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은 준혁의 답을 듣고 흥미로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래. 앞으로도 잘 지내봐."라며 웃는다. 그 사이 어느 새 감시초소에 가까워졌다.
"정확히는 인간들과 같이 만들었겠지. 여기에 오크만 있는 건 아니잖나. 혹은 건축에 소질이 있는 이가 지었을수도 있고."
감시초소에 대한 준혁의 감상을 듣고 말해본다.
"그러면 들어가지."
감시초소와 그 주위에 주둔중인 병사들에게 경례를 하고 순찰을 거들고자 한다는 의사를 드러내면, 그들은 지도를 나눠주고 오늘 순찰할 구역에 대한 설명을 해줄 것이다.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아서 얼핏 비무장 상태처럼 보이는 강산에게 의아해하는 시선이 향하지만...강산이 나 마도사요, 라는 듯 스태프를 꺼내 휘두르며 '도깨비불'을 시전해보이자 다들 그럭저럭 납득한 듯 했다...아마도.
"류 씨는 그 사이에 소아시아에 다녀왔다더군. 게이트 공략하다 죽을뻔하고 얼굴에 흉터도 났었다던데. 그곳에서 희귀하고 특수한 기술을 배워서 돌아왔으니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지만.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그가 들은 진 류의 근황을 알려주면서 생각해본다. 그에게도 이 곳에 남고 싶은 이유가 생긴걸까나.
"아...이 냄새 말이지. 애써 외면하면서 버티는 거지 뭐...생명밀이 심어져 있어서 정화중일 텐데도 이 정도라니, 시취왕국의 본거지는 얼마나 무시무시하려나."
이야기의 주제가 슬슬 퍼지는 악취에 대해서 옮겨진다. 강산도 악취 때문에 미간에 조금 힘이 들어가 있던 터였다. 여기다 시체 하나가 몰래 버려져서 썩고 있어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겠군, 싶을 정도였다...고 순간적으로 생각한 강산이 걸음을 우뚝 멈춘다. 자기가 떠올린 생각에 스스로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었다.
"방금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든 건 나뿐인가?"
준혁에게 묻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한 가지 제안한다.
"혹시 모르니 주변을 잘 살펴보면서 가자. 일반적인 밭이라면 농부들이 매일같이 살피고 관리하겠지만... 이 녀석들은 심어진 목적이 목적이라 사람들이 자주 살피지는 못 할 수도 있지 않겠나."
"그거 말고. 어...이름이 뭐였더라? 전투와 관련된 매우 한정적인 예지 능력이라는 건 기억나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면서도, 주변을 찬찬히 살피며 나아간다.
"아무튼...숨어있는 것이 산 것이어도 귀찮고 죽은 거면 더 귀찮게 되겠지. 언데드만이 위협의 전부라는 법도 없고...어, 잠깐 멈춰봐."
강산은 조금 떨어진 밀밭 사이에서 흔들리고 부스럭거리는 움직임을 포착하고는 준혁을 멈춰세우더니, 그 방향을 향해 외친다.
"거기 누굽니까?"
돌아오는 답은 없는 듯 했지만...곧 뭔가가 튀어나와서 강산에게 덤벼든다.
"으악!" [까악 까악!] "저리 가!"
지구의 까마귀와 비슷하지만 그 몸집은 독수리만한 새였다. 그나마 다행히 언데드는 아니고 살아있는 짐승인 듯 했다. 그것이 강산을 부리로 쪼거나 발톱으로 할퀴며 까악 까악 울어대는 사이에 조금 더 먼 지점에서 거대 까마귀 몇 마리가 푸드득 푸드득 소리를 내며 더 튀어나와서 달아나기 시작한다. 강산에게 덤벼들었던 개체도 무리가 달아날 시간을 벌기 위해 습격했던 것인지, 이내 뒤로 빠져서 달아나려 한다.
"이 녀석들이...!!" [까악 까악 까악.]
거대까마귀가 있던 자리를 살펴본다면 이 새들이 주변의 생명밀을 쪼아먹은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19번째. 자꾸 복선(?)을 던지시길래 회수해드리고 싶어서 썼는데... 여기서 막레각이...나오려나요...? 막레도 괜찮고 좀 더 이어주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