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3종류의 인간으로 분류된다. 센티넬 - 오감과 신체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특별한 이능력을 소유한다. 가이드 - 신체 접촉, 스킨쉽으로 센티넬의 예민한 오감과 이능력을 잠재운다. 민간인 -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간. . . . . xoxo :hugs and kisses.
이번 임무는 정말정말정말 공들여서 준비하고 있던 일이었다. 거의 약 한 달 동안 잠복수사........를 자신이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진아는 약 세 달 전에 신설된 가이드 인신매매 전담 수사팀에서 잠시 인원이 부족하다고 차출되어 이곳에 온 것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사건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가이드로서 이 일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하ㅡ지ㅡ마아아아안.....!!!!!
“백송진. 여기서 뭐하는 거야.”
이 악물며 한자한자 짓씹듯 이야기해서 발음은 다 뭉게졌지만 아마 알아듣기는 했을 것이었다. 벌써부터 계획이 다 어그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매에 잠입해있는 히어로가 셋, 납치된 가이드들을 구하러 들어간 히어로가 넷, 근방의 대기하고 있는 인력은 더 많았다. 그리고 자신은 근방에 위험한 돌발변수가 없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었는데......... 골목길에서 이미 경비병을 둘이나 죽여버린 백송진을 만날 줄이야.
물론 백송진은 진아에게 있어서 한 때, 쫄래쫄래 쫓아다니던 존경하던 송진 선배였다. 같은 가이드로서 송진은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고, 그를 따라하기 위해서 열심히 체술을 익힌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반말을 하는 것도 그 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는데 말이지. 지금은 제가 하는 일을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방해하지 말고 얼른 꺼져. 지금 너랑 상대할 시간 없단 말이야.”
아아아악........ 이 시체를 어떻게 숨기지. 하는 생각과 역수로 잡은 칼로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를 송진을 경계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얼굴에 시선이 닿는 걸 모른 척 무시했다. 사실 은근하게 고개를 돌렸다. 은퇴하지 않는 이상–당장 은퇴를 하더라도– 언제 어디선가 마주치게 될 테니 일찌감치 인상에 남을 필요는 없지 싶었다. 솔직히 상대가 그냥 까먹었으면 했다. 그리고 저도 이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짧은 사이에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왔다. 이를테면 피우는 담배의 종류나 취향이 아닌 라이터 같은 것. 길게 호흡을 내뱉었다. 쪼그려앉아 바닥에 꽁초끄트머리를 지졌다. 찌그러진 건 당연히 손에 있고 바닥에 남은 자국을 신발 밑창으로 슥 문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번거로워 죽겠네. 전자담배로 바꾸든가 해야지, 원.
“취향 아닌 거 애써 노력할 필요는 없는데.“
짧게 뱉은 감상들이 라이터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했다. 절반쯤은 농담이고 나머지 절반은 진심이다. 뭐, 안 귀여우면 어쩔건데. 딱히 누군가 저를 귀여워해주기를 바란 적도 없고. 상대도 의미없이 한 말일 거라 생각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비어있는 말에는 절반쯤 빈 말을.
“나도 그렇게까지 다정한 건 별로라서.“
어깨 으쓱이며 말했다. 길을 비켜주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다 한 걸음 뗀다. 불안하지 않느냐 하면 거짓말이었지만, 이쯤되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도 들어서. 별일 일어나지 않는다면 무사히 돌아가 대충 봄밤의 꿈 정도로 치부하고 잠들 것이다. 물론— 언제 어디서 마주쳤는지 정도는 보고를 하겠지만. 그건 일이니까.
자신이 진흙탕 싸움을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편까지 그렇다고 보긴 어렵지. 응. 아무래도 진아기 진흙탕 싸움을 좋아하는 건 왠지 고샣했다는 느낌이 팍팍 들지 않은가. 실패해도 열심히했다, 라는 거라도 남는 거라고? 하지만 지서는 못내 억울해보인다. 오늘 놓치면 영영 상대해주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언니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지서가 손을 뻗어 자신을 잡으려는 것을 피한 뒤 그 손목을 잡으려 한 뒤 이번에는 지서를 뒤집어 그 등 뒤로 팔을 꺾어올리려 할 것이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진아도 물웅덩이에 옷이 더러워질 것은 기정 사실이다.
옥구슬 굴리듯 부드럽게 흐르는 발음과 담담한 어조는 당신의 것과 정 반대의 것이였다. 당신의 경계어린 태세를 보며 그저 은은히 미소짓고 있다가도, 입꼬리가 보다 큰 웃음으로 찢어지면 그에 따라 눈가도 가늘어진다. 상황에 맞지 않게 웃고 있다가도 돌연 잡고 있던 칼을 떨궈 버리더니, 그대로 당신 쪽으로 차 버렸다. 당신이 그걸 잡으려 했다면 손잡이 부분이 손에 감기게끔 떨어졌을 테고, 아무것도 안 했다면 칼의 궤도는 당신을 비켜가 뒤의 아스팔트 바닥에 날카로운 굉음을 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였든, 그가 그 후 해올 말은 똑같을 것이다;
“갖고 싶어하는거 같길래.”
닫혀 호선을 그리던 입이 다시 열리는 것은 거의 즉발적이였다. 단언컨데 그가 칼을 던진 것은 즉흥적인 것이였을 테다. 사고 없이 행한 일을 하던 도중 뇌리에 스친게 있다면, 그것은 그가 간략하게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이였겠다. 불법 경매같은 강범죄를 단독 임무로 낼 일은 없겠지, 그러니 당신의 동료들이 이 곳에 분포되어 있을 거라 예상하는건 합당할 것이다. 그는 허탈한 양, 짧게 웃음소리를 내더니 그것은 마지막에 다다라선 간결한 한숨으로 변질된다. 도망치긴 힘들겠네. 눈이 잠시 가늘어져 그 꼬리가 날카로워지면 히어로 시절 그의 모습이 다시금 보였다가, 온전히 뜨이면 그 모습은 수그러들었다.
“경매 일로 왔구나, 웬일로 목표가 같네.”
자신을 앞에 두고 꺼지라는 말을 하지 않나, 히어로 측은 이 일이 꽤나 중요한가 보다.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서로 숨통을 비틀며 싸우고 있었을 테니. 좋은 게 좋은 거랬던가, 자신이 관계자들을 학살하는 것보다 근원까지 파헤치는 것이 명백히 낫기도 하였으니. 그런 생각을 하며 부드럽게 미소지은 그 얼굴을 보자 하면 이질적이지 아닐 수가 없다. 그는 후드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당신 쪽으로 아까 챙겨 뒀던 열쇠 꾸러미를 던진다.
“가이드들 구속구 열쇠인듯 해. 쓸모 있을진 모르겠지만.”
귀를 뚫고 나서 새로 생긴 버릇인 건지, 묵직한 자신의 귓볼을 검지로 툭 툭 치고 있다. 때문의 그의 청각 반절은 둔탁한 살덩이 소리로 차 있다. 후에 그가 내 뱉은 말도, 본인은 고작 조금밖에 못 들은 이유도 비슷했다.
“범죄자를 제 손으로 놔 주는 꼴이라니, 이런 선택이 시민을 죽이는 거라고?”
후드의 그림자 탓에 그의 안광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비판의 뜻이 역력해진 조소. 그는 그리 말하더니 경비병의 시체 옆 혈흔이 튀지 않은 벽에 기대 선다, 갈 거면 막지 않겠다는 듯, 공격성 띄지 않은 움직임이다.
여자는 용캐도 그 공격을 피했다. 뇌가 너덜해질때까지 채찍질을 하는 야성을 잠시 억누르고, 그제야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쯤인가.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진아와 자신과의 거리를 가늠하는 듯한 눈초리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멀어졌다. 아까 권총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달라 붙던 것과 대비되던 행동이었는데, 어쩌면 몇 번 얻어막고 나서 근접전으로 진아를 이기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체술에 있어서는 진아가 여자보다 앞서가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지는 게 정해져 있는 흙탕물 싸움은 성미에 맞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손속이 과한데 가학적 성향이라도 있나봐?"
공격 강도를 따지면 이 쪽도 할 말이 없었으나, 여자에게도 면죄부는 있다. 여자는 좀처럼 친애의 감정이 담긴 내용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답도 하고, 지 딴에 농담도 하는 걸 보니 아직 기운이 있나보다. 흙탕물이 치고 올라와 진아의 안면을 가렸다. 단편적이지만 숨구멍을 막게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반쯤 갈라진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닳아 헤져버린 신경줄을 가진 탓에 짜증이 잦았다. 산발적으로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음성을 듣다보면, 수면 밑으로 보이지 않는 성격이 썩 곱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 허벅지에 총이 맞아버린 탓에 잠시 휘청거리나. 젠장... 맞아도 이런 곳을. 여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도망가기 힘든 부위에 맞았다. 굳이 맞는다면 상체쪽을 맞는게 차라리 편했을 것이다. 바로 구금되는 것보다는 치료기관을 끼고 가는게 도망갈 기회가 많고, 대우도 좋았다. 적어도 곧 죽을 환자한테 발길질하는 극악무도한 놈들은 히어로 기관에 없는 걸로 안다.
아무튼 제 상처부위를 곰곰히 살피던 여자가, 이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조금 더 날뛰어야 했다. 여자는 맞든 안맞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능력을 사용했다. 작게 튀어나온 물줄기가 채찍처럼 진아를 강타하려했다.
영화를 관람하거나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접할 여유가 있던 삶이였다면 당신의 말을 이해 했겠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는 늘 일을 우선순위로 두고 살아온 사람이다. 때문에 당신의 물음을 긍정하는 꼴이 되어 버렸지만, 다크 히어로가 무슨 뜻인지 알았더라면 결단코 부정했을 것이다. 그들은 결함이 있는 영웅이고, 그는 그저 이데아를 묘사한 땅을 찾으려는 탐험가에 불과하니. 자신이 던진 무기를 챙겨드는 당신을 보면 눈꺼풀이 살짝 내리깔려, 눈동자가 반절 숨어버린다. 너무 의심 없이 받은 것 아닌가? 당신의 행동이 그를 깔보는 것인지, 은연 중 그가 여전히 믿을 만한 사람이라 여기고 싶은 것인지, 혹은 그 외 더 복잡한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런 짧은 감상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은 채로 기대 섰던 벽 면에서 일어선다.
“그걸로 목을 찢은 히어로가 얼만데, 당연히 잘 써야지. 동료들이 흘린 피를 헛되게 하면 쓰나.”
애초에 히어로가 대 규모 집단이 아닌 지라, 죽이거나 부상 입힌 이들은 두 손 내외로 꼽을 수 있겠지만. 파괴를 원하는 많은 이들 중 하나인 그는 그 말을 하며 눈을 휘어 웃음 짓는다. 노란 동공은 살에 덮혀도 제 빛을 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기분 나쁘다. 당신이 열쇠를 받은 걸 확인하면 의문 어린 당신의 표정에 답을 거부하듯, 계속 미소만 띄우고 있다.
“그리고 히어로의 우선순위는 시민의 안전이지. 최선은 네가 날 제압하고 네 동료들이 사건을 맡는 거지만~“ “- 날 그냥 보낸다니,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보다 눈 앞의 큰 돈줄이 더 중요한가 봐?”
그리 말을 해도, 그는 시민을 학살하러 나선 적이 없었다. 그가 해한 건 히어로나 그의 사상과 반대되는 범죄 세력에 그쳤지. 그는 당신을 그리 조롱하다가도, 그 후에 덧붙인 것은 냉소적인 것이 아닌 한 문장이였다.
“똑똑하네.”
웃고 있는 낮짝이라 그게 진심인지는 모호하다만, 당신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눈을 완전히 접어 가늘게 늘린다. 어딘가 쎄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표정은 이번 만남은 예외적이라고 포고하는 듯 했다.
“뭘 믿고 내가 먼저 등을 보일까, 너 먼저 가.”
가이드들은 저 뒷쪽에 있다며 대강 손짓하더니, 당신의 행동을 주시한다. 행여나 당신이 돌변하여 그를 공격해 온다면 가만히 맞아주지는 않겠다는 양.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지서의 말에 진아는 하하 웃을 뿐이었다. 굳이 말다툼할 이유는 없다. 지서는 무도한 강도살인범이다. 그건 명백했고 그걸로 피해를 본 이들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발뻗고 자겠다는 건...... 뭐, 자신과 상관은 없다. 저는 정의감 때문에 일하는 것만은 아니니까.
그리고, 오늘은 이상하게 몸이 쌩쌩하니 잘 움직여진다. 보통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 매번 지서와의 싸움에서 지서를 놓치지 않았던가? 근방에 물이 없어서 그럴까? 어쨌든 날랜 몸으로 앞으로 굴러 물로 만들어진 채찍을 피하고는 다시 총을 쏘았다. 그 총은 지서의 옆구리를 지나갔을 것이었다. 피가 튄다.
그리고 지서가 쓰러지면 바닥에 떨어뜨린 수갑을 주워서 지서의 손목에 채울 것이었다. 뒷수갑 원칙이지만 아무래도 환자에게까지 빡빡하게 굴진 않는다. 아니 수갑을 채우는 것 자체가 빡빡하게 구는 것이려나?
"무슨 생각할지는 아는데, 그래도 수술은 받고 가. 그 때까지 옆에 있을 거니까."
그 목소리는 방금보다는 나직했을 것이었다. 진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중환자실 행이다, 이건. 진아는 얼른 구급 지원을 호출한 뒤 지서를 압박 지혈하였다. 이것도 신체 접촉으로 들어가는지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퍼질 것이었다.
/지서 일단 수술은 받고 갈거지....? ;ㅅ; 진아 지서 수술시키고 정신 차릴 때까지만 옆에 있으면 안될까? 흑흑..... 그리고난 뒤에 수사팀에 지서 인계한 뒤에 진아 없을 때 지서 도망갔다고 하면 좋지 않을까 싶고.... 지서 제대로 치료 못받고 도망가늠 모습은 이 뒷사람이 못본다 흐그극그규ㅠㅠㅠ 그리고 혹시 서술에 불편한 점 있으면 바로 얘기해줘!!
가치관이 밥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진아는 꽤나 속물적인 인간이었다. 영웅 대접 받으려고 히어로짓 하는 것도 아니었고. 송진은 꽤 달랐던 모양이었지만. 송진의 능력은 존경했지만 가끔 그가 왜이렇게 빡빡하게 구나 생각한 적도 많았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나를 도발할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나 쉽게 기분 나빠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
하하 웃는 모습이 별 타격이 없는 모양이었다. 물건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것을 휘두르는 사람의 문제이지. 그리고 히어로를 각오한 이상 죽음과 맞닿아 살아간다. 그게 백송진의 손이든 다른 빌런이든 사고든 간에. 그래서 별 감정 없다. 한때는 감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3년이나 지나지 않았나. 눈 앞에 있는 이는 체포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응. 시민의 안전. 사람 목숨에도 급이 있는 거 알지? 그래서 당신이 사람 가려가며 죽이잖아."
배시시 웃으면서 하는 말은 꽤 섬뜩하다. 소란을 피워 가이드들을 잡아 팔아넘기는 이들을 놓치느니 백송진을 놓아주는 게 낫다. 하지만 영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진아는 한숨을 내쉰다.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더는 못 놀아준다니까. 지원 부를 거니까 꺼지기 싫으면 꺼지지 말던가."
송진도 히어로짓을 해봤으니 알테다. 제가 귓가에 걸어둔 무전기기로 송신을 하려고 하는 것을. 주변에 히어로들이 모여들면 압박감에라도 도망하겠지. 하지만 그러기 전에 마지막 할 말이라도 있는지 물어본다.
그것 하나 없어지면 효율이 배로 느니까. 불필요한 것은 배제할 법도 알아야 사는 것이 편한 법이다. 어중간한 가치관은 이도저도 못하게 양심을 움켜쥐되, 그것을 휘둘러 변화를 일으키진 못한다. 그러니 돈을 좇는 것도 아름다운 것이다. 낭만적이진 못 해도, 현 사회에서 돈이 있어 불편할 일은 당연히 없으니. 가치관을 따르던, 돈을 원하던. 그 두 행위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니 일차원적으로 보자면 당신은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는 그리 생각했다.
“도발은 무슨~ 그냥 그 칼이 누구 몸에 들어갔다 나온지 알려주는 건데?” “네가 쉽게 마음 상하는 성격이 아닌 건 내가 제일 잘 알지. 잡무 던져줄 때도 별말 없이 해줬잖아?”
웃음소리 내는 당신을 보며 마찬가지로 차분한 웃음소리를 내 보인다. 손으로 허리를 짚더니 그대로 검지 손가락만 휘적여 짚은 부위를 톡 톡 친다. 화상 탓에 감촉이 달라진 살갗 부위가 이질적으로 후드의 안감에 스친다.
“계율을 따르는 히어로 입에서 목숨에 급이 있다는 말이 다 나오다니. 인권 다~ 뒤졌어.”
베시시 웃어보이는 당신과 눈웃음 내비치는 그를 보자면 친한 두 사람의 대화 장면으로도 보일 수 있겠다. 바닥의 시체와 대화 내용만 무시한다면 말이다. 법을 어기든 말던, 사회의 일원은 죄다 법의 보호를 어느 정도 받으니 모두 동등한 것이라 굳게 믿던 히어로 시절의 그. 지금은 목숨에 급이 있다는 당신의 말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한숨을 내쉬는 당신의 모습에 그는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춘 채, 눈웃음 짓던 걸 핀다.
“너야말로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선배 뒷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닐 거야?”
그대로 후드 밑, 허리춤에 준비되어있던 권총을 꺼내들고 송신을 하려던 진아를 향해 겨누려 들었다. 별 제지 없었다면 조준은 이마로 향해, 흔들림 없이 조용한 총구가 저 멀리의 희미한 네온 라이트에 조심히 윤곽만 드러내고 있을 테다.
“네가 명령할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건 왜일까. 이 임무를 흐지부지 시켜버릴수 있던 건 나 아니던가?” “어차피 지원이 있다면 내가 먼저 가던, 여기서 버티던 네가 맘 바꾸면 앞뒤에서 공격 해올텐데. 굳이 내가 왜 움직이겠어.”
듣자하니 당신이 떠나서 자신의 도주로 확보가 되어야만 떠나겠다는 것이다. 악질적인 미소가 드리웠다. 그는 자신이 총음을 내면 요주의 인물들이 도망가 버릴 것이라는 걸 굳게 믿고 있다. 그러니 이런 베짱도 보이는 것이고. 그가 고개를 살짝 위로 하면 후드가 살짝 내려와, 얼굴이 보다 선명히 보인다. 덕분에 먼 곳의 빛에 힘을 입어 옅게 반짝인 금빛 커프.
“지원 부르고 수사를 망치거나, 얌전히 먼저 가. 앞서 네가 말한 대로 이 거래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면, 후자가 현명하다는 건 말 안 해도 알겠지.”
//역시 불편한 부분 있으면 말해주고... 어쩐지 앞서 썰 풀던 방향과는 좀 이상해졌네 으아악 미안 답레는 천천히 주고 일 잘 마치기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