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어지간히 고팠나보네 토고는 그리 중얼거리고는 자신도 조금 쉴까 하고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수수께끼의 점원이 있고 메뉴는 이상할 정도로 빨리 나온다. 황금 클로버의 클과 관련도 없어 보이는 게이트인데.. 가게 바깥에 있나? 아니면 내부에? 어떤 장식품? 어쩌면 황금 클로버 라는 것이 그저 이름일 뿐이고 실장은 전혀 다른 걸지도 모른다.
"쪽지에 뭐라 적혀있는디?"
'1.6층'
그리 적혀진 것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그리고 쪽지는 왜 한 번 접혀있는가. 사람들은 보통 1층, 2층 이렇게 층을 나누지만 1.5층도 사실상 존재한다. 층과 층 사이를 이어주는 층계참. 하지만 1.6층이라...
" 1세대의 범죄자들이 모두 특이한 면모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매우 특이한 빌런 중 하나입니다.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세번밖에 없지만 그중 둘은 여성을 파는 포주, 한 명은 자신의 제자였다고 하더군요. " " 범죄자들의 스승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그는 뛰어난 심리학자입니다. 특히, 범죄의 심리를 이용하는 데에 그만큼 뛰어난 이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각 시대에 특이한 사상범들 중에는 그의 교육을 받은 이가 알음알음 존재해 왔습니다. "
서류에 동봉된 드옹의 사진을 토고는 바라봅니다. 연보랏빛 머리카락에 은하수를 가득 담은 듯 보이는 검은 눈동자 속에는 별들이 반짝이는 것만 같습니다. 짙게 들어간 눈두덩이는 살짝 음울하게 느껴졌지만 그대신 깊이를 알기 어려운 지혜가 느껴졌습니다. 키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습니다. 앉은 키가 조금 작았고, 대신 다리가 길어 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레안 드옹. 2014????? 토고는 왜 이렇게 1세대 빌런이 많은가 짧은 고뇌에 잠겼다. 전쟁 스피커도 그렇고 프로페서도 그렇고. 특이한 빌런이라는데 얼마나 특이하냐면 직접적으로 죽인 사람은 3명. 둘은 그렇다치고 한 명은.. 자신의 제자?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간접적으로 죽인 이겠지. 범죄자들의 스승이라 불리고 뛰어난 심리학자이기에 평범한 이의 심리를 뒤흔들어 절망하게 만들거나 혹은 다른 사상을 갖게 만들거나...
토고는 생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프로페서의 사진을 본다. 특이한 연보랏빛 머리카락에 우주를 연상시키는 검은 눈동자. 프로페서라는 가명이 어울리듯 지혜가 느껴지는 외관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지혜는 음울한 영역일 것 같았다.
궁금한 것이 있냐는 양시준 소위의 말에 잠시 고민한 토고는 입을 열었다.
이러한 이들을 대할 때의 주의점. 그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알아두는게 제일 우선이다.
"아레안 드옹.. 그러니까 이 프로파서를 대할 때의 주의점 있습니까? 이상한 사상에 동조하지 말라든가 주의깊게 듣지 말라든가 그른 거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통제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개인적인 궁금증이 하나.
"..임마가 죽인 사람중에서 그 제자라는 아 정보가 궁금한디.. 다른 두 명은 그렇다쳐도 아무리 봐도 범죄자들의 스승이 지 제자를 직접 죽일리는 없어 보이는디 직접 죽였다는 점에서.. '지뢰'가 있을 것 같아가 미리 파악해두려고 합니다."
강산은 카페라떼 몇 모금을 더 마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무언가를 본 듯 남쪽으로 이동한다.
"나비 같은 게 잠깐 보였는데...? 아...형님, 저기 계단이 있습니다."
의아해하는 듯 하던 강산은 이내 돌아와서 토고에게 자신이 본 것을 말한다. 트레이의 음료와 스콘을 보고 잠깐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토고를 본다.
강산이 갔던 방향을 살펴본다면 조금 더 넓은 공간과 더 테이블 두 개 더, 그리고 윗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강산과 토고가 계단을 살펴본다면 한가운데에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층계참이 하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층계참에서 두세 칸쯤 윗 칸의 난간에 붙어 있는 다음 쪽지도.
[책 읽기 좋은 자리]
이번 쪽지는 왼쪽 아래 모서리가 두 번, 또 오른쪽 아래 모서리가 두 번 말리듯이 접혀 있다.
토고는 머리 아프니까 생각하는 건 그만두고 일단 차나 마시기로 했다. 의념각성자라 이 정도 뜨거움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적당히 식힌 뒤 그것을 꿀꺽 삼키는 토고. 그 뒤 신맛을 약간 중화시킬 목적으로 버터스콘을 와구 먹고 물론 헬멧 유리를 사알짝만 열어서 먹는 건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산이 하는 행동을 바라본다.
"그른기네."
쪽지에 접혀있던 것, 숫자. 이 정도면 이해가 간다. 접혀 있는 것은 방향을 가리키고, 숫자는 계단인 것이다. 1.6층은 층계참에서 한 칸. 뭐.. 대강 이런 식으로.
"여 직원들은 대체 쪽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것네. DM이가? (다이렉트 메세지 맞던가)"
토고는 문득 옛날 풍자 개그로 '손님~~ DM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기도)' 이런 게 유행했었다는 걸 떠올렸다. 뭐 하고 싶음 쪽지로 문의 해달라는 건가? 크크.. 토고는 쪽지를 확인한다.
"책 읽기 좋은 자리는 도서관에서 찾을 것이지 에잉.. 쪽지 접힌 걸로 보믄... 남동 두번 남서 두번맞나? 이번엔 테이블 위치를 가리키는 것 갑네"
" 전쟁 스피커가 선동을 통해 대중을 이끈다면 프로페서는 언어를 통해 상대를 설득합니다. 근거나 이유, 때로는 광증까지 섞어가면서 말입니다. " " 대부분 그와 마주했던 정신계 가디언들은 그런 말을 하더군요.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설득되는 것 같았다고요. 마치... 악마의 혀를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
악마의 혀라는 말에 토고가 떠올린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때 토고의 능력은 뛰어난 축에 들었으니까요. 그 말의 뒤에 토고의 질문에는 소위는 모르겠다는 것처럼 대답합니다.
" ... 지식은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더군요. 추측하기론 사리사욕을 위해 제자 스스로 프로페서에게 배운 것을 이용했다는 듯 싶습니다. "
언어를 조심하라며 입술을 가볍게 두드리는 그를 보며 토고는 헬멧 위로 입술 부근을 매만진다. 전쟁 스피커와는 다른 능력. 선동으로 대중을 휘어잡는 것이 아닌 말로서 상대방을 구슬린다. 선동이라는 것이 걱정, 고민, 고뇌 없는 이에겐 통하진 않겠지만.. 이 경우는 전쟁 스피커보다 더 위험할수도.. 어라? 나? 조금? 위? 험한 짓을? 정신계 능력이라면 같은 능력으로 대처할 수 있겠지만 언어.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을 구슬린다면.. 정신계로도 어쩔 수 없겠지.
"자유 마카오서 말싸움 하게 생겼뿟네.."
농담같은 말이지만 선동 VS 언어 농담이 아니네.. 그리고 그 뒤의 말에 토고도 고개를 기울인다. 지식은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이해를 못하긋네.. 그래도 이런 아들은 이상한 부분에서 지뢰가 깔려있어서 툭 하고 건들삐면 아작나니께 사소한거라도 알아두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UGN도 여러 제약을 붙여서 보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억제에 불과하다. 억지로 막더라도 그것마저 이겨내며 무언갈 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단호하게 말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믿는 건 내가 가진 것과 GP. 지원 병력이라 하더라도 범죄자이고 자유 마카오에 있는 세력들도 결국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움직일 집단이다. 진짜 믿을 건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가... 그래도 곧 있음 신뢰하지 말라고 하는 상대와 맞주할 것 같아 토고는 마지막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크크 짧게 웃고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양시준 소위님은 중요한 말을 늦게 하는 거 아입니까? 크크.. 농담입니다. 여하튼, 잘 해봅시다. 시민들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282 잠시의 기다림과 함께, 곧 무언가를 담은 트럭이 천천히 다가옵니다. 중경 한가의 위험 표식이 찍힌 트럭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올 때. 토고는 트럭에서 풍기는 기묘한 압박감에 침을 삼키고 맙니다. 곧 트럭이 멈추고 두 명의 남자가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내립니다. 둘 모두 무기를 패용한 것은 만약 문제가 일어난다면 즉시 대응하려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곧, 컨테이너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 안에서 두 명의 가디언이 더 나타납니다. 그들의 중앙에는 팔다리를 구속당한 체. 흔들리지 못하도록 고정된 인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천천히 두 가디언은 고정을 풀고 남은 가디언은 구속복 그대로 그를 들어 옮깁니다. 마침내 땅을 딛고.
" 후우...... "
천천히 구속복의 균열이 발생함과 동시에 사진 속 인물을 빼닮은 남자가 입꼬리를 올립니다.
" 다음 번에는 조금 부드럽게 대해주게나. 너무 흔들거리니 멀미 때문에 고생을 했거든. "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그 목소리는 꽤나 듣기 좋은 저음이었습니다. 높지 않고 잔잔한, 그런 목소리 말입니다. 어차피 의념 각성자이기에 멀미는 하지 않겠지만, 나름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한 농담에 가까워 보이는 행동입니다.
" 다음은 대충 알고 있네. 개목걸이를 스스로 차는 취향은 없지만 그러지 않으면 그대들이 나를 죽이려 들지 않겠나. 프로페서, 저 빌런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하면서 말이야. "
그 말과 함께 프로페서는 가디언이 쥐고 있던 목걸이를 빼앗아 스스로 써냅니다. 의념의 제약과 함께 몸이 무거워짐에도, 조금 휘청이길 끝으로 피로한 미소를 짓습니다.
" 걱정하지 말게나. 나는 루트가 꽤 맘에 든다네. 뿌리. 더러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 지지대 역할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영양분을 잎과 줄기에 공급한다는 그 이름이 꽤 맘에 들거든. 아, 대신 슐리카 양은 조금 걱정이 되더군. 고문 기술자는 고문을 즐기게 되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그녀는 요즘 꽤 고문을 즐기는 것 같더군. 거짓말이라 믿을지도 모르네만, 심리 상담은 받아보라고 해주게나. "
가디언들은 그런 프로페서의 말을 무시하고, 그는 어깰 으쓱이며 토고를 바라봅니다.
" 그래. 이 학생이 내 이번 수업의 대상인 듯 하군. 자유 마카오와 가디언이 아닌 인원이 하나. 그에 더해 신참 가디언이 이곳에 있다라... 아하. "
그는 불쑥 토고에게 고개를 들이밀며 묻습니다.
" 나는 수수깨끼를 좋아한다네. 자. 내 수수깨끼를 맞추면 상을 주도록 하지. 쥐구멍에 빛이 새어들면 쥐는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 "
워매 커다란 거. 토고는 잠시 뒤 다가온 트럭에 휘파람을 살짝 불었다. 중경 한가으이 위험 표식이 찍힌 트럭은 그 표식만 해도 생물재해가 눈 앞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보통 사람이람면 바로 웅성거리거나 주변 치안 담당자의 말에 따라 대피했을지도. 트럭이 멈추고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사람이 내린다. 그리고 트럭의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가디언이 두명 더 나온다. 총합해서 4명. 4명의 가디언을 대동해야 할 정도의 인물.
프로페서가 드디어 눈 앞에 당도했다.
프로페서는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며 가디언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 같았다. 가디언들은 일말의 반응도 하지 않고 그는 양시준 소위에게서 들었던 것처럼... 스스로 목걸이를 차는 광인이었다. 신사답게 미친놈. 빌런들은 전부 다 정신이 맛이 간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전쟁 스피커나 프로페서나. 그가 나를 바라보고 나를 학생이라 칭하며 불쑥 다가와 수수께끼를 낸다.
수수께끼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쥐구멍에 빛이 새어들면 쥐는 어떻게 반응하느냐? ..이거 진짜 대답해야 하나? 상을 준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토고는 잠시 고민한다. 사실, 수수께끼에 대한 답은 진작에 나왔다. 자신만의 답이. 하지만 이걸 대답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로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다 결국 토고는 입을연다.
"요걸 수수께끼라 불러도 되는 깁니까? 크크... 아이다. 다른 걸로 비유하면 수수께끼는 맞겠네예. 쥐새끼, 지 사는 곳에 빛 들어오믄 도망가지예."
토고는 그의 반응에 농을 던진다. 전쟁 스피커를 쥐새끼 취급하며 이론을 말하는 그. 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자유 마카오는 이미 쥐굴이라 볼 수 있다. 쥐가 넘치고 넘치는 쥐굴. 그 중에서 특정 쥐 한 마리만 잡기는 엄청 힘들지. 그러니 쥐굴부터 막아야 한다. 그는 그런 말이 하고 싶은 것인가?
"여윽시 교수님은 다르네. 마, 그래도 일단 쥐구멍부터 내는 막으려고 했는디. 원래 쥐 잡는 법은 쥐구멍이란 구멍은 죄다 막고 안에 불 피우는 거 아이겠나?" "진짜로 불 피우믄 초상집 다 태워뿐다고 불은 못 피우것지만 쥐구멍을 막는 건 기본이라 내는 생각하는디 우리 교수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교?"
" 첫째. 찾으려는 것을 쥐라는 영역에 국한하지 말게. 쥐굴을 이해하려면 쥐새끼가 아니라 통로를 봐야하네. 통로가 어떻게 짜여졌고, 어떤 쥐가 사는가. 쥐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기뻐하는지 쥐굴은 어렴풋이 우리에게 알려준다네. "
즉, 토고와는 달리 그는 전쟁 스피커를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자유 마카오를 쥐굴로, 그 안의 이들을 쥐새끼로. 그리고 토고나, 전쟁 스피커와 같은 '외부의 것'을 빛으로 말한 겁니다.
" 두번째. 그 말은 마음에 드는군. 쥐구멍을 막고 모든 굴에 불을 피운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네만 이 쥐굴이라는 사회에 대고 본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어. 쥐굴에 빛이 새어드는 것을 신경쓰는 쥐는 없네. 하지만 쥐굴에 연기가 새어드는 것은 경계할 쥐가 투성이지. "
가볍게 양손을 모아 턱을 괴면서, 프로페서는 토고를 바라봅니다.
" 찾고 싶은 게 있다면 다른 쥐들을 나오게 하게. 쥐굴의 사회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쥐들이지. 그러니 불을 피우고, 연기를 피워대게. 쥐를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네. 무시하지 못할 존재가 되고 나면 저들은 몇 가지의 선택지를 둘 것이네. 이유를 묻거나, 학생을 제압하려 들겠지. 자, 이 대답이 세번째일세. "
" 두 번째 수수깨끼. 가족이란 이름으로 끈끈한 쥐들과, 풍족한 먹이를 약속한 쥐들. 어느 쥐를 꿰어낼텐가? 그 이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