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하! 봤어요? 봤어요? 완전 멋있죠! 내가 봐도 나 진짜 죽인다······. 너무 멋져.”
마지막 한 발을 결론 지은 그녀가 팔짝팔짝 뛰며 즐거워했다. 푸에테 서른두 바퀴라도 성공한 것 같은 쾌감이다! 여전히 공기총을 들고 서있던 미야나기는 물 흐르듯 멋있는 포즈를 취해 서부 영화의 보안관을 잘난 척 흉내냈다. 이런 좋은 소식은 스토리에 올려야 하니까 사진으로도 얼른 남겼다! 자자, 어떤 소원을 들어달라고 조를지는 나중에 천천히 협상하는 걸로 하고. 그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케이의 사격술을 감상했다. 그도 잠시, 하늘이라도 찌를 듯 거만하게 올라가있던 눈꼬리가 점점 내려와 끝내 얼어붙었지만. 한 발, 두 발, 세 발······ 뭐야 이거? 케이 역시 가판대에서 돌아와 섰을 때 미야나기는 뾰로통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흠, 뭐! 좋아요. 특별히 제가 실력을 인정해드리도록 하죠.”
쳇, 좋다 말았다. 동점이라니! 하필 승부가 나지 않아 서로 소원 들어줄 일 없게 됐다는 점도 내심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한 가지 더 큰 문제도 남아있있는데, 이로써 그들이 받게 될 인형이 무려 열여덟 개가 됐다는 거다. 이 짐을 든 채로 축제를 구경하고 배도 타야 한다니, 이 여름에? 미쳤군! 그리고 나 내일 집에 가야 돼! 이거 다 둘 데 없어! 미야나기는 잠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다 사야카 짐 보관 서비스······가 아니라 주인장에게 쭈뼛쭈뼛 눈치 보며 다가갔다.
“사장님. 저 이거 상품 다 못 가져가는데······. 대신 그냥 페이백해주시면 안 될까요? 탄환 열 발.”
두어 번 정도 시그널을 보내자 순조롭게 요청이 받아들여진 듯했다. 야호! 미야나기는 케이에게도 손짓해 혹시 환불 받을 의향이 있나, 눈짓으로 얼른 물으려 했다.
"정말로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반납이겠지"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데리고 가는 건 별로다. 물론 사야카는 많은 것들을 삼켜서 그 숨을 들이쉬었지만.
"그것도 괜찮음." 미카가 말하는 것에 고개를 돌려 바라봅니다. 고개를 끄덕인 사야카는 그것 두 개를 들어올려봅니다. 세세한 부분은 조악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지만, 금방 부서질 것처럼 보이지는 않은 만듦새였기에 마음에 든다는 듯 미카를 바라봅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키링을 매달고 있군요.
대답이 빨리 돌아왔어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그렇다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부끄럽지만 지금은 부끄럼보다는 미안함이 더 커졌습니다. 저랑 놀러 나와서 좋다고 단박에 답하시는데, 제가 아저씨한테 한 건... 학교에서 모른 척 해달라는 거였어요. 부모님 부탁을 들어주시는 것 뿐이니, 아저씨가 치는 장난을 피해다니겠다고 그래버리고, 잘 지내시는 것 같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민망하게만 느껴져서 귀를 만지작거립니다. 귀가 뜨거워질까봐서 미리 식히는 거예요. 빨개지면 안 된다고요.
“...학교에서 모른 척 안 해도 돼요. 인사하겠습니다. ......그래도 장난치면 도망갈 거예요.”
가만 생각해보면 괜히 말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저씨라면 분명 친구도 많이 사귀셨을텐데, 이제 와서 제 양심에 걸린다고 했던 말을 번복하기나 하는게 역시 민망하다는 기분이 들고 맙니다. 입술을 물고서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심해요. 그러고 있으면 아저씨가 제 머리카락을 집었습니다. 땋아둔 두 갈래의 머리카락이 서로 엇갈립니다. X 모양을 그리고 있어요. ...말을 안 할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는데 X 모양을 만든다는 건 계속 말하시겠다는 대답을 대신 하는지도 몰라요. 아니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린 X 모양일까요? 어느쪽이든 계속 하실거라는 뜻같아요. 살짝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눈초리를 보냅니다.
“계속 그러면 저도 키다리아저씨후배어르신깜찍이도깨비비아저씨라고 부를 겁니다.”
아저씨만큼 칭찬을 많이 하는 건 절대 못해요. 하다가 빨갛게 익어서 사과랑 토마토보다 빨개진 다음에 터져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있는 말 없는 말 다 붙여 길게 늘여부르는 별명 정도는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크게 부르지는 못 하겠지만요. 부끄러운 건 둘째치고 아저씨의 정체가 언급되니까, 지금도 소근소근 말했는걸요.
“......계속 칭찬한다고 해도 스티커 안 주거든요.”
웃음도 헤프고, 칭찬도 헤프고, 아저씨는 신이어서 다행이에요. 누군가 아저씨를 만만하게 보고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신은 인간보다는 쉽게 당하지 않을테니까요. 신한테 나쁜 짓을 하려고 하는 것도 대단하지만요... “이건 스티커 줄게요.” 비행기는 참아 드리겠다면서, 두 손을 뒤로 돌려서 감추는 아저씨를 보고서 조금 웃었습니다. 다섯살 어린이의 비행기 놀이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저씨도 비행기라고 얘기한데다 열심히 참아보겠다는 듯이 손을 감추는게 정말 다섯살 어린이 같잖아요. 이렇게 커다란 다섯살은 아마 없겠지만요. 아무튼 손목에 걸고 있던 가방에서 스티커를 꺼내고, 아저씨에게 손을 달란 듯이 손을 내밀어요. 스티커를 붙여줄 곳이 딱히 없으니까요, 손등에 붙여줄 생각입니다.
“아르바이트 많이 했어요.”
노력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요! 그런데 노력할 기회를 뺏긴 것 같습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니, 지갑을 들고서 아저씨가 뛰어가버립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발목 정도는 드러나게 옷자락을 조금 걷어쥡니다. 뛰기 좋게 유카타가 아니라 바지를 입었어야 했는데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어요! 아저씨를 뒤쫓아 노점으로 향합니다. 아저씨가 홀랑 사먹어버리면 노려볼 거예요.
“······제가 꼭 들어드렸으면 하는 소원이라도 있으세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중고차 한 대 값 안에서 고르셔야 해요. 요즘 좀 쪼달려서.”
먼저 내기를 제안한 걸로도 모자라 벌써 다른 게임까지 물색하다니—본인도 내기가 무산돼서 아쉽기는 했으나— 무시무시한 소원이라도 빌까 봐 갑자기 조금 걱정된다! 물론 그가 영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리라고는 생각 안 하지만 말이다. 케이의 말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니 물 위에 띄워둔 색색의 물풍선 주위로 인파가 몰려있는 게 보였다. 기다란 옷 탓에 보폭이 좁았지만 종종걸음으로도 제법 씩씩하게 걸었다.
“우와, 저거 은근히 어려워 보이는데요! 잘하실 수 있겠어요? 일단 저는 항복하겠습니다.”
미야나기는 이마 위에 손날을 대고 사람들을 조심스레 살펴봤다. ······어른들은 죄다 놓치고 초등학생들만 귀신같이 낚고 있는 듯했다. 요즘 애들 무섭다. 아까는 자신이 먼저 했으니 이번에는 케이에게 선공을 양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