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만...따로 스승님 밑에서 가르침을 받다가 서울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잘 지내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괜찮은건지 그도 조금은 확신이 가지 않긴 했지만 강산이 생각하기로는 그랬다.
"형님 컨디션도 컨디션이지만 오늘은 대련 상대도 그다지 없을걸요. 시윤 씨처럼 특수 의뢰를 수행하러 간 인원도 있고, 준혁이는 맞선 본다더니 학교에 안 온 걸로 봐선...맞선 장소가 좀 먼 모양입니다. 그 외 다른 개인적인 용무로 바쁜 학생들도 있는 듯 한데, 다들 통 말을 안 해주니 저도 잘 모르겠군요."
요즘 단톡방이 조용해진 것을 봐서는 확실히 다른 특별반 학생들이 바쁘긴 한가 보다 싶었다.
빈센트는 가르웨난을 생각한다. 이런저런 짧은 팁을 받았지만, 스승이라 생각하기는... 빈센트가 생각하기에도 마음 속으로 찔리는 것이 많았다. 그냥 솔직하게 부럽다고 이야기하는 게 최선이다.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금 사람들의 현황을 들어본다. 특수 의뢰며, 맞선이며, 개인적인 용무... 개인적인 용무...
"다들 무사히 돌아오겠죠. 항상 그러지 않았습니까."
빈센트는 그간 사라진 이들을 생각했지만, 적어도 그들은 작전 중에 전사하거나 실종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좀 무거워져서... 단서를 붙인다.
주강산: 159 집에서 혼자있을 때의 모습은? 활발한 녀석이니 밤이나 저녁 즈음이 아니면 외출복 계속 입고 있을 것 같네요. 공부를 하고 있다든지, 간식이나 밥을 먹으면서 인터넷을 보고 있는다든지 할 것 같습니다.
260 캐릭터가 겪은 좌절은 외부영향과 본인문제 중 어느경우가 더 많을까요? 여태까지는 외부 영향도 있긴 하지만(준영웅의 아들이라서 사람들이 갖는 기대감 but 기대에 부응하지 못함), 본인 문제의 비중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인 열등감)
149 처음보는 사람이 본인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평소에는 딱히 수상한 요소가 없다면 평범하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느낌?) 마찬가지로 친절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감사인사도 하고 하겠죠. 그래도 완전히 경계를 풀진 않고 자기 귀중품은 잘 간수하는...? 게이트 안이나 낯선 외지라면 환경에 따라 생각과 반응이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상대를 잘 살피려고 할 것 같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거나 혹은 단서를 가지고 있을까?하는 그런?
빈센트는 미리 해두라는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이 일은 그렇다. 굳이 미리내고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이 아니더라도, 가디언이건 헌터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 지 모른다. 그리고 빈센트는 만약에 제 명에 못 죽는다면, 적어도 가는 순간만큼은 깨끗한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강산이 말한 대로 최대한 정리해두고, 최소한 정리란 걸 하긴 한 듯한 꼴로 만들어두는 게 중요하겠지.
"이 일은... 항상 신변 정리를 해두는게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 세상에 남겨질 베로니카를 생각하면 속이 쓰려지는 경험을 하면서, 강산의 도움 요청을 사양한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집안일만큼은 알아서 해결해야죠."
라고 말하고, 빈센트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말한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하마터면 거기서 죽을 때까지 커피나 들이킬 뻔 했군요." //19 막레 부탁드려요!
신변 정리라는 말에 강산은 또 다시 잠깐 말이 없어진다. 고개를 끄덕여보이긴 했지만. 그런 세상이었지. 헌터들에게는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찬 세상. 그래도 빈센트를 배웅해주는 건 잊지 않았다.
"그래요.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세요."
숙소 건물 출입구에 들어서서 언제 심각한 생각을 했냐는 듯 옅게 웃으면서도, 빈센트가 그의 방을 찾아 들어갈 때까지 뒤따르며 종알종알 잔소리를 해댄다.
"당분간 카페인 든 음식 멀리하십쇼. 피로회복제에도 카페인 들어있는 경우 있으니 피곤하다고 그런 거 드시지 말고 그냥 쉬시고요!"
빈센트의 마지막 말로 현재 상황을 다시 떠올려서 올라간 넓얕지식(*) 잔소리 스위치는 그가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형님 다음에 또 봅시다! 푹 쉬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끝난다.
강산은 그 후 작게 한숨을 쉬며 그의 방을 찾아간다. 문득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건가, 분수에 맞지 않는 큰 꿈을 가졌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남도 같이 살아남는 것까지 바라는 것이 헌터가 가지기에 너무 큰 꿈이었나. 아니, 아니다. 곧 그 생각을 부정하면서 문을 닫는다.
단순히 제 한 몸 살아남는 것만을 바랬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랬다면 진작 영월 습격 작전에 참가하지 않거나 그 이전에 특별반에서 나갔겠지.
*강산의 특성 '얕고 넓은 지식'. 박학다식의 서브 특성 버전 중 하나로 이런저런 상식을 가지고 있으며 명성이 있는 인물을 알아보기도 한다.