 되고, 끝내 이곳의 !!! ??¿ ■■■- ─되는 것이."
죄책감에 목을 매달게 된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노라. 오만하게도, 세상을 너무 협소히 봐 연구 윤리를 지키지 못한 자의 말로는 그리되었다.
"단 하나뿐인, 작은 루를 두고. 그렇게."
작은 루, 여우가 고개를 듭니다.
>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 [들어 보니 어느 정도 당신의 잘못이 있긴 하겠네.] >>110 <일리야> "성물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지!"
까마귀가 깍깍 웃습니다. 당신의 호쾌한 행동에도 관심이 있는 듯싶습니다.
"오. 거래의 철칙을 잘 아는군. Mx."
그런데…….
"목을, 매달았다고?"
까마귀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습니다. 동물이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는데도, 그렇다고 느껴집니다. 창백한 안색과 함께 까마귀가 앓는 소리를 내며 날개 한쪽으로 얼굴을 덮어 가립니다.
"루카스 그 아이가 어떻게……. 제 아이는 어쩌고.. 아니, 아니지. 알려주어 고맙구만. 그래, 성물에 대해 알고 싶댔지."
성물이라.
"본디 이곳에선 평범한 인형이었네……. 그래. 아이들에겐 본디 그저, 행복해지라 주었던 것.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형은 그 순간을 간직하려 들었고, 스스로 힘을 가지며 뒤틀려갔네.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던 순간. 그리고 구스타보의 딸아이가 가장 가지고 싶어 하였기에, 끝내 구스타보 스스로도 미련을 놓지 못했던 것."
미련과 행복이 남게 되었으니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겠지.
"그건 성물이 아닐세. 인형은 이제 저주받은 것이고, 극비리에 관리하는 것이야. 성물에 손을 대면 추방하는 이유는 점차 이 도시의 일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야.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이 도시의 찬란한 과거로 돌아가고, 유지되려는 성질 때문에 서서 미치게 되며, 끝내 운이 좋지 못하면……."
저게 되어버리거든. 까마귀가 저 구석을 가리킵니다.
마젠타가 마주한 것과 같은 검은 그림자가 당신을 보며 웃습니다.
> [……운이 좋으면? 다 저렇게 돼요?] > [저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124 <김선생> 선택합니다! 이 선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올라가는 길, 총성이 울리며 맞서 싸우라는 울림만이 쟁쟁하게 귀를 때릴 뿐.
당신은 2층으로 올라갑니다. 2층 복도는 참담합니다. ……참담합니다. 당신이 지키지 못한 고등부 아이가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하고, 선생은 그런 아이를 지키다 죽은 듯 그 위에 엎어져 있습니다. 어딘가 불타기 시작했는지 매캐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그 시체 위에 놓인 흰 가루와, 어디선가 들리는 콧노래 소리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명심하십시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오만함을 내려놓고, 분노를 축적하며.
> [콧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 [약을 챙겨서 콧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131 <밍메이> 끄덕끄덕. 소심하지만 제법 사랑스러운 태도입니다. 어쩜 저런 무해한 모습으로 이 도시에서 원로 자리를 꿰찼을까요? 살아남기 쉽지 않았을 텐데……. 아니,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겠지요.
"응, 기다릴 수 있어."
리큐르는 그거 정말 잘해. 리큐르는 환자가 대기할 수 있는 자리에 도도도 걸어가더니 얌전히 앉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말가니 쳐다봅니다.
"만들어진 것도 피와 살이 있으니 생물이야."
당신은 가볍되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고, 리큐르는 가볍지 않으나 가벼운 말투로 답하고. 이내 고개를 기울이다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끄덕입니다.
"남아있어. 괜찮아."
기계였다면 손으로 부수었겠죠, 리큐르?
"그리고……. 생각도 스스로 할 줄 알아."
멋진 친구였어. 채비하던 당신은…….
> [아이 환자를 위해 구비해둔 사탕을 챙긴다.] > [혹시 모르니 메스를 챙긴다.] >>133 <마젠타> "응. 메르헨은 실존해요. 깊숙한 곳에 있고... 근래 초대받은 사람이 없을 뿐이지."
아무래도 스프링 가든이 아니라는 확률이 크겠지요. 스프링 가든에서 메르헨으로 와버린 것일지도 모르고. 아이는 당신이 미심쩍어함을 모르는 듯싶습니다. 나이는 많아야 여섯에서 일곱 정도 되어 보이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것이 자라면 참 예쁠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마젠타, 눈이랑 꼭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잭은 활짝 웃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작게 낮춥니다.
"길을 잃었다면 제가 안내해 줄 수 있어요. 마침…… 이 장소의 주인이 자리를 비운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전, 바깥까지는 움직일 수 있어요. 안내를 받아봅시다. 그리고 미리 대화할 주제도 정해볼까요?
> [넌 왜 여기 있어?] > [그 많은 이름은 누가 지어준 거야?] > [기타 자유질문]
하얀 여우, 작은 루, 라고 불리는 여우가 엘의 말에 약속이라며, 발치에 자리를 잡는 모습을 바라본다. 살랑대는 꼬리 끝을 본다. 그저 바라만 보는 창백한 얼굴은, 웃고 있지만 어딘가 서글펐다. 그래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앞을 볼 시간이야.
엘은 곧, 다시 얘기를 시작한 보드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소곳이, 의자에 앉아, 조용히 얘기를 경청했다. 제대로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것이 더 많아져도, 한 마디 의문도, 이의도 없이, 그저 들었다. 어느새 미소 사라진 얼굴로, 무릎 위에 두 손을 포개어놓고서.
남기고 갈 수 밖에 없었어. 남겨질 수 밖에 없었어.
발치에서 여우가 고개를 드는 기척에, 푸른 눈동자가 아래를 향한다. 깊고 푸른 눈동자에 하얀 털과 하얀 귀와 하얀 꼬리, 그리고 작은 체구가 담긴다. 잠시 여우를 보며 침묵한다. 무릎 위 포개었던 손은 새하얀 옷자락에 가리워졌다. 소매로 덮인 손은 이윽고 천천히 들어올려져, 아래로, 하얀 여우를 안아올리려 한다. 손길을 거부한다면 그저 정수리를 스윽, 스치는 것으로 그쳤을 것이다. 의자의 다리보다 더 긴, 흰 옷자락 늘어뜨리고, 사뭇 건조한 목소리가 말을 꺼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감당 못 할 욕망을 가졌어요. 그것은 죄이나,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갖는 것. 스스로의 바람을 성취하려 한 것이, 잘못이라 할 수는 없어요. 단지, 스스로 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자와, 감당하지 못 하는 자, 그리 구분될 뿐."
생기 없는 얼굴은 웃지 않았다. 그러나 보드카를 향한 비난이나, 조소 한 가닥도 없이, 무감한 얼굴로 마주하며 말했다.
"나는, 킹덤의 현재에,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보여요. 각자의 욕망이, 원망이 부딪혀, 지금에 이르른 것이 아닐까. 그러니 당신의 잘못은, 생애 마지막 선택으로, 남겨진 이를 만들어버린 것. 그것만이 아쉽고, 안타깝노라, 얘기하고 싶었어요."
제 표정이 어떤지 안다. 그리고 상대의 표정이 자신과 반대라는 것도 알고 있다. 체인형태의 사슬로 상대가 묶이자마자 머뭇거리거나 망설이지 않고 바로 조여내며 이가라시는 상대를 응시했다. 이대로 넘겨내거나 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하던 이가라시가 살갖 하나 드러나지 않도록 붕대로 감아낸 팔에 감긴 사슬을 틀어쥐려던 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사슬이 팽창하는 느낌. 꼭 한겨울에 한계까지 얼어붙은 사슬이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내며 버텨내지 못하고 끊어지는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이가라시는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버리는 사슬을 바로 풀어낸다.
"나름 열심히 생각해보고 있어."
이가라시는 털어내듯 손을 펼쳐서 위로 향하며 여전히 음울한 얼굴로,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명확한 감정이 또렷하게 담긴 목소리로 상대의 말에 대꾸한다. 펼치고 있던 손이 눈이 쌓여있는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지면, 예의 겨울의 공기를 찢어내는 굉음과 함께 수십개의 사슬이 상대에게 떨어져내렸다.
>>158 도시 전설로만 여겼던 메르헨이 정말로 실존한다니. 메르헨에 관한 소문이 다시금 떠오르는 걸까. 네 재채기 소리를 듣지 못하고 미로를 헤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멋대로 메르헨에 발을 들여놓았다 소문처럼 되었을 수도 있고, 그전에 감시자들에게 잡혀 짧은 인생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상하니 몸이 다 떨리는 것이다. 정말. 초대장을 받은 적도 없는데, 왜 메르헨과 이리 가까운 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 생각에 잠겨있다 잭의 말에 마젠타는 크게 뜬 눈을 깜빡이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맞아. 그래서 이름이 마젠타야."
활짝 웃어 보이는 것이 정말로 어여쁠까. 네가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젠타는 네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옅게 미소만 지어 보이다, 하는 말에 고개를 빠르게 끄덕인다. 나갈 수 있음에 안도하는 표정이 된다.
"천만다행이네. 안내해 준다면 정말 고맙지. 응."
헌데, 장소의 주인이라던가. 초대장이라던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이야기들은 뭔지. 마젠타는 잭이 안내를 시작하면 그에 걸음을 맞추려 하며 잭에게 묻는다.
당신의 반응에 여인은 웃음을 터뜨린다. 간만에 유쾌한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아니, 평소에도 웃는 상이기는 했지만...
"어머나... 실로 하해와 같은 은혜로군요. 감사드립니다, 리큐르."
요상스럽게도 눈이 더 샐긋 휘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인은 자못 장난스러운 태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린다.
"그렇군요... 좋습니다, 나머지는 환자를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걸로 하지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면 병원으로 왔어야 했다. 제게 부탁하는 건 이미 수술 따위로는 불가능한 정도라는 의미일 테지. 그렇다면 메스는 쓸모가 없다. 안식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같은 답이 나온다. 그렇다면 안정을 주기 위해서라도 단 사탕 같은 간식을 가져가는 것이 나을 테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흰 가운 대신 야전상의 식의 재킷을 걸치고 나타났다.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기나긴 이야기를 들으며 일리야는 생각에 잠긴다. 이 도시에서 구할 수 없을것만 같은 성물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었지만,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얻은 감이 있었다...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네요."
잠깐, 총이... 총이 지금 나한테 있나?
일리야는 그림자를 보고 눈을 정확히 두 번 깜빡이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검은 코트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꿈인지, 이상한 곳에 떨어진건지, 아니면 저도 모르게 약에 꼴아 환상이라도 보고 있는건지. 일리야는 그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었기에 이내 한숨을 쉬고 다시 까마귀를 바라보았다.
"친절한 안내 감사드립니다, 까마귀씨. 하지만 이걸로도 충분하기에. 제가 찾아야 할건 더 미래에 있으니, 성물이라고 불리는 인형이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성질이 있다면 저랑은 별 상관 없답니다? 아하하!"
"맞아~ 난 똑똑해~" 저 바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키득키득 웃던 마오가 만족스럽다는 것처럼 가르랑거렸다. 성공적인 애교였네, 마오. 야옹야옹. 나는 마오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으응~ 익숙해져서 괜찮아~ 그리고 집은 의외로 시원하고~ 비 내리면 나아지니까~" 말은 바르게 하자, 너 양귀비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잖아 히죽 웃으며 낑낑대던 그가 비단 너머로 유라가 하는대로 고갯짓을 따라했다. 그리곤 키득키득 웃었어. 마오를 데려간대. 또 간택했네, 야옹아.
"그러~면~ 자주 놀러 와아~" 네가 3시에 온다면 난 2시부터 행복해질거야, 그거? 환청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마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어. 아하하하~ 그거 어디서 봤는데~ 아닌가~? 유명한 구절이었지이이이! 마오는 잘 몰라요. 알지 못해요. 그가 웃으면서 자신의 옷 소매를 살짝 느슨하게 했다. 연락처 있어? "나는~ 언제나 여기에 있을 거야~ 언제 온다고면 정하자~ 나는 연락할 수단은 없으니까~" <sop>나중에 만들자!</spo> 일단 그 망할 아편 좀 치워! 그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아, 아닌 방법도 있습니다. 그는 중앙만 아니면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 내가 거기로 가는 거 막는다고 했어어~ 여기까지 생각하다니! "아니면 내가 봄으로 가도 돼~" 천재 아닐까?
>>137 <베로니카> 잊힌 신의 이름 아래에서, 그 뜻을 대행하는 자. 당신은 그런 존재이며, 당신과 대치하는 존재는 이름을 숨기는 신의 곁을 호위하며 그 뜻을 받아 섬기는 자가 아닐지. 어떤 존재이든 괜찮습니다. 당신이 지금 행하는 것이 당신만의 정의일 테니.
꽃잎에 꿰뚫려도 존재는 어째 소리 하나 내지 않고 히죽히죽 웃습니다. 다만, 어딘가 불이 붙었는지 불길이 잠시 치솟고 비틀거립니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시즌스 킹덤에……. 사랑이 넘치는, 봄의 정원으로…….
그 낙원에서 방해는, 당신이 하고 있는데─
"날 지켜봤으면, 도와주셔야지요. 당신의 낙원인데……."
불길 치솟은 덩굴이 당신을 속박하려 듭니다. 피하십시오, 그리고 대비하십시오. 아마 이번 공격이 마지막일 겁니다……!
남은 턴: 1 목표 hp: 122(화염 어시스트 -30) >>143 <마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한때 정겹지는 아니하지만 같은 소속감을 가졌던, 마오타이의 다섯 검 중 하나였던 당신의 자매가 저런 끔찍한 모습으로…….
아편을 한번 피웠습니다. 세상이 조금 흐려지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닙니다. 당신은 행동에 나서기로 했고, 배관은 우둑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자매였던 것의 머리를 그대로 강하게 후려치자 목은 고사하고 허리까지 뒤로 뚝, 꺾입니다.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자세에서 몸이 다시금 뚜둑거리며 뒤틀립니다. 딸랑, 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야-옹." 제발 죽여주세요. 자매가 고개를 기울입니다. 당신을 탐색하듯. 내가 안식을 되찾을 수 있도록. 남은 턴: 2 목표 hp: 255 >>148 <유라> 친절함을 주의하십시오, 이 도시의 친절함은 이유가 없지 않습니다. 그만큼 오만한 성정임이 확실합니다. 여유가 가득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괴상한 말이나 중얼대며…….
"어머, 안타깝네."
얼어붙은 발판을 이용해, 당신의 공격을 미끄러지듯 슬쩍 뒤로 물러나며 피하는 존재.
"하나만 나갈 수 있는데, 어쩐담? 혹시 시체랑 데이트하는 것도 좋아해? 나는 가능하거든."
당신을 죽일 생각이 당연하게도 깔려있는, 이 도시의 흔한 사람이요 가장 본보기가 되는 그 자체로군요.
<전투 발생!> 전투의 룰은 누적 다이스로, 주어진 3턴간 공격 묘사와 함께 제시된 다이스를 굴려 주어진 값을 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라 다이스 범위는 80부터 130까지이며, 목표 범위는 평균값에서 +45인 360입니다. 나는 안 될 거라고요……? 다갓에게 소리라도 질러봅시다……. >>167 <김선생> 죽은 아이는 그래도, 당신이라는 사람이 다른 아이를 구해줄 것이라 믿었을 겁니다. 엎어진 교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을 믿는 세력이 있습니다. 당신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당신이 일으켜 세워야만 하는.
당신은 알 수 없는 약물을 복용합니다. 이 약물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습니다만……. 콧노래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은 빈 교실로 향했습니다. 정확히는, 생존자가 둘 정도 있었으나 누군가의 유희로 인해 생명이라곤 싹 비워진 교실로.
"누군가는 1억을 준다고 하고, 누군가는 5천만을 제시하지."
누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쪽진 흰 머리와 손에 쥔 자그마한 택티컬 나이프 한자루.
"그렇지만…… 단돈 10만이라도 좋아."
이렇게 재밌는 일이라면 10만이라도, 나는 마다하지 않아.
"안녕, 선생님? 선생님께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더라고."
이제 말은 더 필요 없지? 존재가 웃습니다.
<전투 발생!> 전투의 룰은 누적 다이스로, 주어진 3턴간 공격 묘사와 함께 제시된 다이스를 굴려 주어진 값을 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라 다이스 범위는 90부터 150까지이며, 목표 범위는 평균값에서 +35인 395입니다. 약물의 효과가 당신에게 매 턴마다 랜덤으로 찾아옵니다. >>172 <엘/에얼>
약속은 이전에도 있었을 테지요. 발치에 얌전히 웅크리며 가만히 보드카를 지켜보는 존재, 작은 루에게는 그 약속이 더없이 소중했을 겁니다. 같이 있어준다는 약속이. 작은 루는 당신의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입니다. 조그마한 하얀 몸이 마치 고양이처럼 죽… 하고 하얀 덩어리처럼 늘어지다가 당신의 품에 폭 안겼을 텝니다.
"……."
그렇지요, 인간이란 본디 감당할 수 없는 욕망이 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자와 감당할 수 없는 자로 구분될 뿐이지요. 보드카는 감당할 수 없는 자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다, 당신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지금 이 킹덤의 상황이 오게끔 잘못한 것이, 없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확실한 것은, 보드카는 누군가의 형식적일지도 모르는, 아니면 이 상황에 휘말린 개인의 의견에 작은 안식과 위안을 얻었단 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깨달음 또한.
"……남겨진 아이는."
안타깝지요. 더 할 말이 있을까요. 작은 루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보드카를 향해 시선을 고정합니다.
"루-는 혼자 있고 싶지 않았어." "……." "처음엔 미웠어- 물고 싶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냐."
루가 선택한 거잖아. 어쩔 수 없어.
"루는- 루한테 돌아가는 날을 기다릴 수 있어."
조그마한 여우가 당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말갛습니다.
"그렇지, 인간 친구야."
> [당신에게 자율 행동을 권유합니다.] >>173 <이가라시> 존재는 대체 어떻게 되어먹었길래 당신의 사슬을 힘으로 끊어버린 것인지! 이대로라면 도망치거나, 당신이 도망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빠르게 떨어지는 사슬을 올려다보던 존재는 꼬리 끝을 느슨하게 흔들더니만 손을 뻗듯이 했고, 그대로 앞으로 주욱 미끄러지며 돌진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서.
"이럴 줄 알았지. 직접 닿지 못하는구만."
손이 우뚝 멈춥니다. 마치 무언가 가로막은 것처럼- 실제로 가로막았던 것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슬이 수도 없이 내리꽂힙니다.
조용합니다.
혹시 모릅니다……. 마지막 일격을 시도합시다.
남은 턴: 1 목표 hp: 129 >>185 <마젠타> 메르헨은 전설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감시자가 돌아다니는 곳에 있다면 당연히 미쳐버리겠죠! 차라리 전설인 것이 좋았을 텐데요! 당신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고, 조그마한 아이는 그 마음을 모르는 것 같죠.
마젠타 색의 눈 때문에 마젠타, 어쩜 이리 간단한 작명일까 싶지만 이렇게 확실한 어필도 없지요. 잭도 그런 이름을 가져보고 싶었던 것인지, 금색 눈을 배시시 휠뿐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저랑 같이 걸어요!"
한 걸음, 잭이 먼저 나섭니다. 가장 먼저 오른쪽으로 꺾는군요. 그러다가도, 으음- 하고 운을 뗍니다.
"사람들은 주인을- 미지의 존재라고 불러요. 존재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는데요, 주로 여기에서 쉰다고 했어요."
> [만나본 적 있어?] > [다른 곳에서 쉴 때도 있어?] > [기타 자유질문] >>207 <밍메이> 여름은 나의 친구, 마오타이는 내 은인이니까 여름은 내 은인. 감사드린단 말에도 얌전히 당신을 기다리는 존재. 리큐르는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심 기뻤던 것인지 입술을 수줍게 말아 올리고, 당신이 채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훌륭한 판단입니다! 당신의 선택이 가져올 모든 상황이, 현재 진행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나쁜 의미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겠습니다.
"응, 겨울로 가는 길이랑 똑같지만 사람이 많으니까.. 길 잃으면 안 돼. 잘 따라와."
리큐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을 섭니다. 무더운 여름 날씨와 함께 매미가 크게 우는데도 비니요 뜨거운 옷을 절대 벗지 않았고, 겨울 지역으로 향하는 곤돌레를 탑승할 때도 벗지 않았습니다.
겨울로 가는 과정을 스킵 할 수도 있고,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턴은 2턴 정도 소요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환자를 만나 대화를 해보고 싶다. 스킵 하자.] > [리큐르와도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스킵 하지 말자] >>208 <일리야> 지나치게 많은 정보, 자신을 지킬 수단이, 혹은 목숨의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 까마귀는 이런 비밀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감시자는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히죽 웃습니다. 코트, 익숙한 자리에서 총신의 감각이 느껴지나 사용했다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더욱 미래에 있다라, 내 자네가 비밀을 말하는 날까지 기다리는 맛이 있겠군."
영원한 시간에 있는 까마귀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기다리는 것 정도야 허락해주겠죠.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노라, 당신처럼 얘기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다만 기억하게."
까마귀는 웃습니다. 스산하게도 웃습니다.
"이 도시에서 '그 아이'가 지켜보는 한, 잠든 자를 깨우는 여정이 쉽지 아니할 터이니."
첫 번째 교훈. 상대방의 욕심을 과소평가하지 말거라. 두 번째 교훈. 약은 절대로 하지 말거라. 세 번째 교훈. 욕심을 부리지 말거라.
교훈이랍시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하는 제 아비가 세상에서 가장 욕망적인 사람이었을까. 아버지는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낄 때마다, 어린 나를 불러놓고 내 문제와 결점을 들먹이며 훈계를 늘어놓았었다. 그렇게 열을 올리다 보면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내 뺨을 후려친 적도 있었는데, 그러고 나면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서 항상 나에게 미안하다며 자신은 금방 잊어버릴 사과를 해오고는 했을까. 돈이라면 가족도 죽일 인간. 그 일을 절대로 잊지 못하니, 아버지한테서 나는 삶의 모범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늘 경멸에 가까웠기에. 항상 원망과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실패한 인생을 나로 하여금 대신 만족하려고 하는 불쌍한 사람이었으니. 나는 그런 아비를 동정하며 바라는 대로 그 어떠한 것도 요구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며 그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항상 아버지와 같은 부류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랬을 턴데.
"어떻게 감히 지 아비를 쏘려고 해?" "누가 널 아비라던?"
언제까지 당신을 위해서 내 것이 아닌 것들을 위해 달려야 하는지. 마젠타의 손에 들린 산탄총이 조명에 번뜩인다. 아버지의 실패한 인생은 동정했지만, 무능하니, 추하게 욕심만 많은 늙은 노인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갖지 못했다. 억눌려 있던 분노가 터지면, 노인의 심장은 멈추고, 곧 단단히 굳어가기 시작했을까. 마젠타는 그에 서늘한 쾌감과 함께 지금까지의 손해에 훌륭한 보상을 받았음을 느낀다.
저걸 힘으로 끊어버린다고?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수십개의 사슬을 떨어트려내며, 이가라시는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도시-그러니까 이 폐쇄된 거대한 수용소에 살며 대적하는 상태의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는 건 옳지 못한 짓임을 경험으로 알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상대가 제쪽으로 접근했을 때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사실은 여기서 도망치거나 물러나는 게 좋을지도 몰라. 머리를 스치는 생각을 애써 무시했다. 눈 앞에서 멈춘 상대의 손을 보고 이가라시가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펼친 자신의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고 반대편 팔을 휘저었다.
상대를 덮쳤던 사슬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빠르게 움직여서 포박하듯 움직였고, 그와 동시에 두어개의또다른 사슬이 예의 굉음을 내며 거대한 사슬로 만들어진 감옥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여인은 당신을 따라 약간 빠른 걸음으로, 그러나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당신을 따라 나아가다 보니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그 옷차림, 겨울 구역에서라면 모르겠으나 이 무더운 여름 구역에서도 같은 옷차림을 고수하는 것은 의아하다. 더위를 느끼는 감각이 없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는 곧 의문을 지운다. 이종족이 수없이 많은 세상에 그런 특이점 하나가 무슨 대순가 싶다. 대신 여인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리큐르, 혹 간식은 좋아하시는지요?"
친우분이 좋아하실까 하여 구비해둔 주전부리를 좀 챙겨왔습니다만... 소인이 급히 채비하다 보니 다량을 가져왔지 무업니까. 그리 말하며 제 손에 든 종이봉투를 들어 보인다. 기껏 원로씩이나 되는 이와 마주하고는 하는 것이 고작 이런 싱거운 대화라니. 정작 말하는 본인은 즐거워 보이니 그걸로 된 것인가 싶기도 하다.
>>227 <베로니카> 피하지 않습니다! 불길 솟구친 덩굴은 마치 채찍처럼, 당신을 덮치려 듭니다! 불길이 더욱 컸기 때문인지, 당신의 주변도 서서히 타오르지만 어째서인지, 닿지 않습니다. 존재는 당신을 휘감으려다─
그대로.
사위가 조용합니다. 자욱한 연기가 걷히고, 처참하게 불타버린 존재가 보입니다. 날개는 꺾였고, 꽃과 줄기가 모두 재가 되었으며, 피부 또한 녹아내렸습니다. 존재는 자신의 몸이 천천히 녹아내릴 적, 당신을 정확히 쳐다봅니다.
"……어리석은 자야, 낙원을 잃어 찾지 못할 자야, 너는 악인이다, 악인의 도시에서 천사를 자처하는 악인이다. 네게, 저주 있으라. 떠돌며 행복 찾지 못할, 선과 악을 재단하다 인간성을 찾으리라. 너는 끝내 천사 아닌 인간 되리라……."
그리고 서커스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존재는 다시금 녹아내립니다.
……이곳에 남겠습니까?
> [남아서 지켜보자.] > [빠져나가자.] >>232 <마젠타> 달리듯 걷다가도, 걸음걸이를 맞춰주자 잭도 발걸음 속도를 천천히 줄입니다. 조그마한 아이다 보니 당신과 걸음을 맞추는 건 금방입니다.
"응! 자기는 그 이전에도 존재했대요."
아주 예전부터. 당신은 메르헨에 관한 소문에 대해 떠올립니다. ……당신이 어느 정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기억을 온전히 가질 수 있던 나이부터 군요!
"저요?"
잭은 시선을 슬쩍 굴립니다. 다행스럽게도 감시자는 없군요. 감시자가 있었더라면 입을 꾹 다물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저는 미지의 존재가 여기에 있게 허락해 줬어요. 원래라면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 돌아갈 수 없대요."
그래서 부모님이 여기로 초대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늘 초대를 거절하세요. 다른 사람은 늘 초대하면 오는데. 아무래도 메르헨은 싫은가 봐요."
툴툴, 조그맣게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잭은 방긋 웃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오실 거예요!라며. 이번엔 직진입니다.
> [초대를 받아?] > [다른 사람?] > [기타 자유질문] >>258 <엘/에얼> 작은 루는 당신의 품이 편한 것 같습니다. 꼬리 끝을 살랑살랑 흔들며 보드카에게 불만을 터뜨리다가도, 이내 기다릴 수 있다 호언장담을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돌아갈 수 있다 했지요.
"와-아, 사탕!"
쓰다듬는 손도 좋고, 사탕도 좋습니다! 작은 루는 꼬리를 방방 흔들며 사탕 하나를 날름 먹었습니다. 조그마한 주둥이로 열심히 까득까득 씹다 보면, 부스러기 때문인지 사과 맛임을 알 수 있겠지요.
"응?"
당신을 올려다보는 눈이 말갛습니다. 깜빡. 그리고 작은 루가 사탕을 먹다가도 당신의 품에 몸을 한번 크게 비빕니다.
"루-는 가고 싶어! 그렇지만- 루,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어. 루는 바깥의 루를 상상하며 만들어진 흔적이니까."
까만 눈동자.
"그래서 나가면, 루는 정말 동물이 될 거야. 그렇지만 인간 친구가 좋단 생각은, 바깥의 루에게 갈 거야. 친구야, 루도 예뻐해 주고, 바깥의 루도 친구 해줄 거야?"
그러면 곁에 있어줄 수 있어.
"바깥과 이곳의 루는- 욕심쟁이라, 여름이 아니라 봄과도 친구가 하고 싶거든."
친구, 해줄래?
> [응.] > [오... 아니.] >>259 <마오> 불길한 방울의 소리와 기묘할만치 아무도 없는 곳. 철근으로 다시금 자매를 후려칠 적, 자매는 다시금 입을 벌립니다.
"죽, 여."
죽여줘. 분명 야옹이라 말했을 텐데, 당신의 귀에 그렇게 들리덥니다. 아편 때문에 세상이 흐립니다. 그리고 시간이 잠시 멈추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켜보던 흰 존재가 스치는 것 같습니다.
"접합부."
그렇게 속삭이고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다시금 세상의 시간이 흐릅니다. 흐르는 걸까요, 그마저도 찰나의 환각? 확실한 것은 본 적 없는 상처를 안고, 고양이 머리가 반쯤 덜렁거리는 자매가 당신을 향해 뛰어온다는 겁니다.
기억하세요. 접합부.
남은 턴: 1 목표 hp; 120 (디버프 -53) >>262 <유라> 멍청하구나. 오만하게 미소 짓던 여인은 얼어붙은 땅이 휘날리고, 녹아내리기 시작하자 손을 크게 휘두릅니다. 얼음으로 된 벽을 세워 최대한 피해를 경감시키고는, 눈을 길게 휘어냅니다.
"네가? 나를? 오, 난…… 너와는 다르단다. 나는 가장 위에 있고, 넌 가장 아래에 있었겠지. 그렇지?"
노래하듯 속삭인 여인은 주변에서 얼음으로 된 창을 여러 개 띄워 당신을 향해 날을 겨눴습니다.
당신은 이때, 벽에 닿은 얼음이 열에 쉽게 녹는 것을 발견합니다 …….
대처하십시오. 파훼할 경우엔 치명적인 공격을 넣을 수 있을 텝니다.
"얌전히 나랑 나가자. 대신 너는 시체로, 나는 살아있는 상태로. 난 돌아가서 코냑 그 늙은이부터 죽여버려야 하거든."
남은 턴: 2 목표 hp: 270 >>265 <이가라시> 뒤로 물러섰을 적, 존재도 멈춥니다. 그리고 당신이 사슬을 움직였을 적, 눈발이 더욱 거세집니다. 마치 존재의 의지대로 날씨가 반응하듯, 눈발이 미친 듯이 불어칩니다! 거대한 감옥이 만들어지고, 새하얀 눈발 속에서 연한 갈색의 눈은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내고 있으나, 금방이라도 깨버리고 싶다는 듯 살기가 형형합니다.
당신, 맹수를 가뒀습니다. 존재는 소매를 앞으로 모으며 어쩔까 고민하듯 반투명한 손가락을 들어 뺨을 툭툭 건드립니다.
"아엔이 좋은 검을 주웠어. 이가 다 나가버린 줄 알았건만. 어쩔까, 따라가줄까, 아니면 후환을 대비하여 죽여버릴까." "그건 본인이 아닌 이가라시에게 물어야지요."
누군가 당신의 뒤로 사뿐히 착지하고, 눈발은 우뚝 그쳐버립니다. 온몸을 꽁꽁 싸맨 존재. 당신도 아는 사람입니다. 당신보다 마오타이의 곁을 더 오래 지켜온, 최측근이자, 오검五劍의 실질적인 대장.
"비연이로구나. 주인을 배알하면 할 일이 있다 하지 않았더니." "하늘 아래에 두 개의 태양을 섬길 수는 없죠." "이젠 아엔을 완벽히 태양으로 보시겠다?"
존재가 사라집니다. 분명 맞은 것 같았는데? 유령처럼 사라진 존재의 목소리가 교실을 쟁쟁히 울립니다.
"선생을 찾았어. 폴이었던가, 검은 머리를 가진 남자애."
복도에 엎어진 그 아이를 말하는군요.
"선생님께서 도와주실 거야. 선생님은 우리를 도와주셨으니까 꼭 와주실 거야. 계속 그렇게 생각하다가, 날 만나니까, 내가 네가 봄에 있다 얘기하니까…… 뭐라고 생각했게."
김 선생님.
"왜 저희를 버리셨어요?"
약물로 인해 정신이 흐려집니다. 안 된다... 안 된다...! 흔들리지 마십시오. 격동하지 마십시오.
.dice 1 2. = 1 1. 만났다 2. 못 만났다 .dice 1 2. = 1 1. 도운다 2. 돕지 못한다.
<다이스값 결과는 다음 턴에 공개됩니다.> 남은 턴: 2 목표 hp: 262 >>272 <밍메이> 리큐르는 곤돌레에 탑승해, 바로 창가로 착 달라붙어 저 멀리 보이는 허공과 높다란 창 너머 시즌스 킹덤의 전경을 물끄러미 봅니다. 장관이긴 하지요. 원로라면 몇 번이고, 그리고 수많은 세월 동안 보았을 텐데, 시선이 도통 떨어지지 않는 걸 보니 질리지도 않나 봅니다.
"응……?"
간식? 리큐르의 눈이 동그랗게 뜨입니다. 종이봉투 속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듯 고개를 당신 쪽으로 돌리고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입니다.
"응, 좋아해!"
비니가 살짝 움직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요.
"여래도 하나씩 먹자. 맛있는 건 나눠먹으랬어."
그리고……. 리큐르는 살짝 쭈뼛거립니다.
"친구랑은, 뭐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거래. 내 벗이 알려줬어."
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부터 밍메이는 2턴간 자유로운 질문을 나눌 수 있으며, 턴당 질문은 3개까지 제한합니다. 리큐르는 당신에게 '무엇이든' 답할 수 있으나, 크게 어긋나거나, 아직 풀 수 없는 질문에는 검열 처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273 <일리야> 서비스직의 미소. 까마귀는 우아한 인사에 답하듯 정중히 인사하고는 제 '검은 중절모'를 까딱입니다. 검은 정장, 살짝 끌어올린 바지와 흰 목도리. 까마귀가 입을 벌립니다.
"단 한번."
자네에게 탈출구를 주도록 하지. 당신이 나갈 수 있도록 공간이 찢어져갑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중후하게 울립니다.
"일이 틀어져 라크리모사가 자네를 추격할 때, '롬바르디께서 지켜보신다'고 외치게."
이게 지옥이 된, 나의 어긋난 낙원에 살아가는 자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겠지. 세상이 어두워집니다. 존재가 당신을 배웅합니다.
그런데……. 롬바르디. 기억이 날 것 같은데…….
아.
구스타보 롬바르디─
당신은 눈을 뜹니다. 지나치게 익숙한 천장입니다. 지나치게 익숙한.
까마귀 깃털이 하나 놓인, 당신의 익숙하디 익숙한 지옥.
<일리야의 진행이 종료되었습니다. 마지막 반응을 써도 좋고, 이대로 끝내도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어라아~"죽여달랬어 "그거 내가 잘하는 건데~" 우리가 무슨 죄로 왔는지 알잖아 그가 히죽 웃었다. 당연하지, 알고 말고. 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아편 담뱃대의 부리를 입에 문 채, 당신을 바라봤습니다. 그거 마오가 잘하는 거야. 사냥하고 잡는 거 잘해. 야옹야옹. 접합부래 "접합부...~?" 방금 접합부라했지! "그렇다면 바로 확인해볼까아~"
나는 머리와 몸통을 잇는 부분에 철근을 휙 날리려 했어. 접합부라면 그게 분명할 것입니다. 그는 히죽 웃으면서 손가락을 까딱 움직였습니다.
>>316 어쩌면 그 존재는 킹덤의 시작부터 존재했을지도. 잭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의문만 더 쌓이는 것이다. 이어지는 제 물음의 답에 마젠타는 약간 심란한 표정이 된다. 돌아갈 수 없다는 건, 그 소문과 관련된 것 때문일까. 멀쩡히 돌아온 사람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고. 이어지는 잭의 웃음에 마젠타는 짐짓 작은 미소를 짓는다.
품 속의 작은 존재는, 언젠가의 누군가가 비춰보인다.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윤곽만 흐릿하다가 사라진다. 같지 않으니까, 다르니까, 그 때와 지금은, 다른 것이 당연하다.
사탕 깨무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작지만 뾰족한 이빨 사이로, 사탕이 제 역할을 위해 구른다. 맛있게 사탕을 깨무는 작은 루를 바라보다가, 그런 제안을 꺼냈다. 여우는 다시금 검고 말간 눈동자로 바라봐온다. 그대로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몸을 부비면 가볍게 등을 쓰다듬어주고, 이윽고 재잘대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귀를 기울였다.
오, 친구! 그 얼마나, 좋은 울림일까요. 그리고 너무나, 과분한 울림이네요.
"이렇게, 얘기할 수 없게 되어도, 욕심쟁이여도, 작은 루는 작은 루에요. 이곳에서, 작은 루가 나를 친구라, 불러줬듯이, 바깥에서도 친구라 여겨준다면, 나는 기꺼이, 작은 루의 친구가 될게요."
저는 누군가, 꽃이라 불러주어야만, 비로소, 꽃이 될 수 있으니.
사탕 받친 손을 살짝 쥐고, 검지 끝으로 여우의 코 끝을 다시, 톡, 건드리려 한다. 푸른 눈동자는 잠시간, 여우의 털을 응시하다가, 시선을 들어 보드카를 보았다.
"괜찮겠지요. 보드카. 내가 잠시, 작은 루와 함께 해도."
조금 더 할 말이 있을 듯 했지만, 그렇게만 말하고, 입술을 다물었다. 더는 물을 것이, 없다고, 느껴졌으니까.
>>316 몰아치는 눈발에, 이가라시는 하나 뿐인 눈을 가늘게 뜰 뿐이었다. 상대를 보는 시선은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와 시선을 마주하는 걸 배운 건 언제였나. 지키는 위치에 있을 적, 지키는 자를 등 뒤에 뒀었는데. 저 자의 말대로 나는 여즉 이 거대한 수용소의 삶에 녹아들지 못한 걸테지. 그러니 이렇게 과거를 되짚을 뿐이다.
저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이는 이미 없는데.
상대를 보고 있으나, 그보다 더 먼 어딘가를 헤메는 외눈의 빛이 흐려졌다. 이가라시의 음울하고 침울한 낯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제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사슬들을 공중에서 낚아채듯 이가라시가 양손을 꽉 쥔다. 귀가 멀어버릴 것 같은 굉음을 내면서 아무것도 없이 눈만 흩날리는 허공에 감옥이 생성되자마자 주먹을 쥔 양손을 교차해, 이가라시는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완벽히-아니 완벽히가 맞을까- 상대를 가둬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거대한 감옥을 이루는 주축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바닥에 단단하게 뿌리박는다. 상대가 하는 말은 역시나, 자신의 생각대로였다.
저 자는 순순히 잡혀준 게 아닐지도 몰라. 생각을 멈추고 이가라시는 제 뒤의 기척에 고개를 반쯤 돌렸고 제 뒤로 나타난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나서야 싸움으로 인해 자연히 긴장하고 있던 근육을 이완시키려는 양 어깨를 늘어트렸을 것이다.
"시체의 목을 가져가는 건 껄끄럽지만 가져가지 않으면 형님을 볼 낯이 없지. 하지만 너도 데려가야할 것 같다. 형님이 흡족해하지 않을 것 같아도 말야."
임무를 망친 건 너잖아? 하는 말을 참, 무뚝뚝하게도 뱉으며 이가라시는 싸늘하게 눈에 파묻혀 있을 시체의 몸뚱이를 새롭게 만들어낸 사슬을 이용해서 칭칭 동여매고 다른 사슬을 꺼내들어 감옥에 갇혀있는 상대의 동의를 얻으려는 양 내밀어보였다.
>>400 몰아치는 눈발에, 이가라시는 하나 뿐인 눈을 가늘게 뜰 뿐이었다. 상대를 보는 시선은 움직이지 않는다. 상대와 시선을 마주하는 걸 배운 건 언제였나. 지키는 위치에 있을 적, 지키는 자를 등 뒤에 뒀었는데. 저 자의 말대로 나는 여즉 이 거대한 수용소의 삶에 녹아들지 못한 걸테지. 그러니 이렇게 과거를 되짚을 뿐이다.
저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이는 이미 없는데.
상대를 보고 있으나, 그보다 더 먼 어딘가를 헤메는 외눈의 빛이 흐려졌다. 이가라시의 음울하고 침울한 낯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제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사슬들을 공중에서 낚아채듯 이가라시가 양손을 꽉 쥔다. 귀가 멀어버릴 것 같은 굉음을 내면서 아무것도 없이 눈만 흩날리는 허공에 감옥이 생성되자마자 주먹을 쥔 양손을 교차해, 이가라시는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완벽히-아니 완벽히가 맞을까- 상대를 가둬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거대한 감옥을 이루는 주축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바닥에 단단하게 뿌리박는다. 상대가 하는 말은 역시나, 자신의 생각대로였다.
저 자는 순순히 잡혀준 게 아닐지도 몰라. 생각을 멈추고 이가라시는 제 뒤의 기척에 고개를 반쯤 돌렸고 제 뒤로 나타난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나서야 싸움으로 인해 자연히 긴장하고 있던 근육을 이완시키려는 양 어깨를 늘어트렸을 것이다.
"시체의 목을 가져가는 건 껄끄럽지만 가져가지 않으면 형님을 볼 낯이 없지. 하지만 너도 데려가야할 것 같다. 형님이 흡족해하지 않을 것 같아도 말야."
임무를 망친 건 너잖아? 하는 말을 참, 무뚝뚝하게도 뱉으며 이가라시는 싸늘하게 눈에 파묻혀 있을 시체의 몸뚱이를 새롭게 만들어낸 사슬을 이용해서 칭칭 동여매고 다른 사슬을 꺼내들어 감옥에 갇혀있는 상대의 동의를 얻으려는 양 내밀어보였다.
"매일 와도 돼~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든~" 중앙만 가지 마 그가 히죽 웃으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마오가 고롱고롱 소리를 냈어. 나처럼 이 사람은 마오를 잘 쓰다듬어. 그렇지? 야옹. 마오는 "앩" 하고 작은 고양이 소리를 내며, 자신의 머리를 부비려 했다. 카지노가 뭔 줄 알아? "카지노구나~ 그러면 놀러 갈래~ 조직이 있는 거 신기해~" 붉은 칩. 콜. 다 좋아 그는 히죽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리곤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어. 한창일 때는 바쁘대. 알아? 알아! 마오는 또옥똑하~니까!!! 나는 키득키득 웃었고 아편을 한 모금 빨아들였어. 흐리멍텅한 눈으로 유라를 보던 마오가 기분 좋은 소리를 허밍했다. 놀러가자! "유라가 일할 동안에 그 옆에서 놀래~" 사냥놀이도 좋아 야옹, 마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어. 그는 카지노를 생각하는 것처럼 몽롱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금 히죽 웃었습니다. 어때? "조만간 놀러갈래~"
>>323 <마오> 잘 알지요, 어떻게 하는지도, 무엇인지도……. 모두 당신이 짊어져야 할 일이라는 듯.
다만 실패하는 날도 있는 법이죠. 몸통과 머리를 잇는 부분, 그렇지만 철근을 날렸을 적 자매는 그대로 철근을 손으로 쥐더니만, 저 멀리 날려버리듯 하며 당신의 앞까지 성큼성큼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죽여줘, 죽, 죽여줘, 아파, 제발, 여기에, 남고 싶었어, 나, 여기, 마오, 마오 씨, 나 아파요. 살고 싶어요, 그런데 죽고 싶어요, 이건 내 삶이, 삶, 삶, 삶, 삶-"
야옹. 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자매는 히히덕대며 웃더니 당신의 어깨를 부여잡고, 머리를 뒤로 젖힙니다. 그러자 목이 벌어지며 거대한 입이 드러나더니─
꿈과 희망이 가득한, 마법의 왕국, 시즌스 킹덤으로…….
"잘 먹겠습니다."
우드득. 우득. 와드득─
…
"……오."
…….
"마오."
마오. 마오타이는 당신을 내려다 보며 느릿하게 당신을 부릅니다.
"괜찮으니?"
아……. 분명, 당신은.. 살아있는 상태로 씹어 삼켜겨 죽은 것 같은데.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니 악몽을 꾼 모양이구나."
여긴…… 마오타이의 무릎 위군요. 마오타이는 당신의 머리를 한번 쓸어주곤 식은땀이 범벅이라며 드물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네 아까 아편을 피우다 잠들었단다. 오늘은 약효가 독한 모양이야, 그렇지?"
……임무도 없었고, 그 어떤 일도 없었다고요? 그러면 당신이 겪은 건?
"오늘은 쉬자꾸나."
아, 몸에 묻은 고양이 털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알 도리가 없습니다……. >>326 <베로니카> 덧없고도 덧없습니다. 당신은 매정히 뒤를 돌아버리고, 서커스장에서 멀어져 갑니다.
아아, 네가 여기에 남아주면,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텐데. 나와 함께, 나와……. 나는 너무나도 외로워…….
그렇지만 들리지 않겠지요. 언제까지고 들을 수 없겠지요. 아아, 아. 나의.
나의 낙원아.
천사는 분홍 머리에, 해사한 미소를 짓는 조각상이 되어 그 자리에 굳어버립니다.
당신이 서커스장을 빠져나갈 적 아득하게 노래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즌스 킹덤의 테마곡이군요. 그 시절의 좋지 못한 음질과 함께 늘어지는 듯 소리가 끊어집니다. 그와 함께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더니…….
눈을 뜨자, 당신이 있던 본래 장소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활기차고, 누구보다 괴짜가 많은 이상한 겨울. 영원한 겨울, 어디선가 서커스장에서 들리던 아스라한 노래가 다시금 들렸지만 주체는 천사가 아닌 섹터를 돌아다니는 겨울의 원로일 뿐.
……그리고 당신의 손에는 달콤한 슈가 쥐여져 있습니다.
당신은 도시의 기묘함을 깨닫습니다……. >>333 <김선생> 온몸이 무겁습니다. 약의 부작용이 단숨에 찾아오는 걸까요! 이렇게 무시무시한 것을 당신은 좋다고 팔았던 것일까요, 이 도시에 죄 없는 사람은 없으니 괜찮단 생각으로, 언젠가 아이들이 손을 댈지도 모르는데…….
아이의 추억을 떠올리자 주변이 아른아른 변하는 것 같습니다. 허세 가득하던 아이, 자신은 꼭 스키퍼에 들어가서 야금야금 이 섹터를 먹어치우겠다 호언장담을 하던 짓궂던 녀석!
당신은 아이에 대해 떠올리며 의지를 되새깁니다…….
"꽤나 흥미롭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립니다. 사라진 암살자가 아니라, 다른 존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남성인지도, 여성인지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시즌스 킹덤의 아이는 구스타보의 아이. 구스타보의 아이는 나의 아이. 섹터와 맞지 않는 괴짜가 품는 아이라도 나의 아이. 약물에 흠뻑 젖어 죽음을 불사한들, 너 또한 지금은 나의 아이."
그러니 살짝 도움을 줄까. 너는, 악인임에도 더 큰 악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당신의 눈을 무언가 덮어 가렸다가 다시금 뜨게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눈에 모든 것이 보입니다. 숨어드는 능력을 가진 용병이라는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가!
바로 앞. 칼을 내지르려 합니다.
대처하십시오!
남은 턴: 1 목표 hp: 110 (미지의 존재 개입, -60) >>336 <마젠타> 참 심란하죠. 이 도시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막상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알아봤자 그 상식을 깨뜨리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 잭은 당신을 바라보다, 우물쭈물 고개를 숙입니다.
"……네. 미지의 존재가 떠돌던 저를 직접 찾아오셨어요."
당신이 아까 감시자를 보고 너무 놀라서 말하기가 조금 껄끄러웠는데.
"다른 분들은……. 감시자가 찾아온대요. 원로들한테도 예외는 아니래요. 그래서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감시자가 초대를 했더라면 무서워서 안 갔을 거니까요."
그랬으면 사라졌겠죠. 저벅저벅 걷다가도, 아, 조금만 더 가면 끝일 거예요. 라고 소근소근 얘기하는 모습이 수줍습니다.
> [사라져?] > [미지의 존재를 직접 만나본 거야?] > [기타 자유질문] >>338 <유라> 여인은 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밖에서 만나진 않았습니다. 원한이 있는 걸까요? 어쩌면 봄 섹터 전체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지금 당장 알 수는 없겠지만.
당신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피하고, 얼음은 불에 쉬이 녹아내리고. 이긴 사람 마음대로니 겨누어버린 창을 당신에게 던지려다가도-
와장창!
얼음으로 이루어진 벽이 강한 열을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긴커녕 마치 유리처럼 깨지자, 창 또한 일순 흔들립니다. 여인도 잠시 흔들렸던 듯싶군요.
"너, 되게 마음에 안 드네."
불, 얼음, 혹은 물. 이 둘의 우열은 늘 사람끼리 열띤 토론을 하기 좋은 소재였지요. 오늘 여기에서 결판이 난다면 여인도 제법 자존심이 상하겠습니다. 다시금 흔들리던 창 끝이 당신을 조준합니다.
"나는 가드너의 부단장으로 살아가며, 가장 위, 그 위에서 내려다 봐야만 하는데, 너희같은 것들이 나를 끌어내리려고, 나를……. 고작 애 하나 죽인 걸 가지고 이런 곳에 40년을 처박아서……."
끝이 살짝 녹아내린 채로.
남은 턴: 1 목표 hp: 110(일부 파훼 -43) >>344 <엘/에얼> 친구. 좋은 단어. 작은 루는 사과맛 사탕을 야무지게 깨물어 먹곤 입맛을 다시듯 혀로 입가를 삭삭 훑습니다. 복실복실한 꼬리를, 행복한 작은 루의 모습을, 그리고 대답하는 당신을……. 보드카는 그런 모습을 한참이고 눈에 담았습니다.
"그러면, 우리 친구인 거야."
기쁘다. 코 끝을 건드리자 말갛게 웃어버리는 모습에 보드카가 눈을 감습니다. 놓아줄 시간임을 깨달았고,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킹덤의 모든 것을 사랑하던 그 나날을. 자신이 간청하여 만든 허상이 아닌, 바깥에 있을, 오로지 사랑만을 받고 자라길 소망하였으나 한번 꺾인 작은 생명을. 창조물을, 그리고…….
"물론이에요. 작은 루를 돌아가도 좋아요."
당신의 세상이 점점 아득해집니다. 빛으로 가득 차는 듯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것이, 돌아가는 듯싶습니다. 보드카는 눈을 뜨며 당신을 마주하고, 목소리가 아득히 울리기 시작합니다.
"대신 작은 부탁을 들어주세요."
돌아가서 코냑에게...
"여왕을 조심하라고."
당신은 눈을 뜹니다. 이곳은……. 호텔입니다. 정확히는 호텔 내부에 발생하는 환자를 위한 의무실이군요. 시야가 흐리다가 금세 밝아집니다.
"아! 눈을 뜨셨군요. 다행이다, 다행이야……. 주인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단 소식을 들어서 어찌나 놀랐는지.."
그리고 당신의 곁을 지키던 코냑과, 품 안에 웅크린 작은 루, 그리고…….
"이제 안 아파?"
리큐르가 당신을 까만 눈으로 쳐다보더니만, 당신이 멀쩡한 듯싶자 말갛게 웃습니다.
"예쁜 봄 친구야. 사탕 먹을래? 사과맛이야."
안녕. 작은 루. >>405 <이가라시> 과거는 끈적하고 불쾌한 여름의 습기처럼 당신을 옭아맵니다. 이젠 어느 것도 존재치 아니하는데. 당신은 그런 마음을 갈무리합니다. 이젠 이 도시의 사람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 비연은 당신의 의견을 기다리듯 얌전히 자리를 지켰고, 존재는 당신이 무슨 의견을 내든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유롭습니다.
"재밌는 녀석이로고. 그래, 그래. 묶여주도록 하마."
존재는 순순히 사슬에 묶여주길 택했고, 당신은 시체와 존재를 데리고 복귀합니다. 비연이 곁을 호법했기 때문인지 돌아가는 길에 추가적인 전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돌아왔느ㄴ……."
비룡회에 돌아왔을 적, 마오타이는 당신을 환영하려다 데려온 사람을 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왜, 거기에 계십니까?" "내 여기 있으면 아니 되더니? 잡혀줘야 한다길래 왔지."
존재는 깔깔 웃으며 사슬을 또 힘으로 뜯어내기가 무섭게 마오타이의 앞으로 성큼, 연기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그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마젠타의 사업은 정제한 약품들로 하여금 외부에서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도 있었지만, 스프링 가든에 위치한 조직이니 당연하게도 취급하는 것들 중 가장 자신 있을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 또한 사업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을까. 킹덤에서 소모되는 약들의 양은 자신도 정확하게 모를 정도로 수요가 넘치니, 영영 사라지지 않을 갈증을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의 돈을 털어먹는 것만큼 쉬운 벌이가 따로 없는 것이었다. 마젠타는 눈 닿는 곳마다 화단 가득 피어난 선명한 붉은 빛깔의 꽃들을 살핀다. 꽃은 정말 아름다운데. 그 열매가 아편이 된다니. 지독하기도 하지. 마젠타는 혀를 차며, 양귀비 밭 전체가 보이는 위치에 놓은 야외 테이블에 앉는다. 그리고서 챙겨온 종이에 감싼 아편 덩어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을 때, 귀한 손님이라 들어 당신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생각에 마젠타는 부하를 보내 화원에까지 초대하였으니, 지금처럼 자신이 직접 나서서 거래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인 것이었다.
그러니 확실하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아 고객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마젠타는 턱을 괴며 어떻게 당신의 돈을 털어먹을지. 고민하는 얼굴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진다. 그러다 부하와 함께 멀리서 걸어오는 당신을 보고선 테이블에서 일어나 방글방글 웃으며 다가오는 당신을 향해 양팔을 벌려 보인다.
"바질에 온 걸 환영해요. 어서 와요."
당신에게 넓게 펼쳐진 양귀비 밭을 보여줌으로써, 제 상품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이려는 계획이었다.
>>463 이 도시는 법도 정의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 곳이니. 생각할수록 피곤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마젠타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휘휘 내젓다간, 잭의 말을 듣자 놀란 얼굴로 건너다본다. 미지의 존재가 직접 네게 찾아왔다니. 이어지는 말에 감시자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 한쪽 눈을 찡그린다. 그렇다니 다른 사람들은 네 말처럼 무서워서라도 초대를 받지 않으려 할게 분명할까. 속삭이는 말에 마젠타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옅게 웃는다. 이어 묻는다.
겨울에 있는데, 어째서 여름에 있는 기분인가. 과거를 짚어보다가 새삼스레 깨닫는 건 여전히 도시의 형태를 한 거대한 수용소에 갇혀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에는 이 도시의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안다. 이가라시는 잠시간 외눈을 감았다.
이제는 더이상 가장 다정한 말로 빚어낸 가장 상냥한 그 문장들을 다신 들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가라시는 사슬로 묶은 시체와 꺼림직하게도 순순히 내민 사슬에 묶여서 따라오는 존재를 이끌고 여름으로-비룡회로 복귀했다.
인사를 하기도 전에 마오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보던 이가라시가 시체를 묶고 있던 사슬을 거뒀다. 기름칠을 듬뿍 해서 관리한 사슬이 당겨올라가는 소리가 이가라시의 귀에 내려앉았다. 마오타이의 모습을 보다가 사슬이 끊어지는 소리에 음울하고 침울한 낯을 빠르게 굳히며 이가라시가 마오타이의 앞에 선 상대를 막아서듯 접근한다.
"질문해도 될까? 형님.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상대의 등 뒤에서 목이라도 조를 듯 양손으로 사슬을 쥐고 이가라시가 마오타이에게 질문했다.
찌를 때는 힘조절 잘하기...(메모) 엄. 정확히는 이가라시만 알고 있는 무언가? 이게 미끼가 되고 인물 그자체에 관심을 갖는 건 그 다음일검다. 지금은 흥미랄까, 왜 사사건건 참견일까 영 킹덤 사람 안 같다니까, 라는 생각만 있슴다. 반대로 이가라시가 가진 감상도 궁금해짐다.
>>사사건건 참견일까<< 아야👀 그래도 흥미를 가지고 있구만. 다행인가? 어라 아닌가?(혼란) 이가라시의 감상?🤔 되게 단순하고 쌈박한데 신기루 같은 사람. 또는 진짜 살아있는 건 맞나? 싶다고. 그리고 왜 저렇게 돌아다닐까. 마음 붙힐 때가 없어서 저러나? 하는 감상.
순수하게, 무구한 웃음을 지으며, 기쁘다고 해주는 여우를 바라본다. 품 안의 작은 여우, 소중히, 귀히 여겨졌을, 누군가. 그 보드라운 하얀 털을 조심스레 쓸어주었다. 존재의 윤곽이란, 이리도 상냥하면서, 동시에 잔혹하다.
데려가겠노라 묻는 말에, 보드카는 그러라고 대답했다. 눈을 감고 무언가 깊이 생각하던 그는,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밝아져올 쯤, 눈을 뜨고 마주해왔다. 그 잠시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무슨 결심을 했을지, 뒤늦게 떠오르는 의문은, 점점 흐려지는 사방과 함께 흘려보낸다. 끝으로 작은 부탁을 더하는 목소리에, 눈을 감으며 대답한다.
"그 부탁, 분명히 들었어요. 그럼, 안녕히."
언젠가, 작은 루를 배웅하는 그, 날까지.
꿈과 꿈 사이를 건너는 법을 아는가. 경계에 서서 눈을 감고, 크게 한 발짝, 걸음을 내딛어보라. 그 발끝 닿는 곳이 곧, 꿈이자 현실이리라.
엘은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 호텔에 구비된 의료 시설의 천장이다. 깜빡깜빡, 눈을 깜빡이던 엘은, 옆에서 들려오는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보다 먼저, 제 품을 살폈다. 둥글게 웅크린 하얀 여우를 확인하자,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푸르스름한 빌로드 소매에 감싸인 팔로, 조심히, 작은 루를 안아올리다, 문득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에 검푸른 눈동자가 그리로 향한다. 자그마한 몸, 하얀 머리카락, 새까맣지만 말간 눈, 그 눈으로 짓는 웃음을 보고, 같이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응. 같이 먹어요. 우리, 친구니까요."
사탕도, 과자도, 맛있고 즐거운 것 모두, '친구'가 웃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함께 하기로 해요.
찰나와 같은 시간, 어떤 우여곡절, 어떤 속사정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의 일이다. 엘은 현실에 돌아왔으니 다시 자신의 책무로 돌아가려 했다. '봄'의 대표이자, 조직이 운영하는 카지노와 호텔의 오너로. 보아하니 잠시 멈춘 것 같다만, 그 잠시를 메꾸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서두르면서도 차분히, 일로 돌아가려던 엘이 코냑을 돌아보았다. 마침 여기에 있으니, 부탁 받은 일을 하기 딱이었다. 둥금 호선을 그린 입술이 말을 꺼냈다.
"그러고보니, 코냑님, 제가 전언을 하나 받아왔답니다. 여왕을 조심하라, 고 말이지요."
일상적인 미소를 띈 엘이, 머리를 올린 비녀를 매만지며 덧붙였다.
"전언을 부탁하신 분은, 보드카님이시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엘이 코냑에게 남긴 것은 깍듯한 인사가 끝이었다. 그 뒤로는, 가볍게 걸어가는, 푸른 은방울꽃의 종소리, 뿐이었다.
//막레를 요로코롬 달아보고. 고생하셨슴다 선장. 진행 재밌었슴다! 그래서 작은 루=리큐르가 맞슴까?!
붉은 꽃 네가 좋아하는 꽃. 내가 좋아하는 꽃. 마오는 붉은 꽃을 사랑하고 붉은 꽃 역시 마오를 사랑한다. 그는 히죽 웃으면서 장죽의 부리를 입에 물었습니다.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연기가 그의 폐부에 들어찼지. 꽃을 보여달라하자! "그래~ 그러자~" 분명 꽃이 많았어 그가 히죽 웃었다. 이 곳의 이름이 어떤 곳인지 마오는 몰라. 고롱고롱. 마오가 상체를 비뚝, 크게 기울였다가 이내, 다시 히죽 웃었습니다. 나는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어. 바질이래 "양귀비가 바질이야~?"양귀비와 닮은 바질인가봐 "에~ 그러면 싫은데~"한 번 물어보면 되잖아 바보야! "나 바보 아니야~!" 바보바보바보바보바보 환청에 반응해서 성질을 내듯 그가 허공에 대고 거칠게 손짓했다. 그리곤 양귀비 밭을 더 자세히 보려는 것처럼 쪼그리고 앉았어. 야옹야옹, 이건 양귀비야! 네가 사랑하는 붉은 꽃 내가 사랑하는 붉은 꽃. 마오는 취해서 가르랑거렸어. 취했네, 마오. 앩. 아하하 "나도 붉은 꽃을 키우는데 이렇게 넓은 곳은 더 좋아~" 좋아 그는 히죽 웃었다. <spo>나는 뭐가 좋을까. 저 사람을 죽이면 이 밭을 전부 네 것으로 할 수 있겠다</clr> "아~니야~ 여기서 양귀비 살래~ 많이~ 많이~"
당신이 아편대를 입에 물면 마젠타는 펼쳤던 팔을 내려 뒷짐을 지고서 당신에게서 한 걸음 물러난다. 아편쟁이들이란. 아무 데서나 피워대니 문제란 말야. 약을 취급하면서도 그 약을 싫어하는 마젠타로써 당신의 그런 행동을 좋게 보지 못했을까. 당신을 바라보는 마젠타의 한쪽 눈가가 찡그려진다 싶다가, 미묘한 웃음을 띤다. 떠내려오는 연기를 손부채질로 밀어내며 환청이라도 듣는 건지 난감스런 당신의 반응을 마젠타는 무심하게 바라본다.
"더 많이, 더 품질 좋은 아편을 수확할 수 있으니까요. 좋아하셔서 다행이에요."
마지막 대목에서 마젠타는 실긋 웃는다. 이렇게 된 거 이 밭 전체의 아편을 당신에게 팔아넘길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마젠타는 야외 테이블의 의자에 앉고서 당신에게도 앉으라는 듯 손을 펴보인다.
>>467 <마젠타> 감시자는 무섭죠, 네에, 무섭습니다. 잭은 꼬물꼬물 손을 들어 괜히 손가락 끝을 맞대기도 하고, 버릇처럼 입가로 가져다 대던 것을 애써 멈추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부모님이 오지 않는 걸까, 생각하던 걸 애써 누르나 봅니다. 다행스럽게도 당신이 질문을 한 덕에 더 많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있었지만요.
"응, 사람이에요. 처음 봤을 때는요, 여기 도시에 있던 흔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만큼 주변에 잘 섞이시니까요. 대신 조금 마르셨어요. 뭔가 먹어도 맛이 잘 나지 않아서 먹기가 질린다고 하셨거든요. 감시자들도 그렇고, 여기에 경계를 걸치기 시작하면 맛을 잘 못 느끼게 되나봐요. 그리고... 아!"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이 당신을 물끄러미 응시합니다.
"……눈이 아주 예쁜 분홍색이에요. 마젠타 씨와는 다르게, 붉은색에 조금 더 가까운 분홍색이요."
취미도 있어요!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죠. 아주 오래된 존재인걸 빼면요. 잭은 그렇게 말하고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 [더 말하고 싶은 게 있어?] > [괜찮아?] > [기타 자유질문 및 행동] >>472 <이가라시> 아스라한 여름병. 아찔한 열병을 뒤로 당신은 돌아갑니다. 마오타이는 드물게 당황한 모습이었고, 존재는 어느덧 마오타이의 앞에 성큼 다가선 모습이었습니다. 당신은 막아섰지만, 마오타이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습니다. 조금 허둥대면서요.
"괜찮다, 이가라시, 손을 내려도 좋아, 그러니까, 이 분은, 과거 내……."
뭐라고 해야하죠?
"주인이셨던 분이다."
이내 마오타이는 포권지례를 하며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이 있었죠, 중화권에서는 머리와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대단한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라고.
"되었다, 되었어. 내 어차피 유희만 즐기다 다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이리 예 차릴 것 있더냐. 귀신에게 허리 숙여봤자 미친 새끼 취급만 당한다. 허리 피렴."
존재는 당신을 흘긋 바라보더니 여유로이 미소 짓다, 마오타이를 다시금 내려다보며 느긋하게 뒷짐을 집니다.
"그러고 보니, 검이 제법 쓸만하더구나. 잘 갈고 닦으면 천하도 재패하겠어."
이 마오타이의 주인(이었던 것)은 참으로 태평하게 그런 말이나 하고 있습니다……. 하... 선장 나와 *발!!!
>>527 마오타이의 말을 듣자마자 이가라시의 외눈에 불신의 감정이 아른하게 깃들었다. 마오타이의 앞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앞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드물게 선명한 변화다. 아니다. 사실은 주인이였던 자를 마주했을 때도 변화는 있었다. 지극히 당연스러운-이 거대한 수용소에 녹아들지 못한 상식인이 가지는 불신의 눈빛은 언제 그랬냐는 양 느릿히 잠겨들어갔다. 끓어오르는 지면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처럼.
주인. 마오타이에게 접근한 상대의 목을 조를 듯 가까이 대고 있던 사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가라시는 마오타이의 말을 곱씹었다. 주인이었던 자. 선명하지 못한 녹색 눈이 상대로 옮겨갔다.
>>527 그런 행동에서 네 불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을까. 부모님과 떨어져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아니 어쩌면 영영 이루어지지 않을 일을 기다리는 것은 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상황인 것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표정을 짓던 마젠타는 네 설명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의 주인도 결국 사람인 것인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뭐랄까, 점차 무감각 해지며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건지. 잭이 자신을 물끄러미 응시하면, 그에 마젠타는 바라보다 슬쩍 시선을 피한다. 붉은색에 조금 더 가까운 분홍색 눈동자.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이제 그 단서로 상대를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있잖아 잭."
따라 입을 다물고 있던 마젠타가 먼저 침묵을 깨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잭을 부른다. 잠깐 걸음을 멈춰 서고서, 무릎을 굽혀 잭과 눈높이를 맞추어 바라보려 한다.
>>541 <이가라시> 주인이었던 자. 그렇다면 지금은? 불신의 눈빛이 아련히 담긴다 한들 저 체격 단단하니 기골 장대한 흰머리의 존재와, 그 앞에 서니 한없이 작아진 듯한 마오타이는 초연합니다. 정확히는 흰머리 존재를 왜 만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요.
"말 그대로다. 아엔은 내게 충성을 맹세하던 몸. 비록 내 이리 되었지만 그 충심 여전하구나."
존재 퍽이나 여유롭습니다. 이제 보니. 손 끝이 반투명하군요.
"세월 참 무색하다. 내 너를 거둘적엔 네가 아직 열다섯이요, 네게 허구한날 주먹질하던 빚쟁이 부모가 무엇이 소중하다고, 털끝하나 못 건드리게 돈 걷으러 온 우리 애들에게 덤볐는데 말이다. 그리고 죽은 놈들 목숨으로 빚을 청산하면 되겠냐 묻던 패기로운 녀석이라 참으로 마음에 들었지."
예? 마오타이가 열다섯이요? 아니, 이거 말고도 다른 얘기가 좀 있는 것 같은데요?
"그 이후엔 시즌스 킹덤에 올 적에는 아엔, 네가 어느덧 내 곁을 전속으로 호위하였어. 그때가 네 약관이 다가오던 나이니 열아홉 정도 되었겠구나. 그러던 네가 어느덧 내 나이를 넘어 내년엔 아흔이요, 비룡회에 남겨준 내 검이라곤 비연밖에 없어 날 알아채는 자도 없으니 어찌 세월이 무색하지 않겠더냐?"
존재가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네 이가라시라 하였지. 참으로 즐거웠다. 이제 마음 놓고 비룡회를 온전히 넘겨주어도 되겠어. 그리고."
저저저 눈 휘는 게 좀 불안한데.
"우리 앞으로 자주 볼 사이지 않더냐."
왜요?
"내 메르헨에만 있자니 질리니 말이다. 다른 녀석도 잘 돌아다니는데 나라고 어디 못 돌아다니겠더니?"
아. 등골에 소름이.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이..!
<'여름의 존재'와의 일상이 해금됩니다.> <여름의 존재는 원로의 일상 다이스에 포함됩니다.> >>545 <유라> 유라는 머리를 굴립니다... 분명 동요할 때 창도 같이 흔들렸지요. 아무래도 충격에 약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뭐 어때요! 일단 공격하면 답이 나오겠죠. 가드너는 언젠가 기억이 날 테고, 저 여자를 이겨야만…….
"그래. 코냑 그 개자식이 40년을 처박았어." 40년으로도 모자란데.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옳지. 거기야. 여인은 무릎으로 가격하려 들 적, 당신을 향하 창을 일제히 쏘아내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무릎이 제 가슴팍을 향하자 두 눈을 크게 홉뜨며 비명을 내질렀지요. 창이 산산이 부서지고, 퍽, 하고 나동그라집니다.
"개자식, 코냑 그 개자식, 너도, 너도…… 봄의 사람들은─ 그게 최선이었잖아, 여름과 동맹 따위는 맺어서는 안 됐다고."
여인의 상태가 조금 이상합니다. 가슴팍을 부여잡고 떨리는 숨을 뱉으며 도통 일어서질 못합니다. 당신의 기억에서 언뜻, 과거 총을 맞고는 다시는 총기에 손대지 않던 어리석던 사람이 떠오릅니다. 아마 여인도 비슷하게 가슴팍에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안, 안 됐다고. 안 됐다고……. 그래서, 그래서 경고만 하려고, 분란만, 일으켜보려고, 죽을 줄은, 죽을 줄은 몰랐는데. 그게, 그런 거일줄."
알고 있었으면서.
공간에 작은 균열이 생깁니다. 저 균열을 통해 나갈 수 있어 보이는데……. 어째 한 명만 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력화 성공!> >>547 <밍메이> 다양한 종류! 어쩐지 코에서 좋은 냄새가 스쳤는데……. 리큐르는 사탕도, 초콜릿도, 각종 전통 다과도 좋아하는 편이었는지 무엇을 먹을까 골몰하는 듯 입을 꾹 다물며 간식에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벗이 나누어 먹으면 좋다 했어. 그 벗은 아마 이번의 환자겠지요. 사탕을 먹어야겠다 결심하던 때 들려온 당신의 부탁에, 리큐르는 눈을 동글동글 뜨다가 배시시 웃었습니다.
"응, 친구라면 이름으로 부르는 게 맞지. 같이 먹자. ……그러니까, 밍메이는 뭐 먹을 거야?"
"으응~ 그렇지이~" 너처럼 붉은 꽃을 피우는 사람이야 그가 히죽 웃으면서 간드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품질이 좋다그랬어. 저 붉은 꽃의 꼬투리를 말려서 아편을 피우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건 없을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야옹. 나는 마오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맞아, 마오. 야옹야옹. 좋은 게 가득해 "나도 이걸 키우는데 내가 키우는 것보다 양이 엄~청 많네에~ 자주 여기로 와도 되겠어~" 빨간 꽃이 자라는 동안에 여기에서도 받자 양귀비에 기분이 좋아진 네가 순순히 테이블 의자에 앉았어. 나는 테이블에 거의 엎드리듯이 누웠어. 아하~ 시원하구나. 마오. 마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는 꽤나 얌전합니다. 원하는 만큼 준대 "그러면~ 정말 많은 걸 요구해도 줄 거야~? 나는 이게 없으면 안 되거든~" 필수품이지 그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더니, 다시 한 번 아편이 담긴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깊은 연기가 그의 폐에 가득찼고 다시 입을 열자, 연기가 흘러나옵니다. 그는 히죽 웃었어. 내가 좋아하는 곳 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 천국이 될 거야~!!! 요구해봐! "으응~ 엄청 비싼 값을 치르라 하면 어떡하지~"죽여주겠다해 "너흰 천재야아~" 그리고 너는 바보 허공에 대고 떠들던 마오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비단을 살짝 걷어냈다. 흐리멍텅한 붉은 두 눈동자가 당신이 있는 방향을 주시합니다. 그가 히죽 웃었어. 좋아, 잘했어. 사람에겐 웃어야해 마오. 야옹.
리롤? 고민되네요!! 만약 선생이 패배하면 꿈 엔딩 -> 이사가자로 가서 죽은 사람 없이 안전하게 잘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꿈을 꾸었던 것일까요? 일테고 이기면 희생을 딛고 좋은 교훈을 얻은 선생이 이사했습니다. 그런데 선생에게 도움을 준 목소리를 준 이는 누구일까요? 일테고.. 흠...고민이네요..
킹덤에 거주하는 당신, 혹시 꿈 속에서, 푸른 나비를 본 적이 있나요? 날개짓을 할 때마다 방울소리를 내는 검은 인분을 뿌리며 날아가는 푸르고 푸른 나비. 혹시나 발견한다면, 마주친다면, 그저 지나치길 바라요. 쫓는 것도, 잡는 것도, 하지 말아요. 그야, 당신은 나비가 아니니까. 설령 꿈 속이라 할, 지라도.
>>559 채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자그마한 아이. 이런 이질적인 장소보다 부모님 품속이 더 어울려 보일까. 부러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 느껴지니, 그런 너를 차마 여기에 혼자 두고서 떠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기다리지만 하지 말고 직접 찾아가는 거야. 나가면 부모님을 찾을 때까지 널 돌봐주는 것은 일도 아니니. 그렇게 권유하며 마젠타는 잭에게 손을 내민다. 눈높이 맞춰, 좀 더 가까이서 잭을 보자 얼굴에서 어떤 누구를 겹쳐 본다. 설마 하는 생각을 할 때쯤. 미소 지으며 한다기엔 무거운 이야기를 듣고선, 한숨과 함께 마젠타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쓸며 고개를 떨군다. 망령? 지금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 목숨을 살려 주었는데 그 정도도 못 들어줄까."
봄 내음. 연두 머리에. 긴 귀. 설명을 듣고서 마젠타는 힙겹게 고개를 든다. 아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애써 웃어 보았을까.
"...... 말하는 이가 누군지 알거 같네. 응. 내 모든 걸 걸고 맹새코. 꼭 전해줄게."
그런 당신의 말은 듣고 싶었던 말인지라 저절로 기분이 좋아져올까. 정말 언제나 돈이랑 관련된 이야기에는 늘 이렇게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설레며, 기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젠타는 테이블 위에 엎드리듯 누워 아편대를 무는 당신의 꼴이 어딘가 고양이 같다 느낀다. 다만 귀엽다는 느낌은 없을까. 연기를 내뿜으면 숨을 참고 퍼지길 기다리던 마젠타는 시뻘건 당신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멍하고 흐릿해 보이지만. 그 뒤에 발톱을 숨기고 상대를 주시하고 있는 고양이 같은 눈이라 느낀다.
"바가지 씌우진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아 그래, 이 밭에 아편을 모두 구매해 주신다면 가격을 크게 조정해 드리지요."
하며 그대로 밭 전체를 팔아넘길 생각으로 말하던 마젠타는 이어진 당신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떠낸다. 그리고 금방 고민에 빠진 표정이 된다. 글쎄. 사람 죽이는 데에 선수인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인데. 심지어 그들은 기술 또한 좋은데, 당신은 어떨 줄 알고 제안을 받아들일까. 턱을 괴며 다른 한 손으로 테이블을 소리 나게 두드리던 마젠타는 가늘게 뜬 눈으로 당신을 본다. 당신에겐 아쉽지만. 역시 돈으로 받는 게 좋은 것이다.
>>604 <마젠타> 겹쳐 보았던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잭은 당신에게 했던 말이 어찌나 무안하고 미안하였는지, 커다란 눈에 이루 말하기 힘든 감정을 애써 눌러 담더랍니다. 잭은 애써 웃는 당신을 마주하며 소곤소곤 입을 달싹입니다.
"언젠가는 나갈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요. 그때 다시 만나요."
이건 약속이에요, 정말 만날 수 있을 거야. 산뜻한 봄 내음이 나는 정원 속, 아지랑이 속. 당신은 옆을 돌아봤을 때, 덤불 하나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잭은 저기로 나가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줍게 손을 한번 흔들었습니다.
"만나서 정말 기뻤어요, 마젠타."
당신의 정신이 점차 아득해집니다. 꿈과 희망, 환상과 마법이 가득한……. 밝은 시야에서 눈을 떴을 적, 당신은 가든 오브 헤븐 변두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잭을 처음 만났던 장소군요. 볕이 잘 들어 바닥이 보석처럼 반짝거리지만 주변을 에워싼 장미 덤불과 각종 꽃 때문에 빛과 그늘이 함께 어우러지고, 자그마한 먼지들이 공중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는 초현실적인 그림과도 같은 장소. 다른 점이라면.
잭이 서있던 자리에는 조그마한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 정도일까요...
Jack Daniel 작은 천사 여기에 잠들다.
죽은 날짜를 살펴보면 40년 전. 작은 천사는 여덟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뒤를 돌면 코냑이 꽃다발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고, 당신이 만일 편지를 전해줬다면 묘비 앞에 무릎 꿇고 손으로 얼굴을 파묻는 한 아이의 아버지를 볼 수 있었겠지요.
1. 엘이 만일 보드카에게 사탕을 주었더라면 보드카의 머리에서 조그마한 여우 귀가 솟는 걸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일상 다이스에서 리큐르가 뜨면 보드카에 대해 물어보도록. 아마 엘에게는 친절히 답할 것이다.
2. 만일 마오가 승리했더라면 마오타이가 직접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참고로 마오가 만난 '자매'는 고양이가 시신을 뜯어먹다가 ─ 때문에 융합된 변이체다. 쉽게 말하자면 70년 전 등장한 크리처의 인간 버전이라 보면 된다.
3. 김선생은 현재 내가 레스 2개를 쓰고 기다리고 있다. 리롤 여부 선택 가능.
4. 이가라시가 만난 존재는 마오타이를 직접 거두며 이름도 붙여준 대단한 은인이지만 성격이 제멋대로인 것 같지? 전형적인 크레이지리치아시안 타입이다. 돈으로 해결해! 그러면 내가 반은 먹고 들어가! 하는 타입. 해적은 레이시스트가 아니다. 나도 동양인인데 무슨...
5. 베로니카가 만난 마스코트를 지켜봤더라면, 미지의 존재를 잠시 조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마스코트가 다짜고짜 사랑이 없니 했던 이유는 비틀린 사랑과 연관이 있고, 베로니카를 아껴서(...) 그런 거다. 참고사항. 미지의 존재가 두 존재를 지켜보고 있었다.
6. 일리야가 만일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면 구스타보의 딸자랑이요 코냑에게 애지중지 기른 딸을 뺏겼노라까지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라크리모사의 앞에서 '롬바르디' 얘기가 나오면 반응이 어떨지는 나도 몰?루.
7. 밍메이의 진행은 어쩔까, 더 이을까 고민중이긴 하다. 조금 깊은 이야기긴 하다.
8. 마젠타의 진행에서 '잭, 재버워크, 밴더스내치, 다니엘…….'이란 묘사에서, 재버워크, 밴더스내치를 빼면 '잭 다니엘'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그렇다. '존재에게 주어진 이름'이다. 잭의 사인은 치사량의 모르핀 중독이었다.
9. 유라의 진행에서 나온 여인은 코냑 휘하의 원로 조직 '가드너'의 소속이자 코냑의 바로 밑, 실질적인 부대장 위치에 있던 존재다. 과거 여름 섹터와의 동맹을 추진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분란만 일으키려던 것이 가을 섹터까지 말아먹는 일이 됐고, 미지의 존재까지 개입할 정도로 사건이 커져 코냑의 창에 가슴이 찔린 채로 유폐되는 형을 받았다.
>>566 <김선생> 세상이 당신을 짓누릅니다. 그리고 당신을 풀어줍니다. 간악하기 그지없지요, 네 행동으로 하여금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니, 여기에서 죽으면 안타깝지 않겠니. 그 모든 것을 흥미롭단 이유로 포장하니, 이것이 선인지 악인지, 아니면 더 큰 악인 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안타깝네. 어떻게 알았어?"
용병은 당신을 향해 크게 팔을 내지르고, 목이 아닌 어깨에 빗맞았음에 유감을 표합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죠. 붙잡혀도 다시 빠져나가기만 하면 당신이 약에 취해서 흐느적거릴 테니─
그대. 어중간하게 자만하는 자가 이 도시에 없는 이유를 아십니까?
자만하는 자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 도시는 살아남기 위해 엎드려 빌며 기어 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와, 끝내 발목 잡고 끌어당길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이 빌어먹을 왕국의 이름은 시즌스 킹덤이요. 당신은 그 킹덤의, 밑바닥의 주민 중 하나이니.
"이런 *발, 이런다고는 안 했는데."
붙잡혀 목을 찔릴 적, 용병은 히히덕댑니다. 이런다고는 안 했는데, 이런다고는─ 살이 뜯기는 소리가 납니다. 기분 나쁘게 후벼파는 소리가 들립니다, 피가 바닥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내 줄줄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로 겨우 빠져나온 용병이, 제 목을 한번 손으로 더듬더니, 휘청대면서.
사람은 어쩜 이리도 쉬이 죽어버리는지. 당신은 아래에서 진압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용병, 이제 보니 옷차림부터 여름 출신의 인물입니다.
여름의 용병까지 고용할 정도면, 겨울의 용병이 나타나지 않을 리도 없습니다. 아니면 가을, 혹은 내부의 적까지! 앞으로도 어중간하게 두 섹터에 발을 걸치면 이런 위협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삶을 위해 선택하십시오.
>>706 하루도 안 쉬고 일+공부를 병행했다면 스트레스가 심할 텐데. 구토할 수 있다면 차라리 해버리고 미적지근한 물이라도 마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 출근시간 맞춘다고 밤 새웠다간 진짜 큰일날지도 모르니까. :<
>>707 현재 기준이라면... 짱구가 굴러간다. 데굴데굴.
1. 마오타이가 이마를 치지만 마음대로 하게끔 내버려 둘 것이다. 현재 코냑은 가드너의 배신자가 돌아온 것에 온 신경을 쏟고 있으니까. 만약 엘과 전투가 벌어진다면 말이 다르지만... 2. 명분이라면 봄의 원로에게 뭔가를 전해주고 돌아오는 길이라는 설정을 부여해도 좋다. 물론 코냑에게 "제발 이런 건 제 휘하 사람을 쓰지 말고 스스로 오라고 해주시겠어요?"라고 꼽은 먹을 것이다...
오너가 잠시 정신을 잃는 일이 생겨도, 알게 모르게 조직의 식구가 하나 늘었다고 해도, 카지노와 호텔에 큰 파문은 생기지 않는다. 푸른 오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일어나, 되려 직원들, 조직원들의 안위를 살피었다. 그리고 그 날은 뜻밖의 휴무일이 되었지만, 다음날부터는 평소와 같이 카지노의 정문을 열고, 방문하는 손님들을 맞이했다.
거대한 카지노, 그 안의 수많은 조직원들이, 제각기 맡은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하고 있을 때, 엘 역시 분주했다. 로비가 있는 1층, 제일 안 쪽, 표면적으로 알려진 오너의 방에서 충실히 직무를 다하고 있었다.
"이건, 흠... 음?"
물론, 일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하얗고 복실복실한 방해꾼, 작은 루가 근처를 아장거리며 시선을 끌어대면,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붉은 카펫이 깔린 바닥에, 하얀 털뭉치가 꼬리를 흔들며 오도카니 서서 보고 있는데, 누가 보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그래도 안 된다, 지금은 일해야 해, 라며 애써 손에 든 종이로 고개를 박아도, 결국 지는 건 엘이었다. 하하. 살짝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서류종이를 책상으로 툭 내려놓아버린다.
"그래요, 그래, 종일 여기 있으면 심심하지요? 나가서, 음, 바람이나 쐴까요? 작은 루우."
가뿐히 자리에서 일어난 엘이, 그렇게 말하며 작은 루를 안아올린다. 하얀 털 사이로 검푸른 리본에 푸른 은방울꽃 종 하나 달린 목걸이가 매여있다. 품에 쏙 들어오는 잔망둥이를 바라보다가, 작게 솟은 귀를 슬쩍, 코끝을 톡, 건드려주며 천천히 방을 나선다. 치링치링, 번갈아 울리는 소리가 카펫 깔린 복도를 조용히 울린다.
같은 시각, 카지노의 입구엔 손님맞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이 있었다. 그의 업무는 그 자리에서 출입하는 손님을 확인하며, 혹시 모를 안내와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직원의 차림은 카지노, 하면 의례 생각날 법한 유니폼 차림이지만, 검은 바지에 흰 셔츠, 그 위에 꽃분홍 조끼를 걸쳤다는 점이 가히 킹덤스러웠다. 혹은 '봄'답거나.
유니폼이 어떻든 그는 카지노의 일원이었고 그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했다. 그래서 반듯한 자세로 입구 옆에 서 있다가, 때마침 들어오는 손님, 이가라시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을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꿈을 취하는 카지노, The Dream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손님, 방문은 처음이십니까?"
직원의 태도는, 서비스직이라면 흔히 볼 법한, 그런 모습이었다. 익숙한 인사 멘트를 읊은 그는, 일단 입장하기를 권유하듯, 한 손을 카지노의 안 쪽으로 내밀며 이가라시를 응시했다. 어떤 말이든 들을 준비가 된 모습으로.
단언하건데 이가라시는 여름에서 벗어났던 적이 한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그런 이가라시가 어째서 지금 봄에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자면 형님인 마오타이가 봄의 원로에게 전할 것- 이라는 임무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봄의 원로에게 전달하라는 것을 전하자마자 들은 말은 이가라시로 하여금 현타를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하-.."
받은 임무를 수행할 뿐인데 자신이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하는지 원. 형님인 마오타이에 대해, 그리고 마오타이와 관련된 옛날 사람-그게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까지 만나서 본의아니게 속이 뒤집어 까내진 듯한 기분을 털어내지도 못한 채로 그런 소리까지 들은 이가라시는 이대로 여름으로 돌아가기 그랬다. 각련 케이스에서 각련 한개피를 꺼내고 이가라시는 영 익숙하지 못할 봄의 거리를 걷다가 눈에 들어온 건물 입구에 멈춰선다.
간단하게 한판만 하고 갈까- 하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던 이가라시는 카지노의 직원과 마주하자 물었던 각련을 잠깐 빼냈다.
"응. 처음인데."
이런 곳에도 마작이 있나? 라고 튀어나오려던 말을 지그시 삼키고 이가라시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여름 특유의 분위기에 맞는 도박이 봄에 있을리가 만무하지.
1.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반가운 척을 한다면?」 : "일단은 나이가 제법 있는 사람이 반가운 척을 한다면 어울려주는 편이에요. 오래 살았다 보니, 가끔 까먹는 경우도 있어서……. 그 이후에 누구였는지 정중히 묻는답니다."
2. 「고난을 극복한 것이 신의 은혜라고 듣는다면?」 : "라크리모사라면 그럴 법도 하겠군요. 전 이 도시에 신이 있었더라면 이미 소금기둥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지만요."
3. 「미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 "그 미신, 절대 까먹지 마세요. 이 도시는 미신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가득하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마오타이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가?」 : "달리 상처를 입을 일도 없네만 드러내지도 않는 편입세. 처리하면 되는 걸 가지고 뭐하러?"
2. 「타인의 악행을 억울하게 뒤집어 쓰게 된다면?」 : "그 악행보다 더 악랄한 짓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할 시간이지."
3. 「자신의 요구와 타인의 요구가 있을 때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 "나의 요구입세.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대가, 그리고 내가 진정 정명함을 추구했더라면 이 도시에 올 사람이 아니라고." 위스키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중요한 일을 위해 가는 길에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면?」 : "눈에 잠시 담아두는 편이지. 그리고 다시 갈 길을 간단다. 저 아름다운 풍경이 어떤 모략에 사라질지 모르니."
2. 「인간을 믿는 편인가, 믿지 않는 편인가?」 : "민감한 질문이구나." "네가 보기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니?"
3.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반가운 척을 한다면?」 : "정중히 물어보는 편이란다. 나이가 나이라서, 라고 말하면 대다수 알아들으니." 리큐르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중요한 일을 맡으면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하는가?」 : "으-음, 이거 끝나면 뭐 하지-?"
2. 「안정과 도전.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쪽?」 : "도전." "우리는 끝없이 도전해야만 해."
3. 「여행을 갈 때는 철저한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편인가?」 : "응? 아니, 리큐르는 좋은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가는 게 더 재밌는걸." < 확신의 P Q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어릴 적의 장래희망을 어른이 되서 들었을 때의 반응은?」 : "……." "어릴 적의 나는 여전히 이 도시를 사랑하나보오." "다만 그런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이 도시 사람의 운명이지."
2. 「꿈에서 보았던 것이 현실에서 그대로 이뤄지는 걸 본다면?」 : "그대는 루시드 드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무엇인지 아시오?" "중립 구역이기 때문에 누구도 나를 해칠 수 없지만, 괜히 자각몽이 아니오. 끔찍한 일이지. 그대가 영민하여 내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리라 믿소."
3. 「누군가에게서 사랑 고백을 받게 된다면?」 : "……이 도시에 정상인이 없음은 알았지만. 진심으로?" "진심으로?? 왜? 그.. 혹시 그런 취향이오? 그런.. 그…. 아………. 말을 말지."
오너의 방에서 로비로 나오는 길, 좁은 복도는 꽤 길다. 복도의 끝에 방이 있으니, 오갈 때마다 과하게 길다, 라는 감상을 누구에게나 준다. 그러나 그 복도를 울리는 방울소리는 고작해야 대여섯번에 지나지 않았다. 엘이 작은 루를 품에 안고, 두터운 나무의 문을, 열고 나온 것이 방금이건만, 어느새 복도의 끝, 로비로 건너가는 짤막한 통로에 서 있었다.
"그럼 오늘은, 어디로, 산책을 가볼까요. '여름'은 자주 갔으니, '가을'로, 흐음?"
여느 때처럼, 산책 나갈 곳을 고르며, 아케이드 코너를 지나는 중이었다. 갖은 갬블에 질린 사람들을 위한, 구식부터 최신식까지 온갖 장르의 게임 기기를 들여놓은 작은 유희의 공간인데, 그 중 하나에 작은 루가 관심이 생겼나보다. 품에서 고개를 들고, 그 쪽을 보길래, 엘은 웃으며 걸음을 그리로 틀었다.
"이게 하고 싶었던 건가요? 작은 루. 후후, 그래요, 하고 싶으면 해야죠, 그럼."
곧 엘은, 한 기기 앞에 앉어, 무릎에 작은 루를 앉혀주었다. 그리고 기기에 코인을 넣어, 게임을 시작했다. 그 즈음, 입구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한편, 입구의 직원은 이가라시의 요청에 군말없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듯, 아주 잠깐을 보낸 후, 대답했다.
"간단히 즐길 것이라면 다트, 룰렛, 블랙잭 또는 하이앤로우 등을 추천드립니다. 또는 갬블이 아닌 것도 있으니 그 쪽을 둘러보심은 어떠십니까?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직원은 정중함과 친절함을 유지하며, 한 발 앞서 이가라시를 1층의 로비로 안내하려 한다. 너무 떨어지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 않게, 숙련된 걸음으로 적절한 거리를 두며, 로비를 가로지르자 입구에선 보이지 않던 안쪽 공간이 보인다. 넓은 공간이 훤히 잘 보이는 지점 쯤에 멈춰선 직원이 설명을 잇는다.
"이 쪽은 당대, 그리고 이전에 존재했던 아케이드류 게임기들을 구비한 구역입니다. 어느 기기도 손질을 게을리 하지 않아 항상 새것처럼 작동합니다. 간단히 짧게 즐기기엔 이만한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어떠십니까?
설명을 마친 직원은 이가라시의 의향을 살피며 반응을 기다렸다. 직원 너머 펼쳐진 아케이드 코너는, 그 중에는 어쩌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 확실한 건, 그 코너의 안쪽, 한 게임 기기 앞에, 익숙한 검푸른색 긴 머리를 가진 이가 앉아있다는 것이다. 폴짝이는 하얀 털뭉치와 함께.
게임기 사이사이엔 가림막이 없어, 발견하기 어렵지 않았을테니, 무시하고 원하는 게임을 할지, 다른 곳으로 갈 지, 혹은 다가가 말을 걸 지는, 이가라시가 하기 나름이다.
"전~부~?"거짓말일지도 몰라! "정말이야~?" 말 바꾸기 전에 사 버리자! 그가 히죽 웃었다. 마음에 드는 거래였다. 다만, 돈이 있던가요? 마오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나 돈 있어? 없어? 몰라! 어때? "아쉽네에~ 나는 죽이는 게 쉬운 사람이라~" 너는 그게 아쉬운거구나 마오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가 히죽 웃었습니다. 돈이 있는지 짐짓 찾아보던 그는 두 눈을 천천히 끔뻑였다. 그렇지 "이 밭을 전부 갖고 싶어~ 그럼 얼마야~?"
티아가 감정없는 목소리로 눈앞에 있던 복층 건물을 보고 내린 평가였다. 이쪽 거리의 블록에서 유독 조금 떨어진 외딴 건물은 마치 성채가 된것처럼 바리게이트를 치고 창문에는 판자가 덕지덕지 붙여져있었다. 누구도 이곳에 발을 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이. 칸다타가 자매가 성을 공격하는 공성의 입장이라면, 건물안의 존재들은 건물의 침입을 막는 수성을 취하고 었았다.
"의뢰주 부탁대로 자금줄부터 하나둘 박살내놨으니, 자기가 궁지에 몰렸다는걸 본인들이 너무 자-알 알아버린거야. 이거 우리 뿐이었다면 조금 귀찮았겠네. 여단의 망령중에도 폭약을 다루는 녀석도있지만 그걸론 택도 없을거 같아~. 언니. 그래서 준비한거구나." "예상밖의 변수까지 염두해야하니까."
리사가 말한 것처럼 이번의 의뢰에서 의뢰자는 영혼을 거두기 전 의뢰의 내용으로서 자기가 당했던 과정과 같이 복수의 대상에게 서서히 말라죽는 결과를 원했다. 그래서 자금을 창출하는 주력인 고리대금을 제외한 하부 용역으로 취급받는 조직이나 사람의 불법시술을 눈감은 병원을 중심으로 관련자들을 죄다 들쑤셔서 박살을 내놓았으니, 타겟이 그것을 눈치채는 것도 시간문제의 일이었다.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알아서 이렇게 만든건지 언젠가는 이렇게 될걸 알았는지 이렇게 준비했는지는 모른다. 그것은 자매의 관심밖의 영역이었다. 그저 어떻게 의뢰를 완수하고 즐길까가 그녀들의 흥미였으니까.
"멍청하게 독안에 숨어버린 생쥐는 그렇다치고. 안젤라의 초코 브라우니는 생전이었다면 좀 부러운데. 죽은 뒤로는 맛이라는 것도 오래전 기억을 더듬는 그런 행위라서 불쾌하잖아." "...."
안젤라는 망령중 한명의 이름이었다. 생전에는 전속 요리사 겸 호위였고 칼을 요리에도 능숙하게 쓰지만 그 칼을 사람을 해하는데도 서슴치 않는 자다. 그때 그자의 음식의 맛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을 리사가 회상하듯 떠올리는 것에 티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어차피 이것또한 연극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깡통씨는 불렀는데 어디에 있으려나? 이번 일에 있어서는 그쪽이 스페셜리스트잖아. 브라우니도 준비했으니 슬슬 부숴버리고 싶다구~."
전부 지불한 돈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젠타는 아쉽다는 그의 말에 이해해달라는 듯 미소 머금은 얼굴로 답한다. 정말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큰 손님은 아닌 것 같고. 거래가 되지 않을 거라면 오늘은 글렀으니, 적당히 가능한 만큼만 당신에게 팔고 다른 이를 알아볼까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러던 마젠타는 이어진 당신의 말에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된다. 구매할 생각도 없는데 떠보는 것은 아니었음 좋겠는데.
"킬로당 400 티켓."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했을까. 눈을 가늘게 뜨고서 턱을 괴며 마젠타는 당신의 답을 기다린다.
하늘에서 목소리와 함께 빛이 내려오더니 인간, 내지는 인간 형태의 빛나는 무언가가 떨어져 사뿐한 동작으로 둘의 사이에 내려 앉았다
"대신 죽어서까지 악취미를 그만두지 않는 두 자매를 구제해 줄 훨씬 유능한 고성능 인공천사가 도착했으니 다행이네요, 리사."
그렇지 않습니까? 그것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으로 '익살스러운 쪽의 칸다타'를 바라봤지만, 금세 또 그 시선이 좀 더 '고상해보이는 쪽의 칸다타'에게로 붙었다 그것은 천사였다. 그 둘이 이 자리에 불러낸 깡통말이다. 그리고 그것- 베로니카는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신속하게 작업보고를 전하기 시작했다
"티아. 주문대로 해당 건축물의 설계를 바탕으로 초기 도면과 청사진 구성을 완료했습니다. 또한, 목표 세력의 예상 인원 배치 장소와 그들이 설치해 둔 전자 및 재래식 함정을 파악해서 자료에 표기해 두었는데요."
흔히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정보의 우세는 일을 그르치느냐 성공하느냐를 결정짓는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천사가 지금 가져온 정보는 오히려 이쪽이 반칙패를 받아도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사기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정작 베로니카 자체는 알듯말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순 섬멸이 목표라면 건물을 공격하여 몰아내거나 통째로 무너트리는 것이 훨씬 추천되는 방법이긴 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자신의 전술적 이점을 이용한다는 압도적으로 쉬운 길을 두고 굳이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은 나름의 결론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바라고 있지는 않겠죠?' 라는 말까지는, 베로니카는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여러모로 목적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이 자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야말로 바보같은 질문일테니 적어도 베로니카가 파악하고 있는 오차범위 ±0.008%의 인물 데이터 상으로는 그랬다 그래서 베로니카는 대신, 다른 질문을 건네기로 결정했다
"그 악취미를 연료 지급해주면 도와주는 자칭천사가 누구였더라-? 애초에 악취미로 정의할 일도-."
리사가 입가에 손을 펼쳐 가리면서 웃고는 그리 말하는데, 티아가 끼어들듯 이야기했다.
"협력자에게는 그쯤 놀리는 것으로 해두자. 리사. 우리의 일은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쉽지않으니까. 그렇지만 악취미로서 정의하는 것은 역시 삼가해주지 않겠어요? 베라."
티아는 한두번 베로니카를 만나는 것은 아닌지 어느정도의 협력관계를 표하는 애칭으로서 베로니카를 베라라고 지칭했다. 경박하기 그지없는 리사의 행동에 비하면 티아의 행동은 점잖고 예의있어 보였지만 이쪽도 멋대로 자신들의 일을 그저 악취미로 정의하는 것을 거부하듯 똑부러지게 이야기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사람이 고슴도치를 흉내낸다고 자기 몸위에다가 칼을 붙여놨다고 해야할지. 조잡하네요."
이윽고 베로니카가 넘긴 정보를 쓱 훑어본 티아는 차갑게 상황에 대해 그리 표현했다.물론 조잡하다는 것은 베로니카의 정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였다.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이 철옹성이 사상누각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연히 우리가 그런 재미없는 일을 할거라곤 생각안하겠지, 그런데 언니 말맞다나 인공천사라고 불리는 깡통씨가 있는데 전자설비가 좀 많은거같은데에-?"
이쪽의 스페셜리스트라고 높게 평하는 것은 리사의 헛말이 아니였다. 재래식은 자매의 임기응변으로 역이용할테고, 전자설비는 반대로 열린문이 된다. 몇번의 협업을 통해 그것을 실감했던 자매는 당연히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저 요새화 된 건물을 구멍뚫린 조잡한 시설이라고 폄하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먼저 진입하지 않습니다. 수수께끼를 하나 내보죠. 바퀴벌레가 득시글거리는 소굴을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답! 전부 태워-." "틀렸어. 리사." "힝. 너무해."
만담하듯 자매가 그리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것은 베로니카에 묻는 것이었다.
"힌트가 있다면 보통 방역업체는 건물안에다가 살충가스를 뿌리거든요. 진입로에 연막가스를 누출시킬겁니다. 퍼지고 나서는 전자트랩을 그때 조작해서 오작동을 일으키고-. " "우리는 조금 늦게 들어가서 오작동에 당황하는 얼간이들을 제래식 함정에 몰아넣을 거야. 자기들이 설치한 걸 자기들이 당하는건 어떤기분일까? 쿠후후-."
만담과 다르게 이번에는 합을 맞춘것처럼 자매는 나눠서 작전을 정리했다. 이 상황을 보고 곧바로 그녀들은 가장 악의적인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정정 : 방금 것은 정의가 아닌 여동생쪽의 '유머감각'을 모방해봤습니다만, 원한다면요."
티아의 태도에 니카는 가볍게, 혹은 순순히 응하며 그녀에게 자신이 정리한 정보를 넘겼다 한 편, 그것을 본 티아의 비유는 결코 추상적이거나 과한 것이 아니었다 베로니카 자신이 파악한 바로도 어느정도 무장을 해두었다 뿐, 전부 변변찮은 장비인데다 크게 위협적이거나 작전에 방해되는 요소는 없었으니 물론 일반적인 갱이라면 돌파에 꽤나 애먹었을 방어태세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상대에게는 겨울 섹터를 통틀어서라도 보기 힘든 머신이 붙어있었다 베로니카에게 있어서도 이 정도는 성에 차지 않는 정도일까
'말하자면 바닥에 늘러붙은 반죽을 그러모아 겨우 쌓은 팬케이크일까요.'
칸다타에게서는 이번 일을 위해 미리 상대의 보급로를 차단해두었다고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방어거점을 구축할 여유가 없었으리라고 베로니카는 추정하고 결론내렸다 인간, 태생이 어리석다 이 도시에 잔혹함을 지는 인간은 많았지만, 자신이 그 잔혹함이 자신에게 향하게 될 경우를 상정하는 자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았다 이어서 티아에게서 물음이 들어오자 베로니카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야 전부 태-"
하고, 답하려 하였으나 리사쪽에서 타이밍 좋게도 먼저 오답을 말하자 천사의 시선은 모르는 척, 저 멀리로 향해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하는 일이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쪽에서 먼저 행동하여 상대방을 몰아낸다 단지 수단. 압도적인 화력이느냐, 죽지 못한 고문망령 둘이느냐가 다를 뿐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오작동이겠군요. 매트릭스를 전개해서 장비 장악을 시도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능숙하게 홀로그램을 펼쳐 건물 내부의 정보를 기초삼아 빠르게 통제를 빼앗아가는데, 자매와 일하는 게 한 두번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아니, 설령 단 한 번이라고 하더라도 베로니카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400티켓인가아~" 있어? 마오가 고개를 갸우뚱 크게 기울였습니다. 마치, 생각하는 것처럼.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들었어. 뭐라 할거야? "그건 없는데에~ 어쩌지이~" 너는 거지구나! 나른한 목소리로 말하다가도 갑자기 팔을 휘둘러 허공에 휘적휘적 흔들던 그가 고개를 다시 돌려서 마젠타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네. 없잖아. 네가 취할 만큼의 캣닢이 없어, 마오. 그렇게 우욹꾸룱 소리를 내도 안 돼. 으르렁거린다 "티켓 말고 다른 건~? 나 위안 같은 건 있으니까~" 용케 그 돈들을 안 태웠네 그가 히죽 웃으며 마젠타에게 물었다. 오, 삐져버린 고양이로군.
티아의 왼쪽으로 푸른 불꽃이 일렁이며, 그곳으로부터 인영이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강령술. 거둬들였던 영혼을 밖으로 끄집어내 사역하는 힘은 그 사건에서 죽은 조직원들을 망령으로 불러내는데에 활용하고 있었다. 크로울리라는 뱀같은 남자는 보통의 생각하는 망령처럼 날아다니는 부유령이라기 보다는 생전의 모습대로 생전의 일을 할뿐이었다.
생전에 하는일이 벽을 제집마냥 타고올라가 나무합판으로 막아놓은 창틀을 난간에서 둔기로 깨부수고 다니는 일이라는게 비정상이었지만.
"리사. 준비해둔 케이스를." "준비완료야. 언니."
리사는 잠깐 모습이 보이지않더니 한손에는 무장으로서 토미건을 들고, 한쪽은 줄에 매단 금속제 케이스를 질질끌고 티아 앞으로 와있었다. 그 케이스를 열자 안쪽에는 연막탄 다발과 그 연막탄이나 유탄을 쏘기 적합한 리볼버식 런처가 담겨있었다.
"깡통씨. 신호라는 건 말이지~. 우리가 안에 들어가서 총격이 울리기 시작하면이야. 토미건 소리는 슬슬 익숙할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리사의 말대로. 첫총격이 울릴때 베라는 제어권을 빼앗아 주시길."
티아는 신속하게 연막탄을 런처에 장전하고는 크로울리가 부숴버린 창문을 향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발사했다. 금속의 둔탁한 소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창문이 깨졌으니 내부의 인간들도 창문을 향해서 달려왔지만 그때는 이미 연기가 피어오르고 내부는 하얀연기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아비규환.
그 찰나를 이용해 연속으로 연막탄을 발사하는 것으로 내부는 그윽한 연기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쇼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드럼탄창을 장착한 리사가 진입을 시도했다. 총을 제외하곤 어떤 장비도 없었다. 애초에 연막탄도 아군이 도망가려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적에게 연기를 씌우고 그 사이에서 난전을 벌이겠다는 발상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슬쩍 본 지도의 정보만으로 동물적인 감각에 의지해 리사는 그 속에서 첫번째 총성을 일으켰다.
각련의 끝에 불을 붙히려던 이가라시가 직원의 말에 반문하는 건 당연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카지노처럼 보이는 곳에 도박이 아닌 것도 있었나. 손을 대본 거라고는 내기 바둑, 장기, 마작 정도였으니 안내를 해주려는 직원을 흘끗 곁눈질로 바라보던 이가라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직원이 안내하는대로 걸음을 옮긴다.
이가라시는 직원 어깨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하나 뿐인 눈을 가늘게 뜬다. 여러 기계들. 눈에 익은 것도, 아예 처음보는 것도 있는 게임기들을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아직까지도 불을 붙히지 않았던 각련을 도로 케이스 안에 밀어넣었을 것이다. 이 거대한 수용소도 사람들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곳이기는 한 모양이다. 카지노에서 이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각련 케이스를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으려 하며 이가라시는 꽤 담백하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음울하고 침울한 기색이 깃든 얼굴에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안내 고맙다. 여기면 될 것 같네."
음울하고 침울한 얼굴로 안내받은 안쪽을 살피던 이가라시의 외눈이 안쪽에서 익숙한 색을 발견했는지 자신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직원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고는 걸음을 옮긴다. 여기에- 아니 여기에 있는게 맞나. 각련 케이스를 꺼내 각련을 입에 물었다.
동생 칸다타가 진입하고나서 얼마 지나지않아 총성이 울려왔다. 여럿 듣다 못해 입으로 완벽히 흉내낼 수 있을 정도인 기관단총의 격발음이었다 이것이 신호다. 베로니카는 작전대로 그들의 장비를 테이크다운 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는 한편, 비효율의 극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연막탄으로 시야를 가리고 그 한복판에 뛰어들다니. 연막투시라면 이쪽에서 가능하고, 시야과 교란도 다른 장비로 대체 가능하다 하긴, 그녀는 따지자면 이미 사람이 죽고 남은 것인데 사람의 잣대를 들이밀고자 하는 것 부터 무리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천사 자기자신도 사람은 아니었다
"모든 장비를 무력화 했습니다."
천사는 자기 자신이 뒤틀린 도시 안에서 깨어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자매들에게 보고했다 침입자를 벌집으로 만들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포탑들의 목이 축 늘어지며 생기를 잃었다 조종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전원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베로니카가 조종권을 탈취한 것 뿐으로. 말하자면 포탑을 돌려 안에 있는 적들을 언제든지 역으로 쏴버릴 수 있었으나, 천사는 구태여 그러지는 않았다 위협을 제거하는 것 이상으로 의뢰주를 무안한 기분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천사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러는 대신에 현장의 분위기를 식게 하지 않는 브리핑을 한다... 그렇게 정했다
"그러나 재래식 부비트랩이 잔존하고 있습니다. 그것까지는 제쪽에서 손이 닿지 않으니 부디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독자적인 전원으로 기동하고 있거나, 덫 혹은 와이어로 작동하는 방식의 물건들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자매들이 모를 일은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목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들은 그래보여도 나름대로 프로였으니 그러니 걱정은 없다 순식간에 할 일이 없어진 천사는 구경이나 해두려는 심산으로 보안카메라에 접속하여 내부를 살피고 있었다
이가라시를 안내한 직원은, 표정으로 반응을 살피지 않았다. 카지노에 오는 사람이 그렇듯, 혹은 이 킹덤의 주민들이 그러하듯, 표정 하나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러므로, 이가라시가 직접, 여기면 됐다, 라고 말을 하고서야 직원은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알겠다는 표시였다.
"예. 편안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손님."
그리고 직원은 올 때와 마찬가지인 걸음으로, 그의 자리에 돌아갔다. 이제는 멀어진 입구 쪽에서, 작게나마 어서오십시오,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의외라면 의외인, 아케이드 코너 안엔 드문드문, 사람이 있다. 각자 원하는 게임을 즐기는 사이에, 그 사이에 있었다. 검푸른 머리의 엘과 처음 보는 하얀 털뭉치. 둘이 차지하고 있던 기기는 일종의 리듬게임으로, 아홉 칸으로 나뉜 사각 패드를 리듬에 맞춰 두드리는, 간단한 게임이다. 다만 패드를 두드리는 건 하얀 여우였고, 엘은 기기 앞에 앉아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옳지, 응, 잘 하네요."
적당한 음량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아홉 칸의 패드가 이곳저곳, 반짝거리고, 하얀 앞발이 타다닥 타다닥, 패드를 누른다. 엘은 여우가 패드를 맞출 때마다, 칭찬의 추임새를 넣어주거나, 몰래 못 본 곳을 눌러주거나 한다. 그 덕에 게임은 무난히 상위의 점수를 얻으며 끝났고, 아직 더 놀고 싶은 듯, 빛 꺼진 패드를 눌러대는 하얀 여우를 보며 엘이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가라시를 향해 고개를 돌려 눈길을 주며 말했다.
"안녕하신가요, 이가라시 씨. 오실 거면, 미리 기별이라도 주지 그러셨나요. 그랬다면 제가 직접, 반갑게 맞아드렸을 것을."
싱긋, 웃고 있는 창백한 얼굴은, 이전날 보았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인사를 건넨 엘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패드 위의 하얀 여우, 작은 루를 들어, 제 무릎 위로 옮겨놓고서, 느긋한 손길로 하얀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을 덧붙인다.
"잠시 기분 전환이라도, 하러 오셨나요? 갬블을 즐기러 오신 건, 아닌 듯 하니. 부디, 마음에 드는 기기를 찾아, 마음껏 즐기시길 바라요."
그리고 다시 웃는 얼굴을 짓는, 엘의 태도는 지극히, 담백했다. 이가라시가 무얼 하든, 하지 않든, 참견은 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달리 보면 이가라시보다 무릎 위의 여우에게 관심을 주는게 우선인 것 같기도 했다. 쓰다듬은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고글형태로된 열감지 투시경을 어느새 착용한채로 뛰어든 것이었다. 아마도 직전의 케이스에서 장비를 꺼낼때 이미 꺼내둔 모양이다. 자매치고는 퍽 기술적인 활용이 들어간 셈이었다. 상대는 연기속에서 시야를 가리고 본인은 연기속에서 해매는 이들을 볼 수있는 이점을 활용한다. 과정에 있어서 수단 방법은 가리지 않았다.
"그때문에 연막탄은 투시경이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는 싸구려로 구했단말이지. 성능이 좋으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져."
사람의 체온으로 확인되는 인영이 연기속에서 똑똑히 보였기에 리사는 기관단총을 분무기 마냥 뿌려 상대들의 움직이는 동선을 파악했다. 사방이 트랩의 밭이라면 그것을 인지하고 움직일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하지만 이 연기 속에서 그게 어디까지 쉬울것인가?
"아하. 거기랑 거기구나. 멍청하게도 정답을 너무 알려주네."
연기속에서 허둥지둥 트랩이 있는 자리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리사의 눈에는 대략적인 위치가 가늠이 되었다. 건너 뛰려는 곳에는 분명 와이어형 트랩이 있을것이고, 억지로 옆으로 비틀어 움직인다는 것은 감압식 트랩이 있겠지. 그것을 하나하나 파악 하기위해 리사는 총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탄환을 낭비해 위협사격을 가했다.
"깡통씨. 들리지-? 언니한테 전해줘. 언니가 보이는 곳으로 유린해서 결국 트랩을 밟던가 총에 맞아 죽던가 양자택일을 하게 만들거라고."
리사의 전언을 베로니카가 그렇게 듣게 될 무렵 바깥에서 티아는 이미 케이스에 담긴 다른 무기를 꺼냈다. 철제 케이스 답게 여러 무기를 수용하고 있었던것이다. 꺼낸 무기는 M1A로 멀리서 쏘기에는 적합했다. 따로 망원 조준경을 장착하지않고 기계식 조준기 만으로 창문을 그녀는 노리고 있었다.
마치 수렵을 하러 나온듯 여유로운 분위기를 띄면서.
"그걸 모른다면, 동생을 안으로 들여보내지는 않았겠죠. 벌레들은 자기들이 걸어놓은 거미줄에 걸려서 죽던지 혹은 스스로 숨을 거둬달라고 애원하던지 두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겁니다."
>>795 <밍메이> 높은 위치에서 유유히 줄 타고 움직이는 곤돌라 너머의 너른 허공, 작게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한 눈에 담기는 여러 계절……. 작은 간식 시간을 보내기엔 경치도, 분위기도 참 좋습니다. 단 초콜릿과 사탕을 먹다 보면, 리큐르는 새까만 눈을 한번 크게 깜빡일 뿐입니다.
"응."
나는, 선택할 때가 됐어. 리큐르는 그 소리를 듣고 신의를 찾아 헤맸을 뿐. 정확한 의사는 '벗'에게 있겠지요. 자신의 위치에서 줄 수 있는 모든 대가를 바쳐서라도 해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 리큐르는 값을 높요 부를 지도 모른단 말에 입술을 꾹 다물기만 합니다.
"괜찮아."
원로의 선에서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가능하니까 이리도 당당한 걸까요, 당신의 작은 웃음과 덧붙임 사이로 리큐르는 수줍은 미소를 띱니다.
"응?"
머뭇거리는 기색, 그리고 질문. 리큐르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 자신의 비니를 양 손으로 꾹 잡아 내리 당깁니다.
"괜찮아, 무례하지 않아."
대신, 드러내는 게 부끄러울 뿐이지요. 코냑은 멋지게 쭉 뻗은 귀가, 마오타이는 손등에 덮인 비늘과 가끔 보이는 위용있는 뿔이, 위스키는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이 멋지기만 한데……. 리큐르는 비니를 벗습니다.
"……보다시피 인간은 아니니까."
하얀 머리처럼 새하얗고 조그마한 여우귀가 복실복실 솟아있습니다. 품이 커다란 옷 밑으론 꼬리가 숨겨져 있겠군요. 원로는 위엄이 있어야 하는데, 요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을 숨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수줍은 듯 입술을 오물거립니다.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모호한 감정이 카지노에 게임센터가 있다는 점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게임센터의 존재 때문인지 이가라시는 꽤 오래도록 생각했지만 그뿐이었다. 이 도시가 본래 무엇으로 쓰여졌는지 생각해보면 게임센터가 있는 게 이상하진 않으니까. 이가라시는 직원의 인삿말에 고개를 까딱여 보이고 각련에 불을 붙혔다.
따지고 보면 게임센터와 연이 없는 편이다. 여기에 오기 전에도, 오기 전 밖에서도. 익숙해져버린 달달한 향을 머금은 연기를 내쉬며 이가라시는 리듬게임 기계를 두드리는 여우와 그런 여우의 행동을 뿌듯하게 지켜보며 칭찬하는 익숙한 낯의 여자를 보고 외눈을 찌푸리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두번 정도 마주치면서도 살아있는 인간인지, 아니면 허상인지 고민하게 만들던 사람이 여우 하나의 행동에 웃기까지한다. 저렇게 보면 허상은 아닌게 맞는데. 그럴수도 있지 하고 적당히 넘겨내는 게 불가능하다면 아예 관심을 안주는 게 맞다. 이가라시 성격상 그리 못한다는 게 문제지만.
"기별을 줘야할만큼 너랑 내가 친했었나. 그건 아니지 않아?"
네가 마중나오는 게 더 신경쓰이기도 하고. 하나 뿐인 외눈이 게임 패드를 신나게 두드리고 있는 여우에게 향한 채, 이가라시는 웃음기도 없이 단조롭게 대꾸했다. 상대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 전에 저 여우는 어디서 데려온건지. 마음껏 즐기고 가라는 말에 이가라시가 엘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훅-, 연기를 뱉고는 주머니에 넣고 있는 손을 꺼내 적당히 흔들어보였다. 신경쓰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1. 일상을 돌리면 캐릭터에 관한 뉴스나 찌라시가 생긴다 2. 나는 일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는 사람은 독백이나 조각글을 쓰거나 가볍게 ~는 ~를 했다. 도시의 누군가 죽었다, 살았다, 무엇을 했다... 같은 간결한 문장만 써도 된다. 3. 그것도 아니라면 다이스를 써라. 내가 재량껏 해주겠다...
다른 판로를 찾는 것보다 수고를 덜 수 있으니. 평균가보다 많이 낮춰 줄 수 있음인데. 고개를 기울이는 그런 당신의 반응에서 마젠타는 이번 거래는 글렀음을 예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마젠타는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등을 푹 기댄다. 제 팔짱을 끼고선 이어지는 말에 고민에 빠진다. 달러나, 유로, 엔화도 아니고 위안화라. 그것이라도 받아야 하는지. 티켓으로 환전하였을 때 얼마인지, 수수료는 어떻게 되었는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다간 말한다.
가벼이 웃는 얼굴에, 푸른 눈동자만이 힐끔, 이가라시를 바라본다. 시선은 금방 거둬진다. 무릎 위 희디 흰, 작은 여우에게로.
"흐음, 말은 그렇게 하셔도, 굳이 이쪽으로, 어머."
단조로운 엘의 목소리를, 갑작스런 기침소리가 끊는다. 키잉! 앙증맞은 소리의 근원은 하얀 여우, 작은 루였다. 이가리시의 담배 연기가 코를 간질였는지, 연달아 두어번, 기침을 한 작은 루, 그 흰 털뭉치가 엘의 무릎에서 게임기기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기기들 위를 종종 걸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치링치링, 작은 종소리와 함께, 살랑이며 멀어지는 하얀 꼬리를 웃으며 바라보던 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리없이, 반듯하게, 일어서서 다시금 이가라시에게 눈길을 주었다.
"신경 쓰지 말라, 하신 것 치고, 제 쪽으로 오심은 또 모를 일이네요. 제가 그렇게, 신경 쓰이시나요? 이가라시 씨."
웃음이 떠나가지 않는 얼굴에, 검푸른 눈이 가늘게 미소짓는다. 엘은 그런 말을 흘려놓고, 물 흐르듯, 이가라시를 지나쳤다. 어쩌면, 이제는 익숙할지 모르는 비녀의 장식 소리를 울리며, 푸른 실루엣이 아케이드 코너의 한켠으로 향한다. 돌아보면 하얀 여우가, 대전 게임 기기의 기판에 올라가, 앞발로 조이스틱을 건들고 버튼을 눌러대는 모습과, 그리로 걸어가는 엘의 뒷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슬핏 보이는 희멀건 옆얼굴에, 그에게 지을 때와는 다른 미소를 띄운 채로.
창가에 사람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티아가 향한 총의 총구는 불꽃을 뿜어냈다. 하나하나가 적에게 명중하지 않았다. 이는 의도된 사항이었다. 오히려 그것은 일부러 빗맞춘 행위였으니까. 창밖으로 탈출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철저히 차단하듯 위협사격을 티아는 가하고 있었다. 이 사냥터 안에서 나오는 것을 허용하겠냐고 말 대신 표현한 것처럼.
"제가 베라양에게 능력이하의 의뢰만을 요청하는 건, 당신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처리하는 것을 명분으로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티아는 계속해서 창가에 누군가 나타나면 제빠르게 그곳으로 격발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며, 여유가 있는 듯 그리 이야기했다.
"하나 더 있다면, 처음부터 콜드게임을 누가 좋아합니까. 슬슬 리사가 안에서 재래식 트랩에 위치를 전부 찾았겠네요."
티아의 위협사격이 첫번째 리듬이었다면, 그것에 받아치는 듯한 연발의 사격이 두번째 리듬으로서 연거푸 들려오고는 했다. 안에서는 리사가 휘젓고 난장판을 만들고 있음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이런 것은 악취미라는 베로니카의 평가처럼 그것은 적들을 가지고 노는 듯한 상황 그 자체였다.
카메라에서 보이는 시점으로 전환한다면 그곳에서 리사는 기분나쁜 웃음기를 머금고 이리 말한다.
"각층 바닥 동서쪽이나 남동쪽 중심으로 지뢰. 철문 몇개에는 도어트랩. 복도 길목으로 와이어 트랩. 재료는 충분하네. 깡통씨를 무전기로 써서 미안하지만~. 이것도 전해주고. 슬슬 깡통씨가 움직일 상황이 필요해."
다시, 티아와 베로니카가 있는 밖.
"리사가 아마 전언을 전했을겁니다. 전자로 통제를 확보한 트랩들의 현상황을 홀로그램으로 송출 가능하겠습니까. 그걸 이제 이용할 생각이거든요."
"으응~ 있어~ 나올 때 전부 다 가져왔으니까아~" 피 묻은 위안. 네가 히죽 웃었어. 마오는 가르랑거리며 테이블에 고개를 부비려고 했어. 아하, 여기다가 해드번팅하는군요? 나는 마오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얌전해야지, 마오. 애앩. 전부갖고왔지 "여기 와서 쓴 일은 거의 없지마안~ 위안도 받는다면 그걸로 살래~" <spo>여기에선 가치가 얼마인지 알아?</clr> 마오는 한 손으로 머리를 긁었어. 그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습니다. 날도 좋으니까 낮잠이라도 잘 생각인거다.
1. 이벤트 날짜는 4/19~4/28까지 넉넉하게 잡고자 하는데 동의하면 지느러미를 흔들 것. 2. 현재 대표 조직의 메리트가 없는 느낌이라 메리트를 만들고자 하는데 동의하면 지느러미를 두 번 흔들 것. 3. 시트 정리 기간을 줄이는 것에 찬성하면 지느러미를 3번 흔들면 된다.
"다행이네요. 아, 지금 지불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양귀비가 다 자라면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
길게 늘어지는 말꼬리. 히죽히죽 웃는 얼굴. 약 기운에 제대로 취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나마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다행인 걸까. 마젠타는 당신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위안화로 받고, 부족한 것은 내키지는 않지만 당신을 굴려서라도 받아내지 뭐. 더 피곤해지기 전에 그렇게 결론 내고선 마젠타는 늘어지게 하품하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아편 덩어리를 당신 쪽으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건 서비스. 그리고 피곤하면 쉬다 가요. 직원들에겐 손님이 온다고 말해놨으니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에요."
"아하~ 이 꽃들은 자라는 게 어~엄청 느리더라아~" 네 화단도 마찬가지잖나 네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의 코를 찌르는 냄새. 마오가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내가 좋아하는 거야아!!! 내내내내내거! 내 거! 내!!! 거!!!! 그의 눈이 형형히 빛났다. 공짜야! "너 엄청~ 좋은 사람이잖아~" 새로운 아편! 아편 덩어리를 소중하다는 듯 만지던 네가 손짓을 했다. 아편을 피우기 위해 갖고 다니는 칼이 허공에 떠올랐습니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편을 잘라, 담뱃대에 채워 넣었어. 좋아좋아 "그럼 여기서 혼자 도원향을 즐기도록 해볼까아~ 너는 여기서 안해도 돼~?"
그리곤 얄궂게 웃는 마젠타를 한 번 보더니, 흐리멍텅한 두 눈이 히죽 웃었다. 그는 손을 동그랗게 말아쥐곤 애교를 부리듯 한 번 허공에 고양이처럼 손짓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여기선 다르답니다. 빠르게 자라니, 금방 수확할 수 있어요."
뭐든 심으면 빠르게 자라는 것이었으니. 저 양귀비도 며칠 내에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제 건네준 아편에 달려드는 당신을 바라보며 마젠타는 잘게 웃는다. 아편은 당신을 중독시키고, 망가트릴 것인데. 그럼에도 자신은 좋은 사람인 것인지. 떠오르는 칼을 바라보며 마젠타는 눈을 가늘게 떠내다간 고개를 젓는다.
"자기가 파는 약에 취하지 말 것. 난 약 같은 거 안 해요."
하고선 고양이처럼 손짓하는 것에 그만 소리 내어 웃고 만다. 고양이 같다 느꼈건만, 정말 고양이었을 줄이야.
"알겠다는 뜻으로 알겠어요. 응. 깜빡 졸아버리지 말고, 적당히 하다가 돌아가요. 먼저 가볼게요."
하고선 마젠타는 당신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 막레 하면 될 거 같기도 ~-~?
엘의 뼈있는 말을 들었으나 이가라시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음울하고 침울한 그 낯은 엘의 표정과 시뭇 정반대에 놓여있다. 보통. 이 도시에서, 보통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놓고 농담하는 것 같지 않은 낯짝을 하는 건 단언컨데 이가라시 뿐일테다. 스스로 하는 말이 얼마나 웃기지도 않는 말인지 잘 알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이가라시의 이런 생각 방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우의 재채기 소리에 엘을 보던 이가라시는 하나 뿐인 눈을 굴려서 여우를 바라봤다. 여름에 살고 있는 자신이 봄에 올 일이라고는 한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보니 보통 봄에 동물이 살았던가 하는 의문점이 드는 건 당연했다.
"오해할 것도 없지만 단순히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왔던 것 뿐이야."
그다지-, 하고 이가라시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하다가 잠시 말을 멈췄다. 타들어가는 각련의 끄트머리를 적신 불꽃을 지나쳐, 안개가 낀 탁한 녹색 눈동자가 게임센터의 바닥으로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져 흔적을 남긴 재에 잠시간 머물렀다가 다시 올려진 시선에 엘의 모습이 보이자, 이가라시는 가늘게 눈을 떴다.
누가 누구를 신경쓴다니 해석이 과해도 정도가 있다.
"누구를 신경쓰기엔 내 한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사람이라."
여우에게 걸어가는 엘과는 반대로 이가라시는 걸음을 옮겼다. 이가라시의 목적지는 여름에 살고 있는 사람답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인형과 작은 피규어들이 들어찬 뽑기 기계에서 멈춰서서 이가라시가 고민스레 내부를 살폈다.
보통, 이라는 말에 엘의 낮은 웃음소리 따라붙는다. 보통, 그 단어만큼, 이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말도 없을 것이다.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는 이가라시를 보는 눈동자에 검푸른 빛이 감돈다. 그러나 엘은, 달리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짧게 웃고, 작은 루를 쫓아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했다.
하얀 여우, 작은 루는 이가라시의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가고픈대로 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일어난 엘이 지나치며 흘린 말에, 이가라시 역시 말이 한 번 끊긴다. 어색한 정적을, 엘은 개의치 않고 멀어졌다. 거리가 생겼으나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기에는 충분했으니, 적절하게 말을 받아넘겼다.
"말하시는 것 치곤, 뵐 때마다 참 가까이도 오시는 것을, 아, 혹시 자각이 없으신가요? 후후후!"
길게 늘어뜨린, 검푸른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은비녀의 종소리를 같이 울린다. 그 소리에 여우가 게임기 두드리는 걸 멈추고 엘을 보았다. 어느새 여으의 앞까지 간 엘이, 검지로 코 끝을 건드려주자, 하얀 털뭉치가 파르르 떨린다. 그러곤 다시 스틱이며 버튼 눌러대는 여우를, 엘이 바라보았다. 다정한 미소와 함께.
엘도 이가라시도, 잠시 서로 등을 돌린 사이, 달콤한 연기를 흘리던 담뱃불이 슬그머니 사그라든다. 다 태운 것도 아니건만, 누군가 건드려 털어버린 듯이, 반쯤 탄 채로 식은 담배만이 이가라시의 손가락 사이에 들려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후에는, 이가라시의 발치에서, 하얀 실루엣이 아장아장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것이다. 가끔, 바짓단을 툭툭, 건드리는 앞발의 감촉도.
보통. 거대하며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이 거대한 도시의 모습을 한 수용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쯤 이가라시도 자각하는 사실이다. 도시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또한. 그 보통이라는 단어를 듣고 웃는 엘의 모습에 이가라시가 별다른 말을 덧붙히지 않는 건 당연했다. 무슨 말을 붙히더라도 그건 변명도 되지 못할테니.
"타인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 아니 뭐 좋아. (ええよ) . 지금으로서는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든지 변명도 되지 않을 것 같으니 그렇다고 치지 뭐."
각련을 쥐고 이걸 어디에 버려야할까 고민하면서도 엘의 말에 꼬박꼬박 이 도시에서 보기 드물게 예의있는 태도를 취하며 대꾸하던 이가라시는 그렇게 굴고 있는 스스로를 자각하자마자 멀어진 거리만큼 꽤 담백하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뽑기 기계 앞에 멈춰서 안의 내용물 중 뽑을 만한 걸 골랐는지 이가라시가 손을 움직였다.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보면 평탄한 삶이다. 아니, 재미없는 삶을 살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서. 이가라시는 일정하게 흔들리는 크레인의 움직임을 응시한 채로 생각에 잠긴다. 크레인을 목표 위에 정지시키고 버튼을 눌러 내려가는 크레인에 이가라시가 뽑고자 하던 물건이 단번에 낚인다. 크레인의 흔들림에 목표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태였으나 이가라시는 반쯤 타다 만 각련에 다시금 불을 붙힐 뿐이다. 물건이 떨어지는 것과 바짓단을 건드리는 앞발- 정확하게는 제 근처로 다가온 하얀 털뭉치를 본 건 거의 동시였다.
"..안녕."
껑충한 키를 구부려서 이가라시는 물건을 꺼내들었지만 구부정하게 숙인 상체는 들지 않고 다가온 하얀 털뭉치에게 인사를 건넸다. 뽑은 건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크기의 동그란 털뭉치가 달려있는 키링이었다.
대화가 끊겼으니, 그 이상 목소리가 오가는 일은, 없었다. 전자오락기기가 즐비한 공간 한 켠에, 접점이 사라진 두 인물이, 각자 용건을 보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대로 지나갈 것 같은, 그래보이는 상황이었으나, 그 사이엔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그저 놀고 싶은 작은 존재가.
하얀 털뭉치, 작은 루는 이가라시가 저를 인식하자 바짓단 긁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턱을 들어, 까만 눈동자로 이가라시를 응시했다. 보송보송한 털 사이, 두 눈과 동그란 코가 점처럼 콕콕, 박힌 작은 여우는, 이가라시의 얼굴을 보다 그의 손에 관심을 주었다. 손에 들린 키링을 보고, 뒷발로 서서 앞발로 키링을 건드리려 했다. 짧둥한 몸을 쭉 뻗고, 조막만한 앞발을 휘둘러대지만 키링에 닿기는 커녕 스치지도 못 했을 것이다. 대신 여우의 움직임을 따라 목에 달린 작은 종이 연달아 울려댄다. 파란 리본끈에 파란 은방울꽃 종. 엘의 머리에 꽂은 줄기에서 꽃 하나 떼어낸 것 같은, 목걸이를 여우가 하고 있었다.
"후후후."
여우가 허공을 두드리며, 재롱 아닌 재롱을 부리던 중,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지 생각할 것도 없이, 엘의 것이다. 엘은 조금 전, 여우가 새로이 건드려대던 대전게임기기 앞에 앉아, 턱을 괴고 여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순수히, 여우 하는 양을 보는 것이 즐거운 듯, 그런 여우가 사랑스러운 듯, 바라보는 시선이 퍽 부드럽다. 하얀 여우, 작은 루는 엘의 웃음소리에 휙 돌아보고, 세웠던 몸을 내리고선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이가라시의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엘의 곁으로 돌아와 이번엔 엘의 치맛자락을 건드려댔다. 그 모습을 줄곧 바라만 보던 엘이, 이가라시를 향해 다시금 말을 건다.
"이 아이가, 당신과 놀고 싶다네요, 이가라시 씨. 대전 게임은,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급히 가실게 아니라면, 한 판 정도는 어울려주지 않으시려나요?"
그 말이 사실이란 듯, 작은 루의 눈이 다시금 이가라시를 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동자 뒤로, 희고 복실한 꼬리가 예쁘게 살랑거렸다. 엘은 그런 여우를 보고, 같이 이가라시를 보며, 어떻게 할 거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출처가 불확실한 입소문이 바람을 타고 돕니다. 여러 소문과 함께, 당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돕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각인될까요?
기간: 4/19~4/18
찌라시의 조건
1. 일상. 2. 나는 일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하는 사람은 독백이나 조각글을 쓰거나 가볍게 ~는 ~를 했다. 도시의 누군가 죽었다, 살았다, 무엇을 했다... 같은 간결한 문장만 써도 판정. 2-1. '조각글 주제'를 캡틴이 줄 수도 있다. 주제는 하루에 한 번 바뀐다. 3. 그것도 아니라면 다이스를 굴려도 좋다. 범위는 1부터 10까지, 7 이상부터는 1~3 다이스를 추가로 굴릴 것. 내가 재량껏 해주겠다...
단, 2, 2-1, 3의 조건은 하루에 한 번. 역시나 다이스가 구른다. 하여튼 캐릭터가 벌인 일에 관한 뉴스, 혹은 찌라시가 생긴다는 뜻이다... 조각글로 해적이 생각하는 적폐 캐해를 맛보라.(다갓의 농간으로 캐가 눈 마주치면 죽는대! 같은 도시 전설~망령으로 취급될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