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장난기 있고, 활발하고. 기죽지 않는 편입생. 놀기 좋아하지만 학구열과 향상심도 있지. 새로운 도전을 즐기기도 하고. 그렇기에 여기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상적이고 일차적인 모습들로부터 답을 시작하며 눈을 굴린다.
"그렇지만 때로는 관종 성향이 조금 지나치지. 현재까지 특별반의 단톡방을 도배할 생각을 하고 그걸 저지른 건 너밖에 없을걸? 그런 사고뭉치 같은데 마도는 잘해. 그래서 한번씩 자극받는단 말이지. 폼 잡는 걸 좋아하고. 멋져보이고 싶어하고. 승부욕도 있고. 그러면서 속내는 잘 말해주지 않았지. 장난과 웃음 속에 감춰버리기도 하고. 이건 우리 사이가 막역지우까진 아니라서 아니라서 그런 걸수도 있었겠지만."
아어진 말들은 유하와 같이 4월부터 6월까지 함께한 기억들과 거기서 보여준 모습들을 거쳐, 점점 자세해져 가다가... 한 숨 끊은 후, 두 줄로 수렴한다.
"우리 특별반에 결코 평범한 녀석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그 중에서도 너는, [가장 눈부시게 반짝이고 싶어하는 사람] 같더군."
//9번째. 강산이는 유하와 시윤이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니까... 강산이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렇지 않을까요.
"네가 파악한 것은 사실이야. 나는 생득적인 특질 탓에 그러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었지. 또한 그것이 의도된 태도라고 여기고 한발자국 뒤에 숨어서 정신승리를 하고 있었다."
경박한 소녀를 연기한다는 착각,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구분짓지 않은 탓에 흔들리는 정체성이 지금의 문답을 요구한다.
"허나 지금은 그것을 끊어냈는가? 누구에게나 보이듯 나는 두 뿔을 스스로 부수고 스승을 구하여 용혈의 집착을 내려두려 했고, 이에 스스로의 세계를 완성해 마법사가 되었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 없이 이루어낸 세상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래, 쓸데없는 말이 이어졌군. 아직 나는 스스로의 상태를 명징히 규정하지 못하였고, 그럴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말투도 행동도 한동안은 일관적이지 못할 예정이야. 미리 미안하다는 말을 해둘게."
고개를 살짝 숙이다 다시 상대를 바라보았다.
"두번째 질문. 이런 말을 듣고 난 후에 나는 다시금 어떻게 보이는가? 평가에 다름이 있나? 아니면 이전과 같나?" //10
>>160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당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참 부족하지만 당신의 꽃길이 되어 줄게요.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요. 오늘이라는 날의 주인공은 너인데 왜 내가 더 기쁠까? 생일 정말로 축하하고 사랑한다. 친구야! 생일 진짜 축하한다. 더욱 큰 사랑과 행복이 항상 너와 함께 하기를 바랄게.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오늘!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강산은 또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 '깊은 속내를 잘 터놓지 않는다'고 평했던 녀석이 지금 상당히 진지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니, 그도 진지하게 유하의 말을 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유하가 '생득적인 특질'을 언급할 때 강산의 시선이 유하의 머리 쪽을 잠깐 향했다. 지금은 비어있는, 유하의 금색 뿔이 있던 자리였다. 그 자리가 어쩌다가 비게 되었는지도 곧 뒤이어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너 자신을 다시 알아가는 과정이란 건가."
강산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연다. 그는"미리 미안하단 말을 해둘게."라는 말과 "이런 말을 듣고 난 후의 나는 다시금 어떻게 보이는가?"라는 말에 대한 답변을 굳이 둘로 가르지 않았다. 그야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비슷한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으니까.
"꼭 너만할 때 나 같구나. 살다보면 누구나 한 번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마련이지. 나한텐 그 때가 16살에 무작정 집을 나왔던 이후였고, 너한텐 그게 지금인 거고."
한 마디로,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이다. 옅은 미소와 함께.
"그래도 그 전에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겠구나, 싶기도 하네."
예전의 그 활발함은 그저 연기였을까.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약간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가 알던 유하라면 동정해주길 바라진 않았겠지. 그러므로 그 감정이 눈빛으로 드러나기 전에 고개를 숙여 바지주머니를 뒤적인다. 등을 토닥이기엔 거리가 있어서라는 이유도 있고.
"어이 친구, 단 거 먹어."
장난스런 얼굴을 덮어쓰고 유하에게 내민다. 예전에 유하가 그에게 줬었던 손톱만한 미니오트밀 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