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시간이나 빼앗긴 정도라면 차라리 거저나 다름없다. 누구 덕에 놀라서 발목 부상 직전까지 갔던 걸 생각하면 그랬다! 하마터면 남의 인생 물어내야 할 뻔한 장본인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평하게만 보인다. 물론 그 빌미로 실컷 짜증 부려댔으니 더는 불만 안 남았지만. 그녀 또한 할 일 집어던지고 노닥거리는 이 시간이 싫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깝다! 백 년 전이었으면 합법적으로 여기 못 들어오시게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제법 버르장머리 없는 농담까지 던진다. 앞서 시범 보이듯, 매트 위에 꼿꼿이 앉은 미야나기는 발등을 둥글게 뻗다 말고 문득 뒤돌아 흔들리는 눈으로 빤히 쳐다봤다.
“······평소에 운동 자주 하시는 편이에요?”
이게, 원래 쉽게 되는 자세였던가? 발레에서 요구하는 동작은 독자적이라—운동이 아니라 예술이니— 제아무리 타 종목에서 날고 기었든 지정된 교수법에 따라 훈련을 거쳐야 한다. 단순 신경 좋은 수준은 고사하고 선수급이 와도 바로 따라하는 건 불가능한데······. 강한 적대와 질투 섞인 시선을 따갑게 보냈다. 천재잖아! 불현듯 누군가를 떠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절레절레 고개 저으며 진절머리를 냈다. “날 때부터 천재······ 진짜 싫어······.” 이게 웬 엉뚱한 화풀이람! 종로에서 맞은 뺨을 어이없게도 한강 와서 따지고 있다. 어쨌든, 앉은 몸을 일으켜 가까이 다가온 미야나기는 이내 자세를 약간 다듬어 잡아주려 했다.
“지금 느낌 기억하세요. 팔을 그대로 허공에 두면 알롱제라고 부르는 동작이 돼요.”
어깨와 목이 이어지는 선을 살짝 누르고, 팔꿈치를 바깥으로 돌리려 시도하며 말했다. 천재에게는 구태여 핸즈온이 필요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아, 정말 발레 하기 싫어진다······.
아니나다를까 자기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도 잘 모르는 양반답게 그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다소 괴상한 소리로 태연하게 농담을 맞받아쳤다. 애당초 실체는 사람 비슷한 모양도 아닌데다, 지금 겉으로 보이는 이 모습도 편의상으로 굳어졌을 뿐 정신적인 부분까지 따진 것은 아니긴 한데……. 이 양반이 하는 말이니만큼 이상하게 들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비량은 수강생으로서는 제법 태도가 좋은 학생이었다. 지금까지 내내 생각이 이리저리 튀던 모습과는 달리 군말이나 딴짓 없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얌전히 집중하고 있다.
"이런 운동은 안 하는데, 운동량만 따지자면 많이 움직이긴 해."
앗, 갑자기 째릿 꽂히는 시선이 따끔하다. 여러 방면에서 섬세함이라곤 없는 그도 이것만은 무슨 뜻인지 금세 알아챘다챌 수 있었다. 비량은 속되게 말해 재능충이라, 정말 재수없는 생각이지만 그의 입장에서 이런 경험은 필연이어서……. 하지만 사에 정도면 온건한 축에 드는 반응이기도 하고. 그는 동작 따라하다 말고 어깨 으쓱거리며 짐짓 우쭐한 체했다.
"걱정 마. 난 다른 것도 잘하거든! 내가 타고 올라가면 기술 쪽으로도 관련이 있어서 그런가, 원래 이렇게 났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기교가 필요한 일이라면 쉽게 터득해 버리는 체질이지 뭔가! ……공부 빼고. 그렇다 해서 그가 노력 없이 이 세상의 모든 천재들을 씹어먹어 버리는 불공평한 재능의 소유자인 것까지는 아니다. 무엇이든 쉽게 돌아가는 탓에 열의가 없어져 대부분은 그럴싸한 재능으로만 그치기 때문이다. 과연 한 마디 하고는 교정해주는 대로 감 잡는 모습이 초짜치고는 몹시도 솜씨 좋다. 뒷사정과는 별개로 방금의 뻔뻔한 발언이 더욱 얄미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신과 상대의 나쁜 기억과 기운을 모두 저 등불에 흘려보내며.. -앞으로 함께 할 인연을 더욱 깊게 하리니. 등불아. 등불아. 모든 것을 흘려보내라. -두 사람의 안 좋은 모든 것을 담아서..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찬란한 인연의 앞길을 밝혀라.
신과 인간이 인연을 맺는다는 전승이 있는 가미즈나의 여름이 더욱 깊어졌다. 인연의 신,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가 바빠지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악하고 더럽고 나쁜 기운이나 기억을 등불에 담아 강에 띄워보내며, 그 모든 것을 불태우며 나아가는 등불이 두 사람의 인연을 축복하며 깊게 이어주리라. 가미즈나에 오래 산 이들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이야기였다.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를 중심으로 유난히 북적북적한 시기. 즉, 토모시비 마츠리가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에 두 사람이 함께 오면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의 사람들이 신성한 등불을 나눠줬다. 인연이라는 한자. 즉 絆라는 문구가 쓰여진 하얀 종이에 감싸여있는 등불은 아마 신이라면 그 속에서 잔잔하게 번지고 있는 상냥한 고위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신의 기운이 담겨있는 등불 하나를 두 사람에게 쥐어주고 그 등불을 강가에서 가서 씌우면 될 정도로 의식은 매우 간단했다.
이때 등불에 소원을 비는 이들이 매우 많았으나 소원을 비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였다. 중요한 것은 등불이 가라앉지 않게 강에 잘 띄워서 떠내려보내는 것이었다. 이때 이 등불은 두 사람에게 있는 악한 인연이나 악한 기운, 또한 악한 기억을 불 속에 품으며 나아간다는 전승이 있었다. 그리고 어둠을 환하게 밝히며 두 사람의 인연을 축복하며 앞으로 더욱 친해지거나 더욱 깊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축복해준다고 하나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개인의 자유였다.
이 등불은 오직 마츠리 첫날에만 나눠주고 있고, 불꽃놀이 역시 첫날에만 성대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다음날부터는 아무래도 조금 잔잔해지는 편이었다. 허나 꼭 등불을 신사에서 받을 필요는 없었다. 바빠서 미처 참여를 하지 못한 이들은 개개인이 각각 등불을 가지고 와서 강에 띄울 수 있었으며 불꽃놀이 역시 근처에서 폭죽을 팔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이 시기에 신사로 오면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의 딸과 아들이 각각 번갈아가면서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 또한 구경할 수 있었다. 유려하고 잔잔한 움직임과 흐름이 특징이며 조금은 정숙하면서도 전통감이 있는 그 춤은 제법 절도가 있었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 담겨있어 키즈나히메에게 바치는 인연의 춤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 춤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자유였고 여름의 분위기를 구경하면서 마츠리를 즐기는 것 또한 자유였다.
등불은 올해도 많은 것을 춤으며 강 위에 떠올라 둥실둥실 떠내려갔다. 인연의 신의 힘을 품은 불꽃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며.
/페어이벤트인 '토모시비 마츠리'가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페어이벤트로서 이 마츠리를 신청한 분들은 모두 자신의 파트너를 기억하고 계시겠죠?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분들은 situplay>1596771091>934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이 이벤트를 신청하고 파트너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 없이 참여하지 않거나 잠수를 타거나 하는 경우 그 누구라도 예외없이 시트는 내려갑니다. 페어이벤트는 페어로서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청을 한 이상 그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 져야만 하고 그에 따르지 않을 시에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잠수를 탔다가 다 끝날 때에 돌아오면 금이 되니까요. 단 너무나 바쁜 사정이 갑자기 생겨서 도저히 이벤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파트너에게 이야기를 해서 협의를 본 후에 그 파트너의 소원 2개를 캐입으로 들어주는 방법도 있어요. 또한 적어도 목요일 0시까지 시작이 되지 않거나 혹은 파트너가 잠수를 타서 나타나지 않는 경우 페어이벤트 신청을 하지 않은 이와 함께 협의하에 페어이벤트 느낌으로 일상을 돌릴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페어이벤트로 일상을 돌리시는 분들은 반드시 자신의 파트너와 '등불을 받기','강에 띄워서 소원을 빌기','불꽃놀이 구경' 이 3개를 수행해야만 해요. 또한 페어이벤트로 일상을 돌리지 못한 분들은... 화려함은 좀 덜하겠지만 그냥 자신들이 등불을 만들거나 자신들이 셀프로 불꽃놀이를 즐기거나 하는 식으로 비슷하게는 놀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