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탕 위 흰 치아의 지분이 좁아졌다가 넓어지며 말소리가 흘러나온다. 늦은 새벽, 구조대원들이 대부분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즈음 네로마의 통보에 전원 집합했을 것이다. 네로마의 수신은 짤막했다, ‘반 인간파에 대한 단서 발견’ 이라는 메시지가 전부였으나, 하란 구조대의 대원들은 그것에 어떠한 무게가 실려 있는지 잘 알고 있을 테다.
반 인간파, 그들이 혼란 그득한 현 상황에 만족하며 평화를 위한 움직임을 적대시하는 것은 분명했다. 그들에 대해 분명한건 그 동기 하나 뿐이였다. 그들 손에 놀아난 구조대는 한 둘이 아니였으며, 그들에게 살해당한 포켓몬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척박한 세상 속 겨우 인간과 함께하던 시절을 떠올려, 그때의 사회를 일으키려 하는 포켓몬들은 강해야만 했다. 심리적인 뜻으로 강한 것이 아닌, 육체적으로 강해야 했다. 그들이 행하려는 행동은 반 인간파의 표적이 되기 충분했으니.
“저녁 7시 즈음 근방 마을 순찰을 도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오켓이 임무 도중 습격을 당해 쓰러져 실려왔습니다. 배 중앙의 근육 파열, 그리고 그 주변 피부에 넓게 피멍이 든 걸 보아하니 충격파 혹은 파동류 기술임이 예상됩니다.”
네로마의 오른쪽에는 평소 브리핑 시 오켓이 앉던 바퀴달린 의자가 평온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버틸 무게가 없으니, 의자는 자연히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오켓은 지금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하는 중입니다만, 기절 직전에 그가 했던 말을 여러분께도 알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첫 번째,”
네로마는 숨 한번 쉬지 않고 말을 계속해 나가다가, 입을 꾹 닫았다. 때문에 없어져버린 입의 형체 탓에 그의 표정이 어떤지 알기 더욱 모호해졌다. 검지손가락을 올리고 있었다가도, 그걸 굳힌 힘은 곧 풀려 느슨해진다.
“평소 그들의 약탈은 식량을 중점으로 벌어졌지만, 오켓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그들이 습격한 이유는 다릅니다. 오켓은 정벌 대상인 반 인간파 포켓몬을 탐색하던 도중, 무너진 신사에서 구슬 하나를 주웠답니다. 임무대로 날뛰는 스왈로를 제압하려 공중전을 펼치다 스왈로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던 그때, 배 부근에 강한 충격과 동시에 피격 부위가 흐물텅해진 느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공격 명중 직후 스왈로는 아래로 활강, 오켓은 추락했습니다.”
“추락한 직후, 누적된 데미지로 인해 눈 앞이 흐릿했지만 스왈로의 인영과 정황상 같은 반 인간파로 추정되는 또 다른 한 마리 포켓몬의 실루엣이 보였다고 합니다. 기절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분명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구슬이 사라져 있었답니다.”
“그들이 식량 약탈, 혹은 재 문명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 이유로 행동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구슬의 가치나 용도는 현재로서는 모르지만, 이것은 큰 단서임이 틀림 없습니다.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알 수 있다면, 반 인간파의 다음 행동을 예측, 그리고 막아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행동에 있는 또 다른 이유, 그걸 알 수만 있다면 무고한 포켓몬들이 입을 피해를 덜 수 있습니다.”
네로마는 그리 말하더니, 검지로 제 팔을 툭 툭 쳐 댔다. 묵직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는 짤막하게 들리나, 울리지는 않는다. 그가 내비치던 잠깐의 침묵에 의해, 그의 입은 다시금 검은색 피부로 스며들어 사라진듯 보인다. 곧이어 다시 보이는 그의 푸른 혀.
“일격에 이리 큰 피해를 입힌 것을 따져본다면 상성에다 자속인 공격이였을 것이라 예상되며, 상처 부위도 감안한다면… 사이코키네시스 정도 밖에 예상이 가지 않습니다.”
에스퍼 타입 포켓몬을 야생에서 조우한다면, 경계 정도는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들려오는 말은 일전의 브리핑에서 노선을 바꾼 충고였다.
5Pre-story :: Part 2 | 구조대 게시판 ◆iuF7JQCADQ
(EvVACbY/nE)
2023-03-13 (모두 수고..) 19:35:40
이 몸, 완전 회복!
행님이 이미 브리핑 했을 것이라는 건 당연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님이 이런 비열한 술수에 넘어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야. 그렇지 않아? 다 잡은 스왈로 **도 놓치고, 배때기도 휘저였으니 병상에서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
뻔~한 기습에 당해서 킹받은건 둘째 치고, 내가 당해 줬으니 네놈들은 당하지 말게끔 해야겠다고 의지가 굳건해지더군. 왜, 같은 수에 하란이 두번이나 당한다? ** 쪽팔리잖아!!! 여튼!! 네놈들이 평소에도 훈련을 착실히 하고 있나 확인을 위해, 내 친히 너희들과 결투를 벌여 주지.
날짜를 세는 것조차 의미 없어져, 지금이 정확히 무슨 요일인지는 긴가민가하다. 심판의 날 이후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날짜에 연연하는 포켓몬이 있다면, 오늘이 토요일이란 것을 알 수 있을 테다. 이번 주 끝바지에 소집을 부르겠다고 한 오켓의 게시물을 돌이켜본다면, 시일이 맞아 떨어진 것이 참 기막힌 우연일 테다.
하란 구조대 기지 뒤쪽에는 발자취로 가득해 길이 트인듯 마른 풀이 짓눌린 흔적이 있었다. 그것을 근처 마을의 흔적이 없어질 때까지 길게 따라가 본다면 광활할 뿐인 황무지가 넓게 퍼져있는 광경이다. 이 곳은 하란 구조대의 훈련장이자, 오켓이 여러분을 불러낸 장소이기도 하다. 도착해 보자면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를 오켓이 그 허무하게도 텅 빈 땅의 정 가운데에서 팔짱 끼고 기다리는 꼴이 보일 것이다. 임무 도중 기절했었다는 사람 아닐까봐, 멀리서 봐도 안색이 창백한 것이….아, 원래 창백했지.
“왔냐~ 우민들아~”
껄렁하게 구조대원들을 반기며 키득대다가도, 얼추 다 모였다 싶은 인원이 보이면 팔짱을 풀고 기지개를 쭈욱 핀다. 청력이 뛰어나지 않은 포켓몬도 그가 스트레칭을 함과 동시에 들리는 관절의 뚜둑거림을 놓칠 수 없었을테다. 과시하듯 뻗던 팔을 대충 떨구더니, 그제서야 입을 연다.
“게시판 읽은 놈들이라면 알겠지만, 내가 같잖은 기습에 당할 줄이야. 당하고 나니 정신이 퍼뜩 들더라?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일인데 정신이 이렇게나 헤이해지다니~ 분발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상당히 자존감 높은 말이였다. 느슨히 내리깔린 눈꼬리를 뜨더니, 그대로 눈알만 돌려 대원들의 얼굴을 한 번씩 스쳐본다.
“그런 이유에서 너희 훈련 성과 봐주는 겸, 내 재활 내지 정신줄도 다시 잡는 거지. 좋지 않아? 상사를 팰 수 있는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게 아니라고?”
심판의 날 이후 약 2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이번 주의 토요일은 오켓이 구조대를 소집하는 날. 렌은 공지대로 하란 구조대의 훈련장으로 이동을 했다. 광활한 황무지인 구조대의 훈련장.. 탁 트인 지형이, 스피드를 주력으로 삼는 포켓몬에게 유리한 지형이었다. 반대로 좁은 지형이라면 맷집과 근력이 강한 포켓몬에게 유리했겠지.
오켓의 말을 들은 결과, 결국은 여기서 훈련을 한다는 것이었다. 편하게 덤비라는 오켓의 말에.. 에에?! 왜 다들 움직이지 않는 거야?!
"나..나부터...?"
렌은 먼저 덤벼보라는 포켓몬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앞서서 덤비려고 했다.
"......!"
정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오켓에게 정직하게 돌진하는 렌. 렌의 이런 미련한 돌진은 오히려 반격을 하기 좋은 기회를 상대에게 건네주는 꼴이었다. 턱을 당기지 않아서, 턱이 노출되었다. 별다른 가드도 없어서 방어에 취약하다. 그런데, 돌진하던 렌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신속'
렌의 첫 공격은 이랬다. 아무래도 선제공격으로 오켓을 맞추려고 해도, 골뱃의 빠른 스피드 상으로는 반격을 당하거나 공격을 회피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오켓의 반격을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생각없이 근접전을 펼치기 위해 거리를 좂지는 척한다. 그렇게 상대에게 반격의 움직임이 보인다면..그 순간에 신속을 써서, 오켓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하여서 오른쪽 발등으로 오켓의 오른쪽 옆구리에 킥을 가격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최소 2인 이상을 상정하고 만든 이벤트라, 한명만으로는 굴리기 조금 힘든 감이 있네... 렌을 위해서만 쓰자니 이벤트보단 일상에 가까운 느낌이고. 차라리 이벤트 시간을 다시 짜고 시작하는게 좋을까? 렌이랑 한 건 일상으로 마저 돌려도 좋고, 아니면 이벤트에서 제대로 붙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